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787)
개념 없는 의뢰인 (3)
아주 희귀한 재료 아이템이라는 거다.
최강의 검이라는 극강검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아이템인데, 딱 두 개만 있으면 된단다.
하지만 저 지랄맞은 확률 때문에 두 개는커녕 한 개를 구하는 것도 힘들다고 하니.
“어이가 없구먼.”
김성식은 혀를 끌끌 찼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식으로 돈을 버리는 게 이해가 안 갔으니까.
“차라리 그걸 대로변에서 뿌렸으면 아깝지는 않겠네. 아니면 기부를 하든가. 120억을 기부했으면 절세도 되고 추앙받으면서 살 텐데.”
“뭐, 부자들이 그렇죠. 그들은 남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당장 지금만 봐도 그렇다.
고한병은 현타가 왔다고 이야기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감이지 파업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측은지심이 아니다.
“그리고 그가 소송하는 이유도 돈을 되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복수하고 싶은 거고요.”
“복수라…….”
“좋게 생각하세요. 법이 가진 자들의 복수 수단으로 쓰인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게 위법적인 게 아니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게 바꾼다면 부자가 복수하는 게 뭐가 나쁘겠습니까? 솔직히 제가 보기에 이건 악으로 악을 상대하는 건데요.”
“자네는 게임을 악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김성식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가요. 저도 게임 합니다. 제가 말하는 악은 게임이라는 탈을 쓰고 도박을 유통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지금 공성전기>는 극악의 확률로 이루어지는 도박이다. 하지만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산업이라면서 보호받는 꼴이 되어 버렸다.
“만구파 사건에 대해 들어서 아시겠지만 만구파도 결국은 종교였지요.”
“하긴, 그랬지.”
고개를 끄덕거리는 김성식.
다만 그는 체험적으로 아는 건 아니었다. 만구파 사건을 할 때 그는 새론 소속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무태식은 그 당시 사건을 일선에서 겪은 사람이었다.
“아, 기억납니다. 그 새끼들, 완전히 북한이었지요?”
“네. 정확하게는 북한식의 주체사상을 교리라는 이름으로 적용하고 있었지요.”
다만 다른 것은 북한에서는 추앙 대상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삼대인 반면 만구파는 성만구였을 뿐이다.
“사실 사이비 종교의 교리를 보면 대부분 독재 시스템과 거의 비슷합니다. 그 대신에 그들은 종교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지요.”
“자네가 봤을 때는 이 게임이 그런 거다 이거군.”
“맞습니다.”
게임의 형태를 띠고 있는 하나의 사업이지만 내면을 둘러보면 평범한 도박이다. 그것도 확률이 더럽게 낮은 도박.
“그걸 막아야 한다는 거죠. 솔직히 게임 강국 대한민국? 그거 거의 구석기시대 이야기 아닙니까?”
게임 플레이에 관해서는 게임 강국일지 모르나 한국에서 나오는 새로운 게임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새롭게 론칭하는 게임은 그나마 거의 중국산이고, 한국산 게임들은 게임이라기보다는 도박에 가깝다.
광고만 봐도 플레이를 가능하게 만들었으면 천사다. 지속적으로 캐시템을 지르지 않으면 아예 플레이 자체가 불가능하게 만들어 둔 게임들이 넘쳐 나기 때문이다.
“흠…… 왜 그런지 모르겠네요.”
“모든 기업의 공통적인 함정에 빠지는 거죠. 생산자가 생산한 물건을 판매하는 건 판매를 담당하는 영업자니까.”
당연히 보이는 건 돈뿐이니 돈을 벌어 온 영업자들이 승진하고 나면 나중에는 물건에 대한 철학이나 개념도 없이 그냥 무조건 어떻게 저걸 비싸게 팔지 고민하는 사람들만 위에 득시글거리게 되는 거다.
“솔직히 기업 입장에서도 백 명이 10만 원씩 써서 1억을 만드는 것보다 한 명이 1억을 쓰게 하는 게 유리하거든요.”
일단 서버비도 아낄 수 있고 리스크 관리도 편하니까.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죠. 우리는 언제나처럼 일하면 되는 겁니다.”
노형진의 말에 김성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자신들은 의뢰를 받았으니 일을 하면 된다.
“하지만 방법이 있을는지……. 솔직히 알게 모르게 이미 소송이 엄청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시죠?”
“알죠. 그리고 그건 모두 게임 회사에 의해 차단당하고 있지요.”
사실 한국에서 게임의 도박성이 문제가 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수십 년째 그 문제는 심각했고, 한방소프트는 그런 게임계에서도 유독 악명이 높은 회사였다.
“확인해 봤더니 그 안에도 여러 건의 소송이 있더군요.”
“당연하죠. 다 고한병 씨 같은 건 아니니까. 도박이라는 게 그렇지 않습니까?”
고한병의 경우 돈이 썩어 문드러지고 할 건 없어서 게임하는 타입이지만, 모든 게임이 그렇듯 중독되어서 하는 사람도 있다.
“더군다나 그 안에 함정도 있고요.”
단순 게임 중독이 아니라 공성전기> 같은 경우는 필연적으로 도박 중독 증상도 벌어진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돈이 넘치는 건 아니니 누군가는 소송을 통해서라도 돈을 찾고 싶어 하겠지요.”
진짜 비싼 아이템이라도 하나 터지면 본전을 뽑는다는 생각에 미친 듯이 매달려 봐도 결국 이기는 건 유저가 아니라 게임사다.
마치 카지노에서 이기는 건 늘 플레이어가 아닌 카지노이듯이 말이다.
“네. 그런데 그 모든 소송은 철저하게 묻혔습니다.”
노형진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일단 소송 결과는 아까 말씀하셔서 알겠지만 전원 패배했습니다.”
당연히 억울한 사람들은 언론 플레이라도 하려고 한다.
수십 년 동안 게임 내 도박 중독에 시달린 건 그들만이 아닐 테니까.
“하지만 말입니다, 언론에서도 말을 안 했더군요.”
“뭐, 언제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준 적이 있었나? 게임사에서 제공하는 두둑한 지갑에나 관심이 많은 인간들일 테니까.”
결국 아무리 억울하다고 말한다고 해도 결국 뱅뱅 도는 이야기가 될 뿐이다.
“더군다나 판검사 관리는 당연한 일일 테고요.”
무태식도 어렵지 않게 알 것 같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한 해에 2조가 넘는 수익을 얻는 회사가 과연 판검사나 국회의원을 관리하지 않을까?
그런 회사라면 온갖 파리가 달라붙기 마련이다.
당장 새론만 해도 파리가 달라붙었지만 척질 수가 없어서 적당히 관리하는 수준 아닌가?
“맞습니다. 그리고 게이머들을 방패 삼아 묶어 버리죠.”
“게이머를 방패 삼는다고?”
“ 공성전기> 같은 건 게임이 아닙니다, 도박이지. 하지만 그들은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게이머들에게 자신들을 지켜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지요.”
게이머들이 몽땅 미쳐서 수억씩 돈을 쓰지는 않는다.
사실 게임 자체에 매달 100만 원씩 쓰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나마 핸드폰 게이머라면 조금 쓰고, 다른 게임 컴퓨터나 게임기를 이용해서 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쓰지 않는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그들은 게임이라는 가면을 쓰고 도박을 유통하는 중인 겁니다.”
“그러면 자네는 어쩔 생각인가? 하는 꼴을 보니까 솔직히 못 이길 것 같은데.”
아예 위법이라면 한방소프트에서 뭔 로비를 했든 노형진과 새론에서 처발라서 이길 수 있다. 이제 새론은 그 정도 힘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게임이라는 문제는 그게 안 된다.
“게임은 도박이 아니니까요, 엄밀하게 말하면.”
도박성이 강한 것은 사실이나 게임은 도박이 아니다.
그들은 그렇게 주장하고 있고, 실제로 그 때문에 위법의 영역 밖에 있다.
확실한 불법이 아니라 애매한 경우는 노형진과 새론에서 이기는 게 힘들다.
“물론 무리하면 이길 수야 있겠지만 그건 좋은 생각은 아닙니다.”
“그래. 그렇게 되면 다른 멀쩡한 게임들까지 모조리 죽어 나갈 테니까.”
“웃긴 거죠.”
정작 규제해야 하는 도박성 게임에는 손도 못 대면서 이런 판례가 생기면 진짜 스트레스 해소용 청소년 게임들은 정신병이니 마약이니 하면서 막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결국 이권 문제니까요.”
애들이 하는 게임들을 두들겨 패야 학부모들의 표가 나오고, 애들이 게임을 하면 정신이상으로 몰아가야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오니까.
하지만 공성전기> 같은 게임에는 손을 못 댄다. 그냥 만만한 애들용 게임만 거품을 물면서 망하라고 지랄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면 결국 밖에서 싸워야 한다는 건데, 음…… 솔직히 말해서 난 힘들 거라고 보네. 공성전기>의 악마적 도박 중독성이야 뭐 수십 년째 나오는 말이지만 단 한 번도 안 고쳐졌고.”
노형진은 김성식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오해하셨네요. 저는 그걸 고칠 생각은 없습니다. 애초에 공성전기>와 한방소프트는 고쳐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요.”
“하긴, 자네는 사람을 고쳐 쓴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지?”
“회의적이라기보다는 현실적인 거죠.”
그 한 명을 고쳐 쓰기 위해 격리하는 것도 아니고 사회에 풀어 두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을까?
“ 공성전기>나 한방소프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절대 안 바뀝니다. 돈맛을 봤으니까요. 그리고 애초에 우리가 받은 의뢰도 그들을 정상으로 돌려 달라는 게 아니었고요.”
의뢰는 복수해 달라는 거지 게임 회사를 정상으로 돌려 달라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아시겠지만 공성전기>는 처음부터 정상인 적이 없었던 게임입니다.”
이제 와서 정상적인 게임으로 돌려 달라고 하면 과연 한방소프트에서 그 말에 따를까?
“그러니까 우리는 복수에 충실하면 됩니다.”
“그게 문제 아닙니까? 복수요.”
한국에서는 언론도 법원도 그들 편이다.
“테러라도 하지 않는 이상에야.”
“하하하, 테러라니요. 그럴 리가요. 우리는 법대로 할 겁니다.”
“법대로?”
“네. 다만 한국 법이 아니라 중국 법에 따라서요.”
“뭐?”
“중국 법이라니요?”
그 말에 다들 깜짝 놀랐다.
물론 노형진에게 해외의 법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고, 그걸 잘 이용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보통은 미국이나 유럽이었는데 갑자기 중국이라니?
“전 세계에서 게임을 가장 혐오하는 나라가 어디일까요? 한 나라를 지도하는 지도자 레벨에서요.”
“우리나라 아닌가?”
유럽이나 미국은 그런 것에 자유로운 편이고, 일본은 애초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기 프랜차이즈가 몇 개씩 있는 나라다.
그에 반해 한국은 언론과 학부모 그리고 종교 단체에서 게임을 하면 애들의 미래가 망가진다며 매일같이 게임 규제를 외쳐 댄다.
“아닙니다. 중국입니다.”
“중국이라고?”
“제가 지난번에 살짝 말씀해 드리지 않았던가요? WHO의 게임 질병화의 근거에 대해서요.”
“아, 그랬지. 그때 WHO의 게임 질병화의 근거 전부가 중국의 논문이라고 했던 게 기억나네.”
“맞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게임이 질병이라거나 마약이라거나 하는 연구 결과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한국도 그런 게 있다고 들었는데요.”
“네, 그런데 그건 엄밀하게 말하면 중국 거죠.”
일단 중국에서 자기들 사상에 맞게 게임은 질병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게 한다. 그리고 WHO는 게임이 질병이나 마약이라는 그 논문을 근거로 질병화를 결정했다.
그러면 한국은 그것과 그 논문을 가지고 와서, 일부 세력에서 게임이 나라를 좀먹고 있다며 모든 게임을 불법화해야 한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이 차이는 엄청나게 큰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