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촤좍!
스걱.
……풀썩.
“큭……!”
복부를 꿰뚫린 상태에서도 상대의 한쪽 어깨에 얕은 검상을 만들어 낸 마교도 하나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이미 절명한 상태임에도 검의 손잡이를 놓지 않는 그 모습을 보며 소호대주가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지독한 놈들……!”
어깨의 검상은 그리 깊지 않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마교도들에게 입은 전신의 상처가 심상치 않게 욱신거린다.
그가 쓰러뜨린 것들 중 몇몇은 자신의 무기에 독을 바른 상태였던 모양이다.
‘……분명 전체적인 전력은 이쪽이 우위인데.’
좀처럼 저들을 압도하지 못하는 전황을 살피며 소호대주가 미간을 좁힌다.
무사의 수는 이쪽이 언뜻 보아도 세 배 이상이다.
소호대와 광룡대(光龍隊), 암무대(暗武隊)까지 이곳 북문을 막으려 집결한 결과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전투는 오래 지속되고 있었고, 그러는 사이 서문 쪽에서도 심상치 않은 전투 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일부를 돌려 서문을 지원해야 하나?’
예비전력 전부가 이쪽으로 몰려 있으니 서문은 오직 흑룡대만으로 저들을 저지해야 한다.
암천막에서 가장 강한 무력 단체라 평가받는 이들이지만, 만약 서문에 이곳과 비슷한 수의 적들이 쳐들어왔다면 흑룡대만으로는 가망이 없다.
그렇게 소호대주가 갈등하고 있는 그때였다.
콰구구구구구.
“이런…… 젠장! 저건 또 무슨 일이란 말이냐!”
동쪽에서 들려온 심상치 않은 폭음.
그와 함께, 동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커다란 먼지구름이 솟아오른다.
‘막아야 한다!’
동쪽에는 암천막에 온 귀빈들의 객실이 마련되어 있다.
저곳이 뚫려 귀빈들의 인명피해가 발생한다면, 이는 암천막이라는 이름에 씻을 수 없는 얼룩으로 남을 것이다.
설상가상 동문을 지키고 있는 사암대(蛇暗隊)는 사문(四門)을 지키는 무력 단체 중 가장 약하다고 평가받는 무력단체!
서문을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미 소호대주의 머리에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암무대주! 암무대주는 어디 있는가!”
“여기 있네!”
촤좍!
막 자신이 상대하던 마교도 한 명의 목을 날린 암무대주가, 자신의 부월에 묻은 피를 떨구며 소호대주에게 다가온다.
“동문의 폭발 때문인가?”
“그렇네, 소호대와 광룡대가 어떻게든 북문을 막아 볼 테니 암무대가 동쪽으로 가 주게!”
“그대들만으로 가능하겠나? 아직 전황이…….”
“안 되도 해내야 하네! 암왕께서 이번 행사에 귀빈들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몇 번이나 당부하시지 않았는가!”
소호대주의 말에 암무대주가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그 역시 동문을 지원할 수밖에 없음은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알겠네. 하면 살아서 다시 보도록 하지.”
“조심하게!”
“암무대는 나를 따라 북쪽 전황에서 이탈하라! 동쪽을 지원한다!”
암무대주의 외침과 함께, 전장에 뒤섞여 있던 암무대가 썰물처럼 진형을 이탈한다.
순식간에 비어 버린 공백 탓에 마교도들의 기세가 살아났으나, 소호대와 광룡대 역시 기세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전투에 임한다.
조금이나마 암천막의 우위로 진행되던 북문의 전투가 혼전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
쿠궁, 쿠구궁.
“아미타불……. 이거 아무래도, 우리끼리 술이나 마시고 있을 때가 아닌 듯하외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심상치 않은 폭음에 신불이 결국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처음에는 그저 소요라고 생각했는데, 암천막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기운이 지금의 심각한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이리도 심상치 않은 마기라니.’
근 이백 년 만에 느껴 보는 기운이지만, 이만한 거리에서도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마기를 잘 못 느꼈을 리 만무하다.
이는 최소한 마교 장로급에 준하는 이의 것.
어찌 돌아가는 상황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대로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역시나 신불과 같은 것을 느꼈는지, 살천의 두 눈에도 짙은 분노가 떠올라 있었다.
으드득.
“마교 놈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오. 어서 움직입시다!”
그렇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살천과 신불이 막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는 순간이었다.
벌컥.
“……생각보다 움직임이 굼뜨군.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가?”
“……!”
방문을 열어젖히기 무섭게, 드넓은 장원에 홀로 서 있는 흑의 사내가 그들의 눈에 들어온다.
새하얀 달빛을 받고 서 있는 사내의 모습은 많이 쳐줘도 이립을 넘지 않은 듯 보였다.
“아미타불……. 대체 언제부터 이곳에…….”
자신도 모르게 경악 어린 음성으로 신불이 중얼거린다.
이만한 거리에 있었으면서도 신불과 살천 모두 상대의 존재감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뿐이었기에, 살천의 눈에도 신불과 마찬가지로 불신의 기색이 역력하게 떠오른다.
“반로환동……? 아니…… 그렇다 해도 저건 너무…….”
“놀랐느냐?”
신불과 살천을 번갈아 바라보던 사내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머금어진다.
“껍데기에 그리 현혹될 것 없다. 어차피 너희들은 죽는 순간까지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을 테니까.”
“설마…… 새로운 천마(天魔)더냐?”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린 살천의 물음.
하지만 돌아온 것은 사내의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하하하! 우습구나. 언제부터 대천마신교의 천마가 사소한 음지의 잡것들을 직접 상대했더냐?”
“사소한…… 음지의 잡것?”
살천의 눈썹이 꿈틀하자, 사내의 전신에서 소름끼치는 기세가 흘러나와 사방을 장악하기 시작한다.
콰과과과.
쩌저적, 쩌적.
“파마불제 신불과 암왕 살천……. 이백 년 전에도 대계를 망치려 들었던 네놈들을, 기어이 이렇게 만나게 되는구나.”
내뿜는 기세만으로 대지에 균열을 일으키고,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기가 스스로의 의지를 가진 것처럼 요동친다.
그 심상치 않은 기세를 받아 내는 살천과 신불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간다.
“나는 천마신교의 소교주, 적마소다! 오늘 너희의 목을 베어 본교의 부활을 전중원에 알리겠노라.”
“……큭!”
“아미타불……!”
적마소의 전신에서 흘러나온 마기에 대응하기 위해, 살천과 신불도 각각 기세를 내뿜으며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을 예견했는지 그들의 얼굴에는 짙은 긴장감이 드리우고 있었다.
***
타다닷.
쿠구궁. 쿠궁.
“젠장, 여기저기서 아주 난리가 났네.”
서문의 반대편 방향으로 내달리는 와중에도 심상치 않은 폭음이 연달아 울려 퍼진다.
입술을 질근 깨물며 사무현이 속력을 더하던 그때, 그의 뒤쪽에서 천마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뭐야, 이제 나왔냐?”
천마의 음성에, 사무현이 눈에 띄게 밝아진 얼굴로 고개를 돌린다.
평소에는 그저 잔소리꾼에 불과한 놈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든든하지 않을 수 없다.
“야, 지금 일 났어. 마교 놈들이 서문에…….”
“잔챙이들이 문제가 아니다.”
사무현의 말을 끊어 내고, 드물게도 심각한 얼굴로 어딘가 한쪽을 응시하는 천마.
녀석이 이런 모습을 보인적은 거의 드물었으므로, 사무현의 얼굴이 자연스레 굳어진다.
“……뭐야, 무슨 문제가 더 있어?”
“괴물이 들어와 있구나.”
“……뭐?”
이런 젠장, 또 괴물이야?
설상가상이네, 아주.
“설명 좀 제대로 해 봐, 그건 또 무슨 소린데?”
“……그 사이 시간도 제법 흘렀고, 직접 마주한 상황이 아니니 본좌도 확언할 수는 없다만…….”
한 손으로 턱 끝을 매만지며 줄곧 한쪽을 응시하던 천마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잇는다.
“아무래도 본좌의 생각에…… 그 십삼 대 천마라던 녀석이 이곳에 온 것 같구나.”
“……세상에.”
천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무현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십삼 대 천마라니?
무신인지 뭔지 하는 인간한테 죽었다가 되살아났던 그 괴물이, 사무현 자신과도 딱 한 번 마주쳤던 그 녀석이 지금 이곳에 와 있다고?
“이런 제기랄! 그게 왜 여기 있어! 초대하고 싸워서 뒈졌어야지!”
“아까부터 혼자 뭐라고 떠들고 있는 거냐?”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혼잣말이니까 일단 달려.”
앞서 달리던 살암의 물음에, 재빠르게 한쪽 손을 휘저으며 사무현이 그의 관심을 지워 낸다.
그러고는 곧장 천마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게 대체 왜 여기 있는 거야? 초대랑 둘이 싸울 예정이었잖아. 설마 둘이 붙어서 십삼 대가 이긴 거야?”
“그거야 본좌도 모르지. 하지만 본좌가 보기에 그 녀석이 초대를 쓰러뜨렸을 가능성은 적다. 한눈에 보기에도 수준의 차이가 굉장히 컸으니까.”
“그럼, 설마 부하라도 되기로 한 건가? 천마라는 것들은 원래 누구 밑으로 안 들어간다며?”
“일반적이라면 그런데…… 뭐, 경우에 따라 변수가 있을지도 모르지. 한평생 이고 왔던 천마의 이름을 완전히 내려놓을 만큼 상대에게 높은 벽을 느꼈다거나…… 아니면 애초에, 십삼 대라는 놈 자체가 별 볼 일 없던 놈이었거나.”
“……절망적이네, 아주.”
그 초대라는 놈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힘이 빠지게 만드는 공포스러운 녀석이다.
솔직하게 말해 십만대산의 괴물도, 천무신녀 단아란도 그 괴물을 쓰러뜨리는 모습이 좀처럼 그려지지 않는다.
물론…… 그 둘이 누군가에게 패해 쓰러지는 모습도 그려지지 않기는 마찬가지지만.
아무튼, 그런 괴물 같은 놈이 조금 덜 괴물 같은 녀석과 손을 잡았다면 분명 무언가 큰일이 벌어지고야 말 것이다.
아니, 이미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너무도 재수 없는 사실은 그 현장에 사무현 자신이 있다는 것이고.
“아무튼 중요한 건, 지금의 너는 저 녀석을 이기지 못한다는 거다. 우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안 그래도 그러는 중이다, 이 새끼야!”
경각심 갖게 해 줘서 고맙다, 아주!
“그리고 서쪽만 문제가 아니다. 북쪽, 동쪽에도 대규모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럼 애들 데리고 남쪽으로 가야 되나?”
“그쪽도 문제가 좀 있어 보이긴 하는데……. 아무튼 지금 그게 다가 아니다.”
“뭐야, 젠장. 여기서 뭐가 또 있어?”
“지금 여기서 아주 가까운 거리다. 화경급 고수 네 명이…….”
콰콰과과광.
천마의 말을 끊고 울려 퍼지는 거대한 폭음.
그 순간, 정신없이 달려가던 살암의 발걸음이 멈춰지더니 그의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간다.
어……? 저거 뭔가 좀 불안한데.
“이…… 기(氣)는…….”
저 멀리 폭발의 현장으로 고개를 돌린 채 멍하니 중얼거리는 살암.
서서히 부릅떠지던 그의 눈에 확신 같은 것이 어린다.
“……스승님!”
그리고 이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두 눈을 번뜩이며 그곳으로 방향을 틀어 내달리기 시작했다.
파바밧!
“야, 이씨! 어디 가, 인마!”
가더라도 나 좀 애들한테 데려다주고 가든가!
“아오, 제엔자앙! 일이 진짜 겁나게 꼬이네!”
파바밧!
살암을 뒤따르는 사무현의 절규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
콰과광! 쾅! 쩌저정!
쉴 틈 없이 울려 퍼지는 폭음.
어둠 속에서 세 사람의 검강과 한 사람의 도강이 맞부딪친다.
북천, 남천, 서천 이라는 사천살 중 셋과 홀로 맞서는 살령.
어찌나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는지 그들의 반경 십여 장 가까이가 그야말로 폐허나 다름없이 변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뒤늦게 달려와 전투에 합류하려던 암천막 무사들과 마교도들의 시신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네 명의 화경급 고수들이 만들어 내는 전투의 여파는 그만큼 엄청났다.
스팟!
콰과과과.
살령이 일 검을 휘두르자 하늘을 빼곡히 뒤덮는 검기의 폭우가 사천살에게 쏟아진다.
이에 북천이 거칠게 일 도를 휘둘러 검기의 폭우를 가르자, 그 틈을 비집고 남천과 서천이 달려들어 살령을 공격한다.
콰광 쾅!
스걱! 스걱!
쾌검(快劍)를 추구하는 서천과 변검(變劍)을 추구하는 남천의 검이 살령을 계속해서 몰아붙인다.
한 손으로 둘을 당해 낼 수 없음을 증명하듯, 공세를 막아 내는 살령의 무복 곳곳에서 붉은 피가 터져 나온다.
하지만…….
스팟!
촤좌좍!
서걱.
“큭……!”
방어에만 전념하던 살령이 돌연 서천을 향해 접근하는가 싶더니, 그의 한쪽 뺨에 살령의 검 끝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 대가로 자신도 한쪽 어깨를 내어 주었지만 살령의 두 눈은 집요하게 서천의 빈틈을 쫓고 있다.
쐐애액!
콰과광!
“읍……!”
파밧!
서천을 돕기 위해 접근하는 남천을 향해 강기를 흩뿌린 살령이, 재차 서천에게 달려들어 동귀어진이나 다름없는 접근전을 펼친다.
촤좌좍!
쾅!
쩌정!
서걱! 스걱!
서천의 두 뺨에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한쪽 허벅지와 어깨에도 살령의 검이 스친다.
방어만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움을 직감한 서천이 마른침을 삼키는 그때…….
쐐애애액!
콰과과과광!
“큭……!”
다른 방향에서 날아든 북천의 강기가 살령의 측면을 공격한다.
지이이이익.
“……쿨럭.”
검기의 폭우를 한 번에 가를 만큼 극강(極强)을 추구하는 북천의 공격이다.
아슬아슬한 순간에 방어해 치명상은 피했지만, 결국 살령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쏟아져 나오고 말았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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