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11
111. 마속, 나에게 공심위상의 계책을 진언하다
삼국 중 위와 오의 상황을 돌아보았으니, 여기서 다시 남정에 나서고 있는 법정으로 이야기의 줄기를 옮겨보도록 하자.
* * *
남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가 미처 언급하지 못한 것을 설명해야겠다. 바로, 내가 몇 가지 중요한 사항들을 지난 이야기에서 빠트렸던 것이다.
가장 처음으로 말할 것은, 우선 이번 남정에 마량이 자발적으로 합류한 일이다.
나는 성도로 급히 돌아와 남정에 필요한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짧은 기간 동안 자택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이번 남만 원정에 대한 공략 방안을 구상하고 있을 때 마량이 나를 찾아왔다.
그는 양번의 군수 책임자인 장완으로부터 나의 2군이 지난 상용과 양번 일대에서 치렀던 대전투들과 그 과정에서 장완이 군수를 담당하며 활약한 일을 알게 된 모양이었다.
그리하여 마량 자신 또한 직접 내가 이끄는 남정군의 군수를 책임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니. 내가 반란의 진압을 위해 성도로 오자 그는 흰 눈썹을 날리며 급히 나를 찾아와 이를 부탁하였다.
“상서령, 이번 남만 정벌에서도 제가 남정군의 보급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싶습니다. 한데 이번 원정의 거리가 상당하여 군수품의 수송이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제가 직접 수송과 보급을 담당하고 싶은데 이를 허락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마량이 이리 직접 부탁까지 하자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에(아니 내가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다.), 그를 이번 남정군의 군수담당자로 삼았고 마량은 이에 감사를 표하였다.
“알겠소. 마 복야가 직접 남정군의 보급을 책임지는 수고를 해주겠다고 하니 내가 마다할 이유가 없구려. 그럼 원정군의 군수를 마 복야가 담당해 주시오.”
“감사합니다 상서령.”
그리고 마량과 함께 나를 찾아온 이가 있으니 그는 바로 마량의 동생 마속이었다. 마량이 나에게 청이 있어 나의 저택을 방문하게 되자, 마침 마량의 집에 와 있던 마속이 자신도 ‘상서령께 드릴 말씀이 있다’라며 자신을 데려가달라 마량에게 청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마량은 상관인 나에게 자신의 요청을 하는 것도 힘든데 마속을 데려가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하여 거북한 표정을 마량이 짓자 마속이 이리 말하는 것이다.
“형님, 형님의 용무가 잘 마무리되면 그때 상서령께 저를 데려왔다는 말씀을 해주십시오. 저는 상서령의 저택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상서령이 저를 보겠다 허락을 하시면 그때 제가 안으로 들어가 상서령을 만나겠습니다.”
막냇동생의 이런 간곡한 부탁인데 마량이 아니 들어줄 수도 없었으니, 결국 마량은 마속을 법정의 저택까지 데리고 간 것이다.
그리하여 마량은 자신의 일을 마무리하자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상서령… 사실 지금 제 막냇동생이 문밖에 대기를 하고 있습니다. 유상(마속의 자)이 상서령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니 송구하지만 제 동생을 만나주실 수 있겠습니까?”
나는 마속이 무슨 말을 나에게 하고자 하는지 왜인지 감이 왔다. 하나, 나의 짐작이 맞는지는 마속을 직접 만나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마량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였다.
“유상이 말이오? 아까 마 복야가 들어올 때 같이 데리고 안으로 들지 그랬소.”
“상서령께 제 청을 드리기도 송구한데 유상이 공사에 바쁘신 상서령을 귀찮게 해드리는 것 같아 염려가 되었습니다.”
“알겠소. 내가 유상을 안으로 들여 만나보겠소.”
그렇게 마속이 하인의 안내를 받아 안채로 들어왔고, 나를 보더니 두 손을 모아 인사를 올렸다.
“소인 마속이 상서령께 인사 올립니다.”
“그래 유상 오랜만에 보는군. 어서 오게.”
마량은 마속이 나에게 이야기하기 편하게 거기서 그만 물러나기로 하였다.
“상서령, 제가 남정군의 군수물자를 점검하러 먼저 자리를 떠나고자 하오니 허락해 주십시오.”
나는 마량의 배려를 알아차리고 그리하라 말하였고, 마량은 마속에게 몰래 눈짓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나는 차와 다과를 다시 내오게 한 후에 주위를 물려 마속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마속은 차를 한 모금 마신 후에 나를 향해 공수를 취하며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으니.
“상서령, 소인이 상서령께 말씀을 올리고자 하는 것이 있어 이렇게 무례를 무릅쓰고 형님을 쫓아왔습니다. 우선 이를 상서령께서 해량(海諒) 하여 주십시오.”
“유상이 나에게 급히 할 말이 있어 왔을 터이니, 그것은 용서의 대상이 아니네. 하니 어서 편하게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꺼내보게.”
“감사합니다 상서령. 그럼 제가 상서령께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작금 상서령께서는 남정군을 이끄시고 남만의 반란을 진압하러 가시게 되었습니다. 하여, 소인이 주제넘지만 상서령께 소인이 생각하는 미욱한 계책을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역시 그렇군.
원 역사의 제갈량의 남정에서 마속이 제갈량에게 했던 진언이 이 역사에서는 나에게 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 것이로군…
나는 내가 예상하던 것이 맞았음을 느끼며 마속에게 그 계책이 무엇인지 말하게 하였다.
“예, 상서령. 부용병지도(夫用兵之道) 즉, 용병을 함에 있어 원칙으로 상책과 하책이 있는데, 적의 마음을 치는 것이 상책(攻心爲上, 공심위상)이고, 적의 성을 공격하는 것이 하책(攻城爲下, 공성위하)이며, 적과 마음으로 싸우는 것(심리전)이 상책(心戰爲上, 심전위상)이고, 적과 군사로 맞붙어 싸우는 것을 하책(兵戰爲下, 병전위하)이라 하였습니다.”
바로 마속이 제갈량에게 진언한 ‘공심위상’ 계책인 것으로 나는 이미 알고 있었으나, 이리 마속이 나의 면전에서 말을 하니 기분이 묘하였다.
‘역사의 유명한 일화를 이렇게 직접 겪는 일은 매번 새롭다는 말이야. 그리고 원 역사에서 마속이 제갈량에게 진언하였던 계책을 이 역사에서는 나에게 하다니 기분이 참으로 묘하군…’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마속에 말했다.
“사기, 양양기(襄陽記)에 나오는 명구(名句)로군.”
그러자 나의 말에 마속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심위상’을 꺼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였다.
“예, 상서령. 맞습니다. 제가 이 명구를 언급한 연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작금 상서령께서 정벌에 나서는 남만은 아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험준한 산세 때문에 아국의 통제에서 벗어나, 복종하지 않고 반란을 일으킨 것입니다. 때문에 이번에 상서령께서 원정군을 이끌고 저들의 대반란을 진압하더라도 진압군이 물러나면 그 즉시 또다시 배반을 할 것이 자명합니다. 상서령께서는 신기묘산의 계책을 가지신 분으로 조위의 강력한 대군마저 쉽게 꺾으시는 분이니, 상서령의 원정군이 남만에 이르게 되면 저들을 쉽게 격파할 것이고, 저들은 상서령께 항복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작금 아국의 상황은 조위와 국경에 대군을 배치하고 강대강의 대치를 하고 있는 와중이기에, 상서령께서는 다시 전선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이리 되면 반란군의 수괴가 제거가 되었더라도 또다시 다른 남만의 호족들이 고개를 쳐들고 아국에 모반을 일으킬 것입니다. 하여, 방금 말씀드린 용병에 있어 적의 마음을 쳐 더는 반역의 못된 마음을 품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상책이라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이렇게 직접 마속에게 들으니, 역시 마속은 이론을 정말 낱낱이 잘 알고 있어 상황에 맞춘 방안을 조언하는 것이 탁월하군.
원 역사에서 제갈량이 마속의 이런 건의를 듣고 감탄한 이유를 알겠어.
제갈량은 자신의 생각을 마치 마속이 읽은 것처럼 알아맞히자 이런 말을 하였다고 한다.
“진정 유상은 나의 폐부를 꿰뚫어 보는 것 같구나!(幼常足知吾肺腑也, 유상족지오폐부야)!”
그리하여 원 역사에서 제갈량은 유비의 유언(마속을 중히 쓰지 말라는)을 듣지 않고 마속을 참군(參軍)으로 삼아 가정을 지키게 하는 우를 범했던 것이다.
하나, 나는 마속이 이론에는 밝을지언정 실제 전장에서는 문외한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잘 알기에, 제갈량처럼 마속을 높게 기용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마속의 조언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마속을 등용하지는 않았다.
“유상의 계책이 참으로 나의 생각과 같으이. 좋은 조언 감사하네. 내 유상의 조언을 참고삼아 이번 남정을 잘 치르도록 하겠네.”
나는 계책을 진언한 마속에게 촉금(비단)을 답례로 내주며 돌려보냈으니, 이것은 미축이 나에게 보내온 선물 중 일부였다. (유비가 내린 촉금은 왕의 하사품이니 함부로 다른 이에게 선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자 마속은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생각해도 괜찮은 계책이었기에 이것을 나에게 진언하면 필시 내가 자신을 기용하여 이번 남정군에 함께 하도록 할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리라.
한데 내가 고마움을 표하고 비단을 답례품으로 주었으나,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으니 마속이 실망하는 것도 당연하다.
저택 밖에서 마속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마량은 마속이 비단을 들고 나오자 급히 마속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 촉금은 무엇인가? 자네가 무슨 말씀을 상서령께 올렸기에 상서령께서 이렇게 좋은 비단을 선물로 주신 것인가?”
그러자 마속이 침울한 표정을 한 채로 마량에게 이리 물었다.
“상서령이 형님께서 요청하신 이번 원정의 군수담장자가 되는 것을 허락하셨습니까?”
“그렇다네. 상서령께서는 기꺼이 나에게 이번 진압군의 보급 전반을 맡기셨다네.”
“그러셨군요…”
마량은 마속의 안색을 보고는 더는 묻지 않고 마속과 함께 수레를 타고 돌아갔던 것이다.
* * *
이어서 나는 원 역사에서 실제 남만의 반란을 완전히 제압했던 마충(관우를 사로잡은 오나라의 마충과는 동명이인)을 남정군에 합류 시켰다. 이 과정에서 역시 제갈량의 사람이기도 한 마충을 데려가기 위해 제갈량에게 양해를 구하니, 제갈량은 이번에도 내가 자신의 사람을 빼앗아간다며 농담 아닌 농담을 하였으나, 결국은 마충을 내주었다.
“상서령이 이번에도 나의 사람을 데려가는구려. 이렇게 나에게서 좋은 사람들을 자꾸 빼앗아가니 내가 도통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구려. 하나, 상서령이 그들을 데려가 요긴하게 쓰고 있으니 내가 이를 마다할 수도 없는 노릇이오. 좋소. 덕신(德信, 마충의 자)을 데려가도록 하시오.”
나는 제갈량에게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군사께서 넓으신 아량으로 좋은 장수를 내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실제 240년 무렵이 되어서야 비로써 내강도독이 남만에 주둔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장억과 마충은 월수 지역을 정복하는 등의 맹활약을 펼쳤다. 이 역사에서 장억은 이미 상용의 태수로 재임하고 있기에 나는 마충을 이번 원정에 데려가려 하는 것이다.
나는 이왕 대규모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내가 직접 원정에 나서는 김에 아예 반란의 씨앗까지 없애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리하여 나는 반란을 평정하고 마충을 내강도독으로 임명하는 것까지 계산에 넣고 있었다.
원 역사에서 제갈량이 남정을 하고 돌아왔음에도 그 뒤로 남만에서 크고 작은 반란이 끊임이 없었으니, 이는 제갈량이 원정을 한 후에 현지에 관리를 파견하고 병력을 두지 않은 것 때문이다. 대신 제갈량은 현지 호족인 이회를 관리로 삼아 통제를 하려 하였다. 이것은 필시 마속의 계책인 ‘마음을 치는 계책, 공심위상’을 실행한 것일 터이지만, 원칙인 중앙관리의 파견과 병력의 주둔이 없었기에 곧 만족은 다시 반란을 일으켰고, 이것을 또 진압하기 위해 촉 조정에서는 진압군을 보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니 국력이 낭비가 될 뿐이었다.
하여 나는 적들의 마음을 치되, 내가 돌아간 후에 반드시 저들이 일으킬 반란을 빠르게 제압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