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Treasure Sword RAW novel - Chapter 160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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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에 흉성(凶性)을 심어야 한다.
살기에 미치고, 피에 미친 사람은 근본적으로 흉성을 띈다. 흉성에 동화된다. 순진한 사람들과 있는 것보다 흉성을 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더 편안한 이유다.
흉성은 그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해과월은 초야(草野)로 나왔다.
길들여진 흉성은 비교 대상이 된다. 사나운 개 두 마리가 있다면, 그 중에 어느 놈이 더 사나운지 분별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비교는 인간들보다 한데 모여 있는 개들이 먼저 한다.
이미 순위가 정해져 있는 흉성은 진정한 흉성이 아니다.
아무도 가치를 평가하지 않은 깨끗한 흉성…… 이제 막 미치기 시작한 개…… 거침없이 치솟아 오르는 광란, 막힘없이 터져나가는 순수한 광기……
해과월은 그런 개를 찾았다.
그러나 그런 개가 있을 리 없다. 집집마다 한 마리씩은 꼭 기르는 것이 개이건만, 미친개는 없다.
개들이 흉성을 일으키는 것은 순간적이다.
정신이 미친 인간처럼 완전하게 미쳐버린 개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일시적인 흥분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간혹, 정말로 미친개나 나타난다.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개는 특이한 병균을 지니고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운 나쁘게 물리기라도 하면 광견병(狂犬病)이라는 특이한 질병까지 얻는다.
개를 건드려서 사납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미쳐서 인간에게 해약을 끼치는 개.
해과월 앞에 그런 개들이 모여들었다.
온 세상을 다 뒤져도 볼 수 없는 개들이건만, 광견 한 마리당 은자 석 냥을 내주겠다는 방문이 걸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미친개들이 나타났다.
컹컹! 컹컹컹!
해과월이 임시로 머물고 있는 촌락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개 짖는 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광견들은 인간의 손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을 친다. 개들이 그러면 그럴수록 인간들은 더욱 난폭해진다. 개들을 윽박지르고 몽둥이찜질을 하고, 발갛게 달군 인두로 지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은자 석 냥을 벌기 위해서 멀쩡한 개도 미친개로 만들었다. 가두고, 때리고, 들들 달달 볶아서 미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환경으로 몰아넣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은자 석 냥을 받은 것도 아니다.
해과월은 미친개와 은자 석 냥을 맞바꾸는데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첫째, 진짜 광견이어야 한다.
둘째, 집에서 기르던 개는 수급하지 않는다. 반드시 산야를 뛰어다닌 야견이어야 한다.
셋째, 촌락까지 데려오는데 다른 개와 만나서는 안 된다.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움직여야 한다. 소리도 들을 수 없고, 무엇을 보아서도 안 된다.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추기는 어렵다.
그래도 촌락에는 많은 광견들이 들끓었다.
“집에서 기르던 개군.”
“아닙니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이건 함양평(銜壤坪)에서 소신이 직접 잡은……”
해과월은 그런 자의 말을 듣지 않았다. 집에서 기르던 개는 사람을 알아본다. 적의(敵意)로 이빨을 드러내든 선의(善意)로 꼬리를 흔들던 사람을 쳐다보는 눈길이 다르다.
해과월은 그런 눈빛을 찾아낼 수 있다.
특별하게 어디가 다른 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목줄을 메었던 흔적을 찾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개를 보기만 하면 알게 된다. 개를 보는 순간 탁! 하고 느낌이 온다.
그는 야성을 원한다.
그래서 일부러 뇌옥을 벗어나 산야로 나왔다. 야성이 풍부한 곳에서 황량한 기운과 가장 잘 어울릴 법한 기운을 찾아낸다.
“이보슈! 기껏 개를 가져 왔는……”
해과월에게 대들려던 개 주인이 움찔거렸다.
그의 목에는 어느 새 검이 닿아 있다.
“죽고 싶으냐.”
“아, 아뇨. 그럴 리가요.”
“야견이냐?”
“아, 아닙니다. 아닙죠.”
“데려가라.”
“넵!”
개주인은 두 말 않고 개를 끌고 갔다.
그를 따라 나온 옥졸들은 무공 고수들이다. 그들이 옥이나 지키고 있다고 해서 고수가 아니라고 판단하면 큰 오산이다. 산에 가서 솔잎이나 따오고 있지만…… 주한극 곁에 머무는 사람들 중에서 약자는 없다.
해과월은 다른 개집을 열었다.
해과월이 내건 조건 때문에 개들은 사면이 막힌 우리에 갇혀져서 이동되어 왔다. 헝겊으로 눈을 가렸고, 진흙으로 귀까지 틀어막아서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게 했다.
끄르르릉!
개집 문을 열자 황소처럼 커다란 흑색 견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투견(鬪犬)이군.”
“아, 아닙니다. 이 개는……”
스읏!
검이 목에 닿았다.
한 번 경험은 시행착오를 줄여준다.
옥졸들은 해과월을 따라다니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냈다. 개를 끌고 온 사람들이 아무 소리 못하도록 입을 막아주는 것도 할 일 중에 하나다.
훅! 훅! 훅!
그 개는 달랐다. 다른 개들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이빨을 드러내기는 했는데, 날카롭지가 않다. 가만히 지켜보면 덜덜 떨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섬뜩하다는 느낌이 든다.
입가로 끈적끈적한 침이 질질 흘러내린다. 젖은 코에서는 뜨거운 김이 푹푹 쏟아져 나온다.
이 개는 흥분하지 않았다.
투견처럼 싸울 준비가 끝난 것도 아니고, 다른 여타의 개들처럼 위험을 느껴서 본능적으로 발버둥치지도 않는다.
개는 이빨을 달달 떤다. 물어뜯을 준비가 끝났다. 아니, 준비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조금만 가까이 손을 내밀면 당장 확하니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석 냥.”
“아이고, 기가 막히십니다. 다른 개들을 전부 집개라고 해서 제 것도 그러면 어쩌나 했는데.”
개주인이 좋아서 입을 쩍 벌렸다.
들에서 미친개 한 마리 잡아서 은자 석 냥을 벌게 되었으니 기쁘지 않을 리 있는가.
해과월은 개를 다시 봤다.
광견은 득도한 고승처럼 조용하다. 하지만 위험은 항상 풍겨낸다. 약간이라도 자극을 가하면 당장 흉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때는 죽이지 않으면 끝낼 수 없을 정도로 광폭해질 게다.
사람들은 모르는 점이 있다.
눈을 가리고 귀를 가렸지만, 그래도 개들은 여전히 활동적이다.
개에게는 인간보다 몇 십 배는 뛰어난 후각이 있다. 십 리 밖에서 풍기는 냄새까지 맡아내는 코가 있다. 젖은 코에 달라붙은 점막이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해준다.
개들은 주변 냄새를 맡는다.
집개도 있고, 투견도 있고, 광견도 있다.
개들은 냄새로 서로를 알아본다. 그리고 그 중에서 자신이 몇 번째인지 순위를 가늠한다.
가장 강한 적은 누구인가? 내가 싸우지 않고 짓누를 수 있는 놈은 몇 놈이나 되나?
개들은 이미 싸울 상대를 정해 놨다.
헌데 광견만은 그런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는다. 다른 개들이 있건 없건 자신 만의 세계에 파묻혀있다. 그 세계는 ‘건드리는 것은 모조리 물어뜯는다.’이다.
광견은 딱 하나, 그것 밖에 모른다.
물어뜯는다!
물어뜯음으로써 돌아올 결과를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오히려 물려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자기보다 강한 놈이 우굴 거린다는 것도 생각지 않는다.
이 순간, 광견은 천하제일이다. 자신만의 세계에서는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놈이 없다.
광견은 조용히 앉아서 숨을 헐떡거린다.
훅! 훅! 훅!
‘딱 좋아.’
주한극은 촌락에서 거둬들인 개들을 봤다.
검을 만든다면서 영 이상한 것만 취집하고 있다. 솔잎, 향나무, 그리고 이번에는 광견이다.
“허!”
주한극의 개집을 둘러보면서 혀를 찼다.
개집이 상상 이상으로 호화스럽다.
우선 사면이 철저하게 차단되었다. 바닥은 물론이고 사면 벽이 모두 석벽이다. 그것도 두께가 족히 두 뼘은 된다.
안에는 빛이 들지 않는다.
미친개가 어둠 속에서 별빛처럼 새하얀 눈동자만 번뜩인다.
“흠!”
주한극은 광견을 보자마자 신음을 토해냈다.
광견은 사납지 않다. 흉포하지 않다. 다른 어느 개들처럼 날뛰지도 않는다. 조용하게 앉아서 편하게 쉰다. 헌데…… 위험하다. 뭐가 위험한지는 모르겠는데,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것 때문에 광견을……’
“전 이게 도대체……”
주한극에게 자문을 주고 있는 장인이 고개를 내저었다.
“후후후!”
주한극은 웃었다.
해과월은 확실히 괴짜다.
그는 장인을 놀려주고픈 마음이 들었다. 순간적인 치기라고나 할까? 아니면 광견을 보는 순간 감격이 치밀어서 말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고 할까.
“광견이다. 뭐에 쓸까? 해과월이 이놈들을 왜 사들이는 것인가?”
“글쎄요? 개기름으로 뭘 할 것 같은데.”
“쯧!”
주한극은 웃음을 터트리려다가 그것도 한심해서 혀를 차고 말았다.
개기름을 쓰자고 은자 석 냥을 써대는 미친놈도 있단 말인가. 그리고 개기름을 거론했으면 그것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도 말해야 하지 않나.
“너는 그만 가봐라. 이제 됐다.”
주한극은 장인을 돌려보냈다.
평범한 자를 불러서 천하제일인의 뇌를 들여다보겠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이다.
이런 자는 백날을 들여다봐도 해과월의 생각을 읽지 못한다.
주한극은 광견을 보자마자 해과월이 무엇을 만들려고 하는지 단번에 깨달았다. 그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왜 꼭 광견이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온몸으로 느꼈다.
검에 광견의 기운을 담는다.
광견의 무심함, 도도함, 난폭함……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위험을 가미시킨다.
이럴 수만 있다면…… 이것은 은자 석 냥이 아니라 삼십 냥을 줘도 아깝지 않다.
평범한 장인들은 이런 생각조차도 하지 못한다.
‘무인의 마음을 아는 놈……’
주한극은 문득 해과월이 무인의 심정을 너무 잘 안다고 생각되었다. 그는 무인의 마음만 아는 게 아니다. 무인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병기가 무엇인지도 안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아깝다. 아까워. 이런 자가 마음을 열어주면 천하를 얻는 것과 진배없는데.’
주한극의 얼굴이 그늘이 덮였다.
“맹주님께서 다녀가셨네. 이번 검에 대해서 기대감이 무척 크신 것 같네.”
옥졸이 말했다.
‘됐다!’
해과월은 미소를 그렸다.
주한극이 광견을 봤다면 광견의 기질도 봤을 것이다. 광견이 내뿜는 기운은 생의 기운이 아니다. 죽음의 느낌이다. 삶 보다는 죽음에 가깝다.
그런 기운을 읽었으니 아주 만족했을 게다.
그는 지금부터 기대감에 들떠서 새로운 검을 기다릴 게다. 그리고 그런 검이 눈앞에 나타나면 불문곡직 사용해 볼 것이다. 한 번 사용해 봐서 마음에 들면 그 후부터는 늘 옆구리에 차고 다닐 것이다.
혈황검을 밀어내는 작업이 그렇게 시작된다.
“연사는?”
“아직…… 그건 시간 좀 걸리겠네. 부지런히 짜고 있지만 워낙 나오는 양이 적어서.”
“연사가 나오면 바로 시작할 거야.”
“허! 알겠네.”
대답하고 돌아서는 옥졸의 표정이 어두웠다.
연사가 나오면 바로 시작한단다. 그러면 일이 지체되는 모든 책임은 연사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옥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맹주가 책임 추궁을 하면 몇 사람쯤 목이 날아간다.
그때, 해과월이 구명책을 내놨다.
“축기(畜氣)를 해야겠어. 연사가 다 될 때까지 건드리지 말아줘.”
해과월은 정좌하고 앉아서 축기에 몰두했다.
축기…… 아니다. 축기가 아니다.
컹컹컹! 컹컹! 으르르릉!
열 마리의 광견이 서로의 존재를 눈치 챘다. 흉포한 기운도 감지했다. 미쳤다는 것은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미침에도 미침은 보인다. 광견에게도 광견의 기운이 느껴진다. 죽음의 위험이 감지된다.
으르르를! 컹컹! 컹!
광견들이 서로 비교를 시작했다.
미친 와중에도 누가 위험이 되는지 어느 쪽이 약한 지를 구분해 낸다.
십분 예상했던 바다.
해과월은 개들의 비교를 세밀하게 살폈다.
개들의 위험한 기운이 어디로 흘러가고, 어느 쪽으로 집중되는지 구분해 냈다.
축기는 필요 없다. 무인들은 축기라고 하면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급한 상황이 생기면 다른 말은 무시하는데, 축기하는 사람만은 건드리지 않는다.
개들을 본다.
흉성의 움직임, 광기의 흐름을 살핀다.
가장 약한 놈은 누구이며, 가장 강한 놈은 어떤 놈인가.
‘너구나.’
해과월의 기감이 광견 한 마리를 향해서 다가갔다.
제33장 흉화(凶禍)
1
왜 늑대가 아니고 광견인가. 왜 호랑이가 아니고 미친개인가. 왜 맹수가 아닌가.
맹수는 삶에 대한 본능이 강렬하다.
죽음을 피하고 삶을 구하는 본능이 아주 강하다.
맹수가 이빨을 드러낼 때는 위협을 느낄 때나 먹이를 구할 때뿐이다. 배부르고 안전한 곳에 있을 때, 맹수는 맹수답지 않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나 진배없다.
맹수가 드러내는 흉포함은 아주 잠깐에 불과하다. 하루 십이시진 지속적이지 않다. 필요할 때만 사납다.
맹수가 드러내는 흉포함은 가짜다.
해과월은 골수까지 흉포함으로 가득 찬 동물이 필요했다.
그런 동물은 없다. 살아서 움직이는 내내 사나움으로 가득 찬 동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미친 존재가 필요했다.
광견을 처리하는 방법은 오직 도살뿐이다. 모종의 영향으로 흥분해서 날뛰는 것이 아니다. 병균에 감염되어서 정상적인 본능을 유지하지 못한다.
인간이 미쳤을 때처럼 완전히 미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