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610)
“역시나, 없네.”
장팔두가 3년 전에 담당했던 사건 중에서 의심스러운 사건은 없었다.
그가 인수인계하면서 모든 사건을 넘겨줬는데 그중 미결 사건은 단 하나뿐이었다.
“이 사건 아니야? 그래도 살인이잖아.”
“정확하게는 퍽치기지.”
퍽치기를 해서 돈을 빼앗으려다 삐끗해서 피해자가 죽어 살인이 된 사건이다.
“미결이니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사건의 방식을 보면 그건 아니야.”
“어째서?”
“이건 장팔두 이후에도 검사가 추가 조사를 명령해서 3개월간 따로 조사한 사건이야. 진짜 덮으려고 했다면 검찰이 3개월간이나 물고 늘어지게 하지도 않았겠지.”
“아하!”
이 정도 일을 저지를 놈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다른 경찰이 그걸 수사하는 걸 가만 두고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추가 조사를 검사가 명령했다고 하지만 경찰이 초동 수사를 하는 만큼 적당히 은폐해서 넘기면 검사는 깊이 파지 않는다.
“인간은 구설수를 피하려고 하기 마련이거든.”
만일 다른 경찰에게 넘어갔다가 수사가 진행되면 또다시 협박하고 개지랄을 떨어야 하는데, 그걸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사건이 넘어갔단 말이지.”
더군다나 그 경찰이 대충 수사한 것도 아니다.
온 동네 CCTV를 뒤지고 증언을 청취하고 과학수사도 하고, 그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미결.
“사건 기록을 보면 대충 알잖아.”
이 사람이 열심히 수사했는지 아니면 시간만 때웠는지, 사건 기록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아무리 봐도 그 경찰이 쉽게 놔준 건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 기록을 봐 봐. 가장 의심스러운 용의자도 확보해 놨어. 사실 이건 미결이기는 하지만 미결은 아닌 거지.”
용의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결로 끝난 이유.
그건 그 용의자가 외국인, 정확하게는 중국인이었기 때문이다.
사건을 조사하고 특정할 때쯤에는 그 중국인은 이미 한국을 떠나서 중국으로 돌아간 상태였고, 그 이후에 단 한 번도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다.
“멀쩡하게 한국에서 일하던 사람이 출국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럼 답은 나와 있는 거지.”
환율의 특성상 웬만하면 한국에서 계속 일하려고 하는 게 중국인이다.
현행법상 일정 주기마다 자국에 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나가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용의자는 그 당시에 시기가 안 되었음에도 중국으로 나갔고, 그 이후로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즉, 그가 범인이 맞다는 거지.”
“그러면 이 안에 사건이 없다는 거야?”
“맞아. 없을 거야.”
아마도 관련 자료는 모조리 폐기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에도 기록이 없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데.”
“네가 아는 장팔두 수사관은 꼼꼼하고 주의력이 깊은 편이라고 했지?”
“그렇지.”
“그러면 위험한 사건이라 컴퓨터에 기록을 남기지 않은 거 아닐까?”
“위험한 사건?”
“그래. 충분히 그럴 수 있어.”
기본적으로 컴퓨터라는 존재는 자신이 볼 수도 있지만 자동으로 메인 서버에 자료가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타인도 볼 수 있다.
“장팔두는 주의해서 조사하고 있었어. 하지만 용의자는 경찰 내부에도 손쓸 수 있는 사람이야. 그렇다면 용의자가 볼 수 있다는 걸 감안하고 장팔두가 글을 쓰지 않았을 수도 있지.”
“으음.”
오광훈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또한 그럴 가능성이 높으니까.
“사건을 수사하면서 윗선에 걸리지 않기 위해 자기만 아는 암호로 오프라인 방식을 쓰는 건 별로 특이한 일이 아니야.”
“그러면 이건 나가리인 것 같은데?”
아마도 그 관련 자료는 낚시터에서 범인들에게 빼앗겼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상황에서 오광훈이 아무리 들쑤신다고 해도 관련 자료가 나올 리가 없다.
“알아. 안다고.”
알면서도 여기까지 직접 온 노형진의 행동에 오광훈은 눈을 찌푸렸다.
“그런데 왜 뻘짓 한 거야?”
“뻘짓 한 게 아니야. 그들에게 압박을 주기 위해 움직인 거지.”
“압박?”
“그래. 현실적으로 그들은 살인까지 불사했어. 그게 무슨 의미겠어? 누군가가 다시 자신들을 추적하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예민하게 반응할 거라는 거야.”
“아하!”
현재 자신들에게는 어떠한 자료도 없다.
사실 오광훈이 사건을 파고든다고 해서 자료를 찾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일반적으로는 제로에 가깝겠지.”
그들이 살인까지 불사할 정도의 사건을 대충 무마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더군다나 장팔두 형사가 오프라인 형태로 보관했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다가갈 수는 없으니 반대로 그들이 우리에게 다가오게 할 수밖에 없지.”
노형진은 오광훈을 데리고 경찰서에서 나오면서 조용히 말했다.
“아마 우리가 사건을 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극도로 경계하기 시작할 거야.”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야. 어떻게든 우리와 접촉하려고 하겠지.”
노형진은 그때를 노려서 그들을 일망타진할 생각이었다.
“일단 두 번째는 장팔두 형사의 가족들을 지키는 거야.”
“어째서?”
“뻔하지. 만약 복사본이 있었다면 누구한테 있겠어?”
당연히 가족이다. 누구도 믿지 못할 상황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진짜 복사본이 있을까?”
“당연히 없지.”
가족을 위해 죽었던 장팔두 형사다.
가족에게 그런 걸 맡겨서 위험하게 할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장팔두 형사의 뒤를 따라간다는 거지.”
그리고 그들의 신경은 온통 곤두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리자고, 후후후.”
* * *
노형진과 오광훈은 그들이 죽인 장팔두와는 사정이 다르다.
장팔두는 아군이 없었지만 노형진과 오광훈은 아니다.
오광훈은 검사동일체의원칙의 보호를 받는다.
그가 아무리 막장이라고 하지만 그를 건드리는 순간 대한민국 검찰과 법원에서는 범인을 잡기 위해 뭐든 각오한다.
그리고 노형진은?
그를 죽이기 위해서는 전 세계와 싸우는 수준의 각오를 해야 한다.
물론 전 세계가 다 싸우는 건 아니겠지만, 그에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두 사람이 현재 장팔두 형사의 뒤를 차근차근 따라가고 있었다.
“우리 애아빠가 순직한 거라고요?”
“그렇게 의심하고 있습니다.”
노형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가족의 죽음으로 힘든 사람들에게 뭔가를 알려 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까딱 잘못하면 상처를 후벼 파는 꼴이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건 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들이 누군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잡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사모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 도움요?”
“네.”
노형진은 사정을 설명했고, 이야기를 모두 들은 장팔두의 아내는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마도 관련 자료는 그들이 폐기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사모님께 사본이 있을 가능성도 높지요.”
“하지만 남편은 그런 걸 준 적이 없어요.”
“저도 그렇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범인들도 그렇게 믿어 줄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현실적으로 그들은 살인까지 불사하며 비밀을 은폐하고 있다.
“한 번은 어렵지만 두 번은 쉽지요.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들이 누군가를 노린다면 그건 아내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팔두의 두 아들은 이제 중학교 3학년, 1학년이다.
그런 위험한 사건을 감당하거나 보관할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장팔두 씨의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지요. 그러면 장팔두 형사님이 믿을 만한 사람은 누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아내뿐이다.
“그러니 그들이 누군지는 몰라도 사모님을 감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를요?”
“네.”
“하지만 전…… 아는 게 없는데…….”
그녀는 놀라서 주먹을 꼭 쥐었다.
자신을 감시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랬다면 억울한 마음에라도 그걸 공개하셨겠지요.”
당장 그녀에게 남은 건 대출이 잔뜩 남아 있는 아파트 한 채와 약간의 현금뿐이다.
경찰이라는 위험직의 특성 때문에 생명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했고, 순직이 아닌 것으로 처리되었기 때문에 국가에서 나오는 보상금 역시 없었다.
물론 생명보험은 보험료를 더 내면 가입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두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그러시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사본이 없다는 걸 의미하지요.”
“그건…….”
“중요한 건 그건 그들에게 상관없다는 겁니다.”
위험의 싹을 방치하기보다는 차라리 안전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노형진은 그들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안전한 곳으로 당분간 피해 계셨으면 합니다.”
“안전한 곳요?”
“네. 러시아에 자리를 마련해 놨습니다.”
러시아. 한국에서 아무리 잘나가는 녀석이라고 할지라도 러시아에까지 힘을 투사하는 건 쉽지 않다.
친일파나 친중파는 많아서 그쪽 범죄 조직과 선이 닿을지도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친러파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러시아에는 실력 좋은 경호원들이 많지요.”
구소련이 해체된 후 많은 사람들이 강제로 제대했다. 그중에는 특수부대 출신도 제법 많았다.
그들은 불안정한 러시아에서 경호 업체를 차렸는데, 그들에게 훈련받은 경호원들의 실력은 어지간한 대통령 경호실 요원보다 부족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러시아는 경호할 때 총기를 사용할 수 있거든요.”
그에 반해, 만약 한국에서 추적자나 암살자를 보낸다면 그는 현지에서 총기를 구입해야 한다.
그런데 만일 외국인이 러시아에서 총기를 구입해서 누군가를 살해한다면 그는 귀국은커녕 러시아에서 온갖 고문을 당할 건 자명한 일.
“어떻게 보면 러시아가 동남아보다는 안전합니다.”
“하지만 돈이…….”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이미 모든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학업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해서 귀국시켜 드리겠습니다. 부족한 학업은 러시아에서 개인 교사를 붙여 드리도록 하지요.”
“…….”
“그리고 미리 준비한 곳은 5급 호텔입니다. 약간의 돈도 함께 준비해 놨으니 그곳에서 마음을 추스르면서 쇼핑이라도 하시지요.”
“왜 이렇게까지 해 주시는 거지요?”
노형진은 슬쩍 모른 척하고 있는 오광훈을 바라보았다.
“오 검사가 남편분의 절친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진범을 잡고 싶다고 하더군요.”
“아…….”
멍하니 있던 아내는 일어나서 오광훈에게 갑자기 고개를 숙여서 인사했다.
“아, 아니…… 이러실 필요는…….”
오광훈은 그 인사를 받으면서도 기분이 묘했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그는 장팔두의 원수가 아닌가?
그런데 갑자기 인사라니.
“고, 고맙습니다. 누구도 제 말을 들어 주지 않았어요. 친구분들이 도와주려고 했지만 위에서는 실족사라며…… 흑흑.”
오광훈이 아는 걸 아내가 모를 리가 없다.
당연히 그녀는 말도 안 된다며 따졌지만, 경찰에서는 누가 봐도 실족사라면서 더 이상 수사하지 않았다.
“압니다. 저도 장팔두를 잘 알고 있기에 이게 사고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수사하는 거구요.”
오광훈은 그렇게 말하며 장팔두의 아내를 만류하려 했지만, 끝내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어…… 그러니까. 에…….”
오광훈은 당황스러워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원수의 가족에게 감사 인사를 받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남편이 고작 낚시터에 빠져서 죽을 리가 없어요. 그렇지요?”
“네, 맞습니다.”
“흑흑흑.”
누군가 알아주었다는 사실에 서러움이 복받친 것인지 그녀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한참을 눈물을 흘렸다.
오광훈은 어정쩡하게 서서 노형진을 바라보면서 격하게 눈짓을 했다.
그는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는 영 익숙하지 못했으니까.
“진정하시고 바로 움직이셔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더 이상 손쓰기 전에요.”
“네, 애들이 오는 대로 바로 움직일게요.”
“그 전에 알려 주실 게 있습니다.”
“네?”
장팔두의 아내는 흠칫했다.
지금까지 누군가가 자신을 속인다고 이야기했는데 갑자기 자신에게 뭔가를 요구하니 갑자기 의심이 싹튼 것이다.
그걸 읽은 노형진은 다급하게 손을 흔들었다.
“무리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상대방이 의심할 만한 뭔가를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상대방이 의심할 만한 거요?”
“네. 관련 자료가 없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상대방은 모르지요.”
현실적으로 노형진이 노리는 건 그거다.
그들이 이쪽을 경계하고 뭐든 알아내기 위해 접근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뭔가 얻은 것처럼 해야 합니다.”
“하지만 드릴 만한 게…….”
“뭔가를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뭔가를 감춰 두셨을 법한 공간을 알려 주시면 됩니다.”
“제가 뭔가 감춰 둘 만한 공간요?”
“네.”
어차피 여기서 뭔가 받아 간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설사 그런다 해도 그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건 가능하지요. 가령 어디 사람들이 없는 공간에 뭔가를 감춰 둔다든가 하는 방식으로요.”
즉, 외부에 장팔두와 아내만 알 만한 공간, 그 공간을 알려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데…….”
“상관없습니다.”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중요한 건 뭔가를 찾는 듯한 우리의 행위를 그들에게 노출하는 것이니까요.”
노형진의 말에 아내는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전에 살던 집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을 거예요.”
“네?”
“그러니까 이 아파트를 사기 전에 살던 집이 있거든요.”
경찰의 월급은 박봉이다.
당연히 그 돈으로 아파트를 사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허름한 집에서 살았는데, 때마침 그 지역이 재개발되면서 그간 모은 돈과 배상받은 돈을 합쳐서 대출까지 끼고 이 집을 산 것이다.
“저희는 일찍 나왔지만 아직 나오지 않은 사람들도 많거든요. 그래서 재개발이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아직 남아 있는 오래된 집.
이미 비어 버린 집에 도둑이 들어갈 일은 없다.
설사 들어간다고 해도 고물상 정도일 테니, 만일 작심하고 감춘다면 뭐든 감출 수 있는 주택이다.
“그거 참.”
오광훈은 씩 하고 미소를 지었다.
“마음에 드네요, 후후후.”
범인은 생각이 많은 법
“그놈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지금쯤 네가 이 사건을 파고 있다는 걸 알 거야.”
“그걸 어떻게 알아?”
“당연한 거 아냐?”
오광훈이 말도 안 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꾸하자 노형진은 간단하게 말했다.
“장팔두 수사관은 몰래 수사를 재개했을 거야. 가족의 목숨이 달려 있는데 그걸 대놓고 했겠어? 그런데 걸려서 죽음을 맞이했어. 그러면 그게 무슨 소리겠어?”
“어…… 주변의 누군가가 감시했다?”
“정답.”
수년간 경찰로 생활한 장팔두다. 그런 그가 의심도 하지 않고 모든 걸 동료들에게 말했을까? 그럴 리가 없다.
웃긴 일이지만 경찰이기에 경찰이 부패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게 장팔두일 수밖에 없다.
“즉, 그가 몰래 수사를 시작했다는 것까지 알아챌 정도의 최측근이라는 거지.”
“그러면 내가 수사에 들어가면 알 수밖에 없겠구나.”
“맞아.”
노형진은 역으로 가능성을 제하기 시작했다.
아예 처음부터 추적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감시할 수 없는 사람을 배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다른 부서는 아니야. 다른 부서에서 강력계에 있는 장팔두 수사관을 조사할 수는 없지. 일단 접점도 없고.”
“으음…….”
“더군다나 아무래도 강력계의 특성상 외근이 잦을 수밖에 없어. 그렇게 외근이 잦은 상황에서 다른 부서가 따라다니면서 감시하는 건 불가능하지.”
“하긴 이 새끼들, 독종은 독종이더라고.”
한겨울에 일주일씩 차 안에 박혀서 범인이 올 때까지 죽어라 기다리는 경우도 있는 게 바로 강력계다.
그런 사람들을 일반적인 부서 사람들이 감시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면 결국 가장 가까운 파트너?”
오광훈은 그의 파트너를 생각하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끼리끼리 뭉친다고, 장팔두의 파트너도 상당한 꼴통이다.
“물론 그 새끼도 미친놈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경찰 쪽 미친놈이야. 누군가에게 사주받아서 정보를 빼 주거나 살인을 불사하지는 않을걸.”
더군다나 그는 장팔두가 사이버 쪽으로 옮기고 난 후에도 여전히 강력계에 있다.
“그러니 그가 수사하는 것에 대해 알거나 할 수도 없고 추적할 수도 없을 텐데?”
“그래.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정보가 있지.”
“어떤 거?”
“그 파트너도 사건의 기록을 보지 못했다는 것.”
이미 장팔두의 모든 사건 기록을 확인했고 그 안에 자료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
“그거랑 이번 건이랑 무슨 관계야?”
“네가 아는 장팔두와 꼴통 파트너 사이는 어때?”
“둘 다 미친 새끼라니까.”
“음…… 질문을 바꾸자. 배신할 사이야?”
“전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팔두는 사건을 공개수사로 돌리지 않았어. 그게 무슨 의미인 것 같아?”
그 말에 오광훈은 잠깐 침묵을 지키면서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도 나름 머리 쓰는 데 익숙해졌고 많은 경험을 쌓아 왔다. 그 때문에 어렵지 않게 그게 의미하는 게 뭔지 알아차렸다.
“내부에 문제가 있군.”
“빙고. 정답이야.”
경찰이 자신의 파트너조차도 믿지 못하는 경우. 그건 내부의 누가 적이고 누가 아닌지 알 수 없을 때의 이야기다.
실제로 미드에서 보면 수사를 할 때 동료가 그 배신자라 제대로 대응도 못 하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잖아. 동료는 강력계에 남았다면 누가 감시해?”
“소속이 바뀌었지. 그런데도 감시가 가능했어. 그러면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
“응?”
“경찰이 출장 간다고 휙 나가면 그만이야? 아니잖아.”
“나야 모르지?”
“쩝.”
노형진은 오광훈의 말에 입맛을 다셨다. 하긴 조폭이었던 그가 경찰 내부 시스템에 대해 다 알아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경찰이 외부에 다른 업무, 가령 네가 말한 감시나 추적 같은 업무를 하러 갈 때 ‘나 나갑니다.’라고만 말하고 그냥 나갈 수는 없어.”
그랬다가는 징계를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옛날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어서 검문하러 간다고 하거나 범인을 추적하러 간다고 하면서 사우나에 틀어박히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뭐, 추적 장치라도 달고 다니나?”
“그건 인권침해고.”
“그러면?”
“지금은 보고 시스템이 있으니까 누군가에게는 보고해야 한다는 거지.”
“누군가에게 보고한다고?”
“그래.”
“하지만 그걸 보고한다고 하면…… 말이 안 되는데?”
그가 일하던 곳은 사이버 팀이었다.
딱히 외근이 많은 곳은 아니다.
“사이버 팀장이 배신자라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니야. 내 생각에는 배신자는 총무 쪽일 것 같아.”
“총무?”
“그래. 기본적으로 총무는 모든 돈을 처리해야 하지. 경찰들의 월급 외에 쓰이는 돈의 지급 등등, 자연스럽게 그 모든 게 총무 쪽으로 쏠려 갈 수밖에 없어.”
당장 경찰이 야근해도 그 비용을 지급하는 건 총무고 반대로 일찍 퇴근해도 그만큼 까는 게 총무이며 휴가에서부터 반차, 심지어 경찰들이 바깥에서 먹는 커피 하나까지 모조리 현금화해서 계산하는 게 총무다.
“자, 잠깐? 그게 가능해?”
“너 빅 데이터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구나?”
“빅 데이트?”
“빅 데이터. 바보냐? 데이트를 왜 하는데?”
“빅 데이터가 뭐야?”
“수집, 저장, 분석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정보들이야.”
“그런데 그게 왜 무서워?”
“아무런 정보도 없지만 그 안에는 모든 정보가 담겨 있거든.”
“응?”
“일종의 정보의 쓰레기통이야.”
일단 쓸데없어서 버리기는 했지만 그걸 분석하면 상대방의 패턴에 대해 알 수 있다.
만일 그 안에 다이어트용 식품이 있으면 다이어트 중이라는 걸 뜻하며 그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판단도 할 수 있다.
반대로 편의점 상품들이 많이 들어 있다면 그는 혼자 살며 편의점에서 자기 혼자만의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게 빅 데이터라고?”
“그래. 정보이지만 정보라고 생각 못 하는 것.”
그걸 분석하면 새로운 정보가 나온다.
어떤 지역에서 기저귀 인터넷 주문량이 많아진다면 거기에 신도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아…… 그렇겠네.”
아무리 장팔두라고 해도 공무원인 이상 자신의 움직임을 보고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게 의미가 없는 거라면 모를까, 한번 찍힌 이상 상대방이 그걸 뚫어져라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공무원이라는 특성상 모든 움직임은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거지.”
그리고 몰래 수사한다 해도 그 움직임이 그들의 눈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게 의미하는 건 하나뿐인데.”
노형진의 말에 오광훈은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노형진의 말이 맞는다면 직접적인 수사 부서가 아닌 총무부가 관련되어 있다는 건데.
“아마 장팔두가 조사하던 사건은 경찰 내부 문제일 거야.”
그것도 작은 사건이 아니라 내부에서 살인을 불사할 정도로 심각한 사건.
“하지만…… 그럴 만한 사건이 있을까?”
단순히 사건을 은폐할 정도일까?
그건 아니다. 그 정도로는 이렇게 동료 경찰에 대한 살인까지 불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물론 경찰에서는 부패 사건이 제법 많이 벌어진다.
하지만 동료 경찰을 협박하고, 그것도 부족해서 살인도 할 정도의 사건은 절대 많지 않다.
그리고 그런 사건들은 기본적으로 위에서 내려오는 압력에 의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즉, 걸린다고 해도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는 거다.
“그런데 살인까지 불사한다는 건 아주 높은 곳에서 내려온 압력이든가 아니면 경찰 내부에서도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사건이라는 건데.”
그게 뭔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어찌 되었건 상대방은 네가 움직이는 걸 알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네가 동선을 보여 주면 아마 꼬리가 잡히겠지.”
“그 꼬리가 바로 그 빈집이다?”
“그래.”
재개발로 인해 빈집이 되었다면, 엄밀하게 말하면 거기에는 누구도 들어가지 못한다.
빈집이라고 해서 소유권이 사라진 게 아니다.
재개발을 하는 곳으로 소유권이 넘어가는 거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기들에게 불리한 요구가 아니라면 검사의 부탁을 순순히 들어주는 편이거든.”
만일 오광훈이 그곳을 조사하게 해 달라고 하면?
어지간하면 영장과 상관없이 들어준다. 검사와 척지고 싶지 않으니까.
하물며 자기들이 불리해지는 것도 아니고, 경찰의 변사 사건에 관련된 거라면 더더욱 말이다.
“한번 전화해 봐. 분명 뭔가 움직임이 있을 거야.”
“넌?”
“경찰에서 생길 만한 일을 한번 조사 좀 해 봐야지.”
노형진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