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518)
공범을 찾아서 (3)
그리고 그 버릇을 고치는 건 쉽지 않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들이 졸업 이후에도 똑같은 짓 하다가 감옥에 가는 것처럼 말이다.
‘보아하니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사람 같은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세상은 비상식 천지다. 사관학교 졸업한 소위가 군 생활을 40년 가까이 한 원사에게 대가리를 박게 하는 경우도 있다.
참고로 군 생활 40년 한 원사면 대령급도 쉽게 말 못 놓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계급으로, 원사는 소위 아래니까 내가 더 높다고 생각해서 대가리를 박게 한 것이다.
물론 대가리를 박는 건 군법상 불법이라 그 소위는 바로 다음 날 헌병대의 방문을 받아 주소를 군 형무소로 옮겨야 했다.
‘세상 물정 모를 나이이기는 한데.’
노형진이 주위 경찰들을 바라보자 다들 시선을 피했다.
‘대신 좀 처리해 달라는 느낌인데. 뭐, 기꺼이.’
그런 거라면 해 줄 만한 일이다. 저들도 기브 앤드 테이크라는 걸 모르지는 않을 테니까.
그리고 동료인 경찰들이 이럴 정도라면 자기보다 계급이 낮다는 이유로 얼마나 갑질을 했는지 안 봐도 뻔하다.
“경위님, 선 넘지 마시죠.”
“아, 시끄럽고 이름.”
“묵비권 행사하세요.”
“뭐?”
“이런 강압적인 분위기에서는 저희 조사 못 받습니다.”
“범죄자 주제에 뻔뻔하네.”
“저희는 범죄자가 아닙니다. 분명 저희는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온 겁니다만.”
아무리 보험사에서 보험 사기로 고소를 넣었다고 해도 바로 피의자가 되지는 않는다.
일단 처음에는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그 후에 가능성이 있으면 피의자로 변경되는 것이 정상이다.
“일어나시죠. 참고인으로서 저희는 조사에 응하지 않겠습니다.”
피의자와의 차이는, 참고인의 경우는 조사받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거다.
“미쳤어? 지금 업무방해로 처벌받고 싶어?”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업무방해로 처벌받고 싶냐고!”
“그렇단 말이지요. 지금 이거 녹음 중인 거 아시죠?”
“어쩔 건데?”
“그러시다면야 뭐.”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협박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도록 하지요.”
“뭐?”
그 말에 그 여자 경찰의 시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어나시죠, 박사님.”
“어, 그래도 됩니까?”
“그래도 됩니다. 뭐, 바로 강력계로 넘어갈 테니까요.”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여기가 어딘지 알아!”
“경찰서죠. 그리고 당신은 여기 경찰이고.”
“네가 고소한다고 해서 다 네 맘대로 될 것 같아?”
“아이고, 지금 그러니까 경찰서 내부에서 대놓고 위력으로 징계를 빼 버리겠다 이거군요. 이것도 월권입니다. 아니다. 이 경우는 업무상배임이 되겠군요. 한 건 더 들어가야겠습니다.”
노형진이 말할수록 그녀는 당황했다.
지금까지 상대한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화내면 어쩔 줄 몰라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 봤자 고작 네 명뿐이었지만.
“아, 거기 감사실 좀 불러 주시고요. 아니, 여기가 현장이니 현장 증거 확보 좀 하겠습니다. 강력계로 가서 누구 한 명 데리고 오세요.”
“네?”
“안 데리고 오면 당신도 업무상배임입니다.”
“전화 한 통 해도 되겠습니까?”
“네, 그러세요.”
눈치 빠른 과장이 마치 안다는 듯 전화기를 들고 나갔고, 잠시 후 강력계에서 경찰 한 명이 왔다.
“어이, 서 경위. 협박했다면서? 일단 사건에서 빠져.”
“제가 왜요!”
“협박당했다는 피해자의 사건을 협박범이 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저는 제 합당한 권리로…….”
“합당한 권리 좋아하네. 너 월권한 거 맞아. 오늘 저녁 9시 뉴스에 메인으로 나가기 싫으면 내 말대로 해. 이분이 누군지 알아?”
“누군데 그래요? 고작 변호사 나부랭이…….”
“변호사 나부랭이면서 동시에 코리아 타임라인 사주야.”
“코, 코리아 타임라인?”
“아, 그러고 보니 기자를 안 불렀네요. 잠깐 기자 좀 부르겠습니다.”
노형진이 웃으며 말하자 얼굴이 핼쑥해진 서 경위를 팀장이 끌고 나갔다.
노형진은 그걸 보고 피식 웃으며 핸드폰을 다시 품에 넣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쟨 뭡니까? 보아하니 이번에 경찰대 졸업한 신참 같은데, 뭘 믿고 저렇게 안하무인이랍니까?”
“담당 수사관 뒷조사까지 하고 오셨어요? 이번에 졸업한 건 어떻게 아셨데?”
“나이랑 계급 보면 그거 말고는 답 없죠, 뭐. 그것보다는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안하무인일 수가 없는데?”
경찰대는 경찰의 전문가를 키우는 곳이지 병신을 키우는 곳이 아니다.
최소한의 예의와 대응 절차조차도 모르는 저 정도 수준의 경찰이 나온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더군다나 다른 경찰들이 경찰대고 나부랭이고 저런 걸 그냥 방치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말이다.
“아버지가 서한수 경기도 경찰청장입니다.”
“허, 그 정도라면 파워가 끝장났겠는데요.”
“그렇지요.”
경기도 경찰청장쯤 되면 경찰대학에도 힘을 어마어마하게 쓸 수 있다.
더군다나 경찰대에도 파벌이 있어서, 결국 나가서 승진하기 위해 싸워야 하는 사람들이다.
기업으로 치면 아버지가 계열사 사장이라는 건데 과연 일반 직장인 취급이 가능할까?
“경찰대에서도 물고 빨고 장난 아니었나 보더군요.”
낙제해야 하는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통과되고, 주변에서는 그녀를 우러러보면서 제대로 컨트롤을 안 했을 게 빤히 보였다.
“그러더니 오자마자 자기 아래 계급의 사람들한테 반말을 까더군요.”
“미치겠네. 그걸 그냥 둬요?”
“부장님이 한 소리 했죠. 그리고 다음 날, 부장님 2개월 감봉받았습니다.”
“얼씨구.”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아무래도 경찰대학 쪽에 감사를 한번 신청해야겠네요. 저런 낙제 학생을 통과시키고 말입니다.”
때마침 들어오는 과장. 노형진은 그런 과장을 보면서 미소 지었다.
그가 어디에다가 전화했는지 몰라서가 아니다.
알기에 전화하라고 그냥 둔 거다.
“경찰청장은 뭐라던가요?”
“뭐, 당장 튀어 온다고 난리입니다.”
“오실 필요 없다고 문자 보내 주세요. 그 시간에 그냥 짐 정리하시라고.”
“진짜로 자르시려고요?”
“아니요. 그럴 수는 없죠. 다만 그렇게 해야 집에 가서 철모르는 핏덩이 교육을 하지 않겠습니까?”
“적당히 바꿔서 보내겠습니다.”
과장은 문자를 보내더니 노형진에게 눈짓했다.
“커피 한잔하시죠.”
두 사람은 자판기 커피를 들고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단 최준태는 노형진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뭐, 눈치 빠르게 처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잖아도 머리 아파 죽을 지경이었거든요.”
“배치된 지 얼마나 된 겁니까?”
“이틀입니다.”
“쯧쯧. 핏덩이네요, 핏덩이.”
“세상 무서운 거 모를 때죠.”
“그나저나 기브 앤드 테이크 아시죠?”
“이번 사건은 딱히 도와드릴 만한 게 없는데요. 규정대로 해야 합니다.”
과장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딱히 힘든 사건도 아니고 보험 사기 사건이다. 노형진이 철모르는 애송이 혼쭐을 내 주는 건 고맙고 재미있는 일이지만 규정은 규정이다.
“그런 건 저도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두한이나 다른 보험사 쪽 관련해서 정보가 있으신가 해서요.”
“흠, 두한 사건이 좀 많이 늘기는 했지요.”
“보험 사기와 관련해서 말이죠?”
“네, 지금 두한에서 하루에도 수십 건씩 고소를 넣는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노형진은 목소리를 낮췄다.
“그래서, 위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그거야…….”
“다른 곳도 아니고 두한이 법대로 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 말에 과장은 쓰게 웃었다.
‘하긴, 귀신을 속이지, 노형진을 어떻게 속여?’
단순히 신참 경찰이 싸가지 없게 구는 것만으로도 어디 소속인지 백이 있는지 없는지까지 다 판단해서 대처하는 노형진이다. 그런 사람을 속여 봐야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게 없다.
더군다나 두한의 짓거리는 자신도 마음에 안 들었다.
“가능하면 기소 쪽으로 가닥을 잡으라고 하더군요.”
역시 이런 정보는 현실적으로 경찰과 친하지 않다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뭐, 누가 말했는지는 말하기 그렇지만요.”
“괜찮습니다. 그런 건 상관없어요. 어차피 뭐 한두 놈도 아닐 테고.”
경찰서가 여기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전국에 있는 경찰서에 다 로비했을 테니까.
과장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미친 새끼들. 일단 찔러보겠다는 심정인데, 이게 말이나 됩니까? 이따위 상황이면 제가 누굴 믿고 일합니까?”
경찰들에게 있어서 보험은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다. 업무 자체가 위험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경제 쪽이지만 언제 부서가 바뀔지 알 수 없으니까.
그런데 거기서 일하다가 칼이라도 찔려서 병신이 되면 그걸 대비하는 방법은 보험뿐이다.
그렇잖아도 경찰은 보험을 가입할 때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서 보험 가입이 거절되거나, 가입하더라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그랬다가 나중에 협박당하는 걸 보고 있으니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일단 저희 입장에서는 불기소를 하고 싶기는 한데, 현실적으로 아마 힘들 겁니다. 저희 쪽에서 불기소를 넣어 봐야 검찰에서 뒤집을 테니까요.”
사실 이런 사건은 경찰이 뭔가를 할 수가 없다.
검찰 단계에서 이미 답을 정해 둔 거니까.
“그래서 유감이지만 저희가 어떻게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아, 사건을 덮어 달라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죠.”
“반대?”
“네, 규정대로 처리해 달라는 겁니다.”
“규정대로라고 하신다면?”
“규정대로 사기의 관련자들을 모두 엮어야지요.”
그 말에 과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사기의 관련자라고 하면 결국 보험사의 보험료를 받은 피보험자다.
“누구, 엮을 사람이 있습니까?”
“있죠. 의사가 있지 않습니까?”
“의사요?”
“네. 애초에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은 의사죠.”
노형진이 이 사건에서 찾아낸 결정적인 약점. 그건 다름 아닌 의사다.
“애초에 모든 진단은 의사가 내립니다.”
만일 의사가 정확한 진단을 내렸다면?
그렇다면 속인다는 건 불가능하다.
보험사들은 철저하게 인간의 가능성과 노력을 무시한다.
의사가 재활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너희는 재활에 성공했다, 그러니 너희는 사기꾼이다.
이게 그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말에는 맹점이 있지요.”
의사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
다친 사람들의 말만 듣고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고,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게 되었을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공범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의사를 엮으라고요?”
“네, 맞습니다. 제가 부탁드리고자 하는 건 그겁니다. 그게 딱히 불법은 아니지 않습니까?”
“흠, 확실히 불법은 아니죠.”
보험 사기라는 것은 결국 다른 누군가가 거짓말을 해 줘야 성립될 수 있는 사항이다.
물론 의사에게 이유도 없이 ‘못 걷겠습니다.’ 같은 거짓말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의사는 그에 맞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
하다못해 신체적으로 문제는 없으나 걷지 못하는 것을 심리적 문제라고 판단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이런 사건들에서 인정되는 의사들의 소견서는 그런 게 아닐 텐데요?”
애초에 보험은 심리적 보상이 아니라 육체적 상해를 기본으로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