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501)
+파리가 필요해 (1)
배경환이 말한 것처럼 이 사업은 돈도 많이 안 들고 부담도 없다.
그래서 누구나 빠르게 시작할 수 있다.
거기에다가 요즘은 내비게이션이 다 있어서 과거처럼 길을 외우거나 할 필요도 없다.
“제 계획은 일단 수사를 시작하는 겁니다.”
노형진은 배경환에게 조용히 말했다.
“우리보고 신고하라고요?”
“그렇습니다. 현재 신고할 수 있는 곳은 집으로뿐입니다.”
손님은 권한이 없다. 소유권이 넘어간 게 아니니까.
업주는 배달 업체를 신고하면 그들이 뭉쳐서 배달을 거부하기에 못 한다.
그러면 남는 건 배달을 중개하는 배달 앱 업체뿐이다.
“절도가 아니라 업무상배임, 횡령이라고요?”
“네. 절도라면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 하지만 업무상배임, 횡령은 배달 앱 업체도 가능합니다.”
배달 앱 업체는 법률상 업무 관계자가 맞으니까.
그걸 신고할 자격도 있다.
더군다나 음식을 빼먹는 배달부의 경우 사람들은 어딘가에 항의할 수밖에 없다.
그 항의 대상은 당연히 배달 업체 아니면 배달 앱 업체다.
어차피 문제의 음식을 관리한 배달부의 소속이나 연락처는 알지 못하니까.
“그들에게 이야기해서 증거 사진을 얻어 내거나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배달부들이 배달을 거부할 겁니다.”
“아, 물론 그러겠지요. 그냥 가만히만 있는다면 말입니다.”
“네?”
“일단 검찰과는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우리가 업무상배임으로 고소를 넣으면 수사를 진행할 겁니다.”
“흠, 그래도…….”
사실 절도나 업무상배임이나 결국 벌금이 나오는 건 마찬가지다. 음식 좀 훔쳐 먹었다고 해서 과연 구속될까?
“절대 안 되죠.”
노형진도 그 부분은 인정했다.
아무리 노형진이라고 해도 고작 음식 조금 빼먹은 사람을 구속시킬 방법은 없다.
“그러면 배달부들이 저희 쪽 배달을 거부할 텐데요?”
“아, 거부하는 게 아니라 배달 자체를 못 하게 될 겁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지요?”
“그 오토바이를 압수할 거거든요.”
“압수요?”
“네. 그 오토바이는 증거물이니까요.”
수사가 시작되면 검찰은 그 오토바이를 증거로써 압수할 수 있다.
실제로 배달할 때 음식을 빼먹었다면 사건의 현장은 그 오토바이일 수밖에 없다.
그 음식을 어딘가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 잡고서 느긋하게 먹었을 리는 없으니까.
“오토바이를 압수하면 배달부는 당연히 배달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배경환이 두려워하는 건 배달 업체의 경쟁에서 져서 점유율이 낮아지는 거지, 배달하다가 음식을 빼먹는 인간의 앞날이 아니다.
“하지만 속한 배달 업체가 문제인데요.”
“그래서 제가 조언해 드리는 겁니다.”
“조언이라고 하시면?”
“다짜고짜 그 사람을 신고하면 분명 생각하신 대로 그쪽에서 배달을 거부할 겁니다. 하지만 원래 모든 책임은 윗선에 있는 법이지요.”
노형진은 조용히 배경환에게 말했다.
“처음은 저들이 모르게 평범하게 시작하면 됩니다. 아주 조용히 말이지요.”
***
나이트라이더.
원래는 미국 드라마의 제목이었지만 지금은 서울에 있는 배달 업체의 이름이다.
“이름 참 잘 짓지 않았냐?”
나이트라이더의 사장인 고만진은 키득거리면서 웃었다.
“야식 배달 전문 업체 나이트라이더. 캬, 멋지다.”
“아, 형. 그놈의 자화자찬은 그만하고 뭐라도 좀 해 봐.”
옆에 있던 동생은 자화자찬하는 형에게 짜증을 부렸다.
“뭔데?”
“집으로야. 또 지랄하네.”
“뭔 지랄?”
“음식 빼먹는 것 좀 막으라는데?”
“씨팔, 그걸 날보고 어쩌라고.”
고만진은 눈을 찡그리면서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나한테 돌려.”
그렇게 전화를 넘겨받은 고만진은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버럭 화부터 냈다.
-사장님, 여기 집으로 본사인데요. 배달하는 치킨을 빼먹었다는 항의가 또 들어왔거든요.
“우린 안 빼먹는다니까요! 내가 몇 번이나 교육했습니다!”
-하지만 고객님이 사진까지 첨부해서 항의하셨어요. 이러면 피해는 업체 쪽이 다 받게 돼요.
항의할 때 배달 업체 항의란은 없다.
당연히 배달하는 식당 쪽에 항의하게 되는데, 그런 경우 별점 하락 등으로 인한 피해는 배달 업체가 아닌 식당 쪽이 보게 된다.
“아니, 그러니까 아무리 말을 해도 배달하는 놈이 몰래 처먹는 걸 나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그리고 아닌 말로, 고객이 한입 먹고 사진 찍어서 올리는 건지 어떻게 알아요?”
-사장님, 고객님이 그러실 이유는 없죠.
“새 치킨을 받고 싶은가 보죠.”
-한입 먹고요?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릴 텐데?
“저한테 따지지 마시라고요. 저도 최선을 다해서 애들을 교육합니다. 그런데 제 말을 안 듣는 걸 어쩝니까? 애초에 직원도 아닌데.”
-자꾸 이러시면 저희가 곤란해요.
“저도 자꾸 이러면 거기 배달 안 받습니다.”
-하여간 그 사람한테 뭐라고 좀 하세요. 한두 번도 아니고 사장님 지역에서 하루에 몇 번씩…….
“네 네, 알겠습니다. 제가 교육시킬게요.”
대충 통화를 마친 고만진은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리고 눈을 찡그렸다.
때마침 문이 열리면서 배달하러 나갔던 배달부가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양규야, 너 배달하던 치킨 처먹었냐?”
“네? 아, 뭐, 좀.”
“야, 먹지 좀 말라니까. 벌써 몇 번째야? 그리고 먹을 거면 안 걸리게 가슴살이나 좀 처먹든가.”
“아니, 가슴살은 뻑뻑해서 싫은데 어떻게 해요? 저는 확고한 다리 파입니다.”
“아니, 다리고 뭐고 걸리지를 말라니까. 고작 두 개 있는 걸 처먹으니까 자꾸 걸리지. 다른 애들은 안 걸리는데 너만 자꾸 걸리잖아.”
“뭐, 지들이 어쩔 거예요?”
양규는 소파에 몸을 던지며 말했다.
“싫으면 지들이 배달하든가.”
“하여간 말 더럽게도 안 들어.”
“또 뭐라고 해요?”
“교육 좀 똑바로 하래.”
“아나, 씨발. 집으로 새끼들이지요?”
“어.”
그 말에 양규는 눈을 찡그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하면서 난장판을 벌이고 있었으니까.
“장난하나? 작작 좀 해야지. 다른 애들은 안 그러는데 왜 그 새끼들만 그 지랄이래?”
“그 새끼들이 70%를 점유하고 있잖아. 거의 독점이니까 이 지랄이지, 뭐. 하여간 독점은 안 좋은 거야.”
“다른 곳이랑 손잡고 지랄 한번 해 주면 안 돼요? 배달의만족하고 저기요는 그러고 나니까 입 닥치고 있잖아요. 알아서 커트하면 되는 거지, 뭘 계속 전화질이야?”
“배달의만족하고 저기요는 둘이 합해서 30%밖에 더 되냐? 집으로가 있으니까 찍소리 못 하는 거지. 그런데 집으로 얘들이 요즘 심해지기는 했어.”
전에는 하루에 많아 봐야 한 번 정도였다.
그러나 요 근래 들어서 누가 빼먹었다는 소리만 나오면 무조건 전화해서 항의하고 있었다.
“그렇잖아도 배달연맹에서 한 소리 나오더라고요, 요즘 너무 쪼아 댄다고.”
“역시 한번 지랄해 줘야 하는데. 이야기해서 한 일주일쯤 배달을 하지 말아 볼까?”
“그것도 방법이기는 하죠. 그 뭐냐, 택배도 배달 금지 거니까 그쪽 아파트에서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항복했잖아요.”
“아, 그랬다더라. 한번 지랄해 보자고 건의를 올려야 하나?”
이래 봬도 고만진은 배달연맹에서 이사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가 원하면 분위기를 선동해서 배달 앱 업체 하나 작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면 배달의만족 쪽에다가 이야기해서 협조 좀 받아 봐요.”
동생의 말에 고만진은 힐끔 돌아보며 물었다.
“뭔 소리야?”
“솔직히 그쪽도 점유율 높이고 싶어서 난리잖아요. 살짝 그쪽이랑 파업한다고 흘리고 우리 좀 챙겨 달라고 해 봐요. 그러면 배달의만족에서 좀 쥐여 주지 않을까요?”
“오! 그 수가 있었네. 역시 우리 동생은 내 제갈량이라니까! 껄껄껄.”
그렇잖아도 점점 늘어나는 집으로의 항의에 한번 혼쭐을 내 줘야겠다고 생각하던 고만진은 욕심으로 눈을 번득거렸다.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하려나?”
“뭐, 전체적으로 파업한다고 하면 이사진급에게는 큰 거 한 장씩은 줘야 하지 않겠어요?”
“그렇지? 허허허.”
“형님, 만일 그거 받으면 뽀찌 좀 줘요.”
“내가 내 제갈량을 안 챙기면 누가 챙기겠어? 걱정하지 말어. 내가 두둑하게 챙겨 줄게.”
고만진은 이때까지만 해도 집으로를 혼쭐내 주고 배달의만족과 저기요 측에게서 돈을 받아 챙길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직전 노형진이 먼저 움직일 거라고는, 그는 예상도 못 했다.
“장양규 씨?”
“네?”
이틀 뒤. 장양규는 언제나처럼 출근해서 배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장양규에게 다가오는 남자들.
그들은 그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장양규 씨 맞습니까?”
“맞습니다. 그런데요?”
“당신을 여든여섯 건의 업무상횡령 혐의로 체포합니다.”
“자, 잠깐만요. 업무상횡령이라니, 무슨 말이에요!”
“당신은 몇 달에 걸쳐서 배달하는 음식물을 절취하는 수법을 쓰셨지요?”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그 관련 기록이 다 남아 있습니다.”
그 말대로, 집으로에는 사람들이 항의한 글과 통화 기록이 모두 잘 보관되어 있었다.
“치킨에 탕수육에 돈가스에, 아주 그냥 대놓고 처드셨네.”
기록을 확인하면서 한 남자가 혀를 끌끌 찼다. 바로 오광훈이었다.
그걸 본 장양규는 몸부림을 쳤다.
“난 모른다고!”
“아, 그건 뭐 감옥에 가서 판단하시고.”
그러면서 오광훈은 장양규에게 다가갔다.
“같이 걸어서 가실래요? 아니면 수갑에 채워져서 질질 끌려가실래요?”
“사장님, 이것 좀……! 아놔, 이것 좀 어떻게 해 봐요!”
“저기요, 무슨 오해가 있나 본데…….”
장양규가 끌려 나가는 모습을 보던 고만진은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성함이?”
“고만진입니다.”
이름을 들은 오광훈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 고만진 씨. 그렇잖아도 영장이 나와 있었습니다.”
“영장? 잠깐, 영장이라니요? 무슨 영장요?”
“그동안 수차례 집으로에서 횡령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는데도 막지 않으셨네요?”
그 말에 고만진은 움찔했다. 왠지 불안한 느낌이 그를 덮쳤다.
“제가 그걸 어떻게 막아요?”
“못 막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여기 사업주시잖아요? 더군다나 직원도 아니고 일용직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