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
01. 나, 삼국지 법정이 되다.
고대의 인물들로 보이는 이들이 누군가의 임종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그중 귀가 유난히 크고 손이 긴 이가 몸져 누워 사경을 헤매고 있는 자의 손을 꼭 잡고 펑펑 눈물을 흘리고 있던 것이다.
“효직(孝直) 이대로 과인을 떠나면 아니되오!!”
그러자 그의 옆에 있던 자 중 하나가 말하기를.
“대왕, 그만 눈물을 거두십시오. 그러시다가 대왕의 옥체가 상하시기라도 하면 큰일입니다.”
“군사, 나는 꼭 효직이 다시 기운을 차리고 일어날 것 같단 말이오!”
“대왕… 송구하오나 그만 법 상서령(尙書令)을 보내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병상의 병자가 마지막 호흡을 크게 들이쉬더니 더 이상 움직임을 멈췄다.
곧바로 옆에 대기하고 있던 의원이 병자의 상태를 살피더니 고개를 저었다.
“대왕, 상서령이 유명을 달리하였나이다…”
그러자 귀가 큰 그자가 죽은 이의 손을 잡고 목이 터져라 울어대기 시작했다.
“효직! 효직!! 어째서…! 어째서 과인을 두고 이렇게 간다는 말이오?! 효직!!”
귀 큰자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려 죽은 자의 얼굴에 떨어졌다.
그때였다!
이미 이승에서의 생이 끊겨 숨을 거두웠던 그가 갑자기 크게 숨을 들이키더니 눈을 번쩍 뜨는 것이 아닌가!
“효직!!”
귀 큰 자가 크게 놀라 소리쳤고, 그 옆에 있던 군사라는 자 또한 너무 놀라 입을 다물줄 몰랐다.
* * *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어…! 분명…. 분명 나는 죽었었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내가 눈을 뜨자 귀가 크고 손이 긴 면류관을 쓴 이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효직!! 세상에!! 정말 살아났구려!!”
나는 귀 큰 자가 나를 효직이라 부르자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안이 벙벙했다.
‘효직? 설마 나를 그렇게 부르는 것인가?’
갑자기 모르는 곳에서 눈을 떠 얼떨떨한 나를 그 귀 큰 자가 옆에 있는 의원으로 보이는 이에게 급히 명을 내렸다.
“어서… 어서 상서령의 상태를 살펴보게! 어서!!”
“예… 예 대왕!!”
의원이 나의 진맥을 했고, 나의 눈과 혀를 살피더니 기쁜 표정으로 귀 큰 자에게 이렇게 보고를 올리는 것이었다.
“대왕! 참으로 기적이옵니다! 상서령의 맥이 돌아왔고 병증 또한 씻은 듯이 사라졌사옵니다! 실로 이는 기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이옵니다!!”
그러자 귀 큰 자의 신하들로 보이는 이들이 귀 큰 자를 향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대왕! 대왕께서 흘리신 옥루가 상서령을 살린 것이 분명하옵니다! 실로 이는 대왕의 은혜시며 홍복이옵니다!”
이렇듯 신하들이 귀 큰 자를 칭송하는가운데, 유일하게 군사로 불리는 자는 평정을 찾고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상서령, 이렇게 정신을 차리다니 정말 다행이오!”
나는 뭐가 무슨 상황인지 몰라 그저 반사적인 행동처럼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 예…”
군사라는 자는 나를 좀 더 살펴보더니 귀 큰 자를 향해 두 손을 모아 예를 취하며 이리 권하는 것이었다.
“대왕, 상서령이 방금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습니다. 원래 상태대로 회복하려면 어느 정도 시일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오니 상서령이 충분히 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그러면서 군사는 태의를 향해 눈짓을 했고, 태의는 군사의 눈짓을 보자마자 곧바로 귀 큰 자에게 고하였다.
“대… 대왕. 군사의 말이 맞사옵니다. 상서령이 정신을 차리기는 했으나 아직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볼 수는 없사옵니다.”
그러자 귀 큰 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상서령이 편히 쉴 수 있게 과인이 자리를 피해 주는 것이 맞겠지.”
그러며 귀 큰 자가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효직, 부디 몸조리를 잘하도록 하시오…”
“예…”
나는 그저 ‘예’라는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귀 큰 자는 군사라는 자를 포함한 신하들을 데리고 나갔고, 나는 그저 이 상황이 무슨 경우인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 * *
나는 30대 남자로 이름은 장수생이다.
나는 죽기 전에 영한시의 9급 공무원이었다.
원래 행시를 준비하던 나는 거듭된 2차의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결국, 나이가 30대 중반이 되자 쫓기듯이 지방공무원 시험을 쳐서 합격을 했다.
그리고 배정된 곳이 영한시 정일동의 주민센터였다.
여기서 나는 민원인을 상대해야 했는데, 남자 직원이 적었던 관계로 악성민원인의 전담 마크맨으로 내가 활약(?)을 했다.
나는 이러한 삶 속에서 점점 내 자신이 피폐해져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퇴근하는 길에 길거리 가판의 오래된 책을 보게 되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날 칠 법도 했지만, 그날 따라 그 책이 그렇게 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 책을 집어 들었다.
“삼.국.지?”
그랬다.
그 책은 삼국지였다.
그런데 책 상태가 좀 이상했다.
꽤 오래전에 출판된 것으로 보이는 종이질, 그리고 무엇보다 저자가 적혀 있지 않았다.
‘책이 오래돼서 저자 부분이 지워졌나?’
그러면서 나는 책을 펼쳐보았는데 첫문장을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책에 빠져들고는 그 자리에서 책의 반 이상을 읽고 말았다.
내가 이렇게 꽤 오래 서서 책을 읽자, 가판 상인이 웃으며 나에게 이리 말하는 것이었다.
“손님이 책을 보실 줄 아시네. 이거 지금은 절판이 돼서 구하기도 힘든 책이에요. 거기다 누구나 좋아하는 삼국지라 소장가치도 높지요.”
나는 상인의 말에 책을 접고 나서 상인에게 물었다.
“이 책… 전질로 있는 건가요?”
“예, 그럼요.”
상인은 그러더니 가판의 가려진 공간에서 나머지 권을 꺼내어 나에게 보여 주었다.
“여기 나머지 9권까지 모두 10권입니다.”
나는 나머지 책들을 들어 꽤 자세히 살펴보았다.
역시 책은 꽤 오래된 상태였고, 거기다 저자가 없는 것도 동일했다.
‘원래 저자가 없었군…’
하지만 책이 겉만 오래돼 바랬을 뿐 안은 어디 한 장 찢어진 곳이나 낙서가 없어 읽기에 불편이 없었다.
이렇게 나는 전질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구입을 하였다.
“이거 얼마예요?”
“예! 손님! 모두 5만원입니다!”
5만원, 뭐 10권 값치고는 아주 비싸지도 않군…
그리하여 나는 지갑에서 곧장 5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상인에게 건네고는 10권 전질의 삼국지 책을 구입했다.
* * *
사실, 나는 삼국지에 대해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고 제대로 읽은 적은 없었다.
그러다 가판에서 구입한 저자 불명의 이 삼국지 책을 접하고는 뭐에 홀린 것처럼 열심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주민센터에 갈 때도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틈틈이 이 책을 읽었던 것이다.
거기다 나는 삼국지에 빠져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보는 것에도 취미를 들이게 되었다.
‘음… 가정(街亭)이 생각보다 지키가 쉽지 않은 곳이구나. 마속이 아주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야.’
그리고 역시 역사서가 아닌 소설 연의로서의 삼국지는 촉나라 중심이었다.
‘음… 역시 촉국지라 할 만 하군. 촉의 슈퍼스타는 역시 제갈량이고. 근데 촉나라에서 너무 빨리 죽어서 안타까운 인물이면 뭐… 방통이나 법정 등이 있나? 이 중에 내가 만약 그 시대로 돌아가 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법정이 되면 어떨까? 내가 만약 법정이 되어 좀 더 오래 살았다면 촉의 역사를 바꿀 수 있었을까?’
나는 이러한 생각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
그날도 악성 민원인이 찾아와 행패를 부렸는데 그날따라 정도가 심하였다.
“수생 씨, 수생 씨가 남자니까 어서 저 민원인 좀 어떻게 처리해 봐요!”
나는 어쩔 수 없이 민원인에게 다가 갔다.
“선생님, 너무 흥분하지 마시고 여기 앉으셔서 천천히 말씀을 해주세요.”
내가 이렇게 민원인에게 말하자, 민원인은 오히려 화를 더 버럭내는 것이었다.
“뭐?! 흥분?!! X발 일을 그따위로 보는데 내가 지금 흥분을 안 하게 됐어!! X발 네놈들 때문에 내가 얼마나 손해를 봤는데 지금 뭐? 흥분하지 말라고?!! X발!!”
그러더니 민원인이 다짜고짜 뒷품에 숨겨두었던 칼을 빼 들어 순식간에 나를 찔렀던 것이다.
“컥!”
나는 가슴에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앞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꺅!!!”
여직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고, 나는 가슴에 칼이 꽂힌 채로 엄청난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아… 이대로 죽는구나…’
언제 거기로 떨어졌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가지고 온 그 삼국지 책이 의식을 잃어가는 내 눈에 보였고, 내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책으로 흘러들며 천천히 책을 적셔갔다.
그리고 나는 정신을 완전히 잃었고, 내 눈으로 엄청나게 하얗고 환한 빛이 쏟아졌던 것이다.
* * *
그렇게 환하게 쏟아진 빛에 눈이 부셔하던 나는 마침내 눈을 떴고 내가 살고 있던 곳과는 전혀 다른 이곳에서 나는 정신을 차렸던 것이다.
나는 아까 그 귀 큰 자 일행이 나가고 난 뒤에도 한참을 지금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인지 몰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나는 엄청난 목마름을 느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어지러움을 느껴 그만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저기… 저기요!!”
나는 누군가 나를 도와줄 사람을 불렀다.
그러자 밖에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나의 목소리를 듣고 급히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들은 30대 쯤으로 되어 보이는 여인과 20대 청년과 그들을 보좌하는 것으로 보이는 하인들이었다.
“아버지, 정말 정신을 차리셨군요!!”
젊은 청년이 감격한목소리로 나를 아버지라 불렀다.
“상공(相公)! 정말 살아나셨군요!!”
그렇게 30대 여인은 너무 감격한 나머지 눈물마저 흘리고 있었다.
나는 결혼한 적도 없는데 아들이 생기다니…
거기다 상공? 상공이라면 혹시 남편을 일컫는 것인가?
뭐 이런…
나는 어리둥절했으나 목이 말랐기에 그들에게 물을 달라고 말하였다.
“저.. 물… 물!”
“물이요?! 예, 아버지! 제가 바로 대령하겠습니다!”
내 아들이라고 칭하는 젊은 이가 급히 물이 든 주전자와 대접을 가져와 물을 따라서 나에게 건넸다.
나는 벌컥 벌컥 물을 마셨고, 그제야 어느 정도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휴… 살 것 같네…”
그렇게 나는 한숨을 돌리고는 잠시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분명 죽었는데 이리 이상한 곳에서 눈을 떴어. 그런데 아까 그 귀 큰 사람이 나를 상서령이라 칭하며 많이 아끼는 것 같던데. 주변에 보이는 물건이며 사람들의 모습과 말투가 어쩐지 현대는 아닌 것 같고… 맞아, 사람들의 복장이나 말하는 것이 고대 중국 같다는 말이야. 그렇다면 내가 꿈을 꾸는 것인가? 아니야. 물이 이렇게 시원할 리가 없어. 그러면 혹시 내가 과거의 인물로 환생이나 빙의라도 한 것인가?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은 분명 나를 아버지라 불렀으니 내가 무엇을 묻든지 간에 잘 이야기를 해주겠지. 그럼 먼저 지금이 언제고 이곳이 어디인지 물어봐야겠군.’
그렇게 판단한 나는 곧 그에게 다음과 같이 묻기 시작하였다.
“지금 여기는 어디고 또 몇 년이오?”
나의 이런 물음에 내 아들이라는 이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곧 대답하였다.
“아버지, 여기는 성도의 자택이고, 올해는 *건안 25년입니다.”
*건안 建安, 서기 196년 ~ 220년까지 후한 헌제의 연호, 서기 220년 조조의 죽음을 애도하는 의미로 연강(延康)이라는 연호로 바뀌었으나 촉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계속 건안의 연호를 사용하였다.
“건안 25년?”
건안은 후한 마지막 황제인 헌제의 연호다.
그렇다면 여기는 후한!
잠깐!
그리고 성도?
성도라면 촉나라 익주의 도읍인데…
그렇다면 아까 나를 보고 갔던 그 사람들은?
나는 아들에게 아까 그 사람들에 대해서도 물었다.
“아까 나를 보러 온 사람들은 누구요?”
“전하와 군사장군이십니다.”
“전하? 전하라면 왕?”
“예 아버지, 한중왕 전하십니다.”
한중왕(漢中王)이라면 혹시 유비?
나는 유비로 찍고 젊은이에게 맞는지 물었다.
“한중왕이라면 유비 말이오?”
그러자 아들이 기겁을 하였다.
“아버지! 대왕의 존성대명을 그리 함부로 부르시면 안 됩니다…”
역시!
유비였군!
어쩐지 귀가 크고 팔이 그리 길더라니…
잠깐 그렇다면 유비 옆에 있던 자가 바로?!
“그렇다면 그 군사라는 이는?”
“제갈군사이십니다.”
제갈군사?!
제갈량?!!
그럼 나는, 나는 누구라는 말인가?
“나는… 나는 누구요?”
나의 물음에 아들이 말했다.
“아버지는 상서령이십니다.”
“그 직책은 내가 들었으니 내 진짜 이름을 말해주시오.”
나의 상태가 아무래도 이상한지 아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살피며 말했다.
“저… 아버지, 소자 아버지의 존함을 함부로 말할 수가 없어서…”
이에 나는 아들을 다그쳤다.
“내가 허락할 테니 어서 말해 보오.”
“예… 아버지의 존함은 법정이시고 자는 효직(孝直)이십니다.”
뭐?!
법정?!
내가… 내가 법정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