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17
117. 나의 반간계, 옹개와 고정을 제거하다!
옹개는 배를 채운 고정의 얼굴에 조금은 여유가 도는 것을 보고는, 곧 자신들이 처한 작금의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고정에게 이야기하였다.
“수족왕, 촉의 대군이 수족왕의 월수뿐만 아니라 주제를 포함하여 장가까지 남중의 3군을 일거에 함락을 하였소.”
익주군으로 퇴각한 옹개는 남중의 다른 지역 상황을 살폈고, 곧 고정이 패퇴한 월수 이외에 주제, 장가까지 촉에게 넘어간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옹개가 이러한 사실을 고정에게 말하니, 고정은 얼굴이 굳어질 정도로 크게 놀랐다.
“뭐요? 주제와 장가까지 촉군에게 빼앗겼다는 말이오? 대성 그것이 참이오?”
고정의 반문에 옹개가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그렇소. 이제 남은 것은 이곳 익주군 뿐이오.”
그러며 옹개는 자신이 생각하는 방안을 밝혔다.
“아무래도 맹획에게 도움을 청하여 이 위기를 벗어나야겠소.”
옹개의 방책을 들은 고정은 심기가 불편해졌다. 그 이유인즉, 지금까지의 남중의 반란 과정에 맹획의 병력 일부가 참가하는 형태였다. 그리하여 촉군을 완전히 몰아내고 남중 지역만의 나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맹획이 지분을 크게 차지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 맹획의 병력이 대거 투입되어 반란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면, 필시 맹획은 촉군의 격퇴 후 남중의 지배에서 있어 자신이 남중 우두머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피력할 것이 뻔할 터였다. 이는 ‘수족의 왕’이라 스스로 칭하는 고정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남중의 수장이 되어야 한다 생각하고 있었기에, 상당히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맹획의 병력을 더 끌어들이다니! 그렇게 되면 분명 맹획 그놈이 남중의 대장이 될 것이라 설칠 터인데… 그러면 안 되지!’
옹개는 자신의 계획을 들은 고정의 표정이 좋지 못한 것을 보고는, 거기서 오늘의 이야기를 매조지하기로 하고 고정에게 이리 말하였다.
“수족왕이 먼 길을 오느라 고생을 하였을 것이니 이만 쉬셔야 할 것 같소. 맹획에게 원병을 요청하는 일은 차차 다시 논의하기로 합시다.”
그렇게 옹개는 병사를 불러 고정을 미리 마련해 둔 숙소로 데려가게 하였다.
* * *
옹개에게 더부살이를 하게 된 고정은 숙소로 오게 되었고, 얼마 있지 않아 잠을 청하려 하였으나 전전반측(輾轉反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는 것) 이었다.
새벽에 겨우 잠에 들 무렵, 고정은 밖에 수상한 인영(人影)이 지나가는 것을 감지했다.
선잠을 자고 있던 고정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몰래 문밖의 상황을 살폈다.
‘분명 무언가 수상한 그림자가 밖에 보였는데…’
고정이 주위를 다시 살피자, 그 심상치 않은 인영이 다시 보이더니 어디론가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고정은 아무래도 이상하여 처소를 나와 인영의 뒤를 밟기 시작하였다.
인영은 마치 고정을 유인하듯이 잡힐 듯 아슬아슬하게 움직였고, 옹개는 그 뒤를 바짝 쫓았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불현듯 인영이 자취를 감췄는데, 인영이 사라진 그곳은 바로 옹개의 저택 근처였다.
고정은 이것이 너무나도 수상하였다.
‘갑자기 나타난 수상한 자가 사라진 곳이 하필이면 옹개의 집이라니… 뭔가 수상해. 아무래도 옹개를 만나 무슨 일인지 물어봐야겠어.’
그렇게 고정은 옹개를 만나기 위해 그의 집으로 들어가려 하였으나, 옹개의 자택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이 고정을 가로막았다.
“수족왕께서 이 한밤중에 어찌 오셨습니까?”
“내가 대성과 급히 할 말이 있어 그러니 어서 문을 열거라.”
고정의 말에 병사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말했다.
“대성께서는 깊이 잠에 드셨습니다. 대성께 하실 말씀이 있으면 날이 밝은 후에 찾아오시지요.”
일개 병사 따위가 자신을 가로막자 고정은 화가 났으나, 자신의 작금의 신세를 생각하여 참고 돌아가기로 하였다.
다음날 고정은 옹개를 찾아갔고, 옹개는 고정에게 지난밤 무슨 일로 자신을 찾아왔는지 물었다. 이에 고정은 혹시 수상한 자가 오지 않았는지 물었지만, 옹개는 그런 일은 없다고 단호히 말하였기에 고정은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날 밤.
이날 밤도 역시 고정은 잠을 쉬이 이루지 못하였는데, 또다시 수상한 인영이 밖에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고정은 이번에도 인영의 뒤를 쫓으니 역시 옹개의 저택 부근에서 인영이 사라졌다. 이에 고정의 마음속에는 옹개에 대한 의심이 피어올랐다.
‘어제도 그렇고 또 오늘도 수상한 자가 옹개의 집으로 사라지다니. 뭔가 옹개 놈의 꿍꿍이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한 수상한 인영은 다음날까지 연 사흘(3일)에 걸쳐 나타나니 고정의 의심은 어느덧 확신으로 바뀌고 있었다.
‘아무래도 옹개 이놈이 나 몰래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이 분명해!’
고정은 옹개가 꾸미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내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옹개와 따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고정은 옹개가 잠시 볼 일을 보기 위해 자리를 비웠을 때, 옹개의 방 안 이곳저곳을 살폈으나 별다른 것을 찾지 못했다.
한데 그때.
처소 안으로 화살이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고정은 놀라 몸을 피한 다음 화살이 어디로 간 것인지 살폈다.
날아온 화살은 방 안 기둥에 정확히 박혀 있었고, 거기에는 서신으로 보이는 것이 묶여 있었다.
고정은 즉시 화살에 묶인 서신을 회수하여 품 안에 감추었다.
볼 일을 보고 돌아오던 옹개는 처소 안으로 화살이 날아든 것을 알고는 놀라서 급히 안으로 들어왔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기둥에 박힌 화살 하나였다.
“갑자기 화살이 어디서 날아온 것이지?”
옹개는 놀란 눈으로 화살을 보았고 그제야 고정이 방 안에 있었음을 생각한 모양이다.
그리하여 옹개는 고정이 다치지 않았는지 물었으니.
“수족왕 혹시 다치지는 않았소?”
옹개의 물음에 고정이 답했다.
“나는 괜찮소. 한데 갑자기 화살이 날아들다니. 무슨 일인지 모르겠소.”
고정은 화살에 묶여 있던 서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게 말이오. 혹시 촉군이 나나 수족왕을 암살하기 위해 보낸 살수일 수 있으니 주변 경비를 더 강화해야겠소.”
그렇게 옹개는 자신과 고정의 처소 주위의 경비를 강화하였다.
* * *
고정은 자신의 숙소로 돌아와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품 안에서 아까 숨겼던 서신을 꺼냈다.
그리고 서신을 펼쳐본 고정의 눈은 놀란 토끼 눈이 되는 것과 동시에 분노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으니.
그것은 바로 촉장 법정이 옹개에게 보낸 서신이었으니, 거기에 적힌 내용이 고정을 화나게 만든 것이다.
서신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법정은 옹개가 약속을 지킨 것에 고마움을 표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옹개가 월수에 원병을 일부러 늦게 보내 법정이 고정을 물리치고 월수를 얻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서신에는 나머지 약속도 실행에 옮길 것을 주문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 이미 전술한 것을 보고 화가 잔뜩 나있던 고정은, 그 부분을 보고는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올랐다.
바로 옹개가 법정과 약속대로 고정을 제거하고 고정의 수급을 법정에게 보내면, 옹개를 남중지역의 내강도독으로 삼고 자치권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법정이 옹개에게 보낸 비밀 서신을 보게 된 고정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하며 옹개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며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것 같았고, 곧 고정은 옹개에 대한 응징을 다짐했다.
‘어쩐지 옹개 이놈이 원병을 늦게 보낸 이유가 다 있었구나! 옹개 놈이 나 몰래 촉과 내통을 한 것이야! 감히 옹개 놈이 내 목을 잘라 촉장에게 보내 남중 전체를 차지하려 하다니! 내 이 배신자 놈을 가만히 둘 성싶더냐!’
그러며 고정은 이참에 옹개를 제거하고 자신이 익주군을 삼킬 계획까지 꾸미게 되었다.
‘그래, 이왕 배신자 옹개 놈을 처단하는 김에 놈이 차지하고 있는 이 알짜배기 땅을 내가 차지해야겠어!’
* * *
그렇게 옹개를 없애버리고 옹개의 익주군을 강탈할 마음을 먹은 고정은 곧 옹개를 만나, 옹개에게 긴히 한 말이 있다며 주위를 물려줄 것을 요청하였다.
옹개는 고정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보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얼마 있지 않으면 촉의 대군이 익주군으로 몰려올 것이기에, 혹 고정이 좋은 계책을 내놓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하고는, 고정의 요구대로 자신을 지키는 병사들까지 모두 물러가게 하고 고정과 단독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위가 모두 물러간 것을 확인한 고정은 그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옹개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옹개 네 이놈! 네놈이 감히 나를 해하려고 하느냐!”
고정이 갑자기 자신에게 소리치며 뜬금없는 말을 하자 옹개는 당황하여 고정에게 물었다.
“수족왕,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이요? 내가 수족왕을 해하려 하다니!”
그러자 고정이 자신의 품에서 법정의 서신을 꺼내 옹개의 앞에 패대기치며 말했다.
“여기 이렇게 증좌가 있는데도 발뺌을 할 것이냐?”
“이… 이건…!”
옹개는 서신을 집어 들고나서 그것을 펼쳐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고, 옹개는 고개를 저으며 고정에게 해명하려 하였다.
“수족왕 이건 말도 안 되는 것이오. 내가 어찌 배신을 하고 수족왕을 해친다는 말이오? 이건 분명 촉장의 수작이 분명하오!”
하지만 이미 고정은 옹개의 말을 들을 생각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옹개가 변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즉각 자신이 준비한 조치를 취하였다.
“무얼 하느냐! 어서 배신자를 처단하지 않고!”
고정의 말에 몰래 숨어 있던 고정의 병사들이 나타나 옹개에게 시퍼런 칼날을 휘둘렀다.
그러자 옹개는 단발마의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엄청난 피를 내뿜으며 그 자리에서 절명을 하고 말았다.
고정은 옹개를 죽이는데 성공하자, 크게 기뻐하며 흥분을 하였고, 옹개의 주검을 손가락질 하며 꾸짖었다.
“네 이놈! 네놈의 목숨이 바로 나를 배신한 대가니라! 이제 네놈이 주검이 되었으니 감히 네놈이 나 수족왕을 해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며 고정은 곧바로 옹개의 수급을 거두었던 것이다.
* * *
이렇게 옹개를 죽인 고정은 옹개의 수급을 거두어 그것을 들고는 옹개의 처소를 나왔다.
밖에는 옹개가 물려 놓은 병사들이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고정이 옹개의 잘린 머리를 들고 나오자 크게 놀라 어찌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당황했다.
고정은 옹개의 병사들을 향해 옹개의 피가 여전히 뚝뚝 떨어지는 수급을 치켜들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옹개 이놈이 촉군과 내통하여 나 수족왕을 해하려 하였다. 하여 나는 배신자를 처단하였느니라! 이제 그대들은 나 수족왕을 따라 촉군에 맞서 싸워야 할 것이다!”
이렇게 고정이 외치자 옹개의 병사들은 여전히 어찌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한데 그때였다.
병사들 중 누군가 이렇게 소리치는 것이 아닌가!
“수족왕이 대성을 살해했다! 대성의 복수를 하자!!”
이 말에 병사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수장을 죽인 고정에 대한 복수심이 폭발하여, 고정을 죽이기 위해 칼을 들고 고정에게로 사정없이 달려들었다.
고정은 예상과는 다르게 옹개의 병사들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달려들자, 자신의 몇몇 병사들과 함께 옹개의 병사들에 맞서 싸웠지만, 그 수가 워낙 많아 막아낼 수 없었고, 얼마 있지 않아 고정은 옹개 사병의 손에 목숨을 잃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몰래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었고, 그는 옹개와 고정이 서로 싸워 둘 다 목숨을 잃게 되자,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어디론가 모습을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