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161)
“문제가 되는 건 그 아이가 아니라 그 엄마입니다.”
“엄마?”
“네.”
“무슨 말이죠?”
“그 엄마는 아이가 질병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등원시키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네?”
“질병?”
“네. 그들은 기본적으로 예방접종을 부정합니다.”
“허?”
노형진은 그들의 문제에 대해서 차근히 설명해 줬다.
그들이 어째서 문제인지,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왔을 때, 다들 크게 걱정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그 아이들이 유치원에 계속 등원하면 우리 애들도 감염될 수 있다는 소리잖아요?”
“네.”
노형진이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었다.
“집단적 예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주변에 예방접종을 한 사람이 많으면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도 안전해진다는 뜻이지요.”
“…….”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접종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방역은 쉽게 뚫리기 마련이지요. 현재 약아키를 하는 아이는 수두를 앓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가 등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여기서 볼거리 예방접종 안 하신 분 많지요?”
수두는 필수 접종 대상이 아니다. 사실상 이제는 거의 사라진 것이 수두이다 보니 안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리고 그 말 한마디에 부모들은 난리가 났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수두라니!”
“지금 수두를 앓고 있는 애를 등원시키겠다는 거예요?”
학부모들은 기겁하면서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아무리 개념이 없어도 그렇지, 수두를 앓고 있는데 등원시키겠다니.
원장이 잽싸게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그게 아니에요. 물론 아니죠. 하지만 저쪽 분이 불만이 많아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쪽에서는 수두가 별거 아니니 등원시키겠다는 거예요.”
“미친!”
잘못하면 애 인생을 망칠 수 있는 질병을 별거 아니라고 하다니.
“저는 안 된다고 했는데 아예 데려다 놓고 가겠다고 하네요. 말이 안 통해요.”
엄밀하게 말하면 전염성이 있는 질병이 발병하면 그 아이는 등원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약아키를 하는 부모들은 그러면 자기가 힘드니까 등원시키려고 한다.
그렇다면 최소한 약을 먹여서 전염 가능성이라도 막아야 하는데, 그들은 자연주의로 키운다면서 약은 안 먹인다.
심지어 그들의 사이트에 가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뭐라고 할 때를 대비해서 물과 매실 등을 섞어서 가짜 약을 만들어 들려 보내는 방법까지 알려 주고 있었다.
“어머, 어머!”
“그 사람들, 제정신이야?”
“그래서 여러분들을 모아 달라고 한 겁니다.”
“네?”
“저쪽에서 등원하지 못하게 막아야 하거든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은 아이가 병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등원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강제 사항이 아니에요.”
진짜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애를 두고 가 버리면 선생님들이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그렇다고 따로 격리시킬 수도 없죠.”
격리라는 것 자체가 한곳에 따로 둬야 한다는 건데, 그럴 공간도 없고 그럴 인력도 없는 게 현실이다.
“사실 격리시킨다고 해도 일이 끝나는 건 아닙니다. 그 아이가 접촉했던 모든 물건에 세균이 남아 있을 수 있으니까요. 결국 그걸 소독해야 하는데, 그걸 한다고 해도 다음 날 그 아이가 다시 오면 의미가 없지요. 그리고 공기로 전염되는 질병이라면 심각하다 못해서 난리가 날 테고요.”
“어머, 어머.”
“그 여자 뭐야?”
어머니들은 기가 막혀 했다.
그리고 당장 자신들의 아이들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아프면 부모의 가슴은 타들어 가기 마련이다. 노형진은 그 점을 이용해서 그들을 막기로 했다.
“그걸 막기 위해서, 그래서 어머니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네?”
“법원을 통해서 강제로 명령을 받아 내야 하거든요.”
“강제로요?”
“네.”
법원을 통해서 통학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 낼 셈이다.
“그걸 받으면 그 사람들은 아이들을 보낼 수 없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아요?”
“가처분 같은 경우는 금방 됩니다.”
“그래요?”
“네. 더군다나 위급 상황이니까요.”
세상천지에 질병이 걸린 아이를 강제로 집에 보내겠다는데 그걸 불허해 줄 사람은 없다.
“그런데 왜 그걸 유치원에서 안 하고?”
“선례가 없거든요.”
“선례?”
“네.”
선례가 없다 보니 유치원은 무조건 막을 수가 없다.
물론 막으려고 노력하지만, 지금처럼 데려다 놓고 가겠다는 식으로 막 나오면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서 선례가 만들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일단 가처분 신청을 해서 유치원에 오는 것을 막는 것도 있지만, 추후 비슷한 일이 있을 때 원장은 이번 일을 핑계 삼아서 오는 것을 차단할 수가 있는 것이다.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평판이 중요하지요.”
그런데 애가 좀 아프다고 안 받아 준다고 글을 싸지르면 그들의 평판은 떨어진다.
그러니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곤란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에서 명령을 받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요.”
만일 그걸 가지고 인터넷에서 좀 아프다고 안 받아 줬다고 징징거리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법원의 명령을 기반으로 허위 사실 유포로 고발할 수도 있다.
그러니 그들은 심적으로 부담이 덜해진다.
“지금 이 지역에 약아키라는 곳의 방식으로 키워지는 아이들만 네 명입니다.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치명적 질병을 가지고 온다면 여러분의 아이들도 걸릴 수 있습니다.”
“말도 안 돼!”
“그러니 여러분들이 도와주세요. 여러분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오는 걸 막아야 하니까요.”
“당연히 해야지요!”
“그럴게요!”
노형진이 말하자 부모들은 너도나도 소송에 참여하겠다고 했고, 곧 다른 변호사의 안내를 받아서 소장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감사해요.”
원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자신이 생각해도 그 아이가 진짜로 출원하면 수두가 퍼지는 건 순식간이기 때문이다.
“도무지 말이 안 통해서 어쩌나 하고 있었는데.”
“아닙니다. 당연히 막아야지요. 하지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 방법을 다른 분들에게도 알려 주셔야 합니다.”
“당연하지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지역별로 커뮤니티가 있다. 그러니 그들이 이 방법을 공유한다면 어렵지 않게 질병에 걸린 아이들의 등원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쩌시려고요? 다른 아이들은 지킬 수 있지만, 정작 그 아이들은 방법이 없잖아요.”
“그건 다른 방식을 써야지요.”
병이 발생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번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급한 대로 불은 껐다.
이제는 진짜 진원지를 흔들 차례였다.
‘이건 뭐…… 내가 의사도 아니고.’
이제는 병까지 법으로 다뤄야 하나 하는 생각에 노형진은 왠지 서글퍼지는 기분이었다.
자연주의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1)
“일단은 공문서 위조부터 가볍게 시작하자.”
노형진은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가 한 말은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뭐? 공문서 위조? 웬 공문서 위조?”
애들이 아픈데 공문서 위조라니?
질병과 공문서 위조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항이 아닌가?
“전혀 관련이 없는 건 아니지.”
“어째서?”
“너, 초등학교에 들어가려면 필수 예방접종 확인서를 내야 하는 거 모르지?”
“어? 그런 게 있었어?”
“그런 게 있어. 아직 미혼이라 모르겠지만.”
노형진은 안다. 겪어 봤으니까.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학교에 필수 예방접종 확인서를 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학교에 그걸 내지 않으면 그걸 맞고 오라고 한다.
한데 약아키라는 작자들은 예방접종을 하면 큰일 나는 줄 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아하!”
그러면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위조.
그다지 복잡한 서식도 아니니 위조해서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걸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아니니까, 서식만 맞으면 학교에서는 의심하지 않는다.
“미친. 이제는 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거야?”
“자기 자식에게도 그딴 식인데 법 따위가 안중에 들어오겠어?”
무식한 사람이 잘못된 신념을 가지면 답이 없다고 했다.
자기 자식들조차도 전혀 검증되지 않은 방식으로 실험체처럼 키우는 인간들이 제대로 된 생각을 할 리 없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일부이기는 하겠지. 하지만 원래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천을 흐린다고 했어.”
그 사람이 접종을 안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로 인해서 집단 방역 시스템에 구멍이 난다는 뜻이며, 그로 인해서 수십 명이 감염될 수도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러한 집단 방역의 구멍으로 인해서 사망자가 발생했다.
소위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집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냈는데, 그 아이 때문에 감염된 아이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
웃긴 게, 정작 병을 옮긴 아이는 살아남았다.
“자기들 아이는 살았다고 안심할 건 아니지.”
결국 피해자의 할아버지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 집으로 가서 총으로 일가족을 사살하고 자신도 자살했다.
“하긴…….”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아이가 질병에 걸렸는데 약 안 쓰고 키운다고 부모가 그냥 학교에 보낸 것.
그로 인해서 담임이 감염되었는데 하필 그 담임이 임신 중이라 아이가 질병으로 인해 사산된 사건도 있었고,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경우도 있었다.
그들은 자기 아이들을 편한 대로 키우는 것뿐이라고 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주변에서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 작자들은 결국 자식도 남이지.”
하지만 그런 작자들은 자신에게 피해가 오기 시작하면 결국 돌변하게 된다는 것은 노형진은 알고 있었다.
* * *
“하수진 씨? 경찰입니다.”
“네, 무슨 일이시죠?”
일을 하고 있던 하수진은 자신을 찾아온 경찰을 고개를 들어서 살펴봤다.
자신에게 경찰이 찾아올 만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아드님이 초등학교 2학년 맞으시지요?”
“그런데요?”
“아드님을 입학시킬 때 제출한 필수 예방접종 서류, 어디서 만드셨습니까?”
“네?”
“병원에 확인해 봤는데, 그런 걸 발급한 기록이 없다는데요? 심지어 병원에서는 접종 기록도 없다고 하더군요.”
아차 하는 얼굴이 된 하수진은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경찰이 왔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에게 소문이 나서 다들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행해 주셔야겠습니다.”
“나, 난…….”
“부탁 아닙니다. 여기, 체포 영장.”
체포 영장을 들이밀자 하수진은 더 이상 도망갈 구멍이 없다는 사실에 세상이 노래지는 기분이었다.
“어이가 없네요. 사건 수사하면서 이런 걸 위조하는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경찰은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을 스윽 둘러봤다. 그의 목소리가 저절로 더 커졌다.
“더군다나 당신은 선생님이잖아요?”
“그, 그게…….”
“아니, 선생이라는 작자가 아이한테 예방접종도 안 시키고 그걸 감추려고 서류까지 위조해요?”
“아니에요! 난 자연주의로 키우려고……!”
그녀는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하지만 변명은 어디까지나 변명일 뿐이었다.
“변명은 서로 가서 하시지요.”
그녀의 손에 수갑을 채운 경찰은 그녀를 끌어냈다.
“잠시만요! 수업이……!”
“수업은 다른 분이 해 주시겠지요.”
“한 번만 봐주세요!”
“그건 판사한테 하시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