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13
113. 법정의 계책, 옹개를 물리치다!
이엄군은 코끼리 부대의 공격에 성 위의 담 뒤로 몸을 숨겼다.
이때를 이용하여 남만 군이 성벽 위로 올라가는 데 성공을 하여, 곧 성벽 위에서 이엄군과 남만병 사이에 치열한 백병전이 벌어졌다.
이엄은 여개와 함께 병사들을 이끌고 최선을 다해 적들에 맞서 싸웠으나 역시 중과부적이었다.
병사들은 코끼리 부대의 등장과 공격으로 놀라고 다쳐서 사기가 많이 꺾여 있는 상태였던 데다, 적들이 성벽 위로 올라와 공격해오자 많이 당황하며 뒤로 밀리기 시작하였다.
이대로라면 얼마 있지 않아 불위성이 함락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이엄은 성이 함락되더라도 끝까지 싸울 것을 스스로 다짐하면서 칼을 꽉 부여잡고 달려드는 적들을 베고 또 베어내었다.
하나, 그것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으니 이제 정말 불위성이 함락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 * *
한편 불위성을 공격하고 있는 남만의 반란군을 살펴보자면.
이번 공성전은 옹개가 직접 군을 이끌고 있었다. 이는 옹개가 거의 열 배나 되는 병력이면 충분히 이엄의 수천 병력의 불위성 정도는 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고 자신하며, 부하 장수를 보냈던 것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며 내놓은 조치였다.
‘불위성에 겨우 수천의 촉 병사만 있어 아군의 수만 대군이면 쉽게 성을 함락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 불찰이었어. 역시 병력의 우위만 믿고 부하 장수를 보내는 것이 아니었어. 아무래도 내가 직접 공격을 지휘하여 단번에 성을 함락해야겠어…’
그러며 옹개는 남만 호족 맹획이 자랑하는 코끼리 부대까지 빌려 불위성 공방전에 투입한 것이다.
그만큼 옹개는 반드시 불위성을 함락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것으로, 옹개는 맹획의 코끼리 부대가 굉장한 활약을 하자 크게 흡족해하였다.
‘저 코끼리 부대의 활약이 대단하군! 역시 맹획이 자랑할 만하구나. 얼마나 훈련을 시켰는지 마치 코끼리가 병사들과 하나가 된 것처럼 움직이며 공격하니 촉군이 우왕좌왕하는군.’
그렇게 코끼리 부대의 공격에 의해 이엄군이 성 위의 담 뒤로 몸을 숨기자, 옹개를 이때를 놓치지 않고 사다리를 든 보병 부대를 일거에 투입하였던 것이다.
옹개의 병사들은 불위성을 향해 달렸고, 곧 성벽에 사다리를 접안하고는 힘차게 성벽으로 오르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공성전의 방법은 바로 작금 삼국의 전투 방식으로, 이렇듯 옹개는 한족의 전투 방법을 답습할 정도로 어느 정도 한에 동화된 남만의 호족이었다.
그리하여 남만 병사들이 성 위로 올라갔고, 곧 성벽 위에서 촉군과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으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벽 위의 남만병이 늘어나며, 인해전술 때문이라도 이엄의 수비군이 패하는 것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옹개는 드디어 불위성이 함락되는 것이 이제 눈앞에 다가오자 절로 흥분이 되었다.
‘그래, 이제 조금만 더 공격하면 저 불위성을 함락하고 영창군마저 내 수중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야! 그리되면 내가 원하는 독립 왕국도 꿈만은 아닌 일이 되는 것이지!’
그렇게 옹개의 부푼 꿈이 이제 그 실현의 첫 단계로 가는 것이 보이던 그때.
저 멀리 산등성이의 하늘 위로 무언가 커다란 것이 두둥실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옹개는 반사적으로 하늘에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았는데 그것은 커다란 방패연이었다.
‘저건 연이 아닌가? 갑자기 저렇게 큰 연이 왜 날아오르는 것이지?’
그러며 옹개는 눈을 크게 뜨고 연을 살폈는데, 커다란 연에는 큼지막하게 한 글자가 아로새겨져 있었다. 옹개는 연에 적힌 글자를 보고는 놀라고 마는데…
* * *
이엄은 남만 호족 여개와 함께 성벽 위로 끊임없이 올라오는 남만병들과 악전고투를 펼치며 간신히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베고 또 베어도 적들의 수는 줄어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으니, 이엄은 점점 성문으로 향하는 계단 바로 앞까지 밀리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적들이 성문을 열기 전에 이엄 자신이 적들에 의해 살해되며 모든 것이 끝나게 될 최대 위기였다.
이엄은 핏방울이 맺힐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며 죽을 각오를 하고 더는 뒤로 밀리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적들을 막아냈다.
그러한 때 저쪽 산등성이에서 무언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고, 적들을 막느라 정신이 없는 이엄의 눈에도 언뜻 그것이 들어왔으니. 이엄은 그 짧은 순간에 그것이 연이고 거기에 적힌 글자까지 보았다. 그 글자를 본 이엄은 기운이 용솟음치며 자신과 함께 고군분투를 펼치는 병사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구원병이 왔다! 아군을 구하러 구원군이 왔다!”
“우와아아!! 구원병이다! 구원군이 왔다!!”
이엄의 외침에 촉군 병사들이 함성을 질러대며 이엄처럼 기운을 내며 적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이렇듯 사람은 최악의 순간에도 희망이 보이면 없던 힘도 나오는 법이다.
이엄이 본 방패연에 쓰인 단 한 글자. 그것은 바로 ‘援(도울 원)’이었다. 바로 촉의 구원병이 도착하였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날아오른 연과 함께 정말 구원군이 다다르고 있음을 알리는 촉군의 북소리와 함성이 울려대니 이엄과 불위성의 병사들은 더욱 기운을 내며 적들을 밀어냈던 것이다.
* * *
옹개는 전술한 대로 한족의 문화에 동화된 만족으로 한자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저 커다란 연에 적힌 글자가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금시에 알아차렸다.
‘촉의 구원군이 도착했구나! 이런! 다 되었는데 이제 저 불위성이 함락되는 것은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럴 때 촉의 원병이 오다니!!’
그랬다.
법정은 반란군에 의해 포위된 이엄에게 구원군이 곧 도착할 것임을 알리는 방법을 모색하였고, 커다란 연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하여 법정은 미리 방패연을 만들어 거기에 손수 ‘도울 원’ 자를 써서 척후들에게 주며, 도착하면 불위성 근처 산봉우리로 올라가 연을 날리라 명한 것이다. 그리고 법정은 척후를 단 몇 명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수백 명을 한꺼번에 보냈던 것으로, 척후 수백을 보내 산 위에서 연을 날리게 하며 북을 쳐대며, 불위성 안으로 구원군이 왔다고 큰 소리로 알리게 한 것이니.
산 위에서의 소리는 증폭이 되고 더 멀리 울리기에 수백 명이 한꺼번에 북을 치고 고함을 질러대자 마치 대군이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옹개는 신호연이 오르고 촉군의 북소리와 함성소리가 들려오자, 촉의 원병이 곧 들이닥칠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
‘원병을 뜻하는 ‘援(원)’자 연이 날아오르고 저렇게 엄청난 북소리와 대군의 함성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니 촉의 원병이 곧 이곳으로 몰려오겠구나…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월수 쪽인데, 그렇다면 월수의 고정이 촉군에 이미 당했다는 말인가… 그래, 월수를 친 촉군이 벌써 이곳까지 온 것이야!’
불위성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하나일지 모르나 향하는 길목은 위쪽인 월수 방향도 있기에, 이렇듯 옹개는 촉군이 이미 월수를 함락하고 이곳에 구원을 온 것으로 지레 짐작을 한 것이다. 그리고 하필 옹개가 이런 착각이 들게끔 그 방향에서 연이 날아오르고 촉의 구원병이 도착하였음을 알리는 엄청난 북소리와 함성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옹개는 월수가 함락당했다면 이미 주제군도 촉군에 의해 점령 당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옹개는 겁이 덜컥 났는데 그것은 자칫 자신이 익주군에서 자리를 비운 이 시점에 촉군이 익주군으로 향한다면 그대로 자신의 본거지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월수가 함락되었다면 월수에 가까운 주제군 또한 한꺼번에 촉에게 넘어갔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촉군이 익주군으로 들이치는 것도 시간문제가 아닌가. 하필 내가 이곳 영창군으로 왔을 때 촉군이 움직이다니. 이러다 잘못되면 내 근거지를 잃을지 몰라…’
그렇게 옹개는 자신의 근거지인 익주를 지키기 위해 군을 돌려 익주로 퇴각을 결정하고 전군에 퇴각령을 내렸다.
곧 성을 공격하고 있는 남만병을 향해 퇴각을 알리는 뿔피리 소리가 울리며 옹개의 퇴각명이 전해지니, 성을 공격하던 남만 병사들은 황급히 등을 보이며 대열이 흐트러졌다.
이러한 상황을 이엄은 놓치지 않았고 여개와 함께 병사들을 이끌고 성벽 위에 올라와 있는 남만 군을 더욱 밀어붙였다. 그렇지 않아도 이엄군이 기운을 차리며 공격을 해와 밀리고 있던 남만병은 퇴각의 뿔피리 소리까지 들려오자 병장기도 내팽개치고는 서둘러 사다리를 타고 도망치려 하였다.
하지만 워낙 성벽 위로 올라와 있던 남만 병사들의 수가 많았고 사다리 수는 한정되었기에 병목 사고가 발생하니, 저들끼리 깔고 뭉개며 죽어가는 자들이 속출하였다.
겨우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던 남만병들도 사다리로 내려오는 자들의 수가 많았기에 사다리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며, 떨어졌고 제놈들끼리 깔리고 다치며 죽는 병사들이 늘어갔다.
그리하여 그 짧은 시간, 성 위에서 최소 천 이상의 남만병이 죽어나갔고 이엄은 마침내 성벽 위의 적병을 모두 몰아낼 수 있었다.
성을 공격하던 남만병사들이 어떻게 되었든 지금 남만 군은 퇴각하는 것이 급하였기에 수장인 옹개가 앞장서서 허둥지둥거리며 익주군을 향해 황급하게 도망치기 시작했고, 코끼리 부대도 옹개군과 함께 달아났다.
이제 함락이 되며 죽음을 맞이할 뻔한 이엄은 이렇게 순식간에 반전의 상황을 맞으며 적들이 꽁지 빠지게 퇴각을 하자, 목소리를 높여 승리를 외쳤다.
“아군이 승리했다!!”
이에 이엄의 병사들도 이엄을 따라 승리의 함성을 마음껏 울려댔다.
“적들이 도망간다!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
* * *
이렇게 불위성의 싸움은 법정의 계책 하나에 상황이 뒤집히며 이엄이 승리를 하였던 것으로, 이는 법정의 의도와는 다르게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즉, 법정의 이번 계책은 불위성을 포위하고 있는 남만병의 공격에 이엄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도록 기운을 북돋아줄 목적이 더 컸던 것이다.
하지만 반란군의 수괴인 옹개가 그릇된 판단을 하여 이엄은 뜻밖의 승리를 한 것이니, 이는 앞서 살핀 것처럼 한의 문화에 동화가 되어 있던 옹개가 법정의 신호연과 북소리 등에 착각을 하며 퇴각을 한 것이다.
이렇게 이엄은 성이 함락될 최대 위기의 순간을 넘기고 목숨을, 그리고 성을 보전할 수 있었다.
적이 완전히 물러나자, 산등성이에 있던 법정의 척후 중 일부가 불위성으로 향하였고, 이엄은 성문을 열어 그들을 반겼다.
이엄은 척후를 통해 법정이 보내는 서신을 받았는데, 이것은 만약에 척후가 불위성으로 잠입할 경우까지 생각한 법정의 안배였다.
척후로부터 건네받은 서신을 펼친 이엄은 곧 내용을 읽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는 법정이 연을 띄우고 북소리와 원병을 왔음을 알리는 함성을 지를 것 등의 방금 척후들이 실행한 법정의 계책이 적혀 있었고, 곧 군을 이끌고 불위성으로 향할 터이니 기운을 내어 좀 더 버텨달라는 부탁이 담겨 있었다.
하나 이런 부탁을 할 필요도 없이 법정의 계책으로 옹개가 도망을 쳤으니 최상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엄은 옹개를 격퇴시킨 법정의 계책과 지략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서령의 계책이 신묘하다는 것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눈으로 상서령의 계책이 성공하는 것을 보니 참으로 놀랍구나. 상서령의 지략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