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873)
요시 히무로는 부라쿠민이라는 이유로 심각하게 차별받아 왔고, 그래서 자신보다 못난 자들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것으로 복수해 왔다. 아니, 자신보다 못나다고 생각하면 계속 그래 왔다. 그리고 그게 지금까지 쌓여 왔던 것이다.
“이 천한 놈을 그냥 둘 수는 없습니다.”
“맞아요.”
“어떻게 부라쿠민이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지만…….”
분노하는 그들로 인해서 마약김밥의 본사에는 엉뚱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일을 이따위로밖에 못합니까?”
요시 히무로는 기본적인 일을 하지 못한 직원에게 마구 다그쳤다.
“그 일은 시키신 적이 없지 않습니까?”
“뭐라고요?”
“아니, 시키신 적이 없는 일을 안 했냐고 따지시면 전 어떻게 하라고요?”
아주 대놓고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들. 그 행동에 유시 히무로는 어이가 없었다.
물론 이 일을 시킨 적은 없다. 하지만 자신이 시킨 일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걸 안 하는 바람에 결과가 개판이 된 것이다.
‘그런데 나보고 안 시켰다고?’
기본이니까 안 시킨 것뿐이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제가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죠.”
“당신 말이야!”
발끈하는 요시 히무로. 그는 그 사람에게 화내려다가 순간 움찔했다.
“제대로 안 시킨 당신 잘못이죠.”
순간적으로 드러난 부하 직원의 진심. 그의 눈에서 스치고 지나간 경멸의 눈빛.
“당신, 뭐 하는 짓이야?”
순간 요시 히무로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수십 년을 겪었던 그 눈빛.
신분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었던 그 고통.
그 트라우마가 자신을 건드리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제가 뭘요?”
“그만하시죠, 부사장님. 왜 사람을 괴롭히고 그럽니까?”
“사람을 괴롭힌다고?”
울컥하는 요시 히무로. 자신이 그 대상이었다. 그런데 자신보고 사람을 괴롭힌다니.
“애초에 제대로 일을 시키지 않은 부사장님의 잘못입니다.”
자신을 적대하는 분위기.
“큭…….”
아무리 자신이 부사장이라고 하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을 이지메 시키고 있다는 것을 모를 만큼 그가 바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알 수밖에 없었다. 수년을 겪은 익숙한 상황이니까.
‘빌어먹을. 어째서.’
그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다.
그런 그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며칠 뒤 화장실에서였다. 그가 화장실에 있는데 바깥에서 일본어로 대화하는 것이 들린 것이다.
“망할 부라쿠민 새끼. 끝까지 버티는 거 봐라.”
“여기서 나가 봐야 아무것도 아니니까 버티는 거지.”
“아, 씨발. 그런 천민을 왜 우리가 모시고 있어야 해? 위에서는 뭐라고 안 해?”
“안 그래도 몇몇 사람이 이야기했는데 위에서는 모른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던데. 뉴욕 출신이라고 알고 있었대.”
“망할 새끼. 또 세탁하고 온 거야?”
“부라쿠민 새끼들이 다 그렇지, 뭐.”
“아, 싫다, 진짜.”
짧은 대화였지만 요시 히무로는 자신이 왜 갑자기 왕따의 대상이 된 건지 이해하기에 충분했다.
‘부라쿠민…….’
자신의 신분이 드러난 것이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피해자인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빌어먹을…….’
요시 히무로는 이를 빠드득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걸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다름 아닌 김두만이었다. 아니, 알아챘다기보다는 누군가가 알려 줬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이상한 일입니다. 일본인들이 요시 히무로를 왕따시키고 있습니다.”
조종수는 마치 모르는 척 그에게 보고를 올렸다.
사실 본사에서는 자신이 김두만을 볼 직급도 안 되지만, 현실적으로 김두만은 후계 경쟁에서 밀린 사람인 데다 아무리 성화가 몰락 중이라고 하지만 마약김밥에 발령받았다는 건 사실상 좌천을 뜻하기 때문에 너도나도 오지 않으려고 해서 고작 과장급인 그가 김두만에게 보고할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회의라고 해 봐야 부장급 두 명 빼고는 죄다 자신처럼 쫓겨 온 과장급이니까.
“그게 무슨 소리인가?”
요시 히무로 때문에 이만 박박 갈던 김두만은 생각지도 못한 말에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였다.
“대동에서 온 일본인들이 부사장인 요시 히무로 사장을 왕따시키고 있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를 기준으로 일이 진행되던 업무가 모두 멈춘 것은 확인되었습니다.”
“호오?”
김두만은 흥미가 동한다는 얼굴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다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소위 말하는 얼굴마담 역일 뿐이다. 그러니 자신을 개무시하던 부사장이 힘을 잃었다는 것은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조종수는 천연덕스럽게 모른 척했다.
그의 입장에서 김두만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인간이다. 잘 다니던 직장을 날려 버려서 자신이 그 모진 꼴을 당하게 한 것도 모자라 금수저라고 당당하게 컴백하다니.
‘내 직장 생활 15년 동안 남은 거라고는 천연덕스러운 가면뿐이다.’
비록 만년 과장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승진도 못하고 온갖 눈치만 봐 가면서 지킨 자리지만, 그 덕분에 천연덕스럽게 거짓말할 자신이 있었다.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들켜서는 안 되는 자리니까.
“다만 부회장의 업무가 사실상 모두 정지된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 말은 결국 요시 히무로 그 자식이 제대로 일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렇습니다.”
“좋아, 좋아.”
김두만은 두 손을 비비면서 기뻐했다. 자신을 버러지 보듯이 보는 그 눈빛이 여전히 잊히지 않았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요시 히무로와 김두만은 서로 상극이다.
오로지 실력 하나로 올라와서 실력 빼고는 아무것도 안 보는, 그래서 세상을 무시하는 남자와 실력과 상관없이 혈통으로 세상을 쥔 남자.
그렇기에 그들은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존재였다.
“현재 저희 쪽에서 주요 업무를 넘겨받아서 진행 중입니다. 일단 메뉴 선정에 있어서는 일본 쪽 메뉴는 대동에서 선정하여 통지하도록 되어 있지만 한식 쪽은 한국에서 선정할 예정이어서 주요 업체와 면접 중입니다. 그 후 신청자 중에서 체인점을 하게 될 사람들을 선정하는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현재 1차분 쉰 명은 다 찼고 2차 오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만…….”
조종수의 보고를 듣고 있던 김두만은 불만으로 가득한 얼굴이 되었다.
“너무 느려.”
“네?”
“너무 느리다고. 더 빠르게 해야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네? 하지만…….”
“뭐, 그러면? 식물 부사장이 된 녀석에게 가서 결재라도 받을 생각인가?”
김두만은 웃으면서 말했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챈 자들은 모두들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 * *
쾅!
문이 부서지듯이 열리더니 얼굴이 시뻘겋게 변한 요시 히무로가 나타났다.
그는 다짜고짜 사장실로 들어오더니 느긋하게 앉아 있는 김두만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너 이 새끼,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무슨 짓이라니?”
“내가 바보인 줄 알아! 왜 나에게 말도 하지 않고 사고를 치는 거야!”
“사고? 무슨 사고? 아, 그 일? 사고를 치는 게 아니라 일을 하는 거다. 네놈하고 다르게 말이야.”
“뭐라고?”
김두만의 말에 히무로는 기가 막히다는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그다음 순간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부사장이나 되는 녀석이 부하들에게 이지메나 당하고 말이야. 살아온 삶이 아깝지 않아?”
“너 이 새끼…….”
요시 히무로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사실 그가 부라쿠민이라는 사실을 알린 것은 노형진이지만 김두만이 그 말을 함으로써 김두만이 저지른 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래, 그럴 만한 놈이지.’
브로커 일을 한 그는 성화와 그 가족들의 성향을 잘 안다. 그리고 그들의 성향대로라면 잃어버린 실권을 찾기 위해서 자신의 약점을 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가 부라쿠민이라는 소리를 한 게 너구나.’
분노에 몸을 떠는 요시 히무로.
하지만 그게 할 말이 없어진 거라고 생각한 김두만은 그런 히무로를 철저하게 비웃었다.
“제대로 된 능력도 가지지 못한 놈이 그렇게 나대니까 망하는 거다. 세상에는 혈통이라는 게 있다고. 너처럼 무능한 놈과 다르게 말이야.”
안 그래도 심각한 오해를 하는 상황에서 아예 못을 박아 버리는 김두만.
요시 히무로는 엄청 분노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일을 잊어버릴 만큼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네놈이 독단적으로 일을 저질러?”
“어차피 네놈의 세력은 잃어버렸어. 안 그런가? 제대로 부서가 안 돌아가는데 우리가 어쩌겠는가? 우리 일이라도 해야지!”
“이 멍청한 자식! 이게 대룡이 노리는 일이라는 거 모르나!”
지금까지 요시 히무로는 성화와 대룡의 싸움을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그들이 지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대룡은 성화가 과한 욕심을 부리는 곳을 파고든다.
성화는 가능하면 빨리 수익을 내기 위해서 온갖 편법을 다 부리는데, 그게 나중에 패착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합법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언제 이 시장을 집어삼키나? 1년? 2년? 10년?”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알아!”
작은 거래 하나도 최소한 2년에서 3년은 공을 들여야 하는 게 브로커의 세계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김두만은 마음이 급했다. 본사인 성화는 빠른 속력으로 몰락하고 있다. 그리고 대룡의 공격은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면 후계자는커녕 아무것도 안 남는다고.’
물론 성화의 방식은 기존의 대한민국에서는 아주 잘 먹히는 방식이다. 정부의 절대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그 세력을 확장하는 방식. 기존의 대기업들이 썼던 방식이며 또 한국에서는 언제나 성공적으로 먹히는 방식이었다.
“이 멍청한 새끼야!”
히무로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방식은 먹히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방식이다.’가 아니라 ‘방식이었다.’. 즉, 이제는 먹히지 않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특히 약점을 잡으려고 하는 대룡 같은 괴물이 있을 때는 극도로 위험한 방식이다.
“그랬다가 또 과거 꼴 나려고 하는 거야!”
“그래서 몇 년이고 버티라고? 솔직히 너희 대동의 속셈을 모를 줄 알아? 그냥 시간 끌면서 우리 집어삼키려고 하는 거? 응?”
“큭.”
맞는 말이다. 대동이 일단 도와주고 있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성화는 대동이 집어삼키고자 하는 곳이다.
어차피 한국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성화일 뿐이다.
“그래서 몇 년 후 너희들이 분식 시장을 모조리 집어삼킬 때쯤이면 우리가 남아 있을까?”
아마 그때 살아남는다고 해도 중견이라는 이름도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대룡은 그런 성화를 그냥 남겨 둘 리 없다.
‘어떻게 해서든 상황을 확실하게 바꿔야 해.’
아직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성화를 대기업으로 인식하고 있기에 성화가 분식집을 한다고 하자 퇴직금을 들고 운영하겠다고 찾아오는 중이다. 그 돈이면 한창 힘든 성화의 숨통을 트일 수 있으며, 또 그게 성공하면 김두만은 후계자 경쟁에 복귀할 수도 있다.
“이런 미친.”
요시 히무로는 김두만의 말에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너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아는 거야?”
“잘 알지. 아주 잘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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