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36
136. 법정과 육손의 대면
나는 장비의 안내로 세 번째가 돼서야 겨우 융중의 제갈량 초가를 방문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나는 향후 방안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양양에서 급히 전령이 전갈을 가져온 것이 아닌가.
“상서령, *양양태수(황권)로부터 급한 전갈입니다.”
[* 황권은 형주자사 겸 양양태수를 겸하고 있었다. 한데 황권은 평소 자신을 (양양)태수로 불러주는 것을 선호하여, 양양의 병사들은 황권을 태수라 칭하는 것에 익숙했다.]나는 황권이 보낸 전갈을 펴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곧바로 양양으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전갈에 동오의 대도독 육손이 나를 찾아왔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 * *
여기서 어떻게 황권이 법정에게 전갈을 보내게 되었는지 그 사정을 살펴보자면.
육손은 허름한 복장의 백성으로 변장을 하고 양양으로 와 일부러 수상한 행동을 하여 병사들에게 붙잡혀 황권에게 갔다.
“태수, 수상한 자를 잡아왔습니다.”
황권은 양양에 조위나 손오의 첩자가 언제든 잠입할 수 있었기에 의심되는 자가 있다면 곧장 잡아서 자신에게 데려오도록 병사들에게 미리 명을 내려두었던 것이다.
이리하여 황권의 앞에 끌려온 육손을 본 황권은 육손의 겉모습이 허름할지 모르나 눈빛이 남다른 것을 보고는 범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놈은 어디서 온 누구더냐?”
이에 육손이 황권을 당당히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태수와 긴히 할 말이 있으니 주위를 물려주실 수 있겠소?”
황권은 이미 병사들이 육손의 몸을 수색하여 흉기는 없는 것을 확인하였는데, 육손의 당당한 태도가 왜인지 심상치 않았기에 곧 주위를 물렸다.
그러고 나서 황권이 육손에게 말하기를.
“이제 네놈의 요청대로 주위를 완전히 물렸으니 어서 네놈의 정체를 밝히도록 하거라.”
그러자 육손이 자신의 옷 한쪽을 ‘쫙’ 하고 찢었다.
황권은 육손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몰라 검파(劍把, 칼 손잡이)에 손을 대었고, 육손은 찢긴 옷감의 안쪽을 황권에게 내밀며 말했다.
“나는 오의 대도독 육손이오! 여기 나의 대도독 인장이 찍힌 천이 바로 내가 육손이라는 증좌요!”
“육손? 그대가 정말 육손이라는 말이오?”
황권은 육손이 건넨 천에 찍힌 인장을 확인하고는 육손에게 정녕 그가 맞는지 물었던 것이다.
“맞소. 내가 육손이오. 내가 법 상서령을 만나 긴히 할 말이 있으니 어서 나를 상서령에게 데려가 주시오.”
잠시 동안이지만 육손의 말과 행동, 그리고 분명 오나라의 대도독 것이 확실해 보이는 천에 찍힌 인장을 보고서 황권은 아무래도 법정에게 이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황권은 융중의 제갈량 초가에 견학 간 법정에게 급히 전갈을 보냈던 것이다.
* * *
내가 황권의 전갈을 받고 급히 양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장비가 무슨 일인지 물었다.
“상서령, 무슨 전갈이길래 이리 급히 양양으로 돌아가려 하십니까?”
이에 나는 주위를 물리고 장비에게 다가가 전갈을 보이며 작은 목소리로, 하지만 뚜렷하게 말했다.
[오의 대도독 육손이 나를 찾아왔다는 황 자사(황권)의 전갈입니다.]나의 말에 장비가 놀라며 목소리를 높이려 하였고, 나는 곧바로 고개를 흔들어 장비를 제지하며 말했다.
[장군 어서 양양으로 돌아가 정말 이 전갈의 내용이 맞는지 확인을 해야겠습니다.]그리하여 나는 곧바로 장비와 함께 양양으로 빠르게 말을 달렸던 것이다.
– 양양성.
융중에서 양양은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기에, 나와 장비는 얼마 있지 않아 양양에 당도할 수 있었다.
나는 성 안으로 들어와 급히 자사부(겸 태수부)로 향하였다.
태수부 대청에 다다르자 밖에는 병사들이 나와 있었고, 내가 나타나자 부관이 나와 장비를 따로 안으로 안내했다.
그리하여 안으로 들게 된 우리들에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황권 옆에 자리하고 있는 육손이 있었다.
나는 그 짧은 시간에 육손이라 주장하는(?) 자의 외모를 살폈다.
나는 이미 세작을 통해 육손의 외모가 어떠한지 파악을 하고 있었기에 허름한 복장을 한 그였으나, 금시에 정말 그가 육손인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저자의 외모가 세작이 전한 육손의 형상과 일치하는군. 그렇다면 정말 육손이 나를 찾아온 것인가? 한데 무엇 때문에 육손이 나를 찾아온 것이지? 혹, 육손이 나를 찾아온 이유가…’
나는 나름 육손이 나를 찾아온 이유에 대해 추측을 하였는데 과연 그것이 맞는지는 곧 밝혀질 것이다.
황권은 나와 장비가 들자 급히 공수를 취하며 이리 말하는 것이었다.
“상서령, 우장군. 어서 오십시오.”
이에 나는 육손을 모르는 척하며 황권에게 물었다.
“저자가 바로 육손이라 칭하며 나를 만나겠다고 생떼를 부리는 자요?”
“예, 상서령 그렇습니다.”
그러며 황권은 나에게 육손의 대도독 인장이 찍힌 천을 건넸다.
“이것이 저 자가 자신이 대도독임을 입증하는 증좌라 내놓은 것입니다.”
나는 그것을 자세히 살폈는데, 오나라 특유의 인장 문양이었기에 확실히 이 자가 육손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육손에게 물었다.
“그대가 정녕 오나라의 대도독 육손이오?”
나의 물음에 육손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가볍게 공수를 취하며 말했다.
“그렇소. 내가 바로 오나라의 대도독 육손이오. 내가 상서령과 긴히 나눌 말이 있어 이리 찾아온 것이오.”
* * *
육손은 법정이 태수부의 대청 안으로 들어오자, 육손 역시 법정을 빠르게 살폈다.
그리고 육손은 정녕 법정이 만만치 않은 자임을 확인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역시 제갈근의 말대로 법정은 그냥 보아도 보통 인물이 아닌 것 같구나…’
그렇게 육손은 애써 침착한 척하며 법정을 대하고자 했다.
한데 지금 문제는 법정이 아니라 장비였으니.
장비는 지난날 형주 공방전에서 오나라의 배신으로 관우가 패하며, 결국 마충(오나라 장수)에게 사로잡혀, 손권에게 끌려가 살해당한 것을 평생 잊지 못했다. 그리고 오나라의 장수들이 관우를 공격한 것에 치를 떨고 있었고, 육손 또한 형주 공방전 당시 참가한 오나라의 장수이기에 육손이 이리 제 발로 찾아오자, 장비는 불같이 화를 내며 번개같이 황권의 칼을 빼앗더니, 당장이라도 육손을 죽일 듯이 그에게 당장 칼을 겨누며 소리쳤다.
“네놈이 육손이구나! 네놈도 우리 운장 형님을 해한 놈 중에 하나렸다! 내 오늘 이 자리에서 네놈의 목을 베어 운장 형님의 복수를 하리라!”
이에 나는 장비를 말렸다.
“우장군, 참으십시오. 작금 오나라의 대도독은 일종의 사신으로 이곳에 온 것입니다. 고금에 사신을 함부로 죽이는 것은 금기임을 장군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나의 말에 장비는 억지로 화를 참아냈다.
“법 대인이 말리지 않았으면 네놈의 목은 네 몸뚱어리에서 당장 떨어졌을 것이다!”
육손은 장비가 자신을 죽이려 하자,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였지만 속으로 장비의 협박에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장비를 처음 보는데 확실히 무서운 장수로구나…’
그러며 육손은 작금 촉의 실질적인 서열 순위가 법정이 확실히 장비에 비해 위임을 확인하였다.
‘역시 제갈근의 말대로 법정이 장비보다 우위에서 통제를 하고 있군.’
나는 육손임을 확인하였기에 그와 단독으로 회담을 이어가기 위해 장비와 황권을 내보내는 한편, 이 일에 대해 절대 함구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 * *
나는 주위를 완전히 물리고 대청에 마련되어 있는 차를 직접 잔에 따라 육손에게 건넸다.
그러며 나 또한 차를 따랐고, 이를 육손보다 먼저 마시며 독이 없음을 그에게 확인시켰다.
그러자 육손도 차를 마셨는데, 그 맛을 본 육손의 눈이 커졌다.
왜냐하면 여태 마셔보지 못한 차로 그 맛이 일품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내가 남중에서 가져온 찻잎으로 우려낸 차였다.
육손이 나에게 이 차가 무슨 차인지 물었다.
“상서령, 차의 향과 맛이 정말 좋습니다. 이것은 무슨 차입니까?”
이에 나는 원 역사에서 훗날 불리게 될 이름을 그대로 써서 그에게 말을 하였다.
“이 차는 남중 지방의 명품인 보이차라고 하오.”
“그렇군요. 남중 지방의 차라…”
나의 말에 육손은 촉이 남중의 반란을 진압하고 남만을 완전히 복속한 증거가 바로 이 차에서도 드러나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촉이 확실히 남만의 반란을 진압하고 남만족을 복속한 것이 이 차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군…’
그러며 나는 육손을 찬찬히 다시 살폈는데 지난번 오의 사신으로 왔던 제갈근과는 확연히 다른 인물임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사람이 어떠한지는 직접 말을 해보고 겪어봐야 아는 법이다.
그리고 나는 이 회담에서 육손의 기를 꺾고 시작하고자 하였으니, 바로 지난 3차 합비 공방전에서 육손의 뼈아픈 패배를 꺼내어들었던 것이다.
하여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찻잔을 내려놓으며 육손에게 이리 말하였으니.
“대도독, 지난번 합비에서 얼마나 고초가 많았습니까?”
육손은 나의 말에 약간 눈빛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으나, 곧바로 안정을 찾으며 나에게 이리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상서령이 나를 걱정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상서령의 말대로 합비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나 그러한 고난은 갑작스레 내린 장맛비 때문에 생긴 일로, 만약 다시 합비를 공략한다면 그때는 필시 합비를 함락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렇군요. 나 또한 대도독이 봄 장마 때문에 합비를 공략하지 못하고 패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깝게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데, 이리 패배에도 굴하지 않고 씩씩한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는군요.”
이렇듯 나는 시작부터 육손에게 심리전을 걸었던 것이다.
하지만 육손은 나의 심리 도발에 확실히 제갈근보다는 의연하게 대처를 하였다.
“상서령이 그토록 나를 염려하였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실 이러한 심리전에서 상대의 도발에 발끈하게 되면 그 자체가 상대에게 말려드는 것이다.
이러한 때는 짐짓 상대에게 여유를 보이는 것이 상대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사실, 육손은 제갈근으로부터 법정과의 논쟁에 대해 자세히 들은 바 있었고, 그것도 모자라 제갈근과 비밀 서신을 주고받으며 법정과 나누었던 사소한 말 하나까지 알아내어 그것을 분석하였다. 그리하여 육손이 내린 법정의 특징은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법정은 상대의 약점을 집요할 정도로 파고드는 능력이 있다.
둘째, 법정은 상대의 논리가 흔들리는 것이 보이면 가차 없이 그것을 논박하고 자신의 논리로 상대를 제압한다.
이러한 결론은 내린 육손은 법정과의 대화에서 최대한 약점이 보이지 않도록 준비를 하며, 논리 대결이 펼쳐지기 전에 법정과 담판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한데 이미 육손은 합비 공방전의 패장이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으니, 법정은 시작부터 이를 꺼내들었던 것이고, 육손은 그런 법정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으려 노력한 것이다.
‘역시 법정은 내가 분석한 대로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면이 있군그래. 법정은 내가 지난번 합비에서 패전을 한 일을 일부러 꺼내어 들어 나를 흔드는 동시에 대화의 주도권을 가지려고 하는 모양이야. 하나, 여기서 내가 흔들리면 법정과의 담판은 시작도 하기 전에 내가 지고 들어갈 수밖에 없어. 아무래도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야!’
나는 육손이 만만치 않은 심지를 가진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다음 수를 꺼내어 들었다.
“오주(손권)께서 남중의 호족과 친하게 지내신 까닭에 아국이 한동안 꽤나 어려움을 겪었소이다.”
이렇게 나는 일부러 손권을 대왕이 아닌 오주라 칭하며, 손권이 남중의 호족을 사주하여 반란을 일으키게 한 일에 대해 에둘러 따졌던 것이다.
과연 육손은 이에 대해 어떠한 대답을 내놓을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