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857)
* * *
“아니…… 이게 무슨…….”
김동성은 자신에게 엄청난 양의 손해배상을 들이닥치기 시작하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씨발, 뭐야?”
들이닥친 손해배상은 무려 2억이 넘어갔는데, 자신이 도무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런 뭐 같은…….”
그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일단 형님들과 이야기하려고 자신의 자취방을 나서려고 했다. 그 순간 문에서는 쾅쾅거리면서 누군가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동성 씨, 계십니까?”
“뭐야, 씨발!”
상황이 이런데 누군가 자신을 찾아오자 그는 짜증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나자 그 짜증이 속으로 쑤욱 들어갔다. 적지 않은 남자들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혹시나 다른 조직에서 자신을 찾아온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
물론 다른 조직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조직은 아니었다.
“무슨 일입니까?”
“법원에서 나왔습니다.”
“법원?”
“네.”
“아니, 왜요?”
법원에서 나왔다는 사람들의 말에 그는 당황해서 되물었다.
“귀하의 재산에 대한 가압류를 실시하기 위해서입니다.”
“가압류요?”
“당신, 손해배상 청구 소송 당하셨죠?”
“네? 그게…….”
당하기는 했다. 그런데 가압류라니?
“그쪽에서 귀하의 재산에 대한 가압류를 설정했습니다. 지금부터 집행하겠습니다.”
“잠깐…… 잠깐만요! 가압류라니!”
그는 말리려고 했다. 재산이라고 해 봐야 진짜 돈도 안 되는 그런 것들뿐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가압류라니.
“이미 법원에서 판결 난 거니까 불만 있으면 정식으로 항의하시고요. 소송 끝날 때까지 가압류하겠습니다.”
“이봐요!”
“법원에 항의하시라니까요! 딱지 붙여! 물건 확인하고!”
당황해서 허둥대는 김동성과 그런 그를 무시하면서 가차 없이 딱지를 붙이는 집행관을 뒤에서 바라보면서, 노형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 * *
“형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민사소송에 가압류라니!”
김동성은 돈을 빌려서 간신히 가게로 올 수 있었다. 버스를 타려고 하니 체크카드 겸 버스 카드가 통장이 가압류되면서 막혀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신용 등급이 낮아서 신용카드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 주변에서 돈을 빌려 버스를 타는 수밖에 없었다. 현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슨 개소리야?”
“저한테 가압류가 들어왔습니다.”
“왜?”
“제가 찍어 온 애들이 저한테 소송을 건 모양입니다.”
“소송?”
김치파의 보스인 김덕배는 시큰둥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을 나름 애국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김치파라는 이름으로 조직의 이름을 정했다.
물론 그가 애국자인 것과 범죄자인 것은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뭔 소리야?”
“말 그대로라고요! 제가 찍어 온 새끼들이 저한테 민사소송을 걸었습니다.”
“뭐라고?”
김덕배는 얼굴을 찌푸렸다. 상식적으로 그가 찍어 온 사람들이라는 건 자기네 손님들이라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는 설마 김동성이 카메라에 찍혀 있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경찰에서 그걸 다른 곳으로 넘겨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카메라로 그가 여러 손님들을 반강제로 끌고 가는 것과 그중에서 자신들이 감시하는 술집으로 가는 곳에 영상과 비교해서 그들이 피해자인 것을 확인한 후에 그들을 설득해서 소송에 참가시킨 것이다.
“무려 2억이 넘어요!”
김동성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안 그래도 인생이 바닥인데 2억이 넘는 돈을 자신이 메꿔 줄 수 있을 리 없다.
“아니, 그 녀석들이 너인 줄은 어떻게 알고?”
“저야 모르죠.”
“음…….”
김덕배는 등골이 오싹했다.
‘지난번의 그 새끼들인가?’
자신들을 찾기 위해서 고용되었다는 변호사. 그 녀석들이 이곳을 뒤지고 다닐까 봐 며칠이나 쉬어서 손해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그 녀석들이 어떻게 해서든 자신들을 찾은 것일까?
‘그럴 리 없어…….’
김덕배는 경찰이 적절하게 선을 끊어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 생각해 보니 걸린 건 우리가 아니라 동성이 이 자식뿐이잖아.’
자신을 알았다면 일단 경찰에서 소식이 왔어야 했다. 그런데 경찰에서 소식이 없다는 것은 녀석들이 자신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뜻이다.
“동성아.”
“네?”
“일단은 재판을 한번 가 봐.”
“재판이라니요?”
“내가 봐서는 그냥 찌르는 것 같거든.”
“찌른다고요?”
“그래,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너에 대해서만 아는 것 같은데, 일단 자기네들이 다급하니까 민사를 건 게 아닐까? 생각해 봐. 그 새끼들이 우리를 알고 있고 증거가 있는 거라면 어떻게 여기가 이렇게 멀쩡할 수 있겠냐? 짭새 새끼들이 들이닥쳐도 벌써 들이닥쳤겠지.”
“아!”
“걱정하지 말고 가 봐. 내가 봐서는 그 새끼들이 그냥 찔러보는 거야.”
“네, 형님.”
김동성은 김덕배의 말을 듣고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니까 다녀와서 생각하자.”
그렇게 생각한 그들은 일단은 재판을 먼저 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웃긴 건 소가 뒷걸음질하다가 쥐 잡는다고, 실제로 노형진의 목적은 그게 맞았기 때문에 틀린 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목적을 안다고 해서 공격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김동성 씨, 손해배상금 2억 2천만 원을 어떻게 갚으실 겁니까?”
“난 모르는 일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딱 잡아떼는 김동성. 재판에 들어가기 전의 조정 과정인 만큼 그는 절대로 응할 생각이 없었다.
“당신에게 끌려가고 난 후에 터무니없는 술값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말이 나옵니까?”
“아니, 자기들이 먹고 왜 나한테 지랄이야! 지랄이! 더러우면 먹질 말든가.”
그는 딱 잡아떼고 있었다.
‘씨발, 내가 이 짓거리만 몇 년을 해 왔는데?’
지금처럼 자신을 찾아내서 소송해 온 적은 없지만 언제나 그런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형님도 말하지 않았던가? 일단 찔러보는 거라고 말이다.
‘버틴다 이거지.’
노형진은 그런 김동성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그의 머릿속이 너무나 뻔했기 때문이다. 무식한 자들은 민사는 그냥 버티면 된다고 생각한다.
‘뭐, 어떤 경우는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누군가의 잘못인지 확실하지 않을 때의 이야기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확실히 김동성이 유리한 시점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다.
‘멍청하기는.’
그는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게 분명했다.
“진짜 버티실 겁니까?”
“난 모른다고, 씨발. 너희들이 처먹은 걸 왜 내가 내야 하는데?”
“자, 자, 진정하시고 일단은 협상을…….”
“씨발, 협상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조정관은 어떻게 해서든 조정을 성립시키려고 하는 눈치였지만 김동성은 협상할 의사가 없었다.
‘뭐, 어쩌겠어. 자기가 죽여 달라는데 죽여 줘야지.’
노형진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정식으로 재판을 가도록 하지요.”
“그러든가. 세상 천지에 자기가 처먹은 걸 삐끼한테 내놓으라고 하는 경우가 어디 있어?”
“물론 그렇지요, 일반적인 경우라면. 하지만 마약이 섞여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뭐?”
움찔하는 김동성. 노형진은 그걸 보고 바로 알아차렸다.
‘이 새끼도 알고 있네.’
그렇지 않다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는 반응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그는 그런 반응 대신에 격하게 화를 냈다.
“뭔 개소리야! 마약이라니! 지들이 마약한 것까지 나한테 뒤집어씌우는 거야?”
“물뽕은 자신이 하려고 하는 게 아니죠. 누군가 피해자를 기절시키고 뭔가를 하려고 할 때 쓰는 마약입니다.”
“증거 있어!”
“네, 있지요. 피해자들이 바로 다음 날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를 했거든요.”
“뭐?”
김동성은 당황했다.
‘그럴 줄 알았다.’
김동성이 모르는 것. 그건 노형진이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노형진은 카메라로 그들이 손님을 받는 것을 보고 있었고, 당연히 그들이 마약에 취한 손님들을 모텔에 옮겨 두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아예 관심을 끊어 버린 후에 노형진은 그들을 찾아가서 설득하고 병원에서 검사하고 소송을 준비한 것이다.
“당신에게 끌려간 사람들이 하나같이 물뽕을 맞고 갈취당했다는 사실을 법원에서 알게 된다면 어떻게 판단할까요?”
“그, 그럴 리가…….”
“그럴 리 없기는요, 이미 벌어진 일인데.”
설마 마약이 걸린 건 생각하지 못한 김동성이었기 때문에 그는 벌떡 일어났다. 이건 싸워 보기도 전에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 된 것이다.
“어어? 이봐요!”
조정관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바깥으로 튀어 나가는 김동성.
그는 당장이라도 경찰이 자신을 잡으러 올 거라는 생각에 이곳에 있을 수가 없었다. 물론 노형진은 아직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상태였다.
“허…….”
당황스럽다는 얼굴로 그가 나간 입구를 바라보는 조정관.
노형진은 그런 그에게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조정 불성립인 것 같지요? 후후후.”
* * *
같은 시각, 손채림은 모텔의 업주를 만나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당시 촬영된 영상 주세요.”
“아, 난 모른다니까 그런 거 없어.”
“없을 리 없죠, 현행법상 모든 모텔은 다 촬영하도록 되어 있는데.”
손채림이 웃으면서 말하자 모텔의 늙은 주인은 짜증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못 줍니다.”
“그냥 협조 좀 해 주세요. 저희가 나쁜 데에 쓰려는 것도 아니고.”
“아, 난 모른다니까!”
‘쾅!’ 하고 계산대를 막아 버리는 노인.
그걸 본 정우찬은 살짝 발끈한 듯했지만 손채림은 그런 그를 진정시켰다.
“죽일까요?”
“괜찮아요, 어차피 각오하고 온 거니까.”
슬쩍 말리는 것이지만 사실 그 너머에 그 목소리가 들린다는 걸 다 안다. 그렇기 때문에 정우찬이 고의적으로 죽이겠다는 말을 입에 담은 것이다.
“크흠…….”
슬쩍 다시 열리는 계산대. 하지만 그는 여전히 줄 생각이 없었다.
“난 모른다니까. 보고 싶으면 경찰에 신고해!”
“진짜요?”
“그래! 난 몰라!”
“그렇게 하시면 별로 안 좋을 텐데요?”
“뭐라고?”
“제가 보고 싶은 게 뭐냐면 말이지요.”
손채림은 미소를 지으면서 설명해 줬다. 하지만 그 내용은 그다지 웃을 만한 게 아니었다.
“지난 몇 달간 건장한 남자들이 손님을 끌고 와서 여기에 버리고 갔을 거예요. 아마도 손님을 술에 취한 듯 보였겠지요. 계산은 손님의 카드로 했을 테고. 그건 조사하면 나오니까요. 그리고 그들은 손님을 버리고 그냥 갔을 거예요. 사장님은 다음 날 손님이 당황해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는 걸 모른다고 딱 잡아떼었을 테고, 어쩌면 몇몇은 카메라 영상을 보여 달라고 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한테 말했다시피 그런 건 없다는 식으로 안 보여 줬을 거예요. 아니면 경찰을 데리고 오라고 하든가.”
“크흠…….”
마치 본 것처럼 설명하는 그녀의 모습에 사장인 노인은 상당히 당황한 듯 보였다.
“그래서 뭐? 난 모르는 일이야!”
“모르는 일이 아니죠. 누가 봐도 범죄가 벌어지는 상황이었고, 그 범죄로 인해서 피해자가 발생했고, 심지어 그들이 나중에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모른 척하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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