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434)
우정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4)
그게 문제다.
구태 정치인의 표본 같은 놈들이니 그놈들이 하는 공천은 100% 진심으로 국가를 위해 일할 사람이기보다는 자기들에게 뇌물을 주는 사람 또는 자기들에게 알랑방귀를 뀌면서 똥구멍을 빨아 주는 사람일 거다.
“자네도 알 거야. 지방자치 하는 데에서 공천받는 놈들의 질이 얼마나 바닥인지.”
“알고 있죠.”
지방자치단체라고 해도 결국은 정치인.
그런데 정치는커녕 갑질에, 심지어 가게 앞에 주차한 차를 빼 달라고 했다는 이유로 권력을 이용해서 가게를 망하게 하려고 지랄 발광하다가 걸리는 놈도 있을 정도다.
“그런 놈들은 대부분 뻔하죠.”
진짜 지역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일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지방 공천권을 가진 지역 국회의원이나 권력자에게 줄 잘 서 두둑하게 주머니 좀 채워 주고 나서 공천받은 놈들이라는 것.
“나는 지방자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네만 그런 놈들을 뽑고 싶지는 않은데?”
그런 놈들을 뽑느니 지방자치를 안 하느니만 못한 게 현실이니까.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새로운 방법을 추천해 드리는 겁니다.”
“뭔가?”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게 하는 거죠.”
“인정하지 못하게 한다고?”
“네.”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다.
“우정요? 개좆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하세요, 후후후.”
* * *
“네?”
“다음 지방선거를 위해 공천 시스템의 개편이 필요할 듯합니다.”
송정한의 말에 주곽영과 박홍장은 왠지 떨떠름한 기분이 되었다.
‘어째서?’
물론 송정한은 아직 힘을 가지고 있는 당 대표이자 우리국민당의 대통령 후보다.
하지만 대통령 후보로서 대선 준비에 바쁜 사람이 지방선거에까지 관여하겠다니.
“아직 몇 달 남았습니다, 대표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신민당과 민주수호당의 공천 관련 시스템은 이미 굴러가고 있는 상황이니 우리만 미룰 수는 없어요.”
‘그건 네가 저지른 일 때문이잖아!’
물론 슬슬 지방선거 공천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노형진이 함정을 파는 바람에 두 정당에는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그 혼란으로 인해 일찌감치 공천 문제가 터져 나왔다.
혼란이 심할수록 공천 정리에 오래 걸릴 테니까.
“그러니 우리도 발맞춰서 움직여야지요.”
“알겠습니다.”
아무리 주곽영과 박홍장이 이빨을 들이밀었다 해도 맞는 말까지 반대하고 나설 수는 없었다.
갑자기 자유신민당과 민주수호당이 자신들에게 손절을 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대통령 선거만 시작되면 넌 끝이야.’
그랬기에 주곽영은 이를 박박 갈았다.
‘대통령 선거만 시작되면…….’
그와 박홍장의 계획은 간단했다.
현재 상황에서 송정한을 꺾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차라리 선거에서 방해하자.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지고 나면 그 책임을 물어서 축출하고 권력을 빼앗자.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지면 잠시라도 일종의 잠수를 하는 게 국룰이니 그 틈을 타 말려 죽이자.
그게 계획이었다.
그랬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제 각 지역의 공천권자를 정해야지요.”
“네? 아, 뭐라 하셨습니까?”
“대한민국의 통합을 위해 각 지역의 공천권자를 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최종 결정은 당에서 하겠지만 각 지역에서 올라오는 걸 모두 당에서 검수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지요.”
실제로 공천을 받고 싶으면 그 지역의 국회의원이나 공천권을 쥔 당직자들에게 제법 두둑하게 뇌물을 줘야 한다.
일반적으로 구의원은 2천만 원, 시의원은 5천만 원, 도의원은 1억 원 그리고 국회의원은 3억 원 정도의 뇌물을 줘야 그나마 공천권자에게 말이라도 꺼내 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기탁금이라고 해서 당에 내놔야 하는 돈은 또 별도다.
‘그리고 이때쯤이면 이미 그 돈이 다 들어가 있단 말이지.’
미리미리 기름을 쳐 놔야 하니, 공천이야 선거 직전에 시작한다지만 이미 받을 거 다 받고 명단까지 뽑아 둔 상황일 것이다.
‘그러니까 그걸 이용하지 이거지?’
송정한은 미소를 지으면서 주곽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주 의원이 대구 쪽을 담당해 주게.”
“네?”
그 말에 주곽영은 뒤통수를 후려 맞은 듯한 얼굴이 되었다.
“저보고 지금 대구를 담당하란 말씀이십니까?”
“그래. 대구와 부산, 그쪽을 담당해서 심사를 해 주게.”
“아니, 저는 그쪽에 아는 사람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공정하게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리고 박홍장 의원은 광주 쪽을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박홍장도 순간 흠칫했다.
“송 의원, 그게 무슨 말이오? 나보고 광주 쪽을 해 달라니. 나는 광주 쪽은 가 본 적도 없소.”
“누차 말씀드리지만 ‘공정한 심사’를 위해서입니다.”
그 말에 너무 놀라서 아무런 말도 못 하는 두 사람.
‘그러겠지.’
주곽영은 민주수호당 출신이고, 민주수호당의 텃밭이 바로 광주다.
반대로 박홍장은 자유신민당 소속이고 그곳의 텃밭은 바로 대구와 부산이다.
즉, 서로 한때 적지였던 곳에 가서 심사를 하고 공천을 해 달라는 거다.
‘이미 네놈들이 공천과 관련해서 두둑하게 받아 챙긴 걸 알고 있지.’
일반적으로 자기 지역구 또는 자기 관련 지역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그 지역에 강한 정당에 갈 수밖에 없으니까.
가령 대구에서 민주수호당으로 공천받았다?
그러면 말이 공천이지, 그냥 가서 죽으라는 소리다.
광주 역시 마찬가지고 말이다.
‘그러니 그 지역의 권력자들은 뻔하지.’
분명 주곽영이나 박홍장 같은, 그 지역의 유력 정치인에게 돈을 주면서 자신의 공천을 요청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 철천지원수인 반대당 출신이 가면 어떨까?’
알기는커녕 서로 인사도 한 적 없다.
‘그리고 이때부터 개판 되는 거지.’
사실 이 문제의 해법은 아주 간단하다.
주곽영이나 박홍장이 서로에게 ‘이 지역의 공천 대상자는 누구다.’라고 알려 주면서 긴밀하게 손잡고 거래하는 거다.
즉, 예정대로 공천 대상자를 공천하라고 미리 정보를 공유하는 것.
‘하지만 과연 그게 될까?’
그들은 서로에게 우정을 이야기할지 모르지만 내면에서는 서로를 못 믿고 필요에 따라서는, 아니 100% 송정한을 몰아낸 후에 본인이 권력을 잡고 싶어 할 거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상대방의 힘을 꺾고 싶어 할 거다.
그건 반대로 말하면 그가 누군가를 추천해 준다고 해도 실제로 공천을 해 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거다.
더군다나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상당히 곤란한 게, 공천 심사는 이제부터 해야 하는데 내정자를 알려 주는 것은 비리가 있다는 것을 뜻하니 그 자체가 나중에 약점이 된다.
나중에 선거판에서 싸울 때 ‘저 새끼는 공천을 하면서 뇌물을 받았다.’라는 정보가 가지는 가치는 절대적이다.
당연하게도 그걸 알려 줄 수는 없으니 결과적으로 주곽영도, 박홍장도 서로에게 자신이 요구하는 공천자 명단을 넘길 수는 없는 것이다.
‘두 집단이 절대적으로 상대방을 신뢰한다면 예정대로 공천이 이루어지겠지만.’
어느 한쪽이라도 불신을 가지면 이루어질 수 없는 공천 구조.
‘역시 노 변호사라니까.’
이 상태로는 상대방을 믿지 못한다. 그리고 서로 믿지 못하기에 결국 함께 갈 수 없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겠습니까?”
“그래야지요. 그래야 공천을 공정하게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여러분들이 부패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야지요. 지금 자유신민당과 민주수호당에서 뭐라고 하는지는 다들 아시지요?”
“…….”
“…….”
그 말에 두 사람은 할 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 두 정당에서는 자신들의 공천이나 후보자 추천이 지극히 공정하고 개인감정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야 표를 갈라 먹는 무소속 후보의 효과를 조금이라도 줄여 볼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공정에 대한 상식적인 행동을 보여 주지 않는다면 과연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너무나 당연한 말이었다.
‘그냥 들이받아 버릴까?’
주곽영은 한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들이받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면 이놈이 문제야.’
그는 힐끔 박홍장을 보았다.
자신이 들이받는 거야 어렵지 않다. 어차피 이빨을 드러냈으니까.
송정한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만있지만 정말로 아무런 감정도 없을 리가 없다.
‘하지만 내가 들이받으면…….’
과연 박홍장도 함께 들이받을까? 과연?
자신이 송정한을 들이받아서 공천권을 잃어버리면 그곳을 차지하는 건 과연 누굴까?
답은 뻔하다. 바로 박홍장이다.
‘…….’
‘…….’
그리고 그 마음은 두 사람 다 같았기에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누군가 대신 들이받아 줄 거라면, 그래서 그가 진심이라는 걸 먼저 증명하면 이쪽에서도 도와주겠다는 내심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걸 말하지 못한 채 서로를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당연하게도 결국 누구도 들이받지 못한 채로 이야기는 끝나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