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09
109. 육손의 결기
손권은 자신이 사주한 옹개와 맹획 등이 촉의 익주 남부에서 대규모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으나, 오나라 중신인 장소는 이로 인해 유비가 오를 치지 않을까 우려를 표명하였다. 하지만 손권은 오히려 장소에게 핀잔을 주었다.
이러한 때 육손이 건업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니…
* * *
오나라의 군사 체계는 촉과 위와는 다른 점이 있었으니, 지방 호족 연합체의 형태가 더욱더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오나라 각 지역에 반독립적인 호족의 세습 사병 집단이 있었고, 이번 ‘합비 공방전’처럼 대규모 원정을 할 경우 호족 군단이 한데 모여 대군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한 체제는 촉과 위에 비해 단합된 군사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어 원정을 나설 경우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한 원인이 되었다.
육손은 호족 사병 연합군을 이끌고 그래도 합비에서 분전(奮戰)을 한 것이나 결과는 패전이었고, 패배에서 발생한 부상병 또한 많았기 때문에 퇴각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오나라 국경에 이르자 호족 군단은 각기 자신의 영지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육손 또한 어찌 보면 세습 호족 군단의 장군이었기에 일단은 병력을 이끌고 자신의 군영으로 돌아갔다.
육손은 이미 손권에게는 패전에 대한 보고를 올린 후였으나, 어찌 되었건 대도독인 자신이 패전의 책임을 질 수밖에 없기에 육손은 건업으로 돌아가 손권에게 패배에 대한 죄를 청하기로 하였다.
그러며 육손은 자신의 죄는 죄이고, 작금 오나라가 조위를 공략하여 한 뼘의 땅이라도 얻기 위해서는 지난날과 같은 촉과의 동맹(손유동맹)을 다시 복원해야 한다는 점을 손권에게 간언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한데 돌아온 건업의 조정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는 완전히 엇나가는 것이었으니, 육손은 기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거 정말 큰일이 아닌가! 대왕이 익주 남부의 호족인 옹개 등을 사촉(唆囑) 하여 촉 조정에 반기를 들게 하여 대규모 반란을 일으키게 만들다니. 이는 손유동맹의 복원은커녕 자칫 잘못하면 오촉 사이의 전면전이 발발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거기다 육손은 촉이 결국은 관중까지 손에 넣은 것을 알게 되었으니, 이로써 촉의 힘이 이미 오나라를 넘어서게 되었음을 육손은 직감할 수 있었다.
만약 오촉 간의 큰 전쟁이 벌어지게 되면 최악의 경우 오나라가 크게 지게 되고 겨우 촉으로부터 빼앗은 형주 남부가 다시금 촉의 영역으로 돌아게 될 염려가 있었다.
그리하여 육손은 곧 손권을 알현을 하고 더 이상 촉의 유비와 척을 지는 일을 하지 말 것을 죽기로 간청하려 한 것이니…
* * *
– 건업 궁궐, 대전
손권은 남부의 대반란으로 유비가 곤경에 처한 것을 기뻐하고 있었다. 아니 이를 기화로 장소에게 말했던 것처럼 익주 남부는 물론 북부까지 익주 전체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을 부푼 꿈(?)까지 꾸고 있던 것이다.
그때, 대전 밖에서 당황한 내관의 목소리가 안으로 들려왔다.
“대… 대왕, 대도독이 알현을 청하고 있습니다!”
육손이 알현을 요청한다는 말에 손권은 심드렁하였다. 하지만 만나지 않을 수도 없었기에 일단 안으로 들여 그에게서 패전의 변이라도 들어볼 참이었다.
“대도독이? 대도독이 왔다는 말인가? 음… 안으로 들라 하라.”
손권의 말에 대전 문이 열리며 육손이 안으로 들어왔는데 육손의 모습이 무언가 달랐고 손권은 그 모습을 보고 놀란 눈이 되었으니. 바로 육손이 머리를 산발하고 스스로 몸을 꽁꽁 묶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육손은 옥좌에 앉아 있는 손권을 보고는 오라로 묶은 몸으로 그 앞으로 나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세게 박아대며 죄를 청하였다.
“대왕! 신 육손이 대왕께서 명하신 합비 함락을 이루지 못하고 많은 병사들까지 잃게 되는 큰 패배를 당하고 말았으니 신을 벌하여주십시오!”
얼마나 세게 머리를 바닥에 박아댔던지 순식간에 육손의 이마가 찢어졌고, 곧 터져 나온 선혈이 육손의 얼굴로 흘러내리며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손권은 육손이 들어오면 이번 패전에 대해 한바탕 꾸짖고는 군주의 아량을 보이며 용서를 할 참이었다.
한데 육손이 이렇게 스스로를 묶고서 죄인을 자청하며 칭죄를 하다니…
거기다 머리를 바닥에 부딪쳐 얼굴 전체가 선혈로 덮인 육손을 보고 손권은 식겁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손권은 급히 용상에서 내려와 터진 이마를 계속 바닥에 박아대고 있는 육손을 말렸다.
“대도독! 대도독! 그만! 그만하시오! 그러다 대도독이 죽겠소! 그만하시오!”
손권이 말리자 육손이 고개를 저었다.
“신의 죄가 너무나 큰 데 어찌 죽음을 두려워하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신이 죽음으로써 신의 죄에 대한 처벌을 받는다면 응당 신은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육손이 고집을 부리자 손권이 화를 내며 명령하였다.
“과인이 대도독에게 명한다! 대도독은 더 이상 스스로를 해하지 말라!”
손권의 명에 육손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이상의 행위를 멈추었다.
육손이 자해를 멈추자 손권은 내관들을 통해 육손의 오라를 풀게 하고 급히 태의를 불러 육손의 상처부터 살피게 하였다.
곧 내관에 의해 대전으로 불려온 태의는 육손의 상태를 살피고 지혈과 치료를 하였다.
손권이 태의에게 육손의 상태를 물으니 태의가 아뢰었다.
“대왕, 심려하지 마십시오. 이마의 피부가 일부 찢긴 것으로 지혈을 하고 약을 발라 깨끗한 천으로 감쌌으니 대도독은 괜찮을 것입니다.”
그렇게 태의가 치료를 마치고 돌아가자 손권은 육손을 향해 이런 말을 하였다.
“과인이 애초부터 대도독에 대한 처벌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소. 한데 어찌 대도독은 지레 과인이 벌을 내릴 것이라 생각하여 이런 짓을 벌이는가!”
“송구하옵니다 대왕. 그만큼 신의 잘못이 크기에 대왕께 죄를 청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손권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됐소. 됐어. 방금 분명히 과인이 대도독을 벌할 생각이 없다 하였소. 그리고 과인도 대도독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보고를 들어 잘 알고 있소. 어찌 갑자기 폭우가 내리고 그것이 장마가 될 줄 알 수 있었겠소. 그것은 이번에는 합비를 얻을 때가 아니라는 하늘의 뜻이니 과인은 다음 기회를 볼 것이오.”
손권이 육손을 면죄하자 육손은 머리를 조아리며 손권의 은혜에 감사를 하였다.
“대왕께서 하해와 같은 은혜로 신의 죄를 용서해 주시니 각골난망(刻骨難忘)이옵니다!”
사실 손권은 육손이 패한 일에 화가 나 있었으나, 작금 오나라에서 육손 이외에 대도독을 시킬 만한 인물이 딱히 없었기에 육손을 벌하지 않고 용서한 것이다.
* * *
손권은 육손을 용서하고 급피곤한 표정으로 육손에게 물러가라 말하였지만, 웬일인지 육손은 대전을 나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육손은 손권의 앞으로 나아가 다시 무릎을 꿇고 손권에게 이리 묻는 것이 아닌가.
“대왕, 신이 듣기로 작금 익주 남부에서 옹개 등이 촉 조정에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데 그 배후에 아국이 있다는 것이 사실이옵니까?”
육손의 물음에 손권은 실상은 이것 때문에 육손이 자신을 찾아온 것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과인이 사주하여 옹개 등이 유비에게 대규모 반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듣고 과인에게 이를 따지려고 왔군.’
손권은 자신이 이번 촉 남부의 대규모 반란을 사주한 것을 잘 하였다 자평을 하고 있었기에, 육손이 어떠한 말로 자신을 설득하려고 해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나 이는 자신이 아니라, 조위를 위기로 몰아넣으며 관중까지 얻어 승승장구하고 있는 유비를 시기한 해코지를 한 것에 대해 통쾌해 하는 못된 심보일 뿐이다. 그리고 어찌 보면 자신의 결정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아집일 뿐이다.
그리하여 손권은 육손의 물음에 별일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그렇소. 바로 과인이 익주 남부의 호족인 옹개 등을 후원하여 유비 놈에게 대항하도록 만들었소.”
예상된 손권의 답변이었으나 이 말을 들은 육손은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유비와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을 해도 모자랄 판에 유비의 화를 돋우다니.
육손은 이미 죽을 각오를 하고 대전 안에 들어섰고 자신의 각오를 아까의 행동으로 미리 손권에게 보여두었던 것으로, 육손은 손권에게 즉각 간언을 하였다.
“대왕, 신이 말씀 올리기 송구하오나 작금의 촉 남부의 사태는 아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사옵니다. 하오니 대왕, 반란을 일으킨 익주 남부의 호족에 대한 지원을 즉시 멈추어 주십시오!”
하나, 이미 마음을 굳힌 손권이 육손의 간언을 들을 턱이 있나. 손권은 이번 일이 어찌 오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느냐며 되려 육손에게 따졌다.
“대도독, 아국의 영토에서 벌어진 일도 아니고 촉 내부에서 일어난 사태요. 그리고 원래부터 익주 남부의 호족들은 촉 조정을 따를 생각도 하지 않던 자들이란 말이오. 과인은 그저 그런 자들에게 조금의 도움을 주었을 뿐이오. 놈들이 하는 짓이지 과인이 한 일이 아니란 말이오. 그리고 어찌 아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예전에 교주도 그곳의 호족 사섭을 잘 포섭해 두어서 결국은 교주에 아국의 관리를 파견하여 아국의 영토로 편입한 바 있소. 이번에도 익주 남부의 호족들이 촉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고 그들을 잘 구슬려 아국에 포섭한다면, 익주 남부지역 또한 아국의 영토가 될 수 있는 것이오. 그리되면 익주 북부 또한 쉽게 노려 볼 수 있는 것이지. 이는 유비 놈이 근거지를 잃게 되는 것이고 아국의 영토는 더욱 넓어지는 것이니, 대도독은 이것이 어찌 아국의 이익이 아니라 말하는가.”
손권의 괘변에 가까운 답변을 들은 육손은 속이 더 답답해졌다.
‘대왕의 생각이 아주 확고하시구나. 하지만 이것은 눈앞의 이익만 쫓는 것일 뿐이야. 촉은 조위에게 연전연승을 거두며 기세가 대단한 승군(勝軍)으로, 강력한 위나라 대군에 비해 남만 호족의 연합군에 불과한 반란군을 작금의 촉이라면 필시 쉽게 제압을 할 것이야. 거기다 빨리 이번 사태를 마무리하기 위해 그 촉의 책사인 법정이 직접 나설 수도 있음이야. 그리되면 순식간에 익주 남부의 반란은 평정되고 말 터이지. 하나, 그다음이 문제야. 필시 법정이라면 아국의 대왕께서 이번 반란을 뒤에서 사주한 것임을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몰라. 그리되면 오히려 법정이 나서서 아국에 보복을 하려고 들지 모르지. 최악의 경우 내가 가장 우려하는 오촉 간 전면전이 발생할 수도 있음이야. 그것만은 막아야 해!’
이렇게 생각한 육손은 다시금 목숨을 내놓을 각오로 손권에게 간언을 하였다.
“대왕, 작금 촉군은 삼국 중 가장 강력한 조위 군에 연전연승하며 결국은 관중까지 빼앗은 강군입니다. 그런 조위 군도 격파한 촉군이기에 남부의 호족 연합군을 물리치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하여 이번 촉의 사태는 금시에 해결이 될 것입니다. 한데 그리되면 유비가 아국이 이번 반란의 배후임을 결국은 알게 될 것입니다. 가뜩이나 의제(義弟) 관우의 복수를 생각하고 있을 유비입니다. 이로 인해 유비가 대군을 이끌고 아국에 전면전을 걸어온다면 아국이 이기리라는 보장도 없거니와, 자칫 지게 된다면 간신히 되찾은 형주 남부마저 저들에게 빼앗기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오니 대왕! 지금이라도 남만 호족들의 지원을 중단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