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14
114. 나, 공도성 함락!
‘상서령의 계책이 바로 신기묘산이 아닌가. 고조(유방)께서 ‘장막 안의 계책으로 천리 밖의 승리를 거두었다’라며 장량의 지략을 칭찬했다더니, 상서령 또한 장량 못지않구나.’
이엄은 그렇게 옹개를 물리친 법정의 계책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 * *
이렇듯 불위성의 이엄이 법정의 계책에 힘입어 옹개에게 승리를 거두었고, 이제 법정이 군함을 타고 어디로 공격을 하러 가는지 살펴볼 차례다.
나는 노수를 타고 월수를 공략하기 위해 나섰는데 그 이유를 기술하자면.
아국인 촉은 익주 분지 이외의 땅은 대부분이 험난한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하여 월수 땅 또한 지세가 험준하였다. 때문에 성도에서 군사를 이끌고 월수군의 치소인 공도를 공격하려면 첩첩산중의 좁은 길로 들어서야 했다. 또한 협로를 통과하더라도 공도로 들어가기 전 요충지인 비수를 거쳐야 한다.
이렇게 마치 호리병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진군로는 커다란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1차로 협로 양측의 산지에 만일 적이 숨어 있으면, 영락없이 적의 매복에 걸려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고, 이러한 1차 위험을 넘기더라도 비수에 주둔하고 있는 적의 수비병을 물리쳐야만 비로써 월수군의 중심인 공도로 향하게 되니, 두 번에 걸친 큰 위협이 아군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군에게는 피해를 강요하는 어려운 진군로로 수족왕 고정은 내가 예상하는 매복과 함께 비수에도 상당한 병력을 두어 아군의 공격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을 터였다.
이렇듯 아군과 적군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략을 하는 것은 책사인 내가 지양해야 하는 것으로, 나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그리하여 나는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으니, 그것은 월수 밖을 감싸듯 흐르는 노수를 이용한 것이다. 즉, 나는 이 노수의 수로를 이용하여 월수의 수족왕 고정이 미처 예상치 못하는 곳으로 공격해 들어갈 작정으로.
바로 월수군을 병풍처럼 밖으로 둘러싼 산맥 사이에 공도로 향하는 평지의 길이 있으니 나는 이곳으로 군을 휘몰고 들어가 공도성을 공격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월수의 후방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함선을 정박시키고, 1만 5천 병력을 하선한 후에 병력을 이끌고 고정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빠르게 공도를 향해 진군해 들어갔다.
* * *
한편, 법정이 직접 정벌에 나선 월수의 반란군 상황을 살펴보자면.
옹개에 협력하여 월수 태수를 살해하고 스스로 수족왕이라 칭하며 반란을 일으킨 고정은 월수군의 치소인 공도를 점거하고 이어서 월수군의 다른 거점인 비수와 정작 등을 삽시간에 점령하였다.
그렇게 월수군을 장악한 고정은 곧 들이닥칠 것이 예상되는 촉의 진압군에 맞서 싸울 대책을 강구하였다.
‘얼마 있지 않으면 촉군이 이곳 월수군을 향해 공격해 오겠지. 그렇다면 분명 좁은 산길을 통해 월수의 치소인 이곳 공도성을 치려고 할 것이야. 하지만 그것 때문에 놈들을 쉽게 무찌를 수 있지. 우선 산골짜기 사이에 복병을 두어 놈들에게 타격을 가할 것이야. 그래도 놈들의 병력이 상당할 것이기에 놈들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어. 놈들은 아군의 복병에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리고 계속하여 공도로 진격을 하겠지. 하지만 놈들이 공도로 오기 전에 비수를 거쳐야 하는 것이야. 비수에 아군의 주력을 두어 놈들과 맞선다면 이미 복병에 당해 피해를 입은 촉군 놈들이 비수를 뚫지 못하고 결국은 퇴각을 할 수밖에 없겠지.’
역시 고정은 법정이 생각한 것처럼 대비를 하려는 것으로, 방안을 생각한 고정은 즉시 조치에 들어가 우선 촉군이 들어올 것이 확실한 험난한 산길 양쪽에 복병을 배치하였다.
이어서 고정은 비수에 병력의 대부분을 두어 그곳에서 촉군과 일전을 벌일 준비를 한 것으로, 촉군이 복병에 걸린 것을 확인하면 고정 또한 곧장 비수로 향하여 촉군과 싸울 작정이었다.
그렇게 고정은 만반의 대비를 하고 여유롭게 촉군의 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촉군이 나타난 곳은 뜻밖의 곳이었다!
* * *
수족왕 고정은 자신의 방책이 완벽하다고 자신하며 촉군이 공격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데 촉군이 나타난 곳은 다름이 아닌 공도성의 후방이 아닌가!
“수족왕! 크… 큰일 났습니다! 촉군이 성의 뒤쪽에 나타났습니다!”
병사의 보고에 고정은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뭣이? 어떻게 촉군이 이곳에 나타났다는 말이냐?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냐?”
“아닙니다 수족왕. 직접 나가서 보십시오. 지금 촉의 대군이 성의 뒤편으로 물릴 듯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고정은 병사의 답변에도 반신반의하며 급히 성루로 나섰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정말 촉의 대군이었다.
앞서 살핀 것처럼 고정은 촉군이 비수를 거쳐 쳐들어올 줄 알고 병력의 대부분을 비수에 배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촉군이 자신이 있는 이곳 공도성의 뒤에 나타나다니!
“아니 어떻게 갑자기 촉군이 후방에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이건 꿈일 거야!”
고정은 작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아 스스로 볼을 꼬집었으나 아팠기에 이것이 현실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고정은 비수에 배치된 주력군을 공도성으로 회군시키려 했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촉박하였다. 이미 법정의 촉군이 조금만 있으면 공도성으로 쳐들어오게 생긴 것이다.
“이런! 비수에 대부분의 병력이 있으니, 저렇게 촉군 놈들이 새까맣게 밀려오니 지금 당장 비수의 병력을 빼올 수도 없고… 이를 어찌하지?”
그랬다.
작금 공도성의 군세는 최소의 수비 병력만 있었는데, 촉군의 대군의 공격을 막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것이다.
고정은 빨리 판단을 해야 했다. 수성을 하느냐, 아니면 비수로 달아나 그곳에서 촉군과 싸우느냐의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고정은 후자를 선택하였다. 그리하여 고정은 즉시 성의 병력을 이끌고 성문을 열고 나가 비수를 향해 꽁지 빠지게 도망을 쳤다.
비수로 퇴각하는 와중에도 고정은 다음의 방책을 생각을 하였는데 순간 그의 뇌리에 떠오르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이번 대반란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옹개였다.
‘옹개에게 수만 병력이 있지. 그래, 내가 비수에서 촉군을 막는 동안 옹개가 대군을 이끌고 지원을 와주면 촉군을 충분히 물리칠 수 있어. 그래, 어서 옹개에게 구원을 요청해야겠어.’
그렇게 고정은 급하게 옹개에게 전령을 보내 원병을 청한 것이다.
* * *
앞서 살핀 것처럼 나는 노수의 수로를 타고 월수군의 외곽을 돌아 공도로 향하는 입구에 함대를 정박한 연후에, 1만 5천 병사를 직접 이끌고 월수의 치소인 공도를 향해 급속 진군에 나섰다.
그리하여 나는 수족왕 고정의 뒤통수를 제대로 때리며 공도성에 다다랐던 것이다.
나는 공도성이 눈앞에 보이자 병사들을 독려하였다.
“저기가 월수군의 치소인 공도성이다! 지금 반란군은 아군의 후방 기습을 보고 놀라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때 들이치면 쉽게 성을 함락할 수 있다. 전군! 좀 더 속도를 높여 진군하여 공도성을 공격하라!!”
곧 나의 명은 부관들에 의해 전 병력에 전해지고 병사들은 더 힘을 내며 공도성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아군은 공도성에 당도하였는데 성을 점거하고 있는 반란군의 공격이 없었다.
이에 나는 병력을 성의 앞으로도 향하게 하며 포위에 들어갔는데, 성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나는 척후병을 들여보내 성안의 상황을 살폈고 이미 놈들이 도망을 친 것을 알게 되었다.
‘수족왕 고정이 아군의 후방 기습에 놀라 성을 버리고 도망을 쳤군.’
그렇게 나는 수족왕 고정이 성을 버리고 달아났기에 손쉽게 공도성을 함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되는 것으로 고정이 도망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빠르게 놈을 쫓아 뒤를 친다면, 놈을 쉽게 격파할 수 있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 고정을 격살할 수도 있을 터였다.
그래서 나는 성에 일단의 수비병만 남겨둔 채 대부분의 병력을 이끌고 곧장 고정의 뒤를 쫓은 것이다.
* * *
고정은 소수의 병력을 이끌고 대부분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비수를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바로 촉군의 추격이 있을 것이라 고정도 예상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공도성을 함락한 촉군이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고정의 뒤를 쫓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촉군의 추격에 대한 척후의 보고을 들은 고정은 촉군의 진군 속도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아니! 어떻게 촉군은 갑자기 공도의 후방에 나타나는 것도 모자라 곧바로 나의 뒤를 쫓을 수 있다는 말이야! 어떻게 촉군 놈들은 이렇게 말도 안되는 행군 속도를 펼칠 수 있다는 말인가!’
하나, 촉군의 이런 믿기지 않는 진군에 고정은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왜냐하면 자칫 여기서 촉군의 추격에 뒤를 잡혀 살해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여, 고정은 살기 위해서라도 비수로 죽을힘을 다해 도망쳤다.
그리고 이러한 고정의 판단과 행동은 잘한 것이었으니, 얼마 있지 않아 촉군의 추격대가 고정의 뒤에 바짝 다다른 것이다.
촉군의 추격대는 도망치는 고정의 무리를 발견하자 한눈에 그중에서 고정을 찾아내고, 고정을 잡기 위해 더욱 속도를 높였다.
“저자가 바로 수족의 반란수괴 고정이다! 저자를 잡아라!”
고정은 촉의 추격대가 바로 뒤에 붙자 비명까지 지르며 기겁을 하였고, 심장이 터져라 비수로 달아났으니, 드디어 그의 눈앞에 비수성이 들어왔다.
비수성의 수비군은 고정이 헐레벌떡 도망쳐 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즉시 성문을 열어 고정을 맞아들이고 성문을 닫아 걸었다.
고정은 비수성 안으로 들어와서야 간신히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사… 살았다. 잘못했으면 내가 촉군 놈들에게 잡힐 뻔했어!”
촉의 추격대는 고정을 거의 잡을 뻔하였으나 결국은 놓치며 놈이 비수성 안으로 들어가게 되자 크게 아쉬워하였다.
그러나 아쉬워하는 것은 거기서 그쳐야 하는 것으로, 추격대는 고정을 잡지 못해 그가 성으로 들어가게 될 경우, 즉시 비수성에서 가해 올 적 공격의 사거리 밖에서 대기하라는 법정의 명을 지켰다.
나는 추격대를 먼저 보내 고정을 사로잡고자 하였다. 한데 놈이 어찌나 날래던지 추격을 따돌리고 비수성 안으로 도망쳐 들어갔으니 가장 좋은 결과는 얻지 못하였다.
대신 차선의 결과를 얻기 위한 조치에 들어갔으니, 나는 추격대가 대기하고 있는 비수성 밖에 당도하여 아군에게 즉시 성을 포위하라는 명을 내렸다.
그리하여 곧 아군의 병력은 작은 비수성을 에워싸는 포위에 들어간 것이다.
* * *
간신히 살아서 비수성 안으로 들어온 고정이 숨을 고르고 겨우 안정을 찾을 때쯤에 촉의 주력군은 비수성에 다다라 즉시 포위에 들어갔다.
그리하여 고정은 숨을 고르기가 무섭게 촉군의 포위 공격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기에. 고정은 정말 정신이 없었다.
‘촉의 공격은 정말 번갯불이 번쩍이는 것처럼 빠르구나! 거기다 내가 도저히 예상하지 못한 때와 곳으로 공격해 들어오다니. 이는 필시 촉장이 보통이 아닌 자임에 분명해.’
고정도 수족을 이끄는 왕이었기에 자신을 이리 몰아붙이는 촉군의 장수가 범인(凡人)이 아님을 직감한 것이리라.
그리하여 고정은 작금 자신을 위기에 빠트리는 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싶은 생각에 성루로 나아가 촉군 진영을 살피니,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수레에 앉아 학우선을 쥐고 촉군을 이끌고 있는 법정이었다.
‘저자가 촉군을 이끌고 있는 장수로구나…’
그렇게 고정은 자신을 절박한 위기 상황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촉의 장수를 확인한 것이다.
비수성 밖에 포위망을 형성한 나는 비수성 성루에서 누군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다.
그리하여 그쪽으로 눈을 돌리니 마침 나를 바라보는 수족왕 고정과 눈빛이 마주쳤고, 나는 그가 고정임을 알아차렸다.
‘저자가 바로 자칭 수족왕이라 칭하며 월수 태수를 죽이고 옹개와 함께 반란을 일으킨 고정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