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609)
“그래서 장팔두라는 경찰이 죽은 이유를 알고 싶다고?”
“사고가 아니야. 내가 건달 생활하면서 그 녀석처럼 철두철미하고 끈질긴 놈을 본 적이 없어.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낚시터에서 실족사한다고? 말도 안 되는 개소리지.”
노형진은 턱을 문질렀다.
만일 그렇게 낚시터에서 실족사한 거라면 순직 인정도 못 받았다는 소리다.
“그 가족들이 여러모로 힘들겠네.”
“어째서?”
“경찰은 위험도 때문에 생명보험도 안 들어 주거든. 의무보험이 아니라서 보험회사에서 거절해.”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닌 실족으로 인한 사망이라면?
“당연히 국가에서 순직에 관련된 배상금도 안 나오지.”
“아…….”
“아마도 사망자의 가족들은 상황이 좋지 않을 거야.”
“그래?”
“더군다나 상황이 의심스럽다 이거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장팔두가 실족사라고? 그럴 리가 없어. 그 녀석이 어떤 녀석인데.”
“넌 그 장 형사님이라는 분이 살해당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살해당한 거 맞아.”
“어떻게 알아?”
“직감이야.”
“직감이라…….”
물론 직감만으로 움직이기에는 상당히 애매하기는 하다.
이미 경찰과 검찰에서 실족으로 처리된 상황이니까.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오광훈의 직감은 생각보다 뛰어나다는 걸 노형진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사람에 대한 수사를 하고 싶어?”
“하고 싶지.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끝난 사건이잖아.”
“그건 그렇지.”
공식적으로 끝난 사건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오광훈이 수사하려고 한다면 못 할 것도 없다.
‘다만 문제가 되는 건, 그러면 오광훈이 위험해진다는 건데.’
검사동일체의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문제가 된다.
‘아니, 그것만 해도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지.’
진짜 문제가 되는 게 뭐냐면, 만일 오광훈의 말대로 이 일에 감춰진 게 있을 경우 상황은 절대로 가볍지 않는다는 거다.
“너 경찰이 죽으면 그 파급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
“응? 모르는데.”
“모르지. 아마 모를 거야. 경찰이나 검찰 그리고 법원은 한국의 사법 시스템을 이루는 근간이야. 당연히 그 세 존재를 건드리는 건 한국 사법에 대한 도전이고.”
“그래서?”
“네가 예상하는 게 맞다고 하면 이건 사법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소리거든.”
즉, 검찰과 경찰이 협력해서 이 사건을 덮었다는 소리가 된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아? 윗사람이 여럿 날아간다는 소리야.”
“으음…….”
“그리고 내가 봐서는, 검찰보다는 경찰 쪽이 위험해질 거야.”
“어째서? 방금은 검찰이라더니?”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검찰에게 있어서 경찰은 도구야. 죽어도 상관없는 거지.”
기본적으로 사건을 수사하는 것은 경찰이다.
만일 검사가 사건에 의구심을 느끼고 파고들기 시작한다면 모를까, 보통은 기본적으로 경찰의 수사 기록을 기반으로 판단하기 마련이다.
“경찰 한 명의 실족사 같은 건 검사 입장에서는 그다지 큰 관심 사항이 아니지.”
그 말을 듣고 있던 오광훈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런 모든 상황을 충족시키는 경우는 단 한 가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마, 경찰이 장팔두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거야?”
“최소한 그 사건을 은닉했다고는 볼 수 있지.”
“으음…….”
“너도 이제 슬슬 알잖아? 부러지지 않고 꼿꼿한 수사관은 경찰이나 검찰에게도 골칫덩어리야.”
그리고 그중 일부가 큰 건을 건드려서 알게 모르게 사고사로 처리된 걸로 의심받는 사건이 한두 건이 아니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야. 실족사라고 나왔는데 네가 한 말이 맞는다면 실족사일 수는 없거든. 애초에 파도가 심한 바다도 아니고 낚시터에서 실족사를 한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는 전문 구조 자격증이 있다.
그걸 따기 위해서는 기본 이상의 수영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아무리 낚시터가 깊다지만 거기에 빠져 죽는다?
“여러모로 말이 안 되기는 하지.”
경찰에 대한 살인은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미국에서도 벌어지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벌어진다.
수사관이 정의로운 사람일수록 그는 점점 자기 목숨을 태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더군다나 3년 전에 자발적으로 그만뒀다?”
오광훈의 말에 따르면 그럴 인간이 아니라고 했으니 협박 같은 걸 받았을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그러면 딱 각이 나오는 거지.”
“각?”
“경찰을 통제하는 방법은 두 가지야. 돈 아니면 협박. 그런데 네 말에 따르면 돈으로 안 되는 타입이라면서? 그럼 무슨 방법을 쓰겠어?”
“협박이겠네.”
협박을 통해 경찰들을 통제하려고 하는 수법은 오래되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먹히는 경우는 드물다.
중앙집권적 체계가 안 잡혀 있다면 모를까, 어설프게 경찰을 건드리면 도리어 경찰 집단이 그를 죽이기 위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런 경찰을 협박으로 움직였다는 건 한 가지뿐이지.”
상당한 힘을 가진, 그것도 경찰 내부의 힘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협박했다는 거다.
그 말을 들은 오광훈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네놈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는 조폭 시절에 경찰을 협박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효과가 없었다.
“경찰에게 있어 협박이라는 건 애매한 거거든.”
협박은 일종의 경고다.
게다가 그 시점에서 협박당한 경찰이 피해를 입으면 수사 대상이 협박한 사람이 되는데, 사법 시스템에 피해를 준 사람을 살려 둘 만큼 한국 사법 시스템은 만만하지 않다.
실제로 많은 조폭들이 경찰에게 협박은커녕 고개를 숙이는 이유도 그거다.
경찰과 싸우는 건 경찰 한 명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법 조직 전부와 싸운다는 걸 의미하니까.
“하긴, 그건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지.”
“그래. 그러면 여기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지. 그는 3년 전에 갑자기 강력계를 떠났어. 그게 무슨 의미일까?”
“이번 사건의 시작은 3년 전이라는 소리군.”
“딩동. 정답.”
장팔두의 후임이 말했던 것처럼 그는 3년 전에 이미 강력계를 떠났다.
그리고 사이버 수사 팀에는 딱히 이렇게 살인을 불사할 정도의 사건은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벌써 3년 전 사건이잖아.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죽인 거야? 말이 안 되잖아. 그리고 장팔두가 어떤 인간인데! 배때기에 칼이 들어와도 웃으면서 자기 팔목이랑 같이 수갑 채우던 인간이야, 그 인간이.”
“개인은 독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내와 자식 그리고 부모님이 엮이면?”
“음?”
오광훈은 눈을 살짝 찡그렸다.
확실히 그런다면 아무리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결국 수그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상대방이 실제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경찰의 가족의 주소 같은 건 비밀인데?”
“그래, 범죄자들에게 비밀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못 찾아? 막말로 흥신소 한 명만 고용해도 찾는 건 일도 아니잖아.”
이런저런 일 다 필요 없이, 그냥 퇴근하는 경찰에게 따라붙기만 해도 그 주소를 알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범인이 경찰 내부에 있다면 그 정도 개인 정보에 접근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지.”
“그러면 3년 전에?”
“아마도.”
가족에 대한 협박이 들어왔고, 그게 단순히 뻥이 아니라 실제라는 걸 장팔두가 알았을 것이다.
그러니 협박에 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범죄자들은 무척이나 영악하거든.”
단순히 사건을 종결 처리하는 것만이 끝이 아니다.
아예 그쪽에 접근하지 못하기를 원한다.
그렇다고 해서 경찰을 죽일 수는 없다.
“그러면 보통 많이 쓰는 방법이 다른 부서로 가게 하는 거지. 자신들과 관련이 없는 부서로.”
“아하!”
일종의 약속의 증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아마도…….”
노형진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봐 왔다. 장팔두 같은 사람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장팔두가 몰래 수사를 계속했을 거야.”
“몰래?”
“그래. 범죄자들이 판검사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면서 반성하는 척하듯이, 진짜 정의로운 사람은 당장은 고개를 숙이는 척할지 몰라도 결코 범죄자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아.”
다른 부서로 감으로써 시간을 끌고 가족의 안전을 확보한 후에 조심스럽게 원래 사건을 파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걸린 거지.”
장팔두 형사가 여전히 조사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면 당연히 그쪽에서 어떤 방식이든 쓰려고 했을 것이다.
“협박했다면서? 그러면 가족들에게 해를 끼치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장팔두가 가진 정보가 많으면 그것도 못 해.”
“아예 눈이 돌아가 버릴 테니까?”
“정답.”
장팔두가 가진 정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살인까지 불사할 정도라면 가진 정보가 무척이나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니 차라리 안전하게 장팔두를 죽이는 걸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아.”
“하지만 술 마시고 죽었는데. 그게 가능해?”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너 만일 누가 자연이 사진을 흔들면서 술 마시지 않으면 죽여 버린다고 하면 어떻게 할래?”
“아니, 거기서 자연이가 왜 나와?”
불만족스러운 표정이 되는 오광훈.
“상황상 말이야.”
“으음, 하긴 오래 생각할 이유도 없네.”
자신이 몰래 추적해 왔고 그게 걸렸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잡혔고 살아갈 가능성은 없다.
그들이 가족의 사진을 흔들며 증거를 넘기고 술 마시라고 협박한다.
만일 거절하면 가족을 죽이겠다면서.
“어차피 살 수 없는 상황이야. 그러면 가족이라도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는 게 인간이지.”
신념과 정의를 위해 가족을 희생시킬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론 불이익 정도야 감수할 수 있겠지만, 단순 불이익이 아니라 진짜로 가족을 죽이겠다는 협박 앞에서는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물속으로 풍덩.”
저항도 못 하고 그냥 물속에 빠져 죽었을 테고 경찰은 적당히 실족사로 처리한 것이다.
“그게 가능한가?”
“가능하지.”
노형진의 말에 오광훈은 참담한 표정이 되었다.
자신을 잡아넣겠다고 기세 좋게 떠들던 장팔두다. 그가 그렇게 허망하게 갔다는 게 왠지 서글펐다.
“꼴에 적이었다 이건가?”
“뭐?”
“아니야. 그런 게 있어. 그러면 그 녀석이 조사하던 사건을 파면 될까?”
“안 될걸.”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건 경찰 내부에서 벌어진 사건일 가능성이 높아. 그러면 장팔두가 경찰 몰래 수사했다는 거거든.”
“강력계에 있을 때의 사건을 파면 안 되나?”
“사건 기록을 없애는 건 일도 아니다.”
하물며 종결된 사건도 아니고 흐지부지 끝났을 게 뻔한 사건 기록을 몰래 삭제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애초에 그걸 다른 사람들이 알았다면 아마 장팔두 형사가 죽지도 않았을 테고.”
노형진은 오광훈에게 말하면서 심호흡했다.
“일단 이 사건은 경찰 내부와 심각하게 엮였을 가능성이 높아. 어쩌면 검찰도 엮였을 수도 있지.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지?”
오광훈이 피식 웃었다.
“그래서, 네가 나 굶길 거야?”
“망할 새끼.”
하지만 노형진은 거기까지만 말했다.
어찌 되었건 누군가 목숨을 걸고 조사했던 사건이다. 오광훈이 그걸 조사하고자 한다면 굳이 말릴 생각은 없었다.
“좋아, 이번에는 도와주지. 하지만 쉽지 않을 거다.”
“땡큐 베리 마치.”
“뭐냐, 그 콩글리시는? 그냥 한국어 해.”
“고맙다.”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건 가장 가까운 적이라고 했던가?
오광훈은 왠지 장팔두를 이해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못다 한 책임을 이뤄 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