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98)
“언론에는 그렇게 말해 드릴게요. 전 공익 제보를 해야 해서 말이죠.”
노형진은 히죽 웃었다.
“그거 업무상 비밀 누설 아니야!”
“전 검찰이 아니라서요.”
“아!”
박강우는 노형진이 노리는 바가 뭔지 알아차렸다.
자신은 검찰로서 이번 사건을 섣불리 바깥으로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하지만 노형진은 검찰도, 공무원도 아니다. 사건을 의뢰받은 당사자로서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고, 또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
“과연 기자들이 뭐라고 할지 궁금하군요.”
경찰조차 뇌물을 받았다가 도망간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든 복지부동을 하면서 지원을 거부하는 그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는 뻔한 일.
아무리 무죄로 선고가 난다고 해도 결국 징계를 먹을 수밖에 없는 일이니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불이익이 두려워서 움직이지 않는 사람에게 가장 확실한 것은 더 큰 불이익이지.’
그들은 상을 바라지 않는다. 지금 자리만 해도 충분히 자기 욕심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불이익으로 인해 그 자리를 지킬 수 없게 되리라고 판단되면 그들은 움직인다.
“진정하게. 자, 자! 일단 이야기를 해 봐야지.”
“이야기야 뭐, 기자들과 하세요.”
노형진이 문으로 나가자 잽싸게 매달리는 해경 관리자.
“내가 삼봉급은 무리고, 태평양급이 마침 대기 중인 게 있으니…….”
협박을 받고서야 일을 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박강우는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 * *
“움직인다.”
노형진은 태평양급 선박 위에서 레이더상에 나타나는 배를 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대양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배는 바다에 닻을 던져서 그 자리에 정지해 있다. 하지만 그건 어느 정도 깊이까지만 가능하다.
이런 공해상은 바다가 깊어서 닻을 던질 수가 없다. 당연히 그냥 정선 상태이고, 물결에 흔들리기 때문에 위치가 바뀐다.
그러니 당연히 선박을 주기적으로 움직여 줘야 한다.
‘그리고 위치를 잡을 때는 GPS를 기준으로 잡지.’
지금 물속에서는 잠수함이 가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저 배가 그걸 기준으로 위치를 잡으면 한국의 영해로 들어오게 될 테니, 그 순간이 기회다.
“속력을 높이는군요.”
“생각보다 더 많이 떠내려왔다고 생각했겠지요.”
갑자기 먼 거리로 위치가 바뀌었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가?’
누군가 계속 좌표를 보고 있었다면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갑자기 위치가 바뀌었으니까.
다행히 그걸 보는 사람이 없어서 무심하게 넘어간 것이다.
“기다립시다.”
상업선보다 경찰선의 레이더가 강력한 것은 당연한 일.
그러니 저들은 누가 자신들을 보고 있다고 생각 못 하겠지만 자신들이 접근해서 그들의 레이더망에 걸리면 바로 배를 돌려서 도주할 것이 뻔하다.
그러니 도주 거리보다 더 많이 들어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저 정도 배가 떠내려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당연히 너무 멀리 움직이면 누군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그게 늦을수록 자신들이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진다.
“영해에 들어왔습니다.”
드디어 영해로 들어온 선박. 아직까지는 별 의심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만 더…….’
그런데 선박이 어느 순간 갑자기 멈췄다. 그러고는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반대로 움직이는데요?”
“걸렸나?”
갑자기 조금 반대로 움직이는 선박.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위치가 틀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빨리 가요!”
“전속 항진!”
배는 점점 가속하기 시작했고, 그럴수록 엄청나게 출렁거렸다.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항속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직 레이더에 안 걸렸을 텐데?”
거리상으로 봐서는 레이더에 걸릴 거리가 아니다.
“뭔가 알아차렸나 보군요.”
척 봐도 무서운 속력으로 반대쪽으로 가는 선박.
하지만 민간선, 그것도 무거운 화물선이 낼 수 있는 속력은 한계가 있었기에 결국 노형진이 탄 경비함에 꼬리를 잡힐 수밖에 없었다.
“정선하라!”
경비함은 바로 옆으로 붙으면서 경고를 했지만 배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경고사격!”
함장의 명령에 바로 발사되는 경고사격.
투타타타.
몇 발의 탄환이 선박 위를 스치고 지나가자 겁을 먹은 듯 선박은 속력을 줄이기 시작했다.
“탑승 준비.”
바로 올라갈 준비를 하는 사람들.
그러나 상대방은 승선시키기 위해서 속력을 줄인 게 아니었다.
“로켓이다!”
누군가의 외침.
기다리고 있던 특공대는 주저하지 않고 사격을 가했다.
펑!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발사되는 RPG.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특공대의 총격이 사수의 가슴을 맞혔고, 로켓은 허무하게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사격!”
하지만 저항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래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인원이 총으로 저항하기 시작했다.
타타탕.
“우왓!”
함께 올라갈 생각에 갑판으로 나와 있던 노형진은 황급하게 머리를 숙이자 그 위로 총알이 스치고 지나갔다.
“뭐야?”
“대응사격해!”
선박을 사이에 두고 총격이 오가기 시작했다.
특공대장은 사격을 하면서도 기가 막혔다.
“저 새끼들 뭡니까?”
가끔 격렬하게 저항하는 놈들이 있기는 하지만 로켓과 총까지 동원하는 놈들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다급한 거죠.”
뭔가 감추고 싶은 게 있으니 어떻게 해서든 감추려고 하는 것이다.
“올라가야 하는데.”
문제는 저쪽의 저항이 너무 격렬하다는 것.
결국 특공대장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섬광탄 뿌려.”
이러한 탁 트인 공간에선 효과가 적지만 최소한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섬광탄을 투척했고, 그건 정확하게 상대방의 머리 위에서 터졌다.
펑펑펑.
“으아악!”
“내 눈!”
그렇게 터진 섬광탄이 한두 개가 아닌지라 사격하던 자들은 바닥을 나뒹굴었다
“지금이다.”
높이가 비슷했기 때문에 배를 가능하면 바짝 붙이고 그곳으로 기어올라 갔다.
“클리어!”
“클리어!”
바닥을 나뒹구는 인간들을 제압한 사람들은 안쪽으로 몰려들어 가기 시작했다.
경비함에서는 도주를 막기 위해서 브리지 쪽으로 몇 발의 경고사격을 했기 때문에 도주도 꿈꾸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도주하기 시작하면 브리지는 벌집이 될 거니까.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자 무전을 받은 특공대원이 노형진 일행에게 다가왔다.
“이제 안전하다고 합니다.”
“그래요?”
“그리고, 가셔서 보셔야 할 게 있습니다.”
박강우는 그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가시죠.”
그 말에 박강우가 고개를 끄덕거렸고 노형진과 김성식은 그런 박강우를 따라서 선박을 넘어 배 위로 올라갔다.
“으으으…….”
“이 개새끼들.”
“입 닥쳐.”
수갑이 채워진 채로 이를 박박 가는 인간들.
노형진은 그들을 보고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살기가 달라.’
한국에서 깽판을 치는 그런 놈들이 아니다. 최소한 사람을 죽여 본 전문가들이다.
‘역시 예상대로인가?’
한국에 온 녀석들은 어중이떠중이였다. 하지만 이 녀석들이 풍기는 기운은 절대 그런 기운이 아니다.
즉, 정예들이 여기 배치되었다는 것.
“이쪽입니다.”
특공대원의 안내를 받아서 들어간 그곳.
그곳에 들어간 노형진은 절로 얼굴이 찡그러졌다.
“냉동실…….”
안쪽에 있는 냉동실.
그 안에는 사람의 시신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일부는 그대로, 일부는 분해된 채로.
“미친놈들…….”
그걸 본 김성식은 이를 악물었고 박강우는 부들부들 떨었다. 추워서가 아니라 분노에 차서였다.
“체계적으로 관리한 것 같습니다.”
그런 박강우에게 건네지는 서류철.
거기에는 이름과 혈액형 등 몇 가지 특이 사항이 적혀 있었다.
“으음…….”
“왜 그러나?”
“미상이 많군요.”
“미상?”
“네.”
아무런 특징도 없이 미상이라고 적혀 있는 페이지들.
확실히 중국식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과는 다른 페이지였다.
“아마도 누군지 알 수가 없었겠죠. 알 필요도 없었을 거고요.”
“설마…….”
“그럴 만한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노형진은 주변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좀 떨어진 창고에서 봉지마다 가득한 옷을 발견했다.
옷들의 상태는 하나같이 좋지는 않았다.
“노숙자군요.”
호줄근한 복장. 그리고 오래된 듯한 냄새들이 나는 옷들.
“노숙자가 실종된다고 수사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노숙자들은 한국에서 보호 반경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다 보니 실종된다고 해서 누군가 수사하지는 않는다.
아니, 애초에 노숙자들은 이미 실종 처리가 된 채로 방치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인지라 문제가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리고 보면 미국인 노숙자들도 많이 희생되었지.’
보통 연쇄살인범들은 저마다 취향이 있다. 하지만 살인 자체를 즐기는 살인범들의 시작을 보면 대부분 노숙자들이었다.
“나쁜 놈들.”
이를 빠드득 가는 박강우.
예상대로 한국인들에게 마수를 뻗은 것이다.
“어쩔 수 없지.”
김성식은 씁쓸하게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추가적인 문제가 생기기 전에 해결했다는 거 아닌가?”
하지만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사람들의 시신을 보면서, 다행이라는 말이 과연 맞는 말인지 노형진은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 * *
“뭐라고!”
천성계는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한국 놈들에게 선박이 나포되었습니다.”
“그럼 작업자들은? 증거는!”
“모조리 다 넘어갔습니다.”
“큭, 이런 빌어먹을!”
천성계는 주먹을 꽉 쥐고 탁자를 부서져라 내려쳤다.
“이 개자식들!”
이번 프로젝트는 그에게는 큰 건이었다. 한 해 못해도 수천억의 수익을 안겨 줄 수 있는.
“도대체 왜? 한국의 그 무능한 경찰이 이걸 어떻게 알아차린 거야!”
자신이 아는 한국 경찰이라면 이 사건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이렇게 복잡한 작전을 짠 것이다.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니고 공해상에 있는 배를 알아내서 급습한다? 그것도 자기 영역으로 끌어들여서?
“그게…….”
부하는 잔뜩 긴장한 얼굴을 했다.
“뭐야! 왜 말을 안 해!”
“새론이 끼었습니다.”
그 말에 천성계는 우뚝 멈췄다.
“뭐라고?”
“내부 정보원에 따르면 새론에서 실종자를 추적하는 와중에 우리가 엮여 들어갔다고…….”
“어떤 멍청한 새끼가 관련 증거를 흘린 거야!”
분명히 관련 증거는 없었다.
경찰의 수사 방식을 알고 그에 대응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이 자신들에 대해서 알 가능성은 없었다.
“그게…… 작업한 녀석 중에서 특이체질이 있었나 봅니다.”
“특이체질?”
“네. 그 녀석을 추적하다가 걸렸나 봅니다.”
“큭.”
모든 녀석을 다 자신이 확인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특이체질이라고 하면 엄청나게 고가다. 그런 녀석을 부하들이 그냥 둘 리 없었다.
“보스, 어떻게 할까요?”
“흔적은?”
“깔끔합니다. 보스와 관련된 증거는 없습니다.”
천성계가 저지른 일이지만 그는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자신이 관련된 걸 알거나 증거를 가진 인간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크…….’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성계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자신은 중국 조직들의 지원을 받아서 한국 진출을 대행해 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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