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08
108. 법정의 남정군 출정 / 위와 오의 상황
이렇게 나와 제갈량의 남만원정에 대한 사전 합의가 이루어진 가운데 제갈량은 선조치 후보고로 내가 익주 남부로 원정에 나서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그다음 장안의 유비에게 표를 올려 이를 허락받았다.
성도에서는 후장군으로 임명된 서황이 열심히 신병을 훈련시켜 정예병을 만들고 있었다. 이렇듯 후장군은 후방에 있는 보직으로 서황의 규율이 워낙 셌기에 신병은 얼마 가지 않아 제법 훌륭한 병사로 거듭났던 것이다.
나는 서황이 훈련시킨 병사들을 인솔하기 위해 성도의 신병 훈련장으로 향하였고, 내가 서황의 신병 훈련장에 모습을 나타내자 서황이 버선발로 나와 나를 맞이하였다.
“상서령께서 오셨습니까?”
나는 공수를 취하며 서황의 인사에 화답했는데 어느 정도 뼈가 있는 말을 건넸다.
“어제의 적에서 이렇게 같은 우군으로 후장군을 만나게 되니 기쁘기가 그지없습니다.”
나의 말에 서황이 두 손을 모으며 답하였다.
“소장 또한 상서령과 한편이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며 나는 서황의 노고를 칭찬하자 서황이 답하였다.
“후장군께서 병사를 단련시키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저 소장이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곧장 나는 이곳을 찾은 연유를 밝혔다.
“후장군도 아시다시피 지금 남부의 사태가 심각합니다. 하여, 후장군이 훈련시킨 병사를 당장 반란군의 진압에 투입시켜야겠습니다.”
그러며 나는 제갈량이 분조라 할 수 있는 성도의 세자 유선으로부터 재가 받은 군령장을 서황에게 내보였다.
이에 서황은 곧장 훈련이 마무리된 병사들을 나에게 인도하였으니 그 수가 무려 2만 5천에 달하였다.
내가 병사들의 상태를 보아하니 그 짧은 시간에 서황이 정말로 훈련을 잘 시켜 놓았던 것이니, 이들이 이번 남부의 반란 진압에 큰 활약을 펼치는 모습이 나의 눈에 선하였다.
그렇게 나는 후장군 서황이 훈련시킨 병사 2만 5천을 원정군에 합류시켰다.
* * *
나는 이곳 성도로 오며 황서의 나머지 궁수병도 성도로 미리 소환을 해두었다. 왜냐하면 궁수대만큼 어떠한 적이라도 확실하게 타격을 가하고 큰 피해를 입히는 병력이 없는 것으로, 내가 성도에 도착한 후 며칠되지 않아 황서의 궁수대가 합류하여 남정군의 전력이 강화되었다.
군사를 정비하고 마침내 남정군이 출정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남정군이 출정에 세자 유선과 군사 제갈량이 함께 하였다.
세자 유선은 대왕 유비의 대리로 나를 남정군의 총사로 임명하고 부월을 내리니 나는 군례로 이를 받았고 남정군 앞에서 부월을 들어 출정을 알렸다.
그리하여 221년 6월, 이제 여름의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시점에 나는 남정군 약 3만 2천을 이끌고 남부 반란군의 진압에 나서게 된 것이니, 과연 이번 남만 원정은 어떠한 과정 거치고 또 어떠한 결과로 귀결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다.
* * *
이렇게 촉의 법정이 본격적을 남정에 나선 시점에서, 삼국의 다른 두 축인 위와 오의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선 양번의 패전 이후 조위의 상황을 보자면.
장합의 구원에 간신히 목숨을 건진 조비는 완까지 도망을 치면서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벌벌 떨기만 하였다.
당장이라도 법정이 뒤를 쫓아 자신의 목을 베어버릴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일까.
이러한 조비의 공포는 완에 도착해서야 간신히 멈출 수 있었다. 아니 멈춘 것이 아닐 수도 있으리라.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조비는 군사였던 사마의를 불러 이번 패전에 대해 말하고 대책을 숙의하였다.
비록 이번 대패로 촉 책사 법정에 대한 두려움이 더해졌으나, 그래도 조비는 한 나라의 군주였으니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데 주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사마의는 조비를 알현하고 자신도 꺼내기 싫은 양번의 패전에 대해 분석을 하였고, 조비와 사마의는 이번 양번 공방전의 패전을 돌아보며 다시 한번 뼈져리게 느꼈다. 바로 촉의 책사 법정이 나타나면 여지없이 조위는 패전한다는 것을. 그리고 이점을 사마의가 말하였으니.
“폐하, 신의 생각에 이번 패배는 다름이 아닌 촉적 책사 법정이 나타났기 때문이옵니다.”
사마의의 말에 조비의 낯빛이 잔뜩 어두워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짐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소. 한데 어떻게 장안에 있어야 할 법정이 양번에 그렇게 빨리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인가!”
조비의 말에 사마의는 자신의 판단이 틀려 이번 패배를 불러온 것 같아 절로 얼굴이 붉어지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였다.
“폐하, 신이 법정에 대해 나름 분석을 하고 놈에 맞춰 대응을 한다고 하였는데 그것이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놈은 제 예상을 벗어난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신은 법정이 아군의 10만 대군을 상대하기 위해 최소 수만 병력을 이끌고 올 것이기에, 분명 놈이 제때 오지 못하여 양번을 함락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놈은 마초의 서량 기병만을 이끌고 기동하여 아군의 양번 함락 직전에 아군의 후방을 공격해 온 것입니다. 거기다 이 과정에서 놈은 형산의 아군 매복을 이미 눈치채고 우회 기동을 한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는 실로 놈이 신보다는 열 수는 더 내다보는 계략을 쓰는 것으로, 이번 실패는 오롯이 신이 법정보다 무능하여 벌어진 사태이옵니다.”
이런 사마의의 자책에 웬일인지 조비는 크게 책망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비는 거의 처음으로 사마의에게 자신이 양번을 방어하던 촉의 장수 황권 등을 생포하겠다고 고집을 부려 결국 패전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유감(遺憾)을 표명하였다.
“아니오. 이번 패배는 어사중승의 책임이 아니오. 이는 짐이 양번을 점거하고 있는 촉장을 생포하여 짐의 신하로 삼겠다 고집을 부린 결과요. 그리하여 결국은 양번도 얻지 못하고 이렇게 수만 병마를 잃게 된 패전을 하게 된 것이오. 짐은 이에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소…”
사과는 아니었으나 조비가 여감(餘憾)이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으로, 그만큼 이번 양번의 패전에 조비는 크게 충격을 먹은 모양이다.
사마의는 그런 조비를 보며 이는 모두 계책을 잘못 세운 군사인 자신의 잘못이라며 무릎을 꿇고 칭죄를 하였다.
“아니 옵니다 폐하! 이는 모두 군사인 신이 잘못된 판단으로 내린 잘못된 계책 때문에 벌어진 패배이옵니다! 하오니 신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사마의가 죄를 청하자, 조비는 사마의를 벌하지 않고 용서를 하였고 계속하여 촉을 상대할 방안을 모색하였다.
그리하여 조비와 사마의는 작금 조위가 촉을 이기는 방법은 전장에 법정이 나타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승부를 결정짓는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폐하, 작금 신을 포함한 아국의 책사들은 도저히 촉적 책사 법정을 이겨낼 계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놈이 상상하기도 힘든 악랄한 방법을 쓰기 때문입니다. 하여, 신은 촉적과의 싸움이 벌어질 경우, 법정 놈이 나타나기 전에 빠르게 승부를 보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옵니다.”
사마의의 말에 조비도 동의를 하였다.
“짐 또한 어사중승의 의견과 같소. 법정 그놈은 정말로 지옥의 야차 이상의 잔혹한 놈이오. 그놈이 움직이면 아군이 여지없이 패하니 만약 촉적과 아군이 충돌하게 될 경우 놈이 오기 전에 아군의 전력을 다해 촉적을 몰아낼 수밖에 없소.”
그러자 사마의는 원 역사에서 제갈량을 상대하였던 방법을 꺼내들었으니, 바로 아예 상대를 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폐하, 신의 보기에 작금 촉적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촉적과 싸우는 것은 되도록 피해야 할 것입니다. 대신 촉적이 더 이상 아국의 영토를 침범하지 못하도록 촉적과 경계의 요충지에 장수와 병력을 집중하여 당분간은 수비에 전념해야 할 것이옵니다. 그러한 가운데 아국 내의 반란을 마저 진압하고 힘을 비축하는 것이 작금 아국의 위기를 타개하는 상책이라 신은 감히 폐하께 진언 드리는 바입니다!”
그랬다.
촉의 입장에서는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방법을 결국 사마의가 꺼내든 것이다.
바로 일전에 한번 언급하였던 선 수비, 선 성장, 후 공격의 방법이다. 유비가 비록 관중까지 얻게 되며 옹양주를 손에 넣었으나, 이 시대 국력의 척도에서 가장 중요한 백성의 수에서 유비의 촉은 여전히 조비의 위나라에 턱 없이 밀리고 있었다.
거기다 비옥한 화북지방을 여전히 보존하고 있는 조비의 입장에서는, 유비의 동진을 최대한 시간을 끌며 막기만 하면 언젠가는 조위의 힘이 지금보다 훨씬 강성해지는 시기가 올 것이기에 그때 촉을 공격하게 되면 승리할 확률이 그만큼 올라가는 것이다.
사마의의 진언에 담긴 뜻이 바로 이러한 것임을 알아챈 조비는 곧 사마의의 책략을 채택하여 시행하도록 하였으니, 앞으로 촉이 위나라를 상대하는 것이 여간 까다롭지 않게 되었다.
한편 사마의는 양번에 척후를 풀어 양번을 살폈는데, 여전히 법정이 양번에 머물고 있다는 보고를 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조비보다 못하지만 법정에 대한 위구심(危懼心)을 갖고 있는 사마의는 이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사마의가 법정이 안배해둔 가짜 법정에 껌벅 속아 넘어간 것으로, 마치 삼국지연의에서 죽은 제갈량의 목각인형에 사마의가 놀라 도망가는 것과 비슷한 형상이 되고 만 것이다.
이를 조비 또한 보고받으니 조비는 법정이 양번에 머무는 것이 이번에는 군을 이끌고 완을 노리기 위한 것이라 지레 판단을 하고는 두려움에 몸서리를 쳤다.
‘아무래도 법정 놈이 양번에서 버티고 있는 것은 짐이 있는 완을 공격하기 위한 술책이 분명해! 이번에 놈이 완으로 쳐들어오면 그때는 짐의 목이 온전히 남아 있지 않을 것이야!
그리하여 조비는 살기 위해(?) 허창으로 돌아갈 것을 결정했다.
이렇게 완에서 잠시 머문 조비는 법정이 완을 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완성태수 장패에게 완의 방비를 지시하고 곧장 허창으로 돌아갔다.
아직 조위 내부의 농민 반란은 완전히 진압된 것이 아니었기에, 사마의는 일말의 남은 잔불이라도 남기지 않기 위해, 조비에게 윤허를 얻어 부관들에게 맡겨 두었던 농민 반란의 진압을 마무리하러 나섰다.
그런데 허창으로 돌아간 조비는 또 한 번 좋지 못한 선택을 하게 되었으니, 그것이 무엇인지는 앞으로 밝혀질 것이다.
* * *
조위의 상황을 살펴보았으니 이번에는 오나라로 시선을 옮겨보기로 하겠다.
오나라의 손권은 장안까지 함락하며 관중을 얻은 유비를 시기하여 끝내는 유비를 해하려는 시도를 정말로 실행에 옮겼으니, 바로 익주 남부에 포섭해 두었던 옹개를 움직여 촉 조정에 대규모 반기를 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손권 본인의 뜻대로 옹개가 맹획 등의 익주 남부 호족을 끌어들여 촉 조정에 대규모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크게 기뻐하였다.
이에 옆에서 장소가 우려를 표하였다.
“대왕, 자칫 유비가 아국이 이번 촉 남부의 반란을 사주한 것을 알게 된다면 필시 유비는 지난 관우의 일까지 꺼내어들어 아국에 복수를 하려 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손권은 장소의 걱정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경은 그것이 문제요. 언제나 걱정이 많지. 그렇게 매사 두려워하기만 해서야 어찌 일이 성사될 수 있다는 말이오. 이번에 촉 남부에서 호족들의 반란이 성공만 한다면 아국은 익주 남부를 얻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익주 전체를 노려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요. 거기다 아국의 힘을 하나도 들이지 않아도 되니 마치 ‘누워서 떡 먹기’와 무에 다르단 말이오. 거기에 우리는 그저 교주의 사섭을 통해 약간의 지원만 더해주면 익주 남부를 얻는 일이 정말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오!”
이러한 때 육손이 건업으로 돌와 오게 되었으니 과연 육손은 어떠한 행보를 보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