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26)
그리고 그중에서 상당수의 실종이 제대로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고쳐져야 한다라…….”
“그 녀석들 거지인 거 들으셨죠?”
“그 녀석들…… 네…….”
이창식은 노형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신을 납치했던 인간들, 자신을 배에서 일하게 했던 인간들. 그 녀석들은 이미 재산을 빼돌린 상황이었다. 물론 찾다 보면 언젠가는 나오겠지만 지금은 손해배상을 받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면 최소한 병원비는 받아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들에 비해 경찰은 압류할 돈이 넘쳐난다. 물론 넉넉한 예산이 아닌 것은 안다. 하지만 예상이 부족한 것과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합시다 소송.”
노형진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창식을 바라보았다.
이창식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합시다…… 소송.”
그렇게 새론의 국가를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소송이 시작되었다.
* * *
“상대방이 골리앗인 건 알지?”
“네.”
송정한은 확실하게 하기 위해 노형진에게 물어봤다. 괜시리 쓸데없는 자신감으로 덤벼들었다가는 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 진심을 확인해야 했다.
“거참…… 국가라니.”
정확하게는 대한민국 경찰을 대상으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기는 하지만 결국 그 예산은 국가에서 나온다. 그런 만큼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소송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자네도 알겠지만 정부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소송은 다른 소송보다 더 어렵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해야 할 때가 있지요.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것은 영원히 고치지 못합니다.”
“그건 그렇기는 한데…….”
국가의 소송이 어려운 것은 재판부가 국가 소속이라는 문제 때문이다. 물론 나름 3권 분립으로 중립적으로 판단하려고 한다고 하나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있듯이 알게 모르게 국가 편을 들어 주는 마음이 없을 수가 없다.
“어려울 걸세.”
“쉽다고는 생각 안 합니다.”
그러다 보니 국가를 대상으로 소송을 하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른 사건에서는 인정해 줄 만한 증거라 할지라도 대상이 국가가 되면 재판부는 더욱 까다롭게 검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 망할 규칙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끄응…… 하긴…….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규칙이기는 하지.”
강력 범죄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자 중 남자의 비율은 대력 61% 정도다. 즉,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몇몇 범죄들을 제외하고는 남성 피해자 역시 적지 않게 범죄로 희생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단순히 남자라는 이유로 보호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제가 봐서는 이 소송을 시작하면 아마도 관련 피해자가 더 나올 것 같습니다.”
남상주 변호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노형진의 편을 들었다.
“관련 피해자요?”
“네, 저 내부 규칙이 생긴 지는 오래되었고 실제로도 관련 피해자들이 적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보통 신고하면 오지 않습니까?”
“일반적인 사건이야 그렇지요. 하지만 사건 현장에 온다고 사건이 해결되는 건 아니잖습니까?”
특히 실종 사건의 경우 사건 현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범인들의 동선 확인이다. 과거에는 물어물어 추적하는 게 다 였지만 지금은 전국이 CCTV 감시하에 있기 때문에 경찰이 하고자 하면 못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라는 이유로 무조건 가출 처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되죠. 과거처럼 찾기 힘든 시대도 아닌데요.”
“음…….”
“그런 부분에서 노 변호사의 말에 적극 동의합니다. 아마도 제가 봐서는 과거부터 내려오던 폐단이 그냥 굳어 버린 것 같네요.”
과거에는 여성 납치 사건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은 부족했다. 일일이 직접 찾아야 하다 보니 인력도 많이 부족했고 말이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가출 경향이 강한 남자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처리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대에는 남자에 대한 납치도 많이 벌어지고 있고 CCTV 덕분에 수사 자체도 그다지 힘들지 않다. 그리고 남자들이 가출하는 것도 과거보다 덜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규칙을 누구도 건들지 않으니 자기들 편한 대로 써먹고 있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 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전.”
노형진의 말에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그건 노 변호사 말이 맞는데.”
시대가 바뀌면 법도 바뀌어야 한다. 시대가 바뀌는데 법이 그 앞을 가로막는다면 그 나라는 시대에서 뒤떨어지는 법이다.
“법이 바뀌어야 한다라.”
“네, 근데 법도 아니고 고작 자신들이 편하자고 만든 규칙이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게 두면 안 됩니다.”
그 말에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다음에 할 건 결정된 셈이군.”
“네, 이제 소송에 참가할 사람들을 모으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에게 찾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간단합니다. 이런 일을 홍보해 주는 전문가가 있거든요.
“전문가? 이런 걸 홍보하는 전문가도 있어?”
“그럼요. 그러니까 우리는 소송만 준비하면 됩니다. 이제부터 하는 모든 것이 다 소송이니까요.”
노형진의 미소에 왠지 송정한은 경찰이 불쌍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 * *
“뭐라고요?”
슬슬 노예 사건의 떡밥이 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한 건을 노리고 있던 삼진일보의 기자인 여택수는 노형진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경찰에서는 아예 남자에 대한 실종 신고 자체를 거부합니다.”
“네? 그럴 리가요.”
“과연 그럴까요?”
노형진은 그에게 그동안 들어간 신고 기록을 슬쩍 넘겼다. 물론 그걸 구하기 위해 상당한 돈을 쓰기는 했지만 그 가치 이상의 일을 할 테니 그 돈이 아깝지 않았다.
“이거 보세요. 그 안에 진실이 있으니까.”
“어, 진짜네?”
여택수는 접수 기록을 보고 기가 막혔다. 거기에는 사건들을 분류하면 아이들과 여성에 대해서는 다 실종으로 되어 있는데 18세가 넘어간 남성들은 대부분 가출로 처리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걸 모르니 일단 신고하면 경찰이 찾아 줄 거라 생각하죠.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이 접수할 때는 실종으로 접수했을지는 몰라도 경찰에서는 실종이 아닌 가출로 처리하기 때문에 수사하지 않아요.”
“그러면 뭡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은?”
가끔은 가출이 아닌 실종으로 되어 있는 사람들. 그들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명백하게 실종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돈이 있거나 명확한 증거가 있는 경우죠.”
“돈이 있거나 명확한 증거가 있는 경우?”
“네.”
“돈이 무슨 상관이에요?”
“그렇게 돈이 있는데 그 돈을 버리고 가출하겠어요?”
“음…….”
가출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수십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모든 것을 버리고 그곳을 떠날까? 그럴 리 없다. 그러다 보니 경찰에서는 돈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가출이 아닌 실종으로 정식으로 접수해서 수사한다.
“하지만 이게 이번 멍텅구리 배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거죠?”
“그 사건에서 발견된 사람들의 이름이에요. 오른쪽에 있는 차트와 비교해 보세요.”
노형진은 다시 두 장의 사건을 그에게 건넸고 그는 그걸 일일이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응?”
분명히 이들은 납치당해서 수년 동안 노예로 살아 왔다. 또는 죽어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경찰서 내부의 처리 상황에 따르면 이들은 90% 이상 가출로 처리되어 있었다.
“이는 즉, 경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이분들이 좀 더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죠. 아니면 지금까지 살아서 가족들과 함께 있든가.”
“음…….”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닐걸요? 안 그렇습니까?”
“음…….”
당장 신분증을 발견한 사람들의 수가 적은 게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진짜로 경찰이 수사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을 면할 수가 없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노형진은 슬쩍 그를 찌르기 시작했다.
“뭐, 생각이 없으면 다른 곳에 가져다 드리고요.”
그렇게 되면 손해 보는 것은 그다.
“도대체 왜 이런 식으로 하는 겁니까?”
“저야 모르죠.”
어깨를 으쓱했지만 사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귀찮은 것뿐이다.
“돈 없는 사람들은 결국 죽으라는 소리죠. 안 그래요? 만약 납치된 사람들이 대기업 아들이나 정치인 아들이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안 걸렸을까요?”
그럴 리 없다. 아마 그랬다면 군이라도 동원해서 전국을 뒤졌을 것이다.
“음…….”
여택수 기자는 머리를 빠르게 굴리고 있었다.
‘흐흐흐, 그래, 열심히 굴려 봐라.’
노형진이 그에게 접근한 건 다른 이유가 있었다. 다른 기자들과 연락처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삼진일보가 다른 신문사에 비해 큰 것도 아니다. 그가 여택수에게 접근한 이유는 단 하나 그가 기레기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기자 같지도 않은 기자를 비하할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 그가 왜 기레기라고 불리느냐 하면 적당한 소재가 있으면 있는 뻥 없는 뻥 다 붙여 가면서 온갖 소설을 다 쓰는 타입의 기자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정론지는 불편하지.’
딱 사실만 전하면 묻힐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좀 더 자극적인 소설 몇 개 넣으면 국민들에게 순식간에 알려지기 마련이다. 인간은 자극적인 소식을 찾아다니니까.
“이런 건 말도 안 되죠. 돈 있는 사람이 아니면 죽어도 상관없다 이건가요?”
“그럴지도?”
여택수 기자는 대충 대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그의 머릿속에서 이미 수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증거임을 알기에 노형진은 그걸 절대로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홍보 감사합니다. 흐흐흐.’
노형진은 얼마 후에 나올 기사를 생각하면서 속으로 웃음을 감추고 있었다.
* * *
얼마 후, 진짜로 관련 기사가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기레기라는 별명 아닌 별명에 맞게 온갖 개뻥들으로 점철된 기사였다.
이번 사태에 대하여 경찰은 기본적으로 남성은 구조의 대상이 아니며 기본적으로 범인일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에 배제했다는 내부 정보통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에 피해자 협회에서는 남자들도 희생자가 될 수 있으며……(중략)……한편 모월 모일 납치된 김 모 씨의 가족들은 경찰에 그 사실을 신고하였으나 경찰은 내부적으로 가출로 처리하여 며칠 뒤 김 모 씨의 변사체가…….
“캬, 역시 소설가.”
노형진은 그가 쓴 글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이 사람은 기자가 아니라 소설가를 했어야 했어.”
자세하게 보면 실종자를 가출자로 처리한다는 내용이지만 이 표현이 애매해서 얼핏 보면 경찰이 아예 남자에 대한 도움 자체를 금지하도록 되어 있는 것처럼 되어 있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물론 경찰에서는 항의하겠지만 언론의 자유를 가진 상태에서 쓴 글인 데다가 표현이 애매해서 그렇지, 실제로 있는 사실만 썼기에 문제가 될 가능성은 없었다.
“역시 기자들이란.”
아니나 다를까, 노형진의 생각대로 남자들이 그걸 보고 발끈해서 인터넷으로 퍼 나르기 시작했고 다른 언론은 그걸 보고 다시 그걸 파고들기 시작했다.
“자, 이제 슬슬 전화가 올 일만 남았군요.”
마지막에 기사, 아니 소설의 끝을 장식한 한 문장.
이번 사건에 대해서 법무법인 새론에서는 피해자들을 모아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그 한마디가 인터넷을 타고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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