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44
144. 나, 유비에 헌제 구출 건의
“조위가 무조건 막는 것을 택하고 아군과 절대 싸우려 들지 않는다면 신 또한 그것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사옵니다. 대왕, 그리고 신이 조위와의 모든 전선을 다 책임질 수도 없는 노릇이옵니다.”
이러한 나의 말에도 유비는 작금 아국이 조위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상황이 어찌 그렇게 변할 수 있는지 납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여 나는 조위의 대처 이외에 또 다른 위험요소를 유비에게 설명하였으니, 그것은 유비가 듣기 싫어하는 오였다.
“대왕, 작금 솥발처럼 세 갈래로 나누어진 천하는 이미 말씀 올린 대로 아국이 기세를 떨치고 있으나, 여전히 삼국 중 가장 강력한 곳은 조위입니다. 그것은 조위가 기름진 중원과 아국에 비해 최소 몇 곱절은 더 많은 백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조위에게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아국이 상대했던 조위의 병력이 또 그만큼 나온다는 말일 것입니다.”
여기서 나는 잠시 숨을 고른 다음 계속 말을 이어갔으니.
“대왕 방금 말씀 올린 부분도 문제이지만, 아무리 아국이 조위를 몰아붙이고 있다고 하여도 만약 지난날 관공의 ‘형주 공방전’에서처럼 오가 다시금 조위와 손을 잡고 아국의 뒤를 치는 일을 벌이게 된다면, 아국은 조위와 동오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은 밀리게 될 것이니, 이는 신이 먼저 말씀 올린 부분과 같을 것입니다.”
* * *
내가 이리 강조를 하자, 유비는 그제야 작금 아국의 유리한 상황이 순식간에 돌변할 수 있음을 이해하는 모양이었다. 아니 유비는 이미 알고는 있었으나 애써 무시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것을 인정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동오와 손을 잡게 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으니, 이는 작금 손권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는 유비의 가슴이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때 나는 신하인 나의 입장에서는 유비가 듣기 싫은 이야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니 ‘충언역이(忠言逆耳)’라 하겠다.
“대왕, 지난날 형주 공방전의 과정에서 관공이 오의 군량 창고에서 무단으로 군량을 가져간 일로 손권은 이를 빌미로 아국에 배신을 하고 조위와 손을 잡은 것입니다. 만약 그때 동맹이 더 확실하게 맺어져 있어 양국이 상호 간 요청을 할 때 군량 등의 지원을 확약(確約) 한 약조가 문서로 작성되어 있었다면 그리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내가 이렇게 관우를 에둘러 비판하는 말을 하자, 유비는 이에 즉각적으로 반박을 하였다.
“상서령, 상서령이 방금 한 말은 틀린 것이오! 운장이 번성을 쳤을 때 군량을 제공하겠다고 먼저 나선 것은 손권이었소. 그것도 여러 차례 말이오. 한데 손권이 차일피일 군량 보급을 미루자 운장이 화가 났던 것이오. 그리고 운장에게 포로 3만이 생겨 군량이 부족해지자, 운장은 어쩔 수 없이 오의 군량 창고에서 군량을 가져올 수밖에 없던 것이오.”
내가 형주 공방전에 대해 큰 틀의 내용을 알고 있다면, 유비는 아주 세세한 사항까지 파악을 하고 있으니, 관우의 죽음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 부분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유비의 이런 반박은 아전인수 격의 해석이지 않을 수 없다.
바로 관우가 그 과정에서 손권을 ‘*담비 새끼’라 욕한 것은 쏙 빼놓지 않는가.
[* 지역의 유서 깊은 욕으로 문헌을 살피자면 오소리 새끼보다 담비 새끼가 맞을 것이다.]아무튼 나는 유비의 말을 듣고 내가 논거를 든 부분을 잘못 꺼내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당 부분은 유비가 나보다 더 확실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으니, 계속 이와 관련한 말을 주고받게 된다면 오히려 내가 논박 당하는 꼴이 될 터였다.
하여, 나는 다른 논거로 유비를 설득하고자 한 것으로, 그것은 바로 지난번 유비를 설득할 때 썼던 유비의 조상인 한고조 유방과 광무제 유수를 다시금 예로 든 것이다.
“대왕, 한 고조나 광무제께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을 참아내시며 결국에는 천하를 얻으셨습니다. 오와 동맹을 다시 체결하는 것은 신 또한 마음으로는 분노가 치미는 부분이옵니다. 하나, 대왕의 선조분들처럼 천하를 통일하고자 한다면 감정을 억누르고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하여, 어느 것이 아국에 유리한지 따져 보고 아국에 조금이라도 실리가 있다면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 옳을 것이옵니다.”
즉, 국가의 일에서는 무조건 실리주의를 택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고금을 막론한 국가 운영의 대원칙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렇듯 내가 이번에도 유비의 조상인 한 고조 유방과 광무제 유수의 예를 들고 나오자, 유비는 마뜩잖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반박을 하지 못하였다.
나는 유비의 표정을 살폈고, 유비의 마음이 조금씩 돌아서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하여 나는 여기서 유비가 나의 설득에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을 꺼내들었으니, 바로 ‘천하통일의 대업’이었다.
* * *
“대왕, 신이 대왕께서 이루셨으면 하는 대업이 있사옵니다.”
내가 ‘대업’이라는 말을 꺼내자 유비가 나에게 하문했다.
“상서령 그것이 무엇이오?”
“예, 대왕, 바로 천하통일이옵니다.”
“천하통일!”
그랬다.
한 황실의 재건도 유비는 바라고 있지만, 진정 그가 바라는 것은 천하를 통일하고, 하나가 된 천하에서 천자로 군림하는 것이리라.
하여, 나는 그가 오래전부터 바라고 바라던 야망(野望)을 직접적으로 그에게 말을 했던 것이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유비는 천하통일이라는 말이 나오자 눈빛이 달라졌다.
그만큼 유비가 너무나 오랫동안 바라왔던 일인 것이다.
나는 유비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보고 그를 설득하는 것이 8부 능선을 넘은 것을 직감했다.
“대왕, 신이 감히 말씀을 올리온데 작금 천하통일을 위해 오와의 동맹이라는 수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많은 이야기도 필요가 없었다. 내가 오와의 동맹이 천하통일을 위한 수단임을 말하자, 유비는 어쩔 수 없다는 눈빛이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싫지만 아끼는 신하인 나의 충언을 받아들여 오와의 동맹 복원을 가져가는 모양새를 취하고자 하였다.
“흠… 과인은 운장의 복수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소. 하여 당장이라도 대군을 일으켜 손권을 치고 싶소. 하나, 상서령이 이리 간언을 하니 과인이 어찌 고집을 부릴 수 있다는 말이오. 그리고 만약 과인이 정녕 고집을 부려 손권을 벌하기 위해 대군을 움직였다가는 조비만 좋은 일이니 그리할 수야 없겠지. 좋소. 과인이 상서령의 주청을 받아들여 동오와 동맹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소.”
휴…
드디어 됐어…
이번에 유비를 설득하는 것은 참으로 힘이 들었다.
그것은 유비의 역린이나 마찬가지인 관우의 복수가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리라.
여하튼 유비가 오와 동맹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하였으니, 나는 거기서 유비의 마음이 돌아서지 전에 쐐기를 박기로 하였다.
“대왕 참으로 영명하신 결정이시옵니다! 작금과 같이 아국이 동오에 비해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동맹을 맺어야 아국에 유리한 조건을 관철시킬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러며 나는 육손에게 말하였던 양국 동맹의 조약 사항을 유비에게 진언하였고, 해당 조약 내용이 듣기에 그리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이 없었기에, 유비는 못 이기는 척 이를 받아들였다.
하여 나는 여기서 유비에게 아국과 동오의 동맹에 대한 *논의 과정에 나서게 될 아국의 사신으로 등지를 추천한다.
[* 나와 육손이 이미 물밑 담판을 지어 놓고 잠정 결론을 냈으나, 이를 양국의 사신이 오가며 조율하는 모습으로 포장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육손이 그 과정에서 나와 밀약한 조약의 내용으로 손권을 설득할 수 있는 것이다.]유비는 *뜻밖의 인물이 나의 입에서 나오자,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하였으나 나를 신뢰하였기에 이를 가납하여 등지를 오나라로 보낼 사신으로 삼았다.
[* 그도 그럴 것이 유비가 등지를 등용할 때 등지의 무관으로서의 능력을 보고 그를 기용한 것으로, 아국의 이익을 위해 첨예한 외교전을 벌여야 하는 사신으로 등지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그리하여 등지는 원 역사에 이어 이 역사에서도 아국과 동오 간의 사신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으니, 과연 그가 어떠한 활약을 펼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다.
그리고 내 예상에 육손이 손권을 설득하여 아국과 동맹 체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게 된다면, 필시 아국에 사신으로 오는 이는 제갈근이 될 것이 분명할 터였다.
* * *
이렇게 장안에서 유비를 독대하며 내가 꺼내놓은 첫 번째 안건은 잘 마무리가 되었으니, 이제 두 번째 사안에 대해 유비에 진언을 할 차례였다.
그리고 이 둘째 의제는 이미 내가 이곳 장안으로 오기 전에 선조치를 한 것으로, 사실상 유비에게 후보고를 올리고 제가를 받는 형식이 될 터였다.
“하옵고 대왕 이제부터 신이 대왕께 두 번째 사안에 대해 말씀 올리겠사옵니다.”
유비는 첫째 사안을 결정하는 것도 머리가 아팠는데 아직 사안이 하나 남았다는 사실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나, 이 독대의 서두부터 내가 분명 유비에게 주청할 두 가지 사안이 있다고 아뢰었기에 유비는 이를 피할 수 없었다.
“상서령 어서 과인에게 고할 두 번째 사안이 무엇인지 말해보시오.”
“예, 대왕. 신이 두 번째로 대왕께 아뢰고자 하는 것은 바로 천하의 역적 조비에 의해 폐위되고 산양공으로 강등이 되어 유폐된 천자를 구출하자는 것이옵니다.”
유비는 잔뜩 피곤한 얼굴이었는데, 내가 ‘헌제의 구출’을 이야기하자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상서령, 지금 과인에게 천자를 구해 오자는 말을 한 것이오?”
나는 유비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대왕. 그러하옵니다. 작금 아국은 조위로부터 이곳 장안을 되찾아 신 도읍이 될 대경성을 건설하고 있사옵니다. 그리고 거의 황궁과 황성의 건립이 거의 끝나가고 있사옵니다. 하온데 황궁의 주인인 천자께서 계시지 않는다는 것은 커다란 모순일 것입니다. 산양에 유폐된 천자께서는 역적 조비의 압제에 강제로 제위를 조비에게 찬탈 당하셨습니다. 하나, 그분이 천자라는 사실은 조금도 변함이 없사옵니다. 대왕께서는 역적 조비를 토벌하고 천자를 다시 모셔 천하의 질서를 바로잡으시려고 분연히 대군을 일으키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대왕께서는 관중 땅을 회복하고 천자께서 머무실 곳을 만들고 계십니다. 하오니 어서 천자를 구하여 그분이 계실 곳에 모시는 것이 신하 된 도리일 것입니다.”
이러한 나의 말에 유비의 표정은 참으로 미묘하기만 하다.
사실 지난번 미축이 헌제가 붕어하였다는 잘못된 사실을 보고하였을 때, 만약 내가 말리자 않았다면 제갈량이 신하들을 동원하여 필시 유비를 제위에 올렸을 것이다.
유비는 겉으로는 반대를 하는 모양새를 취했으나 속으로는 제갈량을 필두로 한 신하들의 추대에 어쩔 수 없이 제위에 오르는 모습을 연출하려 한 것이 분명했다. 하나, 그리되었다면 지금처럼 조위를 연파하고 관중 땅을 포함한 넓은 영토를 회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여튼 내가 보기에 유비는 필시 황위에 오르는 것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하나, 그것은 정당성과 정통성이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으로, 나는 헌제를 구출하여 우선 장안으로 모셔 다시금 천자로 모신 후 다음 과정을 밟으려 하는 것이다.
이렇듯 나는 유비에게 ‘천자 구출 작전’을 건의한 것으로 유비는 나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한참을 생각을 하는 눈치였다. 그러며 그는 나를 잠시 빤히 바라보더니 알듯 모를 듯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상서령이 진언이 참으로 옳은 것이오. 과인 또한 천자의 신하로, 작금 천자께서 역적 조비에게 제위를 찬탈 당하고 유폐를 당하셨으니, 신하 된 입장에서 천자를 구하는 것이 당연한 본분일 것이오. 좋소! 과인은 천자를 구하여 이곳 신 도읍인 대경성으로 모시도록 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