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538)
건축 사기꾼 강갑만은 경찰의 말에 눈을 꿈틀거렸다.
경찰이 자신을 오라고 했을 때만 해도, 또 귀찮은 게 왔다면서 피식 웃었던 그다.
하지만 경찰은 평소와는 달랐다.
“이거 확정되면 몰수에 들어갈 겁니다.”
“무슨 소리예요? 내가 언제 사기를 쳤다는 겁니까? 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상식적으로 그걸 할 수 있는 돈이 아니잖아요!”
“그러면 애초에 계약을 하지 말았어야지요.”
경찰은 귀찮은 듯 말했다.
“그리고 엄밀하게 말하면 이건 사기가 아니라 업무상 배임이에요. 사기는 몰수 규정이 없지만 업무상 배임은 몰수 규정이 있거든요.”
“뭐요?”
“몰수 규정이 있다고요.”
사기의 경우 그 피해를 입은 사람이 민사를 내서 돈을 돌려받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정부에서 그런 돈을 되찾아서 주거나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갑만이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사기로 처벌받아 봐야 자신은 풀려나고, 돈도 결국 자신이 버티고 안 주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이 경우는 아니죠.”
몰수를 하게 되면 그가 번 수익은 모두 정부에서 찾아간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몰수해서 정부에서 되찾아 간다고 하지만, 민사는 또 따로 있으니까.
“일단 공사 기간은 원래 3개월 이내라고 되어 있는데, 처음에 사흘 일하고 그 후에 네 달이나 잠수 타셨네요?”
“그건 돈이 없어서…….”
“수천만 원의 선금을 미리 받아 내셨잖습니까?”
“그건…….”
강갑만은 말을 하다가 옆에 앉아 있는 변호사를 바라보았다.
경찰을 찾아갈 때 데리고 가면 알아서 방어해 주던 변호사는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이봐요, 뭐 해요?”
“이건 사기가 아니에요.”
“알아요. 사기가 아니지.”
경찰은 한숨을 쉬었다.
가끔 이런 사건들이 들어오는데, 현행법상 사기는 아니다.
그래서 그들은 당당하게 경찰서를 나간다.
“하지만 계약서에 도장 찍었죠?”
“네.”
“그러면 업무를 담당하기로 한 거잖아요? 그러면 업무상 배임 맞네.”
“그…….”
강갑만은 입이 쩍 벌어졌다.
업무상 배임이라는 것은 전혀 들어 본 적도 없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죄는 들어 본 적도 없어요!”
그는 거칠게 항의했다.
하지만 경찰은 피식 웃었다.
“들어 본 적이 없는 거야 중요하지 않지요.”
“뭐라고요?”
“죄는 많고, 그걸 처벌한 규정은 다 있어요. 그래서 그게 나쁜 일이라는 최소한의 규정이 있다면 적용됩니다.”
“아니 그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꼴랑 2억입니다. 그 정도 건물을 새로 싹 리모델링 하려면 3억 이상 들어야 해요! 원가만 말입니다! 그런데 꼴랑 2억이에요! 그런데 그걸 나보고 하라고요?”
경찰은 머리를 흔들었다.
이건 답이 없다.
“일단 계약서에 도장 찍었잖아요?”
“그거야…….”
찍었다.
일단 속여서 돈을 뜯어내고 잠수 타야 하니까.
“그러면 계약은 성립된 거예요. 강갑만 씨가 할 수 있다고 한 거니까.”
“그…….”
“아, 난 모르고요. 합의를 하든가 하세요.”
전화번호를 던져 주는 경찰의 행동에 강갑만은 헛웃음만 나왔다.
* * *
“젠장…… 어떻게 해야 하지. 미치겠네.”
강갑만이 받은 전화번호는 노형진의 전화번호였다.
사기가 안 된다는 소리만 믿고 지금까지 범죄를 저질러 왔다. 동기가 이렇게 해서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고 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 덕에 이렇게 골수를 빼먹으면서 못해도 3억 이상을 벌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업무상 배임이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다급한 마음에 자신에게 알려 준 동기에게 전화해 봤지만 그는 말을 듣기가 무섭게 전화를 끊고 잠수를 탔다.
“씨발 놈.”
그의 눈이 붉어졌다.
“그래, 배 째라. 어차피 이 나라는 개떡 같은 거 아냐? 이 나라에서 범죄자가 언제 제대로 처벌받은 적이 있었어?”
현행법상 업무상 배임의 처벌은 10년 이하 징역, 3천만 원 이하 벌금이다.
그러나 한국의 법원은 벌금이 걸린 범죄에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실형이 아니라 벌금으로 끝내려고 하는 성향이 강하다.
상식적으로 벌금이 실형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까짓거, 1천만 원 내고 말지, 뭐.”
어차피 끽해야 천만 원만 내면 된다.
이미 변호사에게서 확인한 사항이다, 그 정도 벌금을 내고 나면 자신은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하지만 그의 그러한 희망은 연달아 날아온 수십 장의 소환장에 무너지고 말았다.
“어?”
각기 다른 경찰서에서 날아온 출석요구서.
그리고 그 요구서에서는 하나같이 ‘업무상 배임으로 인한 조사’라고 되어 있었다.
강갑만은 그걸 보고 얼굴이 사색이 될 수밖에 없었다.
* * *
강갑만에게 핵폭탄을 던져 준 노형진은 느긋하게 두 번째 핵폭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민사였다.
“다른 사람들을 찾아서 고소 방법을 알려 주는 거야 뭐 기본적인 전략인데.”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노형진의 공격 방식은 강갑만처럼 피해자가 여럿인 경우, 피해자들에게 동시에 범죄에 대한 공격 방식을 알려 주는 식으로 재기 불능으로 만드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민사야 기본이기는 해. 그런데 받아 낼 수 있을까?”
“아니, 못 받아 낼걸.”
“그러면?”
“민사는 기본적으로 권한을 받아 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다른 처벌을 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해.”
“다른 처벌?”
“그래.”
“어떤 거?”
“어떤 걸까요?”
“헐?”
무슨 계획인지 알아차린 손채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 그 계획 쓰면 못해도 그 인간이 20년은 종 치는 거 알지?”
“20년? 내가 봐서는 30년 이상일 것 같은데.”
“아주 죽이겠다는 거구나.”
“애초에 범죄를 저지를 때는 그 정도는 각오하고 저질러야지.”
노형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전에 우리도 대한민국에 애국 좀 하고 말이지.”
“애국이라고 하면?”
“현행법 규정을 이용해 볼까 해.”
“현행법 규정?”
“그래?”
“어떤 건데?”
“몰수.”
“몰수?”
“내가 왜 굳이 업무상 배임으로 넣었겠어? 그게 해당되어서? 뭐, 그것도 맞지만, 내가 업무상 배임으로 넣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몰수 제도 때문이야.”
몰수란 범죄로 얻은 수익을 정부에서 강제로 빼앗아 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업무상 배임이나 뇌물 수수 등은 금전을 노리고 하는 것이기에 그러한 금전을 빼앗아 가는 것이 명확한 경우 상당한 억제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네가 대포 통장을 조사하라고 한 거구나.”
“그래.”
노형진은 손채림에게 이야기해서 강갑만이 가지고 있던 대포 통장을 조사하라고 했다.
당연히 그 대포 통장은 압류되었지만 돈은 이미 다 빠져나간 상황이었다.
“하지만 의미가 없었잖아.”
“의미는 없지. 하지만 몰수는 당장 있는 재산만 빼앗아 가는 게 아니거든.”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냐면…… 오, 아케치 상. 오셨군요.”
노형진이 설명하려는 찰나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껏 밝은 모습을 보이는 남자는 미소를 지으면 어눌한 한국말로 말했다.
“형진 상도 건강하시무니까?”
“그럼요. 요즘 사업 좀 잘되십니까?”
“덕분에 잘되고 있으무니다.”
노형진을 찾아온 사람은 노형진이 과거에 야쿠자와 손잡고 만든 야쿠자계 채권 회수 회사의 직원이었다.
좋게 말해서 회사인 거지, 사실 골수까지 쪽쪽 빼먹는 범죄자 집단이나 다름없다.
사기꾼에게 걸려 있는 채권을 싸게 사고, 그 대신에 그를 잡아가서 등골이 휠 때까지 부려 먹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팔 채권이 있다고 들었스무니다만?”
“채권은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채권이 아닌 다른 부탁을 하려고요.”
“부탁이라고 하면?”
“취업을 좀 부탁해도 될까요?”
“취업요? 그거야 전부터 하는 일 아니무니까?”
아케치는 고개를 갸웃했다.
벌써 백 명이 넘는 사기꾼들이 끌려가서 착취당하거나 목숨을 저당 잡혀서 방사능을 처리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아, 그게 좀 처벌이 묘해서요.”
“묘하다니요?”
“사실은 채권보다 우선시되는 게 있습니다. 그건 정부에 내야 하는 건데…….”
“으음?”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아케치는 고개를 갸웃했다.
“간단합니다. 저희가 노리는 범죄자가 하나 있습니다. 그의 몰수가 곧 이루어집니다.”
“몰수라 하믄 저희 담당이 아니무니다.”
몰수는 민사의 배상과 다르다.
정부에서 빼앗아 가는 것이고, 피해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아니다.
“압니다. 저희는 민사를 걸 수 있지요. 하지만 민사를 건다고 해서 그가 돈을 돌려줄 것도 아니고요, 또 몰수를 건다고 해서 그걸 뱉어 내는 것도 아니라서요.”
“흠.”
몰수의 한계는 명확하다.
몰수한다고 해도 정부에서는 정해진 방법만을 써서 재산을 압류해야 한다. 강갑만은 몰수 대상이 된 재산은 이미 빼돌린 상태다.
그러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다.
“일하면서 갚도록 해야지요.”
“그 직장을 구하시무니까?”
“네. 가능하면 한국 내에서 최대한 힘들고 더러운 일요.”
“흐음…….”
아케치는 턱을 문질렀다.
“그런 일이야 찾아보면 알아볼 수 있수무니다만…… 저희가 이득이 없는데…….”
“민사가 나오면 그걸 넘기겠습니다.”
“민사를 넘긴다고 하셔도…….”
노형진과 이들의 계약은 간단하다.
사기를 친 대상에게서 노형진과 피해자는 원금만 받는다. 그리고 이들은 이자를 받아 낸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상당한 ‘플러스알파’가 붙겠지만 말이다.
“이럴 때 쓰라고 하청 업체가 있는 법이지요.”
“하청 업체?”
“네, 후후후.”
노형진은 씩,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