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065)
“그렇기는 하지요.”
당연히 파벌은 극단적으로 나뉘게 될 것이다.
그들과 동조하여 분란을 일으키는 세력과, 그러지 않고 자기 일을 하는 세력.
“전자라면 잘라도 그만이지요.”
“하지만 명퇴는요?”
“그거야 안 받아 주면 되지 않습니까?”
“네?”
“명퇴를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아!”
명퇴를 확정하기 전에는 대부분 개인 면담을 하게 된다.
그때 당신은 해직 대상이 아닌데 정말 명퇴를 하겠느냐고 한마디만 하면 그들은 명퇴를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결국 명퇴도 없는 거네요?”
“네.”
명퇴도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잘려야 한다면 사람들은 극도로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해직 이야기가 나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직을 위해서 다른 기업의 조건을 찾아보기 시작할 겁니다.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아무리 잘 찾아봐도 행선양행만큼 후한 조건을 주는 곳은 없을 겁니다.”
“그 부분은 인정하지요, 후후후.”
문성준은 왠지 뿌듯한 얼굴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동종 업계에서도 그들의 복지나 임금은 최고 수준이다. 그러니 이곳을 나가려고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여노협이 뭐라고 한들 사람들에게 들릴까요?”
“아!”
당장 분란을 일으킨다는 것은 명백하게 해직 사유다.
물론 여성운동을 한다고 해서 해직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3개월간 근태를 판단한다고 했고, 그걸 기준 삼아 해직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프락치들이 나가지 않고 버텨도 자를 수 있겠군요.”
없는 명퇴와 감원을 이야기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프락치를 쳐 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지요.”
“그것까지는 좋은데, 노조 위원장은 어떻게 설득하신 겁니까?”
문성준은 그게 신기한다는 듯 노형진에게 물었다.
자신이 아는 노조 위원장이라면 이런 일을 순순히 용납할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도 지금 공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더군요. 사실, 알 수밖에 없지요.”
“네?”
“이 회사에는 사내 커플이 많습니다. 모르십니까?”
“그랬나요? 전 회사에 관심이 없어서.”
“사내 커플이 좀 많은 편이더군요.”
회사에서 사내 연애를 막는 것도 아니고, 남자와 여자가 자연스럽게 만나다 보니 사내 커플이 많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많이 들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에 그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하더군요.”
사내 커플 중 여자가 한 말은 남자 친구에게 들어가고 남자 친구는 그걸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그 사람은 다시 노조에 말하는 식으로, 문제가 점점 위로 올라간다.
“그도 이상 징후는 느끼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다고 하더군요.”
“아아.”
“그리고 얼마 후면 노조 위원장을 새로 뽑는 선거가 있거든요.”
“그거랑 이거랑 무슨 관계가……?”
“우리도 도움을 받으면 그의 부탁을 들어줘야지요.”
애초에 해직 계획은 없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발표는 해야 한다.
노조 위원장은 정치적 감각이 있는 사람이었다. 일단 해직 발표 후 자신과의 재협상을 통해서 해직 계획을 철회한 것을 발표해 달라는 것이다.
“재선을 노리겠다 이거군요.”
“그런 거죠.”
만일 그가 해직을 막아 낸다면 100% 재선에 성공한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노조 위원장에게 지급되는 복지는 상당히 많다. 그걸 놓치고 싶지는 않았으리라.
“회사의 입장에서도 나쁜 선택은 아니고요.”
난데없이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의심을 사기 마련이다. 하지만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서 없애거나 최소한으로 줄인다고 하면 기업의 입장에서도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서로서로 눈짓을 주고받는 프락치들을 보면서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다.
“저들은 똥줄이 타고 있을 겁니다. 아마 처음 겪는 상황일 테니까요.”
그리고 노형진의 그런 예상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 * *
“아무도 호응을 안 해?”
“네. 쓸데없는 짓 하지 말래요.”
“아니, 왜!”
“그러다가 잘리면 자기 인생 책임져 줄 거냐고.”
“씨발, 그러면 더 몰아붙여야지! 성차별이라고! 해직에 항의할 거라고!”
방탄수는 화를 버럭버럭 냈다.
프락치를 내부에 심기 위해서 적지 않은 돈을 써서 입사를 시켰다. 그런데 그 모든 게 허사가 되게 생겼다.
감원 열풍이 불자 혹시나 잘릴까 봐 다들 입 다물고 조심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저희도 그러고 싶어요!”
“그런데?”
“노조까지 합의한 마당에 뭐라고 해요?”
여자를 자르겠다는 것도 아니고 규정대로 공평하게 하겠다는데 뭐라고 한단 말인가?
“바보야! 그걸 노려야지!”
“뭘요?”
“젊은 여자만 자른다고 말이야!”
“네?”
“그렇잖아! 부양가족이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최우선적으로 잘리는 게 젊은 사람들 아냐!”
“그렇지요?”
“직원 중 70%가 여자라면서! 그러면 여자가 더 많이 잘리겠냐, 아니면 남자가 더 많이 잘리겠냐!”
“아!”
“아오, 멍청한 년. 꼬투리는 잡으면 그만이야!”
“그러네요.”
프락치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여자가 많으면 여자가 더 많이 잘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그러니 그걸 태클을 건다면 불안감을 가진 여자들이 더 똘똘 뭉치게 될 것이다.
“그걸 여성 차별으로 몰아가야지! 저 녀석들이 제법 머리를 썼지만 말이야, 내가 이 짓거리 한두 번 해 보는 줄 아나?”
방탄수는 상대방이 노리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실실 웃었다. 그리고 눈을 희번득거렸다.
“가서 그런 쪽으로 몰아붙여. 여자들을 더 잘라 내기 위해서 협잡질을 하는 거라고! 우리도 정식으로 항의할 테니까.”
“알았어요.”
“이 새끼들이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것 같은데, 후후후. 승자는 언제나 우리야.”
그는 그렇게 자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해당 사항에 대해서 극렬하게 선동을 하면서 내부에서 문제를 야기하는 한편, 인터넷에서 분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공평한 규칙이 아니다, 여자가 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물론 여성 근무자 비율이 더 많으니 당연히 해직하게 된다면 여자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쏘옥 빼 버리고 오로지 여자를 자르기 위해서 감원을 한다는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 * *
“이런 미친…….”
문성준은 노형진이 한 말인 핑계를 위한 핑계라는 것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자기들 기준에 맞게 기준을 세워서 발표를 했는데, 난데없이 그렇게 된다면 여자가 더 많이 잘리니 여자에 대한 성차별이라고 들고일어났던 것이다.
“거봐요, 제 말이 맞지요? 어차피 뭐라고 하든 핑계를 댈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당연히…….”
“상식이 없는 대상에게 상식으로 덤비면 지는 것은 상식적인 사람입니다. 범죄자가 왜 매일 승리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끄응…….”
“정의가 승리하는 게 아니라 승리하는 게 정의라는 말이 그냥 생긴 말이 아닙니다.”
“젠장.”
문성준은 입술이 바짝바짝 탔다.
그나마 조금 잠잠해지던 내부 상황이 더욱 일촉즉발로 치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안쪽이 시끄러운가 보군요.”
“네. 젊은 여성들 중 일부가 분란을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는 일부 젊은 남자들도 있고요. 솔직히 그건 의외입니다만.”
“네? 뭐가요?”
“아니, 이런 상황에서 왜 상식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을 따라가는 거죠?”
“아, 남자들요?”
“네.”
사실 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락치들에게 속은 것도 문제인데, 일부 남성들은 마치 야합이라도 한 것처럼 그들과 함께 회사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면서 나섰다는 것이다.
“강력한 번식의 기회거든요.”
“네?”
“의외로 그런 남자들 많습니다.”
“이해 못 하겠습니다만?”
“젊은 여성들은 사상적으로 뭉쳐지면 쉽게 마음을 열지요.”
그리고 그 말뜻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쉽게 말해서, 여자를 꼬셔서 어떻게 해 보려고 그런다는 것.
“미친 거 아닙니까?”
“모든 인간이 이성적이고 철학적이며 신념이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사상이나 신념보다는 아랫도리가 먼저 작동하는 남자들도 많습니다. 강간범이 왜 생기는 건데요.”
“끄응.”
문성준은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일부 여성들만 항의를 하는 거라면 무시하면 된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항의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가고 있어 상황이 곤란해진 것이다.
“그러면 어쩌죠? 그냥 넘어갑니까? 그냥 버티다가 프락치 다 잘라 내고 그만둘까요?”
어찌 되었건 해직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해 놨기 때문에 그들을 자르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아직 3개월이나 남았으니까요. 아마 그 3개월 동안 이미지가 상당히 안 좋아질 겁니다.”
“그러면 어쩌라고요? 그냥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걸 철회도 할 수 없고.”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니까.”
“네?”
예상하고 있었다는 말에 문성준은 어리둥절했다.
그런 말은 없었기 때문이다.
“예상했다고요?”
“네.”
“그런데 왜……?”
“예상은 했지만 확신은 못 했거든요. 좀 다릅니다. 쓸데없는 걱정을 미리부터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거야 그런데, 그렇다면 뭐라고 해야 합니까? 예상을 하셨다면 대응책도 세워 두셨을 텐데.”
“그럼요.”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간단합니다. 그들이 하는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겁니다.”
“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있지요, 후후후.”
* * *
“하아.”
나예린은 한숨이 나왔다. 얼마 전 회사 측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해직 대상자라니.’
자신이 해직 대상자란다.
더 웃긴 건, 자신은 원래 대상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명퇴를 빌미로 가면 넌지시 이야기해 준다는 말에 핑곗김에 가서 들어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분명히 해직 대상자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해직 대상자란다.
“언니, 언니도 들었어?”
“응?”
“얼굴 보니 언니도 들었네.”
“아아…….”
부서의 동생이 들어오자 나예린은 우울한 얼굴이 되었다.
“너는?”
“나도 해직 대상자래.”
“어째서?”
“난 사무직에 있잖아.”
“그렇지.”
사실 돈이 되는 것은 공장에서 일하는 거다.
결혼하면 일단 사무직으로 옮기기는 하지만,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거나 또는 충분히 낳아서 정관수술 등을 해서 더 이상 가지지 않도록 한 경우 원하는 사람들은 공장으로 돌아온다.
나예린은 그렇게 돌아온 경우였다.
“큰일이네. 애가 세 명인데…….”
첫째와 둘째가 있는데, 그중 둘째가 쌍둥이었다.
당장 아이들 분윳값과 이유식값을 대는 것도 벅찬데 자신이 해직당한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해졌다.
‘남편한테는 뭐라고 하지?’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남편이 일하던 기업도 도산했다.
그때 내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했는데, 해직이라니.
“젊은 애들 난리더라.”
“젊은 애들이라니. 우리가 그렇게 나이 먹었나?”
“어린애들은 아니지.”
“그렇기는 하지. 그런데 왜?”
“해직 대상에 오른 애들이 한두 명이 아니래.”
“그게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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