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861)
일본의 가장 큰 약점 (1)
일본의 현 상황은 원역사와는 많이 달랐다.
아마도 노형진이 돌아오고 나서 가장 많이 바뀐 것이 바로 일본의 역사일 것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억울해서 미치고 팔짝 뛸 만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미래의 역사를 알고 있는 노형진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본에 은행을 하나 만들죠.”
“은행? 아니, 뭔 은행? 그게 그리 쉽게 되나?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일 텐데?”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은행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은행을 인수하겠다는 겁니다.”
노형진은 유민택을 만나서 일본을 흔드는 최종장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일본이 흔들리면 대동은 사상누각입니다. 그때 신동하가 치고 들어간다면 대동이 쓰러지는 건 일도 아닐 겁니다.”
“그건 좋은 생각이기는 하네만, 은행 하나 만든다고 그게 가능해지나?”
“가능합니다. 일단 일본의 현재 상황을 보면 말이지요.”
“이해가 안 가는군. 아무리 일본이 약해졌다고 해도 고작 은행 하나일세.”
은행이라는 존재는 분명 이 세계에서 아주 중요한 사업적 요소이기는 하다.
당장 공산주의 국가에도 은행은 존재한다.
화폐라는 게 생기고 존재하는 이상 은행은 어찌 보면 필수적인 존재일지도 모른다.
“압니다. 하지만 일본은 그쪽으로는 상당히 발전이 더딘 편입니다.”
“어째서?”
“일본의 은행은 극단적 자본주의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아니, 이해가 안 가는데. 은행이야 당연히 자본주의의 표상 아닌가?”
유민택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
하긴 그는 한국의 은행과 주로 거래하며 VIP 대우만 받으니 일본의 은행의 현실에 대해 아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일 수도 있다.
“일본의 은행은 은행이라기보다는 유료 저장 창고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겁니다.”
“무슨 소리인가?”
“모든 게 수수료라는 거죠.”
한국에서는 돈을 은행에 보관하면 아주 적긴 하지만 그래도 이자를 준다.
그런데 일본은? 정반대다.
“일본은 일단 보관료부터 받습니다.”
“돈을 보관한다고 돈을 받는다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웃긴 건 그게 시작이라는 거다.
“제가 들은 이야기를 하나 해 드리죠.”
누군가 친구에게 돈을 만 원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은행에서는 계좌 이체 비용으로 5천 원을 달라고 한다. 그리고 가는 데 3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 사람은 그 돈이 아까워서 무통장 입금을 하려고 했다.
그랬더니 무통장 입금을 하기 위해서는 4천 원을 더 내야 한단다.
그래서 차라리 돈을 직접 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현금인출하려고 하려니 현금 인출 비용으로 3천 원을 달라고 한다.
“이게 일본 금융 상황입니다.”
“뭔가, 그게?”
유민택은 어이가 없었다.
물론 계좌 이체 수수료 정도는 있을 수 있다.
한국도 그 돈은 받으니까.
하지만 무통장 입금에 출금까지 비용을 따로 받는다?
“제가 말씀드린 일본 은행의 극단적 자본주의화가 이겁니다.”
기본적으로 은행이라는 곳이 수익을 내는 방식은 약간의 수수료와, 투자를 통한 수익 창출이다.
하지만 일본의 은행들은 수수료+수익 창출에 대한 수익을 자기들이 다 먹는 형태로 운영된다.
아니, 지금은 현실적으로 투자를 통한 수익 창출이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렇다고 일본 은행이 안전하냐? 그것도 아닙니다.”
“아니라고?”
“네. 한국은 비상사태에 정부에서 은행별로 1인당 5천만 원까지 저축액을 보장해 줍니다.”
그런데 일본은 그런 게 없다.
도리어 은행은 국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일본은 과거에 국가에 빚이 많을 때 은행에 저축된 국민들의 예금 절반을 강탈해서 빚을 갚는 데 썼다.
“그래서 일본은 은행에 대한 믿음이 약합니다. 일본의 전산 시스템이 미래화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입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가 널리 유통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돈이 은행에 들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상당수 가게에서 카드 자체를 받지 않는다.
탈세 목적도 없는 것은 아니나, 기본적으로 국민들에게 은행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냐면 사람들이 흔하게 가는 햄버거 체인인 맥날도 여전히 카드 결제가 안 된다.
거의 전 국민이 가는 가게가 그 수준이니 다른 곳이야 너무나도 당연하게 카드가 안 된다.
“아, 기억나네. 일본 사람들은 집 안에다가 돈을 쌓아 둔다지?”
“그렇습니다.”
장판 아래나 창고, 심지어 땅속에다가 현금을 묻어 두는 게 일본 사람들이다.
그 기반에는 은행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은행이 자신들의 돈을 지켜 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연금 문제도 있지요.”
일본 사람들에게 연금은 아주 예민한 문제다.
철옹성이라 불리던 일본 자민당이 과거의 어느 선거에서 유일하게 패배했던 원인이, 자민당에서 일본의 연금 제도를 건드리려고 했기 때문이었을 정도다.
그것도 한국처럼 많이 내고 조금 받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절반 가까운 연금 수금액을 주지 않으려고 했기에 자민당은 그 선거에서만큼은 권력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한국에 있는 은행이 일본에 진출할 때 다른 조건 없이 오로지 1%대의 예금 금리만을 보장했을 뿐인데도 어마어마한 숫자가 몰려들기도 했지요.”
“악순환이 어마어마하겠군요.”
“어마어마하죠.”
은행에서는 투자를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투자할 돈이 안 들어오고, 돈이 안 들어오니 다른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하고, 그래서 온갖 수수료를 다 붙이고, 그러니 국민들은 그 돈이 아까워서 은행에 가지 않는다.
“일본 은행의 문제가 그거죠.”
돈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가 떨어지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이자는 그걸 보전해 주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시대가 바뀌어서 그마저도 안 주려고 한다지만, 일본의 은행은 도리어 예금을 해 둘수록 현실적으로 재산의 가치 하락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거기에다 가장 큰 문제는 시작도 안 했다는 거죠.”
“시작도 안 했어?”
“일본은 장기적으로 파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채 때문이지요.”
“일본 국채……. 하긴 그건 나도 알고 있는 문제군. 그래, 일본은 오래 못 가겠지.”
일본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에 그 복구비로 어마어마한 돈을 들였다.
그래서 제대로 된 행정도 하지 못할 만큼 예산이 부족하다.
문제는 돈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걸 보충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라고 해서 무차별적으로 돈을 찍어 내면 미친 듯한 인플레이션이 닥치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른 곳들과 함께 그 문제를 짊어져야 한다.
“일본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국채가 일본 은행에서 구입된다는 사실은 뭐 딱히 비밀도 아니죠.”
이미 일본의 투자 신용 등급은 상당히 많이 하락한 상황이다.
국채라는 건 사실 애초에 그다지 큰 수익이 되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이자율이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외에서도 국채에 투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채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익률보다는 안전성에 더 신경 쓰는 이들이다.
“문제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일본의 신용 등급이 믿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거죠.”
사실 일본 정부에서 나오는 국채를 구입해 주는 나라는 이제 많지 않다.
하지만 돈은 나와야 한다.
그렇다면 그걸 구입하는 사람은 누굴까?
“은행이지.”
“맞습니다.”
그것도 일본 은행이다.
현재 일본에서 나오는 국채의 대부분은 일본의 은행들이 구입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일본의 국민들이 일본의 빚을 대신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불안감이 점점 퍼지고 있지요.”
일본의 빚이 어마어마하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그걸 갚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너무 자명한 일이다.
“일본 정부는 부자이지만 국민은 가난하다, 그게 바로 일본의 문제이지요.”
이 상황에서 일본이 파산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당장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채권의 지불을 정지시킬 것이다.
그러면 그 타격을 직격으로 입는 것은 일본 은행이 된다.
“그 사태가 터지면 당장 일본 국민들은 예금을 인출하려고 하겠지요.”
“그렇지.”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이미 그들의 재산은 채권을 사는 데 모조리 들어갔을 테니까.
당연히 일본의 은행은 연쇄 부도를 피할 수 없다.
“그러면…….”
“은행의 부도가 한 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지요.”
하물며 은행 하나만 해도 그럴진대, 현 상황에서 일본의 국채에 묶여 있는 건 일본에 있는 은행들 전부인지라 문제는 터무니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자산이 있고 관리에 신경 쓰는 사람들은 일본의 은행을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기업들조차도 월급을 현금으로 주는 게 일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