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28
128. 나, 손권에 복수할 계책을 유비에 아뢰다
유비는 미축의 보고로 이번 남중 대반란을 사주한 자가 다름이 아닌 손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유비는 그동안 간신히 참아왔던 손권에 대한 복수심이 불타올랐고, 즉시 성도로 돌아와 나와 제갈량에게 남중 반란의 배후가 손권이 맞는지 확인을 하고, 크게 대로(大怒) 하며 당장 대군을 일으켜 손권을 치겠다고 한다.
나는 이런 유비를 설득하기 위해 나서고 손권에 대한 나만의 복수 방법을 제시하게 되는데…
“대왕께서 대군을 내지 않고도 손권에게 제대로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유비는 내가 대군을 일으키지 않고 손권에 보복할 수 있다는 방법이 있다고 하자 그의 화가 자연스레 누그러지더니, 유비는 귀를 쫑긋 세우며 즉시 나에게 그 계책이 무엇인지 물었다.
“상서령 그 말이 무슨 뜻이오? 대군 없이도 손권에게 복수할 방법이 있다니? 어서 말해보시오!”
나는 유비의 하문에 두 손을 모은 채로 아뢰었으니.
“예, 대왕. 그것을 말씀드리기 전에 서역의 이야기를 잠시 해야겠습니다. 저 먼 서역 땅에 함무라비 법전이라는 것이 있는데 거기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경구가 적혀 있습니다. 즉, 상대가 범한 동일한 피해를 그대로 돌려주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작금 아국의 상황에서 이를 적용한다면, 손권이 남만인을 사주하여 반란을 일으키게 하였으니, 아국 또한 산월과 *무릉만을 부추겨 오에 반기를 들게 해야 할 것입니다.”
[* 형남의 무릉군(武陵郡)에 사는 이족을 무릉만이라 통칭하였는데, 오계만(五溪蠻)이로도 불리고 있었다. 이러한 남형주의 이족(異族)과 동오 내 산속에 숨어 살며 오랜 기간 오나라 조정에 끈질기게 맞선 산월(山越)까지 넓은 범주에서 묘족으로 묶을 수 있다.]손권이 남중의 남만족을 사주하여 반란을 일으키게 만들었다면, 아국도 동오 내의 산월과 무릉만 등을 선동하여 동오 조정에 반기를 들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이른바 앞서 이야기한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인 것이다.
나는 그러며 유비에게 좀 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대왕, 이리 하면 대왕께서 대군을 일으킬 필요 없습니다. 바로 안한장군(미축)의 장사꾼(세작)을 십분 활용하여 오나라 내의 이족을 선동하여 이번 남중에서처럼 반란이 일어나게 만든다면 손권은 이를 진압하는데 큰 애를 먹을 것입니다.”
그랬다.
이 당시 오나라는 장강 이남의 긴 띠를 두른 듯한 지역을 중심으로 행정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특히 오나라 깊숙한 지역은 밀림지대나 다름이 없었고, 이족인 산월족의 영향력이 대단하여 그곳까지는 오의 행정력이 미처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산월족의 오 조정에 대한 반감은 남만족을 넘어서는 것이니, 산월족에 반란을 일으킬 구실과 지원을 조금만 해준다면, 이번 남중 반란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규모 반란이 될 터였다.
원 역사에서도 동오를 세운 손책과,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끈 오나라의 명장 주유, 그리고 하제 등 오나라의 기라성 같은 장수들도 겨우 진압하는데 그쳤던 것이 산월이었다.
그렇게 동오가 들어서고 수십여 년이 흐른 뒤에 제갈각이 대대적인 토벌에 나서며 산월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작금 내가 파악한 산월의 수는 적어도 십수만에 다다랐으니, 이들이 반란을 일으킨다면 아국의 남중 반란과는 보다 더 대규모의 반란이 될 것이 자명하였다.
이리 되면 손권이 이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정예 대군을 투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잘만 되면 손권이 산월을 제대로 진압도 하지 못하게 되어, 산월이 오에 더 반기를 드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나의 말을 들은 유비는 역시 전략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니, 나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금시에 알아듣고,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 그렇지! 오에도 이족이 있었구려! 상서령의 말대로요. 손권이 아국의 익주 남부(남중)의 남만인을 사주하였으니, 아국도 동오의 이족을 선동하여 동오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오. 그리되면 상서령의 말대로 아국이 대군을 일으키지 않고도 오에 타격을 가할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손권에 대한 복수가 되는 것이구려! 좋소, 좋아!”
그렇게 나의 계책에 대해 만족한 유비는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기는 모양이다.
“한데, 상서령 언제 서역의 법전까지 통달한 것이오?”
그렇게 유비가 조금은 의문이 담긴 눈으로 나에게 물었다.
이에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예전에 군사(제갈량)와 촉과(蜀科, 촉의 법률)를 만들 때 참고가 될까 하여 서역의 법은 어떠한지 조사를 한 바가 있기에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구려.”
나의 말에 제갈량은 내가 서역의 법전을 살핀 적이 있던가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하여 나는 이번 손권에 대한 보복을 어찌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제갈량의 의구심을 잠재웠다.
* * *
“대왕, 이번 동오 내의 이족의 반란을 일으키기 위한 아국의 공작은 은밀하게 진행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의 말에 유비와 제갈량이 공감을 하였다.
“음… 상서령의 말이 맞는 것 같소.”
“예, 대왕. 신 또한 그리 생각하옵니다.”
이에 내가 두 사람에게 말하였다.
“예 대왕. 이번 작전은 절대 아국이 배후에 있다는 것을 동오가 알지 못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랬다.
그것은 이번 남중의 사태에 경우 그 배후가 손권임을 드러낼 정도로 손권이 티를 너무 냈다.
아마 손권은 아국의 엄청난 약진(유비의 대성공)을 시기하여 너무 대놓고 교주의 사섭을 통해 옹개를 충동질하여 남중의 반란을 일으켰으니, 이것이 미축의 세작에 걸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리라.
여기서 잠깐 실제 역사에서 촉이 어떻게 무릉만을 포섭했는지 살펴보자면.
원 역사에서 촉의 경우 이릉대전 당시 마량을 무릉만에 사신으로 보내 설득을 하여, 촉에 호응하게 만들었다. 하나, 이는 정말 호응만 한 것으로 그것은 촉군이 주둔하고 있던 이릉 방면과 무릉만이 있던 형남 지역과의 거리가 멀고, 거쳐야 하는 물길이 적어도 세 개는 되는 험난한 길이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무릉만은 만약 촉군이 이릉에서 오군을 격파하고 형남에 이르렀을 때 비로써 무릉만의 병사들을 보내는 적극적 호응을 할 계획이었다.
그리하여 오계만의 지도자인 사마가가 촉군이 있던 이릉으로 사신으로 갔는데, 육손의 화공에 촉군이 괴멸하자 이때 사마가도 사망을 한 것이다.
이릉대전이 동오의 대승으로 끝나자, 손권은 보즐에게 대군을 이끌고 촉에 호응한 형남의 오계만을 대대적으로 토벌하게 하였다.
이리하여 촉에서는 다시는 형남(남형주)의 이족을 통한 오나라를 흔드는 작전을 쓸 수 없게 되었다. (이릉대전의 참패로 유비가 백제성에서 승하한 이후, 촉과 오가 동맹을 맺었기에 그럴 이유도 없어졌다.)
그리하여 이 역사에서도, 이번에 무릉만을 포섭한다면, 무릉만이 직접 반란을 일으킬 확률은 낮을 터였다. 다만, 무릉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놓는다면 향후 동오와 결전을 벌일 때 남형주로 아군이 진군할 때 무릉만의 군사적 호응을 기대할 수 있다.
이렇듯 무릉만의 설득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원 역사에서 무릉만을 포섭할 수 있었던 이유가 또 있었으니, 바로 무릉군의 종사였던 번주가 무릉만들과 규합하며 오나라에 반기를 들었고, 관우의 부하였다가 오에 거짓 투항을 하였던 습진은 스스로를 소릉태수라 자처하며 번주의 반란에 호응하며, 때마침 관우의 복수를 위해 이릉으로 향하는 유비의 촉 대군에 조응하려 한 것이다.
원 역사의 이런 사건들이 이 역사에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우선 아국에 호의적인 번주와 습진을 확실히 아국의 편으로 만들어 놓아 훗날 아군이 남형주로 나갔을 때 이들이 내부에서 호응을 해준다면 의외로 쉽게 남형주를 얻을 수도 있으리라.
반면, 산월을 끌어들이는 것은 그들의 즉각적인 동오에 대한 반란을 획책할 수 있는 일로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인 것이다.
나는 거기서 예의 그러했듯이 커다란 흰 종이 위에 동오의 영역과 산월, 무릉만이 있는 곳을 그렸다.
그러고 나서 나는 아직 먹물도 마르지 않은 지도를 가리키며 설명에 들어갔다.
“동오의 이족은 크게 남형주의 무릉군 지역의 무릉만과 동오 내 산지에 숨어 살고 있는 산월이 있습니다. 과거 대왕께서 형주를 다스릴 때 무릉만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그들을 포섭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울 것입니다. 다만, 그들이 아국과 멀리 떨어져 있기에, 그들은 아국의 대군이 남형주에 나타날 때야 비로써 병력을 내어 호응을 할 것입니다. 하여, 이들은 나중의 경우를 위해 관계를 다져두는 것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릉의 종사인 번주와 관공의 부하였던 습진 등은 아국에 호의적인 데다 무릉만을 규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자들로 이들을 사전에 포섭하는 일도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
나는 무릉만에 이어 산월을 말하였다.
“이번 작전에서 실제 동오 내부에 큰 반란을 일으킬 자들은 바로 이곳 동오 내 산지에 넓게 분포하고 있는 산월입니다. 산월은 동오를 세운 손책 떼부터 동오의 골칫거리로 손책과 주유도 산월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작금까지 산월은 동오 조정에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그들은 언제든 불씨만 당겨지면 동오에 반란을 일으킬 자들입니다. 하여, 손권이 산월을 대대적을 토벌할 것이란 유언비어를 퍼트리기만 하여도, 그들은 폭발하여 대규모 반란을 일으킬 것입니다.”
나의 이런 계책을 들은 유비의 표정을 보니 꽤 만족하는 눈치였다.
그만큼 이번 나의 ‘눈에는 눈’ 작전(내가 지은 이번 작전명이다.)은 아국의 노력이 크게 들지 않으면서도, 동오의 내부를 크게 흔들 수 있는 절묘한 수인 것이다.
“좋소! 아주 좋소! 손권 놈이 남중의 남만을 사주하여 반란을 일으키게 만들었으니, 상서령의 계책대로 우리도 동오의 내부에서 이족들이 날뛰게 만들도록 할 것이오! 상서령 당장 이를 시행하도록 하시오!”
* * *
그렇게 나는 유비에게 이번 ‘눈에는 눈’ 작전을 윤허 받게 되었다.
유비가 나의 계책을 듣고 기뻐하며 이를 윤허하자, 나는 유비에게 조심스레 남중 반란의 배후가 손권임을 알린 이가 누구인지 물었다.
이에 유비는 나의 예상대로 미축이라 이야기했다.
‘역시 유비에게 남중 반란을 사주한 자가 손권이라는 것을 알린 이가 바로 미축이었군…’
나는 여기서 제갈량과 눈이 마주쳤고, 제갈량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것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뜻이리라.
그리하여 나는 유비에게 이번 작전을 펼칠 아국의 정보기관장인 미축에게 군령장(軍令狀)을 내릴 것을 진언하고, 그것을 내가 직접 미축에게 전달할 수 있게 해달라 청하였다.
이는 이번 작전이 비밀이 생명인 일로 유비도 나의 의도를 금시에 알아차리고는 미축에게 내릴 비밀 군령장을 그 자리에서 작성하여 나에게 내렸다.
그렇게 유비에게 군령장을 받은 나는 유비에게 인사를 올리고 즉시 미축을 찾아간 것이다.
– 성도, 미축의 안한장군부.
아국의 영역이 확대된 이후(특히 관중 지역까지 촉의 영역이 되면서) 안한장군부는 더 바빠지고 있었다.
겉으로는 촉의 촉금(비단) 등의 촉 산물을 전국에 유통하고, 또한 전국으로부터 수많은 물품을 수입하는 대상단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수많은 미축의 장사꾼들이 이곳을 드나들며 타국의 여려 정보들을 가지고 왔으며, 타국과의 주요 정보전 또한 펼치는 아국의 명실상부한 최고 정보기관인 것이다.
미축은 장안에서도 임시로 큰 시장을 열며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었고,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있었다.
그러한 가운데 미축은 장안의 대경성이 완공되어 천도를 할 경우를 대비한 준비도 본격적으로 하고 있었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유비에게 남중 반란의 사주가 누구인지 알리다니.’
나는 안한장군부의 쉴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였다.
이번 나의 안한장군부의 행차에 미축의 아들인 미위가 아닌 다른 부장과 병사들의 호위를 받았다.
그 이유인즉 방금 내가 생각한 것에 대해 미축에게 잠시 따지려 하기 때문이다.
내가 안한장군부에 모습을 나타내자 얼마 있지 않아 장군부의 집사장이 나왔다.
“상서령께서 오셨습니까?”
“안한장군께서는 안에 안에 계시나?”
“예, 상서령. 때마침 잘 오셨습니다. 장군께서 엊그제 성도로 돌아오셨습니다.”
“내가 안한장군을 만나 긴히 할 말이 있으니 어서 안한장군께 내가 왔음을 알리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