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29
129. 나, 미축에 군령장을 전하다
“어서 안한장군께 내가 왔음을 알리시게.”
“예, 상서령. 하온데 송구하오나 여기서 잠시 기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바로 안한장군께 상서령께서 오셨음을 알리겠습니다.”
“그러도록 하게.”
그렇게 집사장은 급히 장군부 안으로 들어갔고, 잠시 뒤, 미축이 버선발로 나와 나를 맞았다.
“상서령 어서 오십시오!”
이에 나는 공수를 취하며 미축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한장군, 그동안 무탈하셨는지요?”
“예, 상서령 덕분에 아주 건강히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나는 인사는 그쯤에서 끝내고 미축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안한장군께 제가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미축은 내가 자신의 아들인, 나의 호위대장인 미위를 두고 온 것부터 이상함을 느꼈다. 거기다 나의 목소리와 표정 보고는 심상치 않은 일임을 단번에 알아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나를 장군부 안쪽의 은밀한 곳으로 데려가더니 주위를 완전히 물리고, 나에게 이리 말하는 것이었다.
“이곳이라면 누구도 우리의 이야기를 듣지 못할 것이니 상서령께서는 안심하고 말씀을 해주십시오.”
이에 나는 곧장 미축에게 내가 미축을 방문한 연유를 밝히게 되는데…
* * *
“이곳에서는 무슨 말을 하든 어떤 자도 알지 못할 것이니 상서령께서는 안심하셔도 됩니다.”
나는 미축의 말에 곧장 내가 미축을 방문한 이유를 밝혔던 것인데, 말보다는 행동으로 곧바로 품 안에서 대왕 유비가 직접 작성한 군령장을 꺼냈다.
미축은 내가 품에서 꺼내는 것이 바로 유비가 내리는 명령 문서임을 한눈에 알아채고는 내가 따로 말을 하지 않았어도 곧장 무릎을 꿇고 군령장을 받을 준비를 하였다.
‘역시 미축은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다는 말이야.’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미축에게 대왕의 군령장을 건넸다.
“대왕께서 안한장군께 비밀리에 내리시는 군령장입니다.”
미축은 내가 건네는 군령장을 조심스럽게 받고는 그것을 펼쳐보았다.
그리고 꽤 한참을 거기에 담긴 내용을 살핀 미축은 유비가 머무는 성도 궁궐의 대전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이리 말하는 것이었다.
“신 미축, 대왕의 지엄하신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러한 다음 미축은 군령장을 들고 일어서더니, 나에게 설명을 부탁하였다.
“대왕께서 나에게 군령장으로 통해 명령을 내리신 데에는 연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상서령께서 이렇게 직접 대왕의 군령장을 가지고 오셨으니, 상서령께서는 그 연유를 잘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여, 군령장의 내용과 함께 상서령께서 연유를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역시 미축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니까.
유비가 교서가 아닌 군령장의 형식으로 명을 내린 것과 그 내용을 보고 그것이 나와 연관된 것임을 금시에 알아차린 것이다.
그리하여 나에게 이를 묻는 것이니, 또한 미축은 군령장의 내용이 바로 내 머릿속에서 나왔음을 확신했다는 것일 터.
하여, 실상은 미축이 나의 의중을 묻는 것이나 마찬가지리라.
사실 내가 대왕 유비에게 교서가 아닌 군령장을 받은 이유는 군령장의 경우 이를 지키지 않으면 군법으로 확실히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바로 미축에게 이번 일이 정말 중요한 것임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 첫 번째 이유고, 미축이 유비에게 남중 반란의 사주가 손권임을 알려 자칫 유비가 대군을 일으켜 손권을 치려 했던 것에 대해 간접적인 경고를 하는 것이 두 번째 이유라 하겠다.
작금 아국의 주력 대군이 조위와 넓은 전선에서 강대강 대치를 하고 있기에, 동오와 일전을 펼치기 위해 만약 유비가 최전선의 대군을 빼낸다면 이는 일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조비에게 관중 등의 땅을 들어다 바치는 꼴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하여, 나는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맞을 뻔하게 만든 미축에 대해 일종의 경고 차원에서 유비로부터 군령장을 받아낸 것이고, 유비도 이를 짐작했는지 군말 없이 군령장을 내어준 것이다.
미축도 내가 직접 군령장을 가지고 온 것을 보고 이유를 얼추 눈치는 채고 있는 모양이나, 확실히 나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리라.
나는 이러한 생각을 하며 잠시 뜸을 들인 다음 미축의 요구에 답하였다.
“지금부터 제가 안한장군께 설명을 드리기에 앞서, 이번 사안은 아국이 동오와의 천하 쟁탈에서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정말 중요한 일임을 우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우선 대왕께서 어찌하여 군령장으로 안한장군께 명을 내리신 것인지 그 연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러한 나의 말에 미축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대왕께서 군령장으로 안한장군께 명을 내린 것은 이번 일이 군사를 내지만 않았지 전시의 전투와 다름이 없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나는 미축에게 유비가 군령장을 내린 이유를 말하고, 유비의 명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제부터 대왕이 내린 명에 대해 설명을 하겠습니다. 대왕께서는 크게 세 가지 명을 내리셨을 것입니다. 그것은 첫째 무릉만을 회유하는 것이요. 둘째 번주와 습진을 포섭할 것이며, 셋째 산월에 동오의 손권이 대군으로 산월을 칠 것이라는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것일 터입니다.”
내가 이리 유비가 내린 명을 순서대로 말하자, 미축은 역시 내가 이 군령장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내놓은 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눈치였다.
나는 여기서 미축이 한 일(유비에게 손권이 남중 반란을 사주한 일을 알린 것)에 대해 은근한 핀잔을 주었다.
“사실 이러한 대왕의 명은 대왕께서 손권이 얼마 전 있었던 남중의 대반란을 사주한 것을 아신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내가 이리 말하자 미축은 당황하는 눈치였다.
“상서령, 그것은…”
미축이 설명을 하려 하자, 나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대왕께서 손권이 남중 반란의 배후임을 아시고 크게 노하시어 당장이라도 대군을 일으켜 손권을 치겠다고 하시는 것을 제가 겨우 말렸습니다. 대신 저는 대왕께 대군을 내지 않고도 손권에게 보복할 수 있는 방안을 진언 드렸습니다. 그리하여 대왕께서는 안한장군에게 군령장을 내려 안한장군이 이번 작전을 수행하라 명하신 것입니다.”
실상 내가 군령장을 작성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미축에게 말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미축이 유비에게 손권의 일을 말한 것 때문에 자칫 잘못하였으면 아국의 대사를 크게 망칠 뻔한 것에 대해 책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할 것이다.
미축은 나의 이런 의도를 알아차리고 나에게 사실상의 사과를 하였다.
“상서령, 내가 대왕께 그 일과 관련하여 말씀을 올린 일로 아국이 큰 위험에 빠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그저 대왕께 알려드려야 하는 것만 생각하였습니다. 내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러니 상서령께서 넓은 마음으로 상량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기야 미축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반평생 유비만을 바라본 사람이다. 즉, 미축의 충성의 대상은 오로지 유비였기에, 그가 사소한 것이라도 유비에게 보고하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일터.
일전에 헌제가 붕어하였다는 잘못된 정보를 유비에게 전했던 일도 미축의 유비에 대한 과잉충성의 반로가 아니었던가.
그때도 내가 최선을 다해 유비를 설득하였기에, 유비가 대군을 일으켜 조비 토벌에 나섰던 것이다.
내 생각에 이번 손권의 남중 반란 사주건은 미축이 여러 번 확인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고 그 사안이 중하다 여겨 유비에게 직보를 하였으리라.
미축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하지만 이로 인해 자칫 원 역사의 이릉대전과 같은 참화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으니, 내가 미축을 에둘러 나무라는 것이다.
하나, 나는 미축이 이번 작전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기에 그쯤에서 미축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안한장군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내가 더 무어라 말씀드릴 수 없겠군요.”
그러며 나는 군령장의 내용에 대한 설명을 계속 이어갔고, 미축은 나의 설명을 모두 들은 뒤에 이번 일이 향후 동오와의 일전에서 아국이 승리할 큰 발판이 될 것임을 직감하는 모양이었다.
그리하여 미축은 무거운 책임을 실감하며, 나를 향해 공수를 취하더니 이리 다짐과 같은 말을 하는 것이었다.
“상서령. 내가 대왕께서 내리신 이 군령장의 명을 정말 성심을 다해 수행해 낼 것입니다. 그리하여 내가 실수한 것을 만회하고 향후 아국이 동오와 결전을 벌일 때 이번 작전이 승리의 밑바탕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며 미축은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절대 이 일을 비밀리에 수행할 것이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과연 이번 나의 ‘눈에는 눈’ 작전을 미축이 어찌 실행하여 어떠한 결과를 맺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다.
* * *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이번 남정에서 남중의 남만 병사들 중 정예 1만을 선발하여, 코끼리 부대와 함께 성도로 데려온 바 있다.
나는 원 역사에서처럼 이 정예 1만의 남만병을 무당비군(無當飛軍)이라 칭하고 이를 유비에게도 고하여 정식 명칭으로 허락을 받았다.
이들은 고지대의 험준한 남중지역에 살았기에 체력이 우수하고 거기다 날래고 사납기까지 하였다. 그리하여 이들이 향후 아국의 대 위, 대 오 전선에서 큰 활약을 펼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이 무당비군을 이끌 장수를 찾았는데 그 적임자가 스스로 나를 찾아온 것이 아닌가.
그는 바로 어사중승으로 임명을 받아 중앙관리가 되어 성도로 오게 된 맹획이었다.
맹획은 유비가 돌아온 지 며칠 되지 않아 성도에 도착하였기에, 유비는 직접 맹획을 불러 치하를 하며 어사중승에 임명하였다.
한데 그가 나를 찾아온 것이니 나는 그에게 나를 찾아온 연유를 물었고, 맹획은 다짜고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상서령, 어사중승이고 뭐고 그런 직책은 필요 없고, 저는 그저 상서령의 밑에서 적들과 싸우고 싶습니다.”
나는 여전히 남만인의 지지를 받고 있고, 남만군을 누구보다 잘 이끌었던 맹획이 무당비군을 이끌 적임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리 맹획이 스스로 나를 찾아와 나의 밑에서 함께 싸우고 싶다니.
나는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지만 짐짓 생각을 하는 것처럼 하고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맹획에게 말했다.
“어사중승이 이리 나를 찾아와 간곡하게 부탁하는데 내가 아니 들어줄 수 없는 것이겠지요. 좋소. 내가 대왕을 찾아가 어사중승이 무당비군을 이끌 수 있도록 윤허를 받겠소.”
내가 이리 자신의 청을 들어주자 맹획은 정말 고맙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고 하였다.
“상서령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상서령께서는 저를 다섯 번이나 풀어주셨기에, 제가 상서령께 다섯 번의 목숨을 빚졌습니다. 그리고 상서령께서는 우리 남인(남만) 병사들을 거두어주셨습니다. 이러한 상서령의 은혜를 저와 남인 병사들은 절대 잊지 않고 있습니다. 반드시 전장에서 적을 무찔러 그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대왕 유비를 찾아가 맹획이 무당비군을 이끌게 해달라 주청을 하였고, 이에 유비는 맹획을 무당감을 겸하게 하여, 남만병 1만과 코끼리 부대도 이끌게 하였다.
이로써 원 역사에서 왕평이 이끌던 무당비군을 맹획이 지휘하게 되었으니, 과연 맹획이 아군의 일원으로 어떠한 활약을 펼치게 될지 기대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