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30
130. 법정이 두려워 천도를 택하는 조비
한편 나는 무당비군와 코끼리 부대에 지급할 갑옷과 무기를 만들기 위해 포원을 찾아갔다.
예의 그러하듯이 내가 대장간에 당도했을 때 포원은 내가 온 지도 모르고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곁에 있던 대장장이들이 나를 알아보고는 황급히 포원에게 내가 왔음을 알리고서야 포원은 일을 멈추고 나에게 인사를 하였다.
“상서령께서 오셨습니까?”
“포 장인 여전히 바쁘군그래.”
“예, 상서령. 군사께서 주문하신 무기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군사께서 무기를 주문하셨나? 어디 내가 보아도 되겠는가?”
나의 요구에 포원은 다 만들어진 무기 쪽으로 나를 안내했고, 나는 그것을 보고 반사적으로 해당 무기의 명칭이 튀어나왔다.
“아니, 이것은 *원융(元戎)이 아니던가?”
[* 원융은 8촌(寸, 약 20~25㎝) 짜리 화살 10개를 한 번에 발사하는 기계식 석궁으로 연노의 종류 중 하나이다. 이 원융은 제갈량이 만들었다 하여 제갈노(諸葛弩)라고도 불린다. 사실 연노는 춘추전국시대의 초나라 때부터 존재하는 무기로, 제갈량이 발명한 것은 원융이다.]그랬다.
제갈량이 포원에게 주문한 무기는 바로 원융이었다.
포원은 내가 원융을 알아보자 조금은 놀라는 눈치였다.
“상서령께서 원융을 알고 계시는군요.”
“아… 그렇다네. 내가 언젠가 군사께서 그렸던 원융의 설계도를 언뜻 본 적이 있어 알고 있다네.”
“그러셨군요.”
원융은 보통의 연노에 비해 크기가 크고 거치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동이 연노에 비해 힘들기 때문에, 제갈량은 필시 이 원융을 대군 대 대군의 대회전에서 쓰려 할 터였다.
즉, 적의 대군이 한꺼번에 아군 진영으로 몰려올 경우 수백 대의 원융을 한꺼번에 발사하면 수천 발의 화살비가 적을 향해 쏟아지는 것이기에, 적군은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제갈량은 나중에 조위와의 평지에서의 대규모 회전까지 염두에 두고 무기를 제작하고 있던 것이다.
나는 제갈량이 원융만 주문한 것이 아니라 개량된 연노 또한 포원에게 만들게 했으리라 직감했다.
그리하여 나는 포원에게 묻기를.
“혹 군사께서 원융이 아닌 일반 연노도 주문하셨는가?”
포원은 나의 물음에 어찌 그리 잘 알고 있느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군사께서는 좀 더 휴대하기 편하고 살상력도 뛰어난 연노를 주문하셨습니다.”
“그것도 보여주겠는가?”
나의 요청에 포원이 개량된 연노를 가지고 왔다.
“이것이로군. 음… 정말 들기 쉬운 데다 장전과 발사도 빠르게 할 수 있겠군.”
“예, 상서령. 잘 보셨습니다. 이 연노는 개량을 거듭한 것으로 상서령의 말씀처럼 빠른 장전과 발사도 할 수 있는 데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휴대도 편하고 살상력도 기존의 것보다 뛰어납니다.”
연노는 원 역사에서 제갈량이 이끄는 촉군의 무기로, 촉군이 위군과의 싸움에서 활약할 수 있게 만든 요인 중 하나였다.
여기서 나는 제갈량이 포원에게 연노 수천 개를 주문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제갈량은 관중으로 천도할 경우를 대비하여 연노병을 미리 육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제갈량은 따로 경졸 3천을 선발하여 연노병으로 삼아 관중에 주둔하게 된다.
이는 원 역사에서는 제갈량이 연노병 3천을 한중에 주둔한 것과 달라진 일로, 제갈량은 이 역사에서 관중을 지키고 더 나아가 관중을 발판으로 조위를 공격하려는 의도일 터였다.
나는 포원에게 내가 그를 찾아온 이유를 밝혔다.
“내가 오늘 포 장인을 찾아온 연유는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아군에 편입된 무당비군과 코끼리 부대의 갑옷과 그리고 무기를 자네에게 의뢰하려고 왔다네.”
나의 이러한 말에 포원이 싫으면서도 좋은 표정을 지었다.
1만의 무당비군과 수백 코끼리의 갑옷 등과 무기까지 만들려면 그만큼 고생이 될 것이기에 싫은 것이고, 하지만 만드는 것 자체를 즐기는 포원이기에 좋기도 한 것이다.
“군사께서 주문하신 원융과 연노를 거의 다 만들었으니, 그것을 끝내고 바로 상서령께서 요청하신 것을 만들겠습니다.”
“고맙네. 이번에도 내가 대왕께 주청하여 아낌없는 지원을 할 것이니 최대한 빠른 시일에 만들어주게.”
“아…! 이번에도 급하신 것이로군요. 뭐, 지난번처럼 지원만 확실하게 해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만들어 보겠습니다!”
* * *
그렇게 포원에게 무당비군 등의 무구(武具)를 주문한 나는 곧바로 유비에게 해당 사항에 대해 지원을 주청하였다.
유비는 지난날의 지원으로 내가 상용 일대와 양번 등을 함락한 쾌거를 거두었기에, 이번에도 지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하여 곧 포원에게 무당비군 등의 무구를 만들기 위한 재료들이 아끼없이 지원이 되었고, 이번에도 미축이 화끈하게 후원을 해주었기에, 예상보다 빠르게 갑옷과 무기가 완성이 될 터였다.
이외에 나는 성도에서 아군을 정비하면서, 다음으로 공략할 곳과 공략 방안을 고심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황충이 이 세상을 떠난 때가 되었다.
황충의 저택은 내가 내 집의 집사에게 명해 잘 관리를 잘하고 있었고, 이제 황충의 아들인 황서가 돌아왔기에 그에게 황충의 저택을 돌려주었다.
그동안 나를 따라 많은 전장을 거치며 활약을 한 황서는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마 지금쯤 그는 아버지 황충의 기일에 맞추어 제사를 지내려 할 것이다.
하여 나는 우리 2군 장수의 일이기도 했기에 장비와 강유, 미위 그리고 이번에 합류하게 된 무당감 맹획을 이끌고 황서와 함께 황충의 제사를 하기 위해 황서의 집으로 향하였다.
여기서 맹획은 자신을 나의 2군의 일원으로 인정한 것이라 여겼는지 기쁜 모양이었으나, 제사에 참석하는 것이기에 표정을 억지로 숨겼다.
하지만 다음 순간 맹획은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으니.
그것은 장비가 맹획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맹 장군도 함께 가는군요. 상서령께서 맹 장군을 우리 군의 일원으로 받아주셨으니 당연히 그래야겠지요.”
나는 맹획에게 통역 겸 맹획에게 한어를 가르칠 수 있는 병사를 붙여주었기에, 통역병을 통해 장비의 말을 전해 들은 맹획은, 장비가 자신을 장군이라 칭하고 2군의 일원으로 인정하자 거기에 놀라며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맹획에게 법정도 무섭지만, 자신을 직접 다섯 번이나 그 우람한 손을 잡은 장비도 무서웠던 것이다.
그런 장비가 자신을 장군이라 칭하며 2군의 구성원으로 대우해 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우장군께서 저를 장군이라 말씀해 주시고, 2군의 장수로 인정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맹획은 장비에게 이리 화답하며 잠시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곧 맹획은 ‘아차’ 싶었는지 표정을 다시금 고쳐잡았다.
이렇듯 장비는 의외로 사람을 다루는 능력도 있는 사람으로 예전에 그가 유비를 구원하기 위해 촉으로 군을 이끌고 왔을 때, 엄안을 사로잡고는 그를 우대하여 엄안을 감복하게 만들어 엄안 스스로 동료들을 설득하여 투항을 시키며 장비가 성도로 이르는 길을 쉽게 만들어 주었다.
이번에도 장비는 맹획이 능력이 있는 것을 알고는 그를 존중하여 그의 마음을 얻었으니, 역시 장비는 지장이라 할 만하다.
그렇게 나는 2군 장수들과 황충의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황서의 집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나는 이미 내 집의 집사를 통해 제사에 필요한 물품과 인력을 동원하게 하였다.
황서의 집에 당도하자, 황서는 우리가 찾아온 것에 크게 고마워하였다.
이에 장비가 황서에게 말했다.
“황 장군(황서)과 우리는 생사고락을 함께 한 전우인데 당연히 와야지. 그리고 돌아가신 강후(剛候, 황충의 시호)를 기리는 일이니 우리가 빠질 수 없지.”
나는 장비가 우리를 대표하여 말을 하였다 여기고 더 말을 보태지 않고 내 집의 집사에게 어서 제사를 준비부터 하라 명하니, 내 집사는 황서 댁의 집사와 함께 제사를 준비하였다.
그리하여 제사 준비는 금시에 끝이 났고, 우리는 황서와 함께 제사를 지냈다.
황서는 마음이 많이 먹먹한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다시는 아버지를 볼 수 없고, 그저 제사를 통해 황충을 기릴 수 있기 때문이리라.
나는 황충의 위패를 보며 아들인 황서가 돌아와 저승에 있는 황충도 기뻐할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러며 마음속으로 황충의 유언을 되새겼고, 삼국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다짐을 하였다.
‘황 장군, 장군께서는 돌아가실 때 저에게 대왕의 대업을 반드시 이루어달라 부탁하신 것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갈라진 천하를 통일하여 고통받고 있는 백성들을 구할 수 있도록 제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
이렇게 촉의 법정이 남정을 마치고 성도에서 정비를 하고 있던 때는 221년 9월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잠시 촉과 정족지세를 이루는 위와 오의 상황을 살펴보기로 하자.
그리하여 우선 위로 시선을 돌리면…
일전에 살펴보았지만, 2차 양번 공방전에서 법정에게 목숨을 잃을 뻔하며 간신히 도망친 조비는 완에서 잠시 머물다가 허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사마의는 아직 불꽃이 사그라들고 있지 않던 농민 반란을 마저 꺼버리기 위해 조비에게 반란 진압을 마무리하게 해달라 주청을 하였다.
조비는 이를 윤허하였고, 사마의는 곧 부관들에게 맡겨 두었던 농민 반란의 진압을 마무리하러 나섰다.
그런데 허창으로 돌아온 조비는 또 한 번 좋지 못한 선택을 하게 되었으니, 일전에 잠시 언급한 이 조비의 잘못된 선택이 무엇인지 여기서 밝히기로 하겠다.
지난번에도 살폈지만 조비와 사마의는 법정이 양번에 안배해 둔 가짜 법정에 속아 함부로 양번을 어찌하지 못하고, 오히려 언제 법정이 완을 들이칠지 몰라 전전긍긍하였다.
조비는 법정에게 목이 달아날 뻔했기에 두려움에 떨며 완성 태수 장패에게 완의 방비를 맡기고 급히 허창으로 돌아온 것이다.
허창으로 돌아온 조비는 추가 병력을 더 징집하여 촉과의 전선 요충지에 이 병력을 보내 수비를 더 강화하였다.
또한 촉과 대치하고 있는 장수들에게 절대 먼저 촉을 공격하지 말 것과 만약 법정이 나타나면 절대 싸우지 말고 수비에만 집중할 것을 단단히 명하였다.
그만큼 법정이 이끄는 촉군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조비의 뇌리 속에 강하게 박혀 있던 것이다.
이렇게 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비는 여전히 법정에 잡혀 목이 달아나는 악몽을 꾸고 있었으니, 조비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촉이 양번을 얻었다는 것은 곧 허창으로 가는 대로가 열린 셈이니, 만약 유비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군을 이끌고 허창을 들이친다면 이를 막기가 쉽지만은 않을 터였다.
거기다 필시 촉의 대군을 이끄는 것은 법정일 것이 십중팔구일 것으로, 위군이 패하는 것은 조비가 보기에 명약관화나 다름이 없으리라.
그리하여 작금의 허창조차 조비에게는 위험한 곳이었다.
조비는 장패에게 수시로 법정이 양번에 계속 머물고 있는지 척후를 통해 확인을 하고 이를 알리라 명했기에, 여전히 법정이 양번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는 장패의 보고에 법정이 완을 친 다음 지체 없이 허창으로 공격해올지 모르는다는 불안감이 조비의 마음속에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이러한 불안감은 점점 커졌고, 조비는 마침내 허창을 버리고 새로운 곳을 도읍으로 삼으려는 마음을 먹게 된 것으로, 그곳은 바로 업이었다.
업(鄴)은 황하 이북에 있는 하북의 요충지 중 한 곳이다.
과거 원소가 이곳에 근거지를 두고 황하 이남 지방을 노렸으니, 업의 오른쪽(하북을 위에서 아래로 볼 때)에는 병주와 기주 사이에 남북으로 천여 리(약 400km), 동서로 삼백칠십오 리(약 150km)나 뻗어 있는 거대하고도 험준한 태항산맥이 엄청난 자연의 방어벽을 만들어주고, 아래로는 장하(長河)라는 지류가 접하며 역시 천연의 해자가 되고 있다. 거기다 더 아래쪽으로는 거대한 황하가 흐르고 있으니 적이 북진을 할 경우 이 황하를 건너 공격하는 것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그리하여 조비는 허창보다는 업이 방어에 유리하다고 판단을 하고 곧 업으로의 천도를 마음먹은 것이니.
조조가 관우의 북진에 놀라 천도하려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아들인 조비가 법정을 두려워하여 도읍을 옮기려 하는 것이다.
조비는 곧 어전회의를 대소신료들의 앞에서 천도를 꺼내들었다.
“짐은 업으로 천도를 할 것이오.”
갑작스레 조비가 업으로의 천도를 이야기하자 위나라 조정 신료들이 웅성거렸다.
하지만 대놓고 조비의 업 천도에 대해 반대하는 이가 없었다.
다만 동정후 유엽만 빼놓고 말이다.
“폐하, 업으로 천도를 하신다는 말씀을 거두어주시옵소서!”
조비는 한번 결정하면 좀체 바꾸지 않는 성격이다. 그리고 자신의 결정에 누가 반대하거나 토를 다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하여, 조비의 천도에 유엽이 반대하자 조비는 인상을 찌푸렸다.
하나, 유엽은 그래도 신망하는 신하이기에 조비는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동정후, 어찌하여 짐의 결정에 반대하는 것이오? 어디 연유를 말해보오.”
“예 폐하. 이곳 허창에서 업으로 천도하는 것은 촉적에게 아국이 하남(河南, 황하 이남 지역)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업으로 천도를 할 경우 그곳에 아국의 병력과 물자가 몰리게 될 것이기에, 촉적이 정말로 하남 지역을 도모하려 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폐하, 폐하께서는 작금 촉적과의 전선에 대군을 두고 계십니다. 아무리 촉적이 아국에 연승을 거두고 있다고는 하나 이렇듯 페하께서 각 요충지에 뛰어난 장수들과 대군을 주둔하셨기에, 촉적이 쉽게 아국의 방어선을 뚫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오니 폐하, 업으로의 천도는 거두어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