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10
110. 법정의 보복을 예상하는 육손
“대왕, 지금이라도 남만 호족에 대한 지원을 끊으시옵소서!”
육손이 이렇게 간청을 하였으나, 이미 마음이 확고하게 굳어 있는 손권이 들을 리 만무하였다. 그러며 손권은 아까 말한 것과는 다르게 오리발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대도독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이오? 과인은 남만 호족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아국에 필요한 물산을 얻기 위해 그저 자그마한 지원을 하고 있을 뿐이오. 과인이 어찌 이번 촉의 사태에 잘못이 있다는 말이오? 그것은 자신의 영토의 호족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유비의 책임이지. 그리고 유비 놈이 전면전을 걸어온다고? 유비 놈이 몇 번 조비를 물리친지는 모르나 조비는 아직도 강력한 수십만 병력을 가지고 있고, 거기다 화북을 가지고 있는 삼국 중 최강자요. 결국은 유비 놈이 조비에 패할 것이라는 말이오. 그리고 유비가 조위와 한창 싸움 중인데 나와 싸우려 하겠소? 그리되면 조비만 좋은 것이니 아무리 관우의 복수를 생각하는 유비라도 작금의 상황에서는 쉽사리 아국에 대해 군을 내려 하지 않을 것이오.”
손권의 이런 오판에 육손은 속이 터질 지경이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육손이 신하인 것을. 어떡해서든 군주인 손권을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리하여 육손은 지난번 손권에게 경계해야 할 촉의 인물이라 강조했던 법정을 다시금 꺼내들었으니.
“대왕, 유비에게는 책사 법정이 있습니다. 신이 생각하기에 이번 남만의 반란을 촉의 책사 법정이 직접 나서서 진압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유비가 아니더라도 법정이 아국에 보복을 할 수도 있음입니다. 그것은 전면전이 아니더라도 아국에 큰 피해를 끼칠 모략을 펼치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육손이 또다시 법정을 높게 보며 법정의 보복대응을 경계하자 손권이 역정을 냈다.
사실 오에 전해진 촉의 장안 함락은 촉에서 돌아온 제갈근에 의해 알려지게 되었고 뒤이어 오의 세작들에 의해 보고가 되었는데, 일전에도 살펴보았던 것처럼 손권이 공들여 심어 두었던 간자들이 이미 제거가 된 상태에서 새로 가파 된 첩자들은 유비의 관중 획득에 대해 대강의 정보만을 취합하여 보고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그 과정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법정이 유비가 관중을 얻는데 맹활약을 한 것을 손권은 모르고 있던 것. 그리고 작금의 손권은 유비의 성공에 대한 질투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육손이 법정을 이야기하는데도 듣지 않고 오히려 짜증을 냈던 것이다.
“또 법정을 말하는 것이오? 겨우 책사 하나에 대도독은 왜 그리 경계를 하는 것이오?
손권의 역정이 섞인 하문에 손권이 아뢰었다.
“대왕, 촉의 책사 법정은 아국이 경계하고도 남을 자입니다. 그 자가 상용에 이어 양번을 조비에게서 강탈한 사실을 대왕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육손의 이러한 설명에 손권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알겠어. 과인이 법정을 염두에 두도록 하지.”
조비처럼 법정에게 직접 죽을 위기에 처하지 않은 손권은 법정의 무서움에 대해 피부로 와닿지 않고 있던 것이리라.
그리고 그때였다.
대전으로 급히 양번에서 벌어졌던 촉과 위의 ‘2차 공방전’의 결과가 남형주에서 달려온 전령에 의해 전해졌다.
손권은 조비가 직접 10만 대군을 이끌고 양번을 쳤음에도 촉이 양번을 지켜낸 것에 의구심을 표하며 전령에게 반문을 하였다.
“무어라? 양번에서 촉군이 조비가 친정한 10만 대군을 격퇴했다는 말인가?”
“예, 대왕 그렇사옵니다. 여기 *형주 자사가 보내온 보고 서신에 내용이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 손권은 남형주에 따로 형주 자사를 파견해 두었다. 그리하여 작금 형주는 위의 북형주, 촉의 양번, 그리고 오가 차지하고 있는 남형주로 나뉘어 형주 자체가 마치 삼국의 형상처럼 세 곳으로 쪼개지게 된 것이다.]곧 전령에게서 내관을 통해 손권에게 보고 서신이 건네졌다.
손권은 서신의 내용을 보며 놀란 토끼 눈이 되면서도 표정을 찡그렸다. 그러자 곁에 있던 육손이 손권에게 청하여 서신을 보게 되었다. 그것을 본 육손은 자신이 우려한 것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질 수 있음을 예감했다.
내용인즉, 조비가 직접 친정한 10만 대군의 공격을 양번의 촉 장수들이 막고, 함락 위기의 순간 육손이 경계하고 주목하고 있는 법정이 구원군을 이끌고 조비를 직접 격퇴하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관중과 양번의 사안의 정보가 정확함에 차이가 있는 것은, 장안과는 다르게 양번은 오의 영토가 맞닿아 있는 곳으로 비교적 소상한 결과가 건업으로 전해진 것이다.
다만 남형주에서 건업까지 거리가 상당하였기에 소식이 전해진 것이 다소 늦어진 감이 있었다. 반면 교주의 사섭을 통해 익주 남부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던 손권이었기에 촉 남부의 반란 소식은 빠르게 파악한 것이다.
하기야 손권 본인이 이번 옹개 등의 반란을 직접 사주한 것이니 반란 소식을 일찍 알게 되는 것이 어쩌면 자명한 일이라 하겠다.
이렇듯 이 시대는 정보의 전달이 원할치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이 어디에 관심을 더 두느냐에 따라 정보를 더 일찍 파악하기도 하고, 아니면 그 반대일 수도 있었다.
이렇게 함께 ‘2차 양번 공방전’의 결과를 전해 들은 손권과 육손은 그것을 두고 다른 해석을 하게 되는데…
* * *
육손은 이 보고가 있기 전에 분명 법정이 있어 촉이 반란을 쉽게 진압할 수 있을 것이라 하였다. 그리하여 육손은 자신의 논거를 더 뒷받침할 만한 이번 공방전의 결과를 듣고는 손권에게 이리 말하는 것이다.
“대왕, 이번 양번의 대공방전의 결과를 대왕께서 확인하셨듯이, 실로 촉의 힘이 만만치 않사옵니다. 특히 촉이 강한 원인은 역시 촉 책사 법정의 계책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오니, 신의 예상대로 익주 남부의 반란 또한 작금의 촉이면 쉽게 진압할 것이옵니다.”
하지만 손권은 이것을 달리 해석하였으니. 하나의 사실에 대해서도 대하는 사람에 따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이토록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과인은 대도독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소. 하지만 작금 촉의 책사 법정이 양번에 있다는 것은 이번 남중(익주 남부)의 반란 진압에 법정이 나서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겠소? 그리되면 이번 대반란을 유비가 쉽게 진압하지 못할 것이오.”
소 귀에 경 읽기다.
육손은 손권이 이미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한치도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육손은 ‘손유동맹’은커녕 촉과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꺼내지 못할 정도다. 하나, 그럼에도 육손의 결기는 그대로였으니 육손은 다시금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손권에게 간언을 올리려 하였다.
하나, 손권은 육손이 무엇을 더 말하고 싶은지 이미 알고 있는 표정으로 우선 육손이 아뢰려는 것을 멈추게 하고는, 내관에게 명해 무언가 서신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러고는 그 서신을 육손에게 건넸다.
“대왕 이 서신은 무엇이옵니까?”
육손의 물음에 손권이 인상을 찌푸리더니 좋지 못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대도독, 과인에게 묻지 말고 보면 누가 보낸 것인지 알 것이오.”
하여, 육손은 손권이 건네는 서신을 예로써 두 손으로 받아 펼쳐보았으니, 그것은 바로 제갈근이 가져온 유비의 서신이었다.
‘이것은 촉왕 유비가 대왕에게 보내는 서신이 아닌가? 사신으로 갔던 제갈근이 유비에게 받아온 모양이로군…’
거기에 적힌 글월을 읽은 육손은 제갈근의 지난 사신행에 무언가 문제가 있었음을 느꼈다.
‘관계 개선에 대해 고려해 보겠다고? 이것은 사실상 유비가 오촉 양국의 관계 개선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말과 다름이 없지 않은가. 아무래도 제갈근의 사신행에 무슨 문제가 있던 모양이로구나…’
손권은 유비의 서신을 본 육손의 안색이 굳어진 것을 보고는 ‘거 보라’는 표정으로 육손에게 말했다.
“대도독, 대도독도 방금 유비의 서신을 보아서 알겠지만, 유비 놈은 과인과 관계를 개선할 생각조차 없는 것이오. 한데 대도독은 과인에게 유비와 화해를 하고 다시 동맹을 체결하라 권하고 싶은 것이겠지. 하지만 유비 놈이 과인이 내민 손을 잡지 않는데 어찌 손유동맹을 복원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며 손권은 이제 육손이 자신을 찾아온 용무가 끝났다 여기고는 육손에게 그만 돌아갈 것을 명하였다. 이에 육손은 어쩔 수 없이 손권에게 인사를 올리고 대전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 * *
대전을 나온 육손은 곧장 제갈근을 찾아가 촉으로의 사신행이 정녕 어떠하였는지 확인을 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육손은 곧 제갈근의 자택을 찾아가게 되었으니.
– 건업, 제갈근의 저택
제갈근은 머리에 난 상처를 동여맨 육손이 자신을 찾아오자 급히 그를 맞이하여 안으로 들게 하였다.
하인에게 차를 내오게 한 제갈근을 주위를 물리고 육손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머리에 상처가 난 것인지 육손에게 물으니, 육손은 방금 손권을 알현한 일을 상세히 제갈근에게 이야기하였다.
육손의 말을 들은 제갈근은 왜 육손이 자신을 찾아온 것인지 금시에 눈치챘다.
‘대도독이 내가 촉으로 사신을 갔던 일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으러 왔구나…’
그리하여 제갈근은 먼저 나서 육손에게 손권에게는 고하지 못한 촉으로의 사신행에서 있던 일을 빠짐없이 이야기 하기로 하였으니.
“대도독, 대도독께서 저를 찾아온 연유를 잘 알겠습니다. 하여 지금부터 제가 지난 촉의 사신행에 대해 다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에 육손은 공수를 취하며 제갈근에게 감사를 표하였다.
“*복야(僕射)가 먼저 말을 꺼내주니 고맙습니다.”
[*제갈근이 사신행에서 돌아오자 손권은 제갈근을 승차시켜 복야로 삼았다. 이것은 토호세력이 강한 오나라에서 손권이 외지 출신인 제갈근을 중용하여 호족세력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육손은 제갈근을 찾아오기 전에 제갈근이 승진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제갈근은 말을 꺼내기에 앞서 육손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였다.
“대도독, 지금부터 제가 대도독에게 말씀드릴 내용은 사실 대왕께도 고하지 않은 일로 이 일이 밖으로 세어 나가면 제가 대왕께 큰 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하여 죄송하지만 대도독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러한 제갈근의 부탁에 육손은 흔쾌히 응했다.
“여부가 있겠습니다. 내가 이래 봬도 입이 꽤 무거우니 어디에도 발설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니, 안심하시고 어서 말씀해 보십시오.”
육손의 확답에 제갈근은 촉으로의 사신행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히 말하기 시작했다.
바로 육손이 진언하여 손권이 허한대로 제갈근은 작금 촉의 군주 유비를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촉의 중신인 법정을 만나기 위해 상용으로 간 일과 법정을 만나 설전을 벌인 일 등의 전과정이었다.
상용으로 향할 때 이미 법정은 제갈근이 오는 것을 알고 사자를 보내 그를 방릉(신성)으로 맞아들인 것과 방릉이 이미 촉의 한 지역과 같이 운영되고 있다 제갈근은 말하며, 법정이 책략뿐만 아니라 내정 또한 능란하다고 평하였다.
이어 제갈근은 법정과의 설전에서 일방적으로 패한 것을 상기하며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치부를 털어놓듯이 그 일을 육손에게 말을 하였다.
육손은 제갈근으로부터 법정과 벌인 설전(舌戰)의 내용을 들으며 역시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법정이 만만치 않은 인물임을 다시금 느꼈다. 그러며 육손은 손권이 유비의 성공에 대한 시기심으로 정작 유비를 설득할 수 있는 법정을 만나고 왔는지 제갈근에게 묻지조차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 뿐이었다.
특히 제갈근은 법정이 실질적으로 자신을 법정을 만나게 한 이가 바로 육손임을 콕 찍어 지적한 것과 손권이 조비의 책봉을 받고 오왕에 오른 일 등 천리 밖에서도 오나라의 사정을 손금 보듯 했다며, 혹시 이것은 오나라 조정에 촉의, 아니 법정의 간자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제갈근의 말을 들은 육손은 표정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법정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전투에서 번뜩이는 전략ˑ전술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타국을 흔들 수 있는 모략에 능란한 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육손은 제갈근에게 그가 겪은 법정은 어떠한 자인지 느낀 대로 말해달라 청하였다.
이에 제갈근이 답하기를.
“예, 대도독. 제가 보기에 법정은 정말 만만치 않은 자였습니다. 마치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심안을 가졌다고 할까요. 그리고 분명 유비를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고집 또한 대단해 보였습니다. 한데 저를 상용에 감금하다시피 방치를 하고 나중에는 관리를 보내 유비의 서신을 전하며 저를 아국으로 돌아가게 한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볼 때 유비가 서신에 애매모호한 답변을 하게 만든 것은 제가 보기에 법정인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제갈근의 답변을 들은 육손은 마음이 더 무거워지고 말았다. 그만큼 법정이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상대임을 느낀 것이리라.
그러며 육손은 법정이 이번 익주 남부의 대반란을 사주한 것이 손권임을 알게 되면(아니 이미 알고 있을지도.) 필시 보복을 할 것이라는 것을 예감하였다. 아니 직감하였다.
하여 육손은 만약 법정이 정녕 보복을 할 경우, 법정이 어떠한 방법으로 대갚음을 할지 그리고 오나라는(육손은) 어찌 대응해야 하는지 강구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촉의 책사 법정이 아국에(손권에) 보복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명한 것일 터. 하니, 나는 법정이 어떠한 방법으로 앙갚음을 할지 생각하고 실제 법정이 행동에 들어갈 경우 어떻게 상대를 해야 할지 미리 대응법을 마련해 두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