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249)
누군가를 위한 나라 (2)
그들은 홍안수와 자유신민당을 찬양하며, 쿠데타는 국가 전복 세력인 민주수호당을 막기 위해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홍안수의 석방을 주장하고 있으며, 군대가 일어나서 빨갱이를 죽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극우 세력이다.
그들은 매주 서울 한복판에 수만에서 수십만이 모여서 시위할 정도로 숫자가 많다.
“설마 그들을 해산시켜 달라거나 하실 건 아니죠? 아이고, 그건 안 됩니다. 그리고 하고 싶지도 않고요.”
물론 노형진이 하려고 하면 할 수는 있다.
내부의 기밀도 알고 있고, 주동자들의 범죄 사항도 제법 많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의 말이 어불성설이기는 하지만 그들을 억압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들도 결국 정치 세력이고, 하나의 정치 세력이 불법 여부와 상관없이 다른 정치 세력이 활동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극단적 독재와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수호당이 독재를 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는 데다가, 해산시킨다고 해서 그들의 마인드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지금 해산해 봐야 그들은 소위 말하는 샤이(Shy), 즉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있다가 투표에서 결판을 내는 세력이 될 것이다.
“알고 있네. 사실 정치적으로 보면 그들의 행동은 우리한테 이득이야. 그러니 없앨 생각은 없네.”
애국총동맹에서는 자기들이 나라를 구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그들의 행동은 도리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살 찌푸리게 하고 보수를 멍청이로 보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자네가 말한 대로 정치인은 이미지이지. 특히 한국에서는.”
과거 보수의 이미지가 부자를 대표하는 성공한 이미지였다면 이제는 무식하고 극단적인 이들이라는 느낌으로 변하고 있다.
반대로 진보 측은 여러 가지 전략을 통해 인텔리적이고 젊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그런 그들은 사실 상관없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국가이고, 정치적 사상이 다르다고 해도 그건 정당한 거니까. 우리가 홍안수처럼 닥치는 대로 민간인 사찰할 것도 아니고.”
“그러면 뭘 의뢰하시려고요? 새론이 아니라 저한테 따로 부탁하시는 걸 보니 법률적인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신채호 선생님이 말하신 그 자체가 바로 의뢰이네.”
“네?”
“나는 말이야,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가 종교화되어 있다고 생각하네. 자네는 그런 생각 하지 않나?”
노형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이내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맞습니다. 한국의 정치는 종교화되었지요.”
“내가 의뢰하고 싶은 건 그걸 고치는 거네. 정확하게는 정치인들의 힘을 빼는 거지.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정작 송정한이 바로 정치인이다.
하지만 그는 정치인, 정확하게는 국회의원들의 힘이 너무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국회의원은 절대적인 권력을 자랑하지. 세 번 떨어져도 한 번만 당선되면 본전의 몇 배를 뽑는다고 하니까.”
한 번의 선거에 못해도 10억은 써야 한다.
그런데 한 번만 당선되면 그 이상을 얻는다.
그 말은, 초선이라고 해도 수십억은 우습게 받아 낼 수 있다는 소리였다.
“정치인은 국민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해. 그런데 어느 순간 국민들이 정치인을 모시고 살고 있네. 웃기지 않나?”
“하긴. 말씀하신 대로 어느 틈엔가 정치가 아니라 종교가 되었지요. 그리고 정치인, 정확하게는 국회의원들이 교주가 되었고요.”
“그래. 내 부탁은 그들의 힘을 빼 달라는 걸세. 그래야 나라가 제대로 설 거야.”
노형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무 힘든 걸 시키시네요.”
***
정치의 기본은 국민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하고 나라를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정치는 기득권을 보호하고 국민을 착취하는 형태가 되어 버렸다.
“파시스트, 공산주의, 극우, 극좌. 뭐, 표현은 복잡하지만 결국 그런 사상의 공통점은 바로 사람들이 정치를 숭배한다는 거야.”
오랜만에 만난 손채림.
노형진은 그녀와 커피숍에서 만난 후 내내 하소연만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번 문제는 말문이 턱턱 막혔으니까.
국민이나 국가가 아니라 특정 권력자들을 위한 정치가 이제는 종교가 되어 버렸는데 그걸 바로잡으라니.
“그리고 그 시작점이 바로 정치의 종교화고.”
잘못된 것을 잘못이라 인지해야 개선도 가능하다. 그런데 종교화된 정치는 자정작용이 없다.
“가장 핵심은 바로 그거지.”
송정한이 원하는 건 특정 집단의 마인드를 가지게 하라는 게 아니다. 또한 자신들에게 권력을 쥐여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도리어 송정한은 홍안수 사태 이후에 극도로 자기 세력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네가 말했던 극단적 전향이라는 거야?”
손채림은 우려 섞인 말을 했다.
“극단적 전향이라……. 뭐, 그런 거랑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극단적 전향이라는 것은 한 진영에서 다른 진영으로 이동한 자들이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더욱 극렬하게 활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같은 경우는 종교적 강화에 들어갈지 모르지만.”
종교적 강화란 이쪽이 무조건 옳으며 또한 진리라고 생각하는 거다.
홍안수는 국가 전복을 시도했고 그 이후에 사실상 선거에서 자유신민당은 참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민주수호당의 지지 세력은 그 사건으로 인해 엄청난 힘을 얻었다.
이후 ‘그거 봐라, 자유신민당은 국가 전복 세력이고 친일 세력이다. 우리가 진리다.’라고 설치기 시작했다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그런 애들 중에도 제정신이 아닌 놈들이 있거든.”
송정한의 말마따나 이쪽을 거의 신격화하고, 이쪽에서 하는 모든 일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걸 반대하는 사람을 친일파 또는 국가 전복 세력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었다.
한때 보수에서 진보를 공격하던 표현이 ‘빨갱이’였다면 이제는 반대로 진보에서 보수를 공격하는 표현이 ‘국가 반역자’였다.
실제로 국가 반역 사태가 벌어졌으니까.
“확실히 송 의원님이 우려할 정도로 상황이 급변하기는 했지.”
쿠데타만 없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잘못된 걸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는 브레이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제3의눈이 있잖아.”
“그게 문제야. 정치가 종교화되기 시작하면 제3의눈 같은 존재는 힘을 못 써. 왜냐? 공격하는 놈들은 모조리 이단인 셈이니까.”
가령 지금 민주수호당에서 누군가 뇌물을 받아 처먹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정상적인 결과는 그 사람의 위치나 소속과 상관없이 처벌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의 반응은, 진짜로 뇌물을 받은 게 아니라 국가 반역 세력이 누명을 씌운 것이라는 식으로 여론이 흘러간다.
실제로 그게 먹힐 걸 아니까 뇌물을 받은 정치인도 그걸 무기 삼아서 휘두르기 시작하고 말이다.
당연히 정상적인 처벌은 꿈도 못 꾼다.
“물론 자기 지지 세력이 부패했다는 걸 인정하기는 쉽지 않지. 하지만 부패를 인정하지 않으면 고치지도 못하는 거야.”
실제로 몇몇 정치인들에 대해 제보가 들어갔고 그걸 바탕으로 고소와 고발을 진행하기도 했다.
횡령에서 폭행, 성추행까지 별의별 죄가 제3의눈에 들어왔고, 처벌을 위해 제3의눈에서는 그걸 공개했다.
“그런데 반응이 웃겼지.”
노형진은 그때를 곱씹듯이 말했다.
사실 황당하기는 했다.
모 정치인의 범죄를 공개했을 때 국민들의 반응은, 나쁜 놈이라고 욕하는 게 아니라 좀 독하게 표현하면 우리 수령님이 그럴 분이 아니라는 식이었으니까.
“이쪽에서 뭐라고 하든 결국 지지 세력이 자기를 지지할 걸 아는 거야. 종교가 된 거지.”
돈을 횡령해도, 강간을 해도, 사람을 죽여도 지지 세력은 절대로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마치 북한의 삼부자를 최고 존엄이라고 결사 옹위하는 것처럼 범죄를 절대적으로 부정하고 함정에 빠진 거라고 주장한다.
“하긴. 그 당시에 피해자 집이 습격당했지?”
“맞아.”
피해자는 분명 그 정치인에게 사기 피해를 입었다.
그건 경찰에서도 인정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지지자들은 그런 피해자를 습격해서 전치 6주의 부상을 입히고 심지어 그의 가족이 있던 집에 불을 지르려고 했다.
이유는 그 피해자가 사주를 받아서 그 정치인에게 가짜 범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피해자가 일곱 명이 넘고 증거가 있는 것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마치 종교처럼, 오로지 그 정치인만이 진리이며 그에 반하는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긴 이제 그 문제를 해결하기는 해하겠어.’
나중에 가면 무슨 선거만 하면 부정선거, 조작 선거 이야기가 나온다.
그걸 기억하고 있던 노형진으로서는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종교가 되어 버린 정치는 대한민국을 끊임없이 갉아먹었다.
심지어 나라가 망해야 정권을 잡는다고, 나라가 망해야 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해 대는 사람들이 넘쳐 날 정도였다.
‘아무리 언론과 검찰을 공정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사람들의 마인드가 그런 식이면 바뀌는 건 없지.’
그러한 마인드는 너무 극단적이어서, 교황에게 빨갱이라거나 다른 나라의 대통령에게 친일파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진보니 보수니 하는 건 결국 한국 내부의 문제인데 외국의 수반에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각국의 수반은 자국의 기준에서 모든 걸 판단한다.
일본이 자국에 도움이 되면 그들과 손잡을 뿐, 그 과정에서 한국의 특정 정치집단을 신경 쓰지는 않는다.
“근데 그걸 어떻게 고치게? 교육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더군다나 국회의원의 힘을 뺀다고? 그게 가능하기는 해? 애초에 법을 만드는 건 국회의원이야. 헌법상 권력을 제한하기 위한 법률은 국회를 통해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국회의원들이 자기들의 권력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 리가 없잖아.”
노형진이 교육에 끼어들 수도 없거니와, 끼어든다고 해도 까딱 잘못하면 특정 성향을 가르친다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안 그래도 선생이라는 작자들이 특정 정치색이나 특정 사상을 학생들에게 강제로 교육해서 온갖 민원이 들어오는 중이다.
원래 그러한 공무에 임하는 자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일부 선생들은 그런 법률을 무시하고 학생들에게 이상한 사상을 자꾸 주입하려고 한다.
더군다나 국회의원들은 자기들 권력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예민하다.
아무리 첨예하게 대립하고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아도, 자신들의 이권을 강화하는 법안이 올라오면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킨다.
아마도 국민들의 눈치만 보지 않을 수 있었다면 국회의원 연봉은 한 100억쯤으로 올랐을 것이다.
“그래서 너한테 물어보는 거야. 전 세계를 돌아다니니까 혹시 그런 것에 대한 해결책을 알게 되지 않았을까 해서.”
“있겠어? 그런 거 해결한 나라는 거의 없어. 핀란드 정도나 되려나? 너도 알잖아, 종교화된 정치권력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그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미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잖아. 일본은 아예 자민당 자체가 종교 단체처럼 굴러가는 판국이고.”
“하긴 그렇지. 핀란드가 좀 특이하다고 봐야 하겠지.”
핀란드는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으로 극도로 안정된 나라다.
그 덕분에 다른 나라들에는 엄청난 정치 선진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핀란드는 절대 못 따라 하잖아.”
핀란드의 정치가 안정된 이유는 간단하다.
정치인들에게서 모든 특혜와 권력을 박탈했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정치인들에게는 가혹할 정도의 책임만이 있을 뿐이다.
“한국에서 잘도 그게 먹히겠다.”
핀란드의 정치인에게는 어떠한 특혜도 없다.
물론 최소한의 지원은 된다.
그런데 그게 말 그대로 최소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