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82
82화
재환은 나무등치에 기대 수첩의 첫 페이지부터 다시 읽어 나갔다. 자신의 필적으로 가득한 수첩에는 분명 자신이 기록한 내용이 가득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다.
필적은 분명 자신의 것인데, 쓴 기억이 없는 내용이 생겨났다.
-특허 분쟁이 너무 빨리 생겨났다. 파인애플 사에 대응할 수단이 아직 부족한데, 빌어먹을 카르텔 놈들이 발목잡는 게 문제다.
-준비되지 않은 전쟁은 필패다. 스마트폰 개발에 제동이 걸렸다.
-서진이 배신했다.
“회장님, 소화제 사왔습니다.”
바로 앞에서 들린 서진의 말에 재환은 곧바로 수첩을 닫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서진은 마시는 것과 약 종류 두 개를 동시에 사왔다. 자신의 건강을 신경쓰고 있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그런 서진이 배신을 한다라….
“회장님? 차라리 호텔을 예약….”
“아뇨. 괜찮아요.”
재환은 약을 받아서 삼킨 뒤 마시는 소화제도 들이켰다. 서진은 쓰레기를 받아 챙긴 뒤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공항으로 갈까요?”
“네, 위에 가서 할 일들도 많으니까요.”
재환은 그리 말하고 차에 올라탔다. 서진은 여전히 재환의 언행이 이상한 게 걱정이 됐지만 선을 딱 그었기에 그 이상 물고 늘어지진 않았다.
재환은 먼저 차에 올라탄 뒤 숨을 한 번 고르고 다시 수첩을 펼쳤다.
-서진이 밉지는 않다. 그도 어쩔 수 없었으니까.
-결국 무기를 잃었다. 여론은 내게서 등을 돌렸다.
-주가가 계속 하락한다. 반등 시킬 방법이 없다.
-소이가 많이 아프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소이가…… 우리 곁을 떠났……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절절해지는 문장을 보고 있으니 눈물이 차올랐다. 그 뒤로 새로운 문장은 한참이나 없었다.
-모든 건 카르텔이 의도한 대로였다. 저작권 분쟁도, 주가 하락도, 여론 조작도… 심지어 소이가 죽어야 했던 것도 전부!
-용서하지 못한다.
뒤를 이어 나온 문장을 보고 숨을 천천히 뱉어냈다. 결국 카르텔 그 놈들이 문제인 거다.
카르텔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의지가 더 굳건해졌다. 전생에는 기자로서의 사명감에 의해서 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다.
수첩을 쭉 넘기다가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다.
-우로보로스의 주인이여.
-죽음의 순간은 곧 탄생의 순간이니.
-탄생의 순간을 기록하라.
회귀할 때 봤던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기분 탓인지 문구가 은은한 빛을 흘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 문장을 쭉 훑다가 느꼈다.
“한 번 더 죽었다는 건가.”
그렇게 따지면 꿈에서 본 일들이 지나치게 생생했던 것과 수첩에 내가 남긴 내가 모르는 기록들이 전부 납득이 된다. 지끈거리는 골을 매만지며 꿈, 아니 또 다른 전생에서 본 것들을 정리해나갔다.
‘스마트폰 특허 분쟁이 너무 빨리 발생했다고 했지.’
기존 예정대로면 2년이란 시간은 있다. 그 때까지 충분히 해외 시장을 장악하고, 미리 특허들을 선점해두면 분쟁이 일어나기 전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내에 특허 분쟁이 일어난다면?
파인애플 사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된다.
“흠….”
중요한 부분은 카르텔이 어떻게 그 분쟁 시기를 앞당겼느냐 인데… 아마 한성의 짓이긴 할 터다.
그럼 한성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끌어 모으는 수밖에 없지.
“비서실장님, 한성 전자가 올해 뭐하려는 지 좀 알아봐주세요.”
“한성 전자요?”
“네.”
스마트폰 사업을 접게 만들었는데, 무슨 개수작으로 특허 분쟁을 일으킨 건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서진이 배신했다.
“믿었던 심복에게 배당하질 않나.”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 서진을 보면서 고민했다.
서진은 구 씨 일가를 배신하고 자신에게 붙은 전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구 씨 일가의 더러운 짓을 도저히 지켜 볼 수 없었기 때문이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 점을 미루어 봤을 때, 자신을 배신하는 것도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러니 나도 서진의 배신을 납득한다고 했을 터다.
당장 생각나는 게 몇 가지 있지만 이것도 따로 조사가 필요할 듯 싶다.
‘너무 전생에 얻은 정보에만 의존했었어.’
보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얻고 그걸 활용할 준비를 해야 했다. 서울로 올라가는 내내 재환은 앞으로 닥쳐올 위기를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개인적으로 신설한 정보 분석팀이다. 사실 말이 좋아 정보 분석팀이지. 재환이 필요한 정보를 구하는 게 전부였다. 물론 그 방법에는 불법적인 방법도 포함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해커를 고용하는 건….”
“전직이지 않습니까. 현재로서는 문제가 안 됩니다.”
“궤변이라는 건 회장님도 아실 거라 믿습니다.”
맞다. 그건 궤변이다.
전직 해커를 고용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재환은 잘 안다. 자신도 깨끗한 일만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았으니까.
“아무리 봐도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압니다. 하지만 리턴도 클 겁니다.”
서진은 더 말리지 않았다. 재환이 저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거라 믿는 거다.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가려 하면 그 때 붙잡는 수밖에.
“한성은 어때요?”
“회장님 말을 듣고 여러 방면으로 조사를 해 봤습니다. 그리고 조금 이상한 점을 하나 확인했는데요.”
서진은 재환에게 서류 몇 개를 꺼내 보여줬다. 영어가 빼곡하게 적힌 게 국내와 관련된 서류는 아닌 모양이다.
“뭐죠?”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에 제출한 특허권 신청 서류입니다. 디자인 특허와 기술 특허 부분입니다. 그런데 스마트폰 사업은 접는 것 아니었습니까? 이 내용만 보면 당장 해외에 스마트폰을 판매하려는 것 같습니다.”
접기로 한 사업에 굳이 돈을 추가로 투자해서 특허권을 취득하려고 한 이유가 뭔가. 그것도 캘리포니아 주를 콕 집어서.
재환은 대략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저희 특허권 상황은 어떻죠?”
“이미 접수 다 했습니다. 나중에 법적인 문제라도 발생하면 골치 아파지니까요.”
“그 골치 아픈 일 생긴 거 같아요.”
재환은 서류를 서진에게 다시 넘기고 지시했다.
“소송 진행해요.”
“네?”
“기술 부분, 디자인 부분, 한성이 내놓은 모든 부분에서 소송 진행해요.”
재환의 과감한 지시에 서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회장실을 나갔다. 홀로 남은 재환은 곧바로 고글의 브란에게 전화를 걸었다.
“브란, 오랜만입니다. 강재환이에요.”
“오, 미스터 강. 오랜만입니다만, 지금 여긴 새벽입니다.”
졸린 목소리로 투덜대던 브란은 물을 들이킨 뒤 재환에게 물었다.
“모르고 전화한 건 아닌 거 같고, 무슨 일입니까?”
“스마트폰 개발에 들어가기 전에 특허 얘기를 좀 할까 싶어서요.”
“특허? 그 쪽은 저희가 다 처리 할 건데요.”
“국내의 다른 기업이 캘리포니아 주에 특허권을 신청했습니다. 저희가 먼저 소송할 계획인데 좀 도와주시죠.”
재환의 말을 듣고도 브란은 상황이 바로 파악이 되지 않았다. 정확히는 자신의 잠을 깨울 정도로 급한 사안인지는 알 수 없었다.
“미스터 강. 제가 알기로는 KG 전자도 꽤 큰 기업 아닙니까. 이런 일을 전담해서 처리하는 부서가 있는 걸로 아는데요. 굳이 저한테 도와달라고 하는 이유가 뭡니까?”
“만약 파인애플 사가 먼저 소송을 걸고 승소하게 되면 다음 일이 피곤해 지니까요.”
재환의 말에 브란은 침실에서 나와 서재로 향했다. 재환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대략적으로는 알겠는데, 현실성이 있는가는 또 확인해 봐야 할 일이다.
“지금 미스터 강이 걱정하는 건 그거입니까? 파인애플 사에서 그… 다른 스마트폰 기업에 소송을 걸고, 승소하게 되면 이후 스마트폰 사업이 전부 파인애플 사에 막힐 거라고?”
“판례라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음….”
브란도 관련 법안을 한 번 살펴보다가 재환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파인애플 사가 이 소송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막아주십시오.”
“그거면 되겠습니까?”
“네, 저희가 최대한 빨리 움직이도록 할 테니까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란.”
“아시면 개발자들 빨리 추려서 보내 주세요. 저희도 얼른 개발 시작하고 싶습니다.”
브란과 얘기를 마친 뒤 재환은 눈가를 문질렀다. 이제 발등에 불은 껐고, 다음으로 신경써야 할 건 오보 건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보로 삼을 만한 건 없는데.”
여론이 완전히 돌아설 정도면 지금까지 터트린 건들 중 상당히 큰 건이 오보였어야 한다. 흠 잡을만한 게 있는가.
아니면 앞으로 터트릴 건 중에 오보가 될 만한 게 있나?
재환은 그 날 내내 수첩을 붙잡고 남은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 나갔다. 사실 시간을 흘려보낸 뒤 다시 회귀를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이 행운이 언제까지 따를 지 확신할 수 없다.
행운에 기대는 건 멍청한 짓이니까.
재환이 준비하고 있는 기사는 현 의원들의 선행에 대한 의구심을 담은 기사다. 실제로 존재하는 시민단체에서 일을 한 건지, 선행이라고 했지만 얼굴만 비추고 간 게 다인지.
대부분은 자료가 준비된 상태라 기사만 내면 되는 상황이지만 오보라는 건이 엮인 이상 한 번 더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어떻게 되려나….”
* * * * *
한 고급진 룸에서는 여자들의 교성과 늙은이들의 호방한 웃음 소리가 가득했다. 그 사이에 앉은 이강철은 무언가 못 마땅한 눈으로 방을 이리저리 둘러볼 뿐이었다.
“어머, 오빠. 오늘은 나랑 안 놀아?”
교태를 흘리며 한 여성이 다가왔으나 이강철은 눈길을 잠시 주고 말았다. 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에 여성도 술만 따를 뿐 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이 일을 오래 하면서 늘어난 건 눈치 뿐이다.
실컷 다른 여성을 희롱하던 그나마 젊은 의원 하나가 이강철에게 슬쩍 다가왔다.
그는 VIP와 관련이 있는 인물로 다음 총선에서 의원으로 내정된 상태였다. 그가 카르텔의 다음 주춧돌이 될 거란 인식이 강하기도 했다. 이강철에게는 영 마음에 드는 결정은 아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오늘 기운이 없어 보이십니다? 뭔 일 있으십니까.”
“당신들 일 처리는 똑바로 해놓고 술판 벌이는 건 맞지?”
“허 참, 이강철 사장님은 아직도 그런 걱정을 하십니까. 걱정 덜고 술이나 잡수시죠.”
그가 술잔을 들어올리자 이강철이 인상을 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술 맛 다 떨어졌으니까 당신들이나 마시고. 일 처리는 똑바로 해.”
“거 참. 걱정도 많으셔라. 그리 뻣뻣하니 강재환인가 강저현인가 뭔가한테 농락당한 거 아닙니까.”
비아냥거리는 말투에 이강철이 주먹을 꽉 쥐고 인상을 썼다. 그걸 본 그가 옆에 있는 여성의 가슴에 술을 부으며 말했다.
“다음엔 저희를 노리고 기사를 쓸테니 적당히 오보를 낼 여지를 만들어 두란 거지 않습니까. 다 준비해 놨으니까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걱정 안하게 만들어야 걱정을 안 하는 법이지.”
이강철은 더 엮이기 싫단 의미로 옷을 한 번 털고 자리를 떴다. 그 뒤를 잠깐 본 그는 다시 옆에 앉은 여성을 희롱하기 시작했다.
“우린 우리끼리 계속 놀아보자고.”
그렇게 깊고 어두운 밤이 저물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