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07
107. 촉 남부, 옹개와 맹획의 대반란 (3부 시작)
나는 장비의 안내를 받으며 제갈량의 융중 초가를 견학하기 위해 양양성 문을 막 나서고 있었다.
“자 상서령, 소장이 제갈 군사의 융중 초가를 모시겠습니다.”
“예, 우장군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꼭 군사가 대왕의 삼고초려에 감복하여 신하가 되어 융중대책을 아뢰었던 초가를 꼭 볼 것입니다.”
그렇게 나는 융중으로 향하려는 의지가 강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저쪽에서 한눈에도 다급한 모습을 한 전령이 급보를 가지고 양양성을 향해 급히 말을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우리 일행은 성 문 앞에서 더 나가지 못하고 전령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전령은 나와 장비를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에서 내려 군례를 취하였다.
나는 그에게 어서 일어나라 명하며 어디서 온 전령인지 그리고 무슨 일인지 물었다.
그러자 전령이 답하기를.
“예, 상서령. 저는 성도에서 온 전령입니다. 여기 성도에서 보내는 급보가 적힌 서신이 있으니 이것을 보시면 무슨 상황인지 아시게 될 것입니다.”
나는 전령이 건네는 서신을 얼른 열어 보았다. 그리고 거기에 적힌 내용을 보고는 얼굴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내 표정이 굳자 장비가 심상치 않은 일임을 알아채고 나에게 서신을 볼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장비에게 서찰을 건넸고, 장비가 적힌 글귀를 살피더니 역시 안색이 좋지 못하게 변하며 나를 바라보고 이리 말하는 것이다.
“상서령, 아국의 남부에 큰 변고 생겼습니다! 반란입니다. 그것도 엄청 큰 반란입니다!”
그랬다.
성도에서 급하게 달려온 연락병이 가지고 온 급보는 익주 남부의 대규모 반란이었다.
* * *
나의 융중으로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성도의 급보는 다름이 아닌 아국의 익주 남부에서 호족 옹개가 남만의 호족 맹획 등을 끌어들여 대규모 반란을 일으켜 상황이 급박하다는 소식이었다.
지난번 나는 유비에게 진언하여 보한장군 이엄을 영창태수로 삼아 익주군을 점거하고 있는 옹개를 견제하게 하였다.
이리하여 이엄은 성도에서 수천 병마를 이끌고 영창으로 향하여 남쪽의 현지 토호 관리들을 통솔하게 되었고, 호시탐탐 익주 남부를 노리고 있는 옹개가 설치지 못하도록 잘 제어하고 있었다.
한데 문제가 생겼으니, 그것은 바로 옹개가 익주 남부에서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그 규모가 커도 너무나 컸던 것이다.
이번 옹개의 반란은 남만의 호족 맹획까지 끌어들인 대규모 반란이었다.
거기다 월수군 수(叟)족의 수령 고정이 월수태수를 죽이고 스스로 수족왕이라 칭하며 옹개의 반란에 가담하였고, 익주 주제군 출신의 토호 관리인 장가태수 주포 또한 옹개의 반란에 합류하였으니, 이는 원 역사보다 이른 시점에 발생한 것이다.
이들 옹개와 맹획 등의 반란군은 그 수가 알려진 것만 수만이나 되었고, 추가로 투입될 수 있는 병력까지 생각하면 최대 10만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리하여 익주 남부에서는 이엄이 지키고 있는 영창군 이외의 대부분의 지역이 사실상 옹개의 반란에 가담하였으니 남부 지방 전체가 큰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엄 홀로 이를 막기가 너무나 버거웠기에, 이엄은 즉시 성도로 남부의 대규모 반란을 알리고 구원을 요청한 것이다.
옹개가 남방의 호족과 수족의 왕을 끌어들여 대규모 반란을 일으킨 배경에는 교주 사섭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그리고 사섭을 움직인 자는 누가 뭐래도 오나라의 손권이었다.
손권은 유비가 관중까지 얻으며 승승장구하는 반면, 자신은 이번에도 합비에서 대패를 하며 아무것도 얻지 못하자 유비에 대한 해코지로 익주 남부에서 옹개 등이 반란을 일으키게 만든 것이다.
나는 남만의 대규모 반란 소식을 듣고 배후의 누가 이 일을 꾸미고 사주하였는지 금시에 알아차렸다.
‘손권! 손권이 이번 반란을 지시했군!’
그랬다.
이번 남만의 반란을 일으킨 옹개와 맹획 등은 손권의 지시를 받은 교주 사섭의 지원 아래 촉 조정에 반기를 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교주의 사섭은 오나라 손권의 통제 아래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옹개 또한 손권이 포섭한 자로 끊임없이 아국의 남부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었다.
‘일전에 이엄을 보내 옹개를 상대하게 하여 그나마 익주 남부 지방이 안정을 찾는듯하였으나, 이번에 손권이 사섭과 옹개, 맹획까지 한꺼번에 움직이게 만들어 이엄이 도저히 통제하지 못할 지경의 대규모 반란을 일으키게 한 것이겠지. 이번 반란을 제때 진압하지 못한다면 익주 남부지역을 잃게 되는 것은 명약관화라 할 수 있지. 그것은 손권이 교주에 이어 아국의 익주 남부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는 말이야. 이리 되면 손권이 마음만 먹으면 교주와 익주 남부의 병력을 이용해 익주 북부까지 노릴 수 있다는 것이지. 이는 손권이 오나라의 병력을 하나도 들지 않고 아국을 침탈할 수 있는 것으로, 아국의 입장에서는 정말 악랄한 수가 아닐 수 없어.’
그러한 생각이 든 나는 내가 직접 진압군을 이끌고 이번 옹개의 대반란을 평정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 * *
그리하여 나는 융중 방문을 포기하고 즉시 양양성 안으로 들어가 대책을 숙의했다. 이 과정은 신속히 해야 했기에 나의 머릿속에 나온 방안을 곧장 실천하기로 하였다.
나는 마초가 이끄는 서량 기병 오천을 그대로 양번에 주둔하게 하여 만약에 있을 조위 대군의 재침략에 대응케 했다.
그리고 나는 나를 닮은 자를 나 법정의 모습으로 분장시켜 양번에 있게 하여 조비가 함부로 양번을 넘보지 못하게 하였다. 이어서 나는 양번의 병력 중 장비의 파서군이 주축이 된 정예 오천을 선발하여 이번 남정(南征)에 나서게 하였다.
거기에 강유의 별동대 수백 기병은 그대로 남정군에 합류시켰고, 황서의 궁기병 수백 또한 함께 하게 하였다.
그리고 형주자사 황권에게 조금이라도 위나 오의 수상한 움직임이 감지되면 즉각 상용과 성도에 구원을 요청하라 명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를 하였다.
그렇게 양번의 방비를 마친 나는 즉시 장비가 이끄는 오천 파서군과 강유의 별동대, 황서의 궁기병과 함께 급히 성도로 향하였던 것이다.
* * *
이렇게 이번에는 남정군이 될 2군을 이끌고 나는 상용을 거쳐 한중으로 제쳐 나간 다음 지체 없이 성도로 행군해 나가 마침내 성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성도에 우리가 도착하자 사실상 촉의 승상이라 할 수 있는 군사 제갈량이 멀리 성문 밖까지 나와 우리를 맞이하였다.
나와 장비 등은 제갈량과 짧은 인사를 나누고는 곧 성 안으로 들어가 작금의 사태에 어찌 대응해야 할지 논의에 들어갔다.
제갈량은 영창태수 이엄이 보낸 급보 이외에 추가로 파악한 사항을 우리에게 알려주었고, 나는 제갈량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 흰 종이 위에 지도를 그린 다음 남부 전선의 상황을 표시하였다.
이렇게 내가 일필휘지로 눈으로 보지 않고도 자세한 지도와 전황을 그려대자 이를 처음 보게 된 강유 등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나의 능력에 감탄를 하였다.
“상서령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이런 상세한 지도와 전선의 상황을 그리실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러자 장비가 웃으며 말했다.
“자네들도 놀라는구만. 나도 처음에 보고 많이 놀랐다네.”
나는 이들이 나의 능력에 감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갈량과 함께 작금의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였다.
“군사, 지금의 상황은 정말 아국이 불리한 상황입니다. 영창태수(이엄)는 불과 수천의 병력으로 적어도 수만의 반란군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도 상서령의 말에 동의하는 바이오. 하여 한시라도 빨리 진압군을 보내 반란을 삭평(削平) 해야 할 것이오.”
제갈량의 생각이 바로 내 생각이었다.
“그렇습니다. 하여, 제 생각에 우장군의 정예군 오천 등의 파서군을 주축으로 성도의 추가 병력을 더하여 아군 또한 대규모 병력을 꾸려 반란의 진압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내가 이번에는 장비의 파서군이 주가 되었으면 한다고 하자 장비의 입이 귀에 걸렸다. 그만큼 내가 이끄는 병력에서 장비는 다시금 선봉장을 맡는 것을 고대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나의 생각을 들은 제갈량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 또한 상서령과 같은 생각이오. 그렇지 않아도 이곳 성도에서는 후장군(서황)이 신병의 모집과 훈련을 하고 있었소. 하여 수만의 정병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이번 진압에 투입하면 될 것이오.”
그랬다.
작금 아국은 동으로 북으로 조위를 상대하느라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여, 가지고 있는 병력 대부분이 위나라와 대치를 하고 있었으니, 남부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병력을 모집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라면 아국이 조위와 벌인 겨울부터 봄까지의 대혈전에서 수만 이상의 위나라 병사들을 포로로 잡아 제갈량의 도강언 수리와 농토 개간 및 농사에 투입하고 있어 군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나는 제갈량에게 공수를 취하며 이리 말하였다.
“군사, 이번 남부의 반란은 심상치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오나라의 손권이 배후에 있는 듯합니다.”
나의 이런 지적에 제갈량은 입을 굳게 다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량, 그 또한 짐작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번 반란의 배후가 손권일지 모른다고 말하자, 장비가 화를 버럭 냈다.
“이 강동의 쥐새끼가 또 아국을 괴롭히다니! 내 이놈을 가만히 두지 않으리라!”
나는 장비의 화에 공감을 하였지만 당장은 반란의 진압이 중요하기에 장비를 지긋이 바라보며 장비의 화를 잠시 누르게 만들었다. 장비는 나의 눈빛을 보고는 내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았다는 듯이 뒤로 물러섰다.
이어 제갈량이 말하였다.
“나 또한 상서령의 생각처럼 이번 익주 남부의 대규모 반란의 배후에 오주 손권이 있다는 확신을 하고 있소. 하지만, 손권은 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반란의 주동자들을 뒤에서 조종을 하고 있을 것이오.”
“제 생각 또한 군사와 같습니다. 이미 손권은 교주의 사섭을 통해 옹개를 후원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손권은 옹개 이외에 익주 남부의 다른 유력 호족들을 끌어들이고 거기다 수족의 수령인 고정을 충동하여 아국의 관리를 살해하게 만들고 고정 스스로 왕을 칭하게 만들었습니다. 참으로 손권의 수작이 치밀하면서도 악랄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며 나는 제갈량에게 나의 의견을 밝혔다.
“이번 반란을 조기에 확실하게 진압하지 못한다면 손권의 영향력이 익주 남부 전체에 걸치는 것은 물론 이곳 성도가 있는 익주 북부까지 뻗치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확실하게 이번 반란을 제압하여 다시는 남부에서 반란이 일어나지 못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번 진압군을 우장군과 맡아 반란을 평정하고자 하는데 군사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이렇게 내가 진압군을 직접 이끌고 반란군 제압에 나선다고 하자 제갈량은 기쁜 얼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작금 아국에서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어떠한 적이라도 완전하게 격멸할 수 있는 이는 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상서령이 그리해준다면 대왕께서 근심을 더 실 수 있을 것이오. 내가 곧 대왕께 상주를 할 것이니 상서령이 고생을 해주셔야겠소.”
그렇게 나는 이번에도 아국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나서게 되었던 것으로, 이제 곧 나의 남정(南征)이 이 역사에서 새로이 기록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