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16)
이송학은 혼이 나간 얼굴로 앉아 있었다.
사형. 그에게 떨어진 형벌.
변호사는 한국은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실질적인 사형 폐지국이라면서 안심하라고 이야기했지만, 억울한 그의 입장에서는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일단 제가 하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변호사의 말에 이송학은 겁이 더럭 났다.
2심을 가야 한다. 그런데 변호사가 그만둔다니?
“변호사님? 그러면 저는요? 저는요? 저 죽기 싫어요! 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 엉엉엉…….”
변호사를 붙잡고 우는 이송학.
변호사는 그를 보고 입맛을 다셨다.
“제가 그만두고 싶어서 그만두는 게 아니구요, 무료 변론해 주겠다는 분이 있으세요.”
그런 경우 일단 무료 변론을 하는 사람이 나서야 한다.
자신은 국선변호인이다. 당연히 변호를 하는 비용은 정부에서 지급한다.
그러니 무료 변론을 해 주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물러나야 한다.
“지금 여기에 도착하셨다고 하니까 전 이만.”
이송학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간 변호사는 마침 다가오는 노형진을 발견하고 고개를 숙였다.
“수고하세요. 자료는 퀵으로 보내 드릴게요.”
노형진은 그를 보면서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아, 네.”
대충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멀어져 가는 변호사를 노형진은 고개를 돌려서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저거 왜 저래?”
심지어 손채림조차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무리 자신들이 대신한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물러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회사에서도 인수인계를 할 때까지 출근하는 게 보통인데 인수인계는커녕, 자료는 퀵으로 보낸다고?
“이게 패배의 이유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네.”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사건의 경우 그걸 변호하는 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상대방이 부자라면 그나마 돈이라는 이득이 있으니 국민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도 안 쓰겠지만, 이 경우는 그것도 아니다.
가해자인 이송학은 돈이 없고 사회적으로 엄청난 지탄을 받고 있다.
“대충 했구나.”
그래서 손채림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그래.”
변호사가 제대로 일했다면 이 정도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 변호사는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고, 그 자세는 2심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가 이송학의 죽음이었다.
“들어가자.”
노형진은 안으로 들어가서 이송학을 만났다. 그리고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노형진입니다. 당신의 새로운 변호사이지요.”
“저를 무료로 변론을 해 주신다고요?”
“네.”
“어…… 어째서요?”
사전에 전혀 이야기를 듣지 못했던 이송학의 얼굴에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당신의 말을 믿으니까요.”
이송학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으허허허헝.”
그리고 결국 울음이 터졌다.
아무리 아니라고, 자신이 한 게 아니라고 외쳐도, 누구도 믿지 않았다. 심지어 변호사조차도 자신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자신을 믿어 주자 서러운 감정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일단은 우세요. 괜찮습니다. 울어도 됩니다.”
노형진은 그런 그를 말리지 않았다. 그저 그가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그는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며 고개를 들었다.
“사건 전반에 대한 이야기는 간략하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를 좀 들었으면 하는데요.”
“훌쩍…… 제가 도둑질한 건 사실입니다. 전과도 있어요.”
“압니다.”
그래서 경찰과 사람들이 더 믿지 않은 것이었다.
빈집털이 전과가 2범이나 있으니까.
하지만 노형진의 입장에서는 더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빈집털이범이 사람을 죽이는 경우는 드물지.’
빈집털이범이 빈집을 터는 이유는 일단 빈집이 편한 것도 있지만, 사람과 부딪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물론 빈집이라고 들어갔던 곳에서 사람과 부딪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는, 빈집털이범은 보통 도망을 간다.
어쩌다 보니 퇴로가 막혀서 싸울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사고로 사람을 죽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빈집털이범이 돌변해서 강간하고 살인한다? 심리적으로 말이 안 되지.’
범죄자라고 해서 다 같은 범죄자가 아니다.
빈집털이범과 강간범은 둘 다 범죄자이지만 목적도, 성향도 전혀 다르다.
빈집털이범은 여자가 완전히 벗고 있어도 도망가는 타입이지 강간을 하는 타입은 아니다.
설사 강간을 한다고 해도, 다섯 살짜리 여아를 강간하고 살해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그건 범죄자의 문제가 아니라 아동 성폭력 경험이 있는 정신이상자의 영역이다.
“그곳이 빈집인 줄은 어떻게 알았습니까?”
“오랫동안 광고 전단지가 쌓여서요.”
그건 흔하게 인식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전단지가 쌓이면 도둑들은 빈집이라고 예상한다.
“그래서 창문으로 들어갔지요.”
3층에 위치한 집이기는 하지만 빈집털이 경험이 있는 그가 가스 배관을 타고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곳에 들어갔을 때, 처음에는 이상한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어떤 느낌이었습니까?”
“그냥 썰렁했죠. 빈집이니까.”
“그래요?”
“네.”
그는 일단 주변을 살피면서 돈이 될 만한 것을 챙겼다.
사실 거실로 들어가서 주변을 털어 본다고 해도, 거실에 귀중품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당연히 빈집털이들은 일단 안방을 노린다. 귀금속이나 유가증권, 현금 등은 안방에 두는 것이 보통이니까.
“그래서 안으로 들어갔는데…….”
말을 하다가 멈춘 이송학은 부르르 떨었다.
당장 그곳에서 본 모습이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여자와…… 아이가…….”
말을 하면서도 이송학은 부들부들 떨었다.
“그 부분은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시신은 건드리셨나요?”
“아…… 아닙니다.”
이송학이 굳이 말해 주지 않아도 알고는 있다. 기록에 사진이 찍혀 있었으니까.
여자와 아이가 옷이 벗겨진 채로 죽어 있었다. 둘 다 목이 졸린 채로 말이다.
“그런데 왜 신고하지 않았죠?”
차라리 그때 도둑질을 멈췄다면, 그리고 신고를 했다면 일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으리라.
“제가 전과가 있으니까요. 벌써 2범인데…….”
“가중처벌 되겠군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범죄자들이 무서워하는 법률이다. 일단 적용되면 무조건 2년 이상의 징역이 나오기 때문이다.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이니 무서워할 수밖에.
‘절도에 관한 가중처벌은 나중에 없어지지만.’
사소한 잡범이나 생계형 범죄자들까지 모조리 가중처벌 대상이 되는 바람에 나중에 없어지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절도에 대한 가중처벌이 존재한다.
그러니 이송학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러면 차라리 그냥 나오지 그랬어요.”
노형진은 한숨을 쉬었다.
“돈이 급했습니다.”
이송학은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그는 손을 씻으려고 했다. 하지만 돈이 없었다.
“아버지가 입원하셨어요.”
벌어 둔 돈도 없고, 출소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당연히 직장을 구할 수도, 대출을 받을 수도 없었다.
그 상황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안 좋은 상황이군요.”
차라리 당장 도망갔다면 모를까, 그는 도망가지 않았다.
아니, 도망가지 못했다.
상당히 부유해 보이는 집. 그 집을 뒤져서 돈을 찾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게 실수였지.’
몇몇 보석이 나왔고 그걸 판매하려다가 추적 중인 경찰에게 잡혔다.
장물아비가 아무리 그런 걸 처리해 주는 사람이라고 해도, 살인이 연루된 물건까지 처리해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잡혀 들어간 거고요.”
“네.”
물론 억울하다고 주장했지만, 믿어 주는 사람은 없었다.
사건이 언론에 나가고, 이미 그가 범인으로 확정된 상태이니까.
“전 진짜 억울해요, 변호사님. 흑흑흑…….”
“후우…….”
노형진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처벌이 무섭기로서니 거기서 그렇게 도망을 가다니.
“차라리 신고했으면 정상참작은 되었을 텐데요.”
“저…… 저는 법을 잘 모르니까…….”
“법을 잘 몰라도, 시체가 있는데 거기에서 도둑질을 한다는 생각은 도대체 어떻게 한 겁니까?”
“흑흑흑…….”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전반적으로 그동안의 사회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범죄자들은 일반인보다 지능지수가 떨어진다.
물론 사기꾼같이 지능지수가 높은 범죄자도 있지만, 이런 단순 절도범들은 확실히 그런 부분이 좀 있었다.
“그것 말고는요?”
“제가 아는 건 다 말씀드린 겁니다.”
최대한 말한다고 말한 이송학은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봐도 터무니없는 말이기는 했을 테니.
노형진은 일단은 그런 그의 어깨를 두들기면서 진정시켰다.
“알겠습니다. 저희가 수사 자료를 넘겨받으면 다시 조사해 보겠습니다.”
지금으로써는 그 조사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최우선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