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480)
적반하장의 끝 (3)
장미와 싸운 피해자들의 경우는 법에 대해 잘 모르니 그런 대응책에 대해서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싸움은 서울에서 벌어지고 법에 대해 잘 아는 변호사들은 자신이 편한 곳에서 싸우는 것을 선호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장미 로펌은 누구를 상대하든 서울에서만 변론하면 돼서 그동안은 문제없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무고가 전국으로 퍼졌으니 그 모든 무고를 해결하기 위해, 장미는 계약에 따라 변론하러 찾아다녀야 한다.
피고인의 변론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적지 않은 숫자의 출석을 해야 한다.
장미 로펌의 변호사 총 인원은 다섯 명. 하지만 사건은 오십여 개.
“다섯 명이 오십여 개의 지역을 돌아다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요.”
“역지사지 공격이다 이건가?”
노형진의 설명을 전부 들은 김성식은 제법 괜찮다는 표정이 되었다.
물론 자신들이 귀찮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껏해야 하루 정도. 그리고 새론은 업무 강도가 아주 심한 편은 아니다.
그만큼 이 사건에 투입할 수 있는 변호사들의 숫자도 충분하다.
누구를 보내든 문제가 될 게 없다.
또 어지간한 건 다 우편으로 처리할 수 있기도 하고.
“게다가 피고인들은 경찰서에 출석해야 할 때 변호사를 대동하고 싶어 합니다.”
“그야 당연하지요.”
“그런데 변호사가 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네? 오지 않는다니요?”
“제가 동시에 소장을 넣었으니 당연히 각 호출도 비슷하게 이루어질 겁니다. 경찰도 처리 기한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다섯 명의 변호사가 전국에 있을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는 변호사 한 명이 하루에 커버할 수 있는 의뢰인의 숫자는 보통 한 명, 같은 지역에 여러 의뢰인이 있을 경우 최대 두 명 정도.
그런데 사건이 쉰 건인 것을 감안하면 의뢰인도 그쯤 될 테니, 같은 지역 내에서 최대한 커버한다 해도 열 명 정도의 의뢰인 외에는 함께 출석하지 못하게 된다.
물론 출석일이 완벽하게 동일하진 않으니 어느 정도 여유가 있겠지만 거리가 먼 곳에 있는 의뢰인들은 자연스럽게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장미 입장에서는 절대로 제시간에 맞춰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 같은 의뢰인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우선순위가 발생할 겁니다.”
그 우선순위는 당연히 돈이 있고 백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가능하면 서울에 가까운 사람들이 될 것이다.
“아마 장미에서는 버릴 사람은 버리는 선택을 하겠지요. 사실 그런 일은 흔하지 않습니까?”
변호사들이 수임 가능한 사건의 수에 제한은 없다.
변호사별로 팀을 만들고 한정된 수의 사건만을 담당하게 하는 새론이 이상한 거다.
그렇다 보니 때때로 사건은 겹치기 마련이고, 그런 경우 변호사들은 어쩔 수 없이 사건을 선택해야 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게 의뢰인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다.
변론 기일을 바꾸면 그만큼 재판이 길어지고, 형사사건의 경우는 구속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사는 압류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사건이 연장되면 그 압류 기간이 엄청나게 길어질 수밖에 없다.
사업을 하거나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그 기한이 연장되는 게 피 마르는 일일 수밖에 없다.
“거기다 경찰서에 출석하는 경우는 결국 그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부분이거든요.”
물론 그들도 무시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살인 협박 또는 명예훼손 등으로 조사받는 상황이니 이쪽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
특히 살인 협박 등은 출석요구서에 응하지 않는 경우 경찰에서 도주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으니까.
실제로 노형진이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써서 보냈기에 경찰도 그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결과적으로 버려질 겁니다.”
“자네는 그들을 선동할 거고?”
“그렇습니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들은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죠. 하하 호호 웃으면서 넘어가 줄 리가 없습니다. 본인들이 당하는 불이익은 결코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리고 노형진은 그들의 성격을 안다.
“아마 장미는 알아서 도망가야 할 겁니다, 후후후.”
***
며칠 후 노형진은 전라도 광주로 내려갔다.
그곳의 고소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건 공식적인 거고, 비공식적으로는 오늘 피의자, 즉 피직스를 고소한 가해자가 출석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노형진이 조용히 광주경찰서로 들어갈 때 안에서는 누군가가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고 있었다.
“변호사 없으면 말 안 합니다!”
“아니, 변호사를 부르든가요.”
“변호사님이 못 오신다고 했잖아요! 중요한 사건이 있으시다고!”
“그러면 제대로 대답하라니까요.”
“변호사 없으면 말 안 한다고요! 나도 묵비권 있는 거 알아요! 묵비권!”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남자. 노형진도 아는 사람이었다.
그가 직접 소장을 작성했는데 모를 리가 없었다.
‘빙고.’
노형진은 웃으면서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옆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역시 안 왔네요.”
“당신 뭐야?”
“초면에 말이 짧으시네요. 노형진입니다. 당신을 고소한 사람이고요. 피직스 쪽 변호사입니다.”
그 말에 남자는 입을 다물었다.
설마 여기서 부딪힐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물론 노형진은 다 알고 온 거다.
“너랑 말 안 해.”
“네, 하지 마세요. 어차피 그쪽 변호사한테도 버려진 분이니.”
“뭐?”
“모르셨어요, 그쪽 변호사가 당신 버린 거?”
노형진이 불쌍하다는 듯 바라보자, 남자는 인상을 팍 쓰며 대꾸했다.
“무슨 소리야, 내 변호사가 날 버리다니?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이 있어서 그거 먼저 해결한다면서 나한테 묵비권 행사하라고 했다고.”
“그래요? 진짜로 묵비권을 행사하면 경찰이 그걸 좋게 보고 받아들여 줄 거라 생각하세요?”
그 말에 남자는 움찔했다.
사실 묵비권을 행사하면 혹시나 괘씸죄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게 일반인들의 생각이다.
물론 어느 정도는 그런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변호사가 옆에서 실드를 치면 변호사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소환했는데 다짜고짜 묵비권 운운하면 좋게 볼 수는 없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경찰이 피해를 끼칠 수는 없지만.’
하지만 중요한 건 그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다.
“엄청 무책임하네요, 묵비권 행사하라고 한마디 하고 그냥 던져 버리다니.”
“던진 게 아니라니까!”
“당신 변호사, 다른 사람 변론하러 갔습니다.”
“이미 알고 있다고.”
“그런데 그쪽이 죄가 훨씬 더 가벼워요.”
“뭐라고?”
“당신은 살인 협박, 그쪽은 명예훼손. 당신은 재수 없으면 실형, 그쪽은 재수 없어도 벌금.”
물론 노형진은 그 사람은 주소지가 경기도이고 당신은 전라도 광주라고는 말해 주지 않았다.
가능하면 자신이 배신당했다고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쪽도 내가 고소했거든요.”
“뭐?”
“뭐, 보아하니 돈도 없는 것 같고.”
그러면서 노형진이 위아래로 스윽 살피자 남자는 발끈했다.
‘역시 이런 타입들이지.’
온라인상에서 공격적인 타입들은 자격지심이 엄청나게 심한 편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공격 대상을 찾고 그걸 합리화한다.
‘그런 사람을 무시한다? 그건 그 사람한테 공격당하고 싶다는 의미지.’
물론 노형진이 무시하는 거라면 노형진을 공격하려고 할 거다.
하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바로 사람 말이다.
“아마 돈 좀 있는 분들 변론해 주느라고 바쁠 겁니다.”
“지금 뭐라고 했어?”
“그 정도 미인 변호사들이 당신 같은 사람들을 변론해 주려고 할 것 같아요?”
물론 미인 같은 건 변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미 저쪽은 자격지심으로 눈이 돌아가고 있는 상황.
“당연히 좀 더 돈이 되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려고 하지요.”
물론 장미는 그런 게 없다.
그냥 경기도권이 더 가까우니까 자연스럽게 경기도권 경찰서로 간 것이다.
더군다나 경기도권은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시간만 잘 맞춘다면 최대 세 명까지 커버가 가능하다.
‘하지만 여기는 아니지.’
노형진이 광주에 온 건 우연이 아니다.
이 근처에 장미 측의 다른 피고소인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온 거다.
변호사들은 업무 시간의 활용을 위해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가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걸 말해 줄 이유는 없었다.
“거짓말하지 마! 내가 돈을 얼마나 많이 줬는데.”
“그래요? 그런데 아시잖아요, 같이 모여서 선임하셨으니까. 척 봐도 돈깨나 있어 보이는 분 없었어요?”
“…….”
‘없었을 리가 없지.’ 장미 로펌을 고용한 건 피해자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다.
당연히 그들은 그 안에서는 평등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갈라진 거죠. 당신은 버려졌고, 돈 있는 사람은 보호받고. 세상은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남자의 자격지심을 박박 긁어 대는 노형진.
“제가 증명해 드릴까요?”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아까 전 확인한 문자를 보여 줬다.
-장미 쪽 변호사님들이 여기 있네요. 여기 경기도 광명입니다.
“광명?”
“광명 신도시에 부자들 많잖아요? 혹시 생각나는 사람 없어요? 뭐, 통성명은 하셨을 텐데.”
노형진의 말에 그는 얼굴을 찌푸리다가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전화했다.
“어, 김 형. 난데, 지금 뭐 해?”
-아? 지금 변호사님 모시고 경찰서 왔다. 이 새끼들이 무고로 엮어 버리네. 변호사님이 걱정하지 말래. 무고 가능성은 별로 없고, 쉽게 이길 수 있다고.
‘가능성이 없기는 개뿔.’
무고 가능성이 없는 이유는 그 사건이 벌어졌을 때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건은 증명이 기본이니까.
그리고 무고를 증명하는 건 쉽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번 사건은 아니지.’
이미 무고를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
고소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 압박을 통해 합의하려고 한 정황도 확실하니까.
“변호사님 거기 계셔?”
-어, 그런데. 바꿔 드려?
하지만 남자는 분노에 차서 전화를 끊었다.
‘그러겠지.’
자신을 버렸다는, 자신을 배신했다는 생각에 남자는 부들부들 떨었다.
“돈 버리셨습니다.”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차면서 경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뭐, 이쪽에서 묵비권을 행사한다고 하니 저는 가지요.”
“아, 네.”
노형진이 간다고 일어나자 경찰은 눈을 찌푸렸다.
‘도대체 왜 온 거야?’
고소인 소속인 만큼 올 이유가 없는데 굳이 와서 염장만 지르고 가는 노형진이 이상했지만, 경찰도 굳이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노형진에게만 신경을 쓰느라, 그는 가해자의 눈빛이 변하는 걸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
“내가 우스워, 어? 만만해 보여?”
“아니, 고객님. 진정하세요.”
“진정하게 생겼어? 딴 놈만 챙겨 주고 나는 뭐 뒈져라 그런 거야?”
“그게 아니라……. 고객님, 진정하시고…….”
“씨발, 내 돈 내놔!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냐고!”
언성을 높이는 남자들과 쩔쩔매는 직원들.
“너무 그러지 마시고 고객님, 저희가 급한 사건이 있어서…….”
“급한 사건? 급한 사거언? 다 알아. 우리랑 똑같은 무고 사건이잖아! 누구는 가서 변론해 주고 누구는 아주 개무시하고, 어? 잘들 한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안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