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966)
국제 밉상 (2)
“큭.”
야베는 말을 아꼈다.
자신의 정치적 야심 때문에 보복했다고 인정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그 녀석은 안 돼. 절대 안 돼. 죄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그 녀석에게 최소 20년 이상 선고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총리 각하.”
결국 답은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었고, 야베는 그걸로 끝내려고 했다.
“각하, 아직 보고 사항이…….”
“보고? 또 뭔데?”
“기름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기름? 무슨 기름?”
“석유 말입니다. 주요 산유국들이 예약을 핑계로 석유의 공급을 거절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일본은 산유국들 사이에서 상당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럴 만한 게, 일단 일본 자체가 선진국에 속해서 기름의 소비가 많기 때문이다.
가게로 치면 큰손의 고정 고객이라는 거다.
당연히 산유국이나 기업들은 미리 그걸 감안하고 기름을 뽑는다.
“저희도 당혹스럽습니다. 현재 해외에 나가 있는 협상 팀이 10일 이상 기름을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뭐?”
10일이라고 하면 이건 심각한 문제다.
물론 당장 쓸 기름은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축유다.
“말도 안 돼. 도대체 이유가 뭐야? 산유국에서 왜 기름을 안 줘?”
야베는 침을 꿀꺽 삼켰다.
과거에 일본이 2차대전을 일으킨 이유가 뭔가?
기름을 구하지 못해서, 동남아의 유전을 빼앗기 위해 일으킨 게 2차대전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또 기름을 못 구한다니?
“그게…… 정보부에서는 미다스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미다스? 그놈은 기름 쪽은 상관도 없잖아!”
주식을 좀 가지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이렇게까지 파괴력을 가질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아무리 대주주의 말이라고 하지만 정유 회사들이 기름을 팔지 않을 이유는 없다.
대주주는 말 그대로 주주일 뿐이며, 주주 회의가 열린 것도 아닌 이상에야 결정권이 없다.
설사 회사를 운영하는 운영진이라 하더라도 일본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 같은 걸 결정하면 바로 이사회에 의해 모가지가 날아간다.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거기서 왜?”
“그게…… 얼마 전에 공식적으로 발표가 났습니다만, 미다스가 유전을 발견했습니다. 추정 예상량이 50억 배럴이라고…….”
“뭐……?”
띵한 표정이 되는 야베.
그는 금방 노호와 같은 포성을 질렀다.
“그걸 왜! 이제야 보고하는 거야!”
‘보고했습니다.’
부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뒷말도 삼켰다.
실제로 보고서를 올렸지만, 그걸 제대로 보지 않은 것은 야베다.
“그 이후에 미다스는 오펙과 일부 산유국들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대리인으로 노형진이 나갔는데…….”
“그 이후에 기름을 판다는 사람이 없다?”
“그렇습니다, 각하.”
“그러면 뻔한 거 아냐!”
야베의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 가기 시작했다.
***
“흠, 이제 슬슬 야베도 똥줄이 탈 겁니다.”
노형진은 이번에는 따로 정보 통제를 하지 않았다.
그러니 일본은 아마도 지금쯤 석유의 수입이 막혔다는 걸 알고 또 그 원인이 노형진이라는 것도 알 거다.
“벌써 10일이나 지났는데?”
“네. 그렇지만 여전히 버티고 있지요.”
“지독한 놈들이군.”
유민택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면서 혀를 내둘렀다.
보통 정상적인 국가라면 일이 이쯤 되면 언론에서 정부를 성토하면서 상황을 알려야 한다.
하지만 일본은 전혀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다.
“아마도 자신들에게 투자한 사람들이 있으니 진짜로 비축분이 떨어질 때까지 안 팔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럴 겁니다.”
현실적으로도 그게 사실이다.
아무리 노형진이라고 해도 그 정도까지 압력을 행사하는 건 무리가 있으니까.
“그러면 여전히 신동하는 감옥에 있는 건가?”
“그럴 겁니다. 뭐, 신동하 쪽도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고 하니까 끝까지 가 보죠.”
신동하는 여전히 구속 상태다.
도리어 일본의 검찰은 보석으로 나갈 것을 권유하는 모양이었다.
일단은 그렇게 함으로써 약간 숨통을 열어 주는 척하면서 노형진과 협상하기 위해서였다.
“꼴에 자존심은 못 버린다 이거지요.”
그냥 풀어 주자니 자기들이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니까.
일단 보석으로 풀어 주고, 사람들이 이 사건을 잊을 때까지 조용히 있다가 무혐의로 풀어 주는 것이 아마도 지금 일본에서 구상하는 최적의 해결책일 것이다.
“하지만 신동하가 그러더군요, 자기가 살던 작은 다다미방보다는 훨씬 편하다고.”
독방에 신동하를 가두어 뒀던 그들은 그를 독실로 옮겨 주었다. 그리고 변호사의 접견도 허락했다.
아무리 일본 정부라고 해도 신동하쯤 되는 사람의 변호사 접견을 아예 막을 수는 없었다.
재판을 하게 되면 변호사는 무조건 동석해야 하니까.
한 번은 만나야 한다.
그리고 그 덕분에 전처럼 가혹행위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끝장을 보라고 하더군요.”
“속 편한 소리를 하는군.”
“어차피 바닥으로 떨어져 본 적도 있는 신동하니까요.”
“하지만 내 경험상 그런 사람은 다시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던데?”
“지금 노력하는 겁니다. 만일 여기서 자신이 물러나면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는 걸 아는 거죠.”
그러니 차라리 당장은 욕먹고 감옥에서 힘들다고 하더라도 버텨서 이겨 달라는 게 신동하의 공식적인 부탁이었다.
물론 대놓고 이렇게 말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일단 중요한 건, 신동하가 그렇게 이야기한 이상 우리가 여기서 멈출 필요는 없다는 거지요.”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데도 완벽하게 끝내지 못한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유민택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노형진의 말대로 기업들이 망할 것까지 각오하고 그렇게 모든 선을 끊어 버리지는 않을 테니까.
투자한 돈에 대한 부분은 일종의 족쇄 같은 것이다.
“물론 그렇지요. 하지만 기업들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 겁니다. 저와 일본은 이제 같은 하늘 아래 살지 못한다는 걸요.”
이번 일로 확실하게 틀어졌고, 기업들은 일본 아니면 미다스 둘 중 하나를 골라서 손잡아야 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일본의 손을 잡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미다스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반면, 일본은 거대하기는 하나 수많은 시장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이번 타격이 일본 정부에는 심각하게 다가올 테니까요.”
“어떻게?”
노형진은 빙긋 웃으며 종이를 내밀었다.
“이건……?”
“오늘 자 뉴욕 헤럴드 라인입니다. 팩스로 받았습니다.”
“팩스로?”
유민택은 종이를 받아 살폈다.
그런 그에게 노형진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채림이가 생각보다 일을 잘해 줬더군요.”
***
“이…… 이게 무슨…….”
일본, 세계로부터 버림받았나?
일본의 오일쇼크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며칠간 일본은 새로운 오일을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
각국에서는 그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일반적인 오일 비축량을 생각하면 일본의 오일 비축량은 5분의 1 이상 사용했다고 봐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몇몇 기업들이 일본 기업들과 거래를 일시 중단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해당 기업들은 상황을 확인 중이라며 언급을 꺼렸지만, 현재 일본이 다수의 기업들과 오일 회사로부터의 구입을 거부당하는 것은 일본 경제의 자금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이게 뭔 개소리야! 한계라니? 한계라니! 우리 일본이 어때서!”
물론 상황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지경까지는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좋지 않게 몰려가고 있었다.
“기업에서 수출을 안 하다니? 왜? 무엇 때문에?”
“미다스의 압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미다스! 미다스! 네놈들이 할 줄 아는 변명은 미다스밖에 없는 거냐!”
비서진은 입을 꾸욱 다물었다. 실제로 그랬으니까.
그것 말고는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각하…… 이번에는 물러나서야 합니다.”
“어째서!”
“오일쇼크라는 말의 충격 때문에 시중에서 사재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일본에는 사재기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도리어 일본은 사재기가 상당히 많은 나라 중 하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워낙 태풍이 자주 오다 보니 그때 버티려면 뭐든 사 놔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릅니다. 특히 주유소들은 기름이 떨어져서 다급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뭐? 기름이 왜 떨어져?”
“기름도 사재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 되었건 기름도 소비용품이다.
비상이 온다고 하니 사람들은 너도나도 차에 기름을 꽉꽉 채우고 기름통마다 기름을 가득가득 넣어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유소에서 예상보다 많은 기름이 나가서 기름이 떨어졌다며 주문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기름의 사재기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건 일본의 기름이 진짜로 다 떨어져서 그런 게 아니라 단순히 그 주유소의 기름이 떨어진 것뿐이지만, 사람들은 이미 뉴스로 오일쇼크라는 단어를 들었기에 더더욱 마음이 급해져서 사방에서 기름을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특히 기업들은 발전기까지 싹 쓸어 가고 있다고 합니다.”
기름과 석탄이 없으면 발전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기업 입장에서는 그러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업들은 비상용 발전기와 더불어 기름을 모으기 시작했다.
“현 상황으로는…… 오일의 양을 가늠하면…… 10일 이상 버티기 힘듭니다.”
“고작 10일 조금 넘었을 뿐인데?”
“사재기가 필요 이상으로 소비를 늘렸습니다. 평소의 세 배 이상입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기름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진짜 오일쇼크가 오게 된다.
물론 그 전에 주문해 둔 기름이 오고 있으니 좀 더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언제가 되든 기름이 부족해질 것은 사실이고, 그 후에 다시 기름을 계약해서 보내려고 한다면 못해도 한 달은 걸릴 것이다.
“미다스…….”
야베는 이를 빠드득 갈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
“고생했습니다.”
노형진은 감옥에서 나온 신동하를 품에 안아 줬다.
공식적으로 무죄가 나온 그는 피곤한 몸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제가 감옥에 가 있는 사이에 승진하셨던데요?”
신동하는 수척한 얼굴로 싱글벙글 웃었다.
“하하, 사정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제 슬슬 마지막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아서요.”
“저야 환영입니다, 하하하.”
“그나저나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제가 없는 사이에 또 좋은 일이 있었거든요.”
“좋은 일?”
“대동에서 많은 사람들이 제 쪽으로 넘어왔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건 진짜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물론 대동도 일본의 일부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동에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
그런데 대동의 사람들이 왜 신동하에게 넘어온단 말인가?
“지금까지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싸워서 이긴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그거야 그런데……. 아하! 그렇군요.”
신동하는 일본 정부에 당해서 감옥에 갔고, 다들 이제 그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형진과 마이스터의 노력으로 도리어 일본 정부가 꼬리를 말고 신동하를 석방했다.
“즉, 저를 지지하는 세력이 신동성이나 신동우를 지지하는 세력보다 힘이 더 강하다는 뜻이죠.”
그러니 슬슬 눈치만 보던 인간들이나 일부 저쪽 세력이 이쪽으로 붙었다는 것.
“이제 대동도 끝을 볼 때가 되어 가는 것 같네요.”
“맞습니다.”
노형진은 자신 있게 말했다.
“슬슬 악연의 끝을 봐야지요,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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