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43
143. 나, 사활을 걸고 유비 설득 시작
사실 유비는 2군을 직접 맞이하며, 법정과 2군 제장들의 무관 함락 등의 활약을 칭찬하는 것 이외에 법정과 따로 자리를 가지려 하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법정이 계책으로 장패를 끌어내고 마초의 서량 기병으로 장패를 대파한 일과, 특히 법정의 책략대로 산월이 반란을 일으켜 오가 큰 위기에 처하며 손권이 저지른 만행(남중 반란 사주)을 제대로 보복한 일에 대해 크게 치하하려고 하였다.
그것은 유비에게 있어, 손권이 남만의 반란을 사주한 것에 대한 보복임과 동시에 의제 관우의 복수를 조금이나마 한 것이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먼저 독대를 청한 법정이 엉뚱하게 동오와 동맹 복원을 꺼내들었으니, 유비는 역정을 버럭 냈던 것이다.
“오와 동맹 복원이라니? 상서령 그게 무슨 소리요?”
* * *
나는 이미 여러 차례 대왕 유비를 설득하여 원 역사의 잘못된 물줄기를 이 역사에서 바꾼 바 있다.
첫째로 유비가 관우의 복수를 하기 위해 몰래 대군을 준비하여 오를 치려 한 것을 나는 사력을 다해 유비를 설득하여 제지(制止) 하여 원 역사의 이릉대전의 참화를 막았고, 유비가 준비한 병력과 물자는 아국이 조위를 치는데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둘째 조비가 헌제로부터 제위를 찬탈하였을 때의 일로, 미축으로부터 헌제가 붕어하였다는 잘못된 정보가 전해졌고, 이때 군사 제갈량은 한 황실의 어른인 유비가 제위에 올라 한을 계승해야 한다고 진언을 하였다.
나는 헌제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조비의 제위 찬탈에 대해 유비가 천하를 향해 꾸짖으며, 그것을 기회로 대군을 일으켜 천하의 역적 조비를 쳐야 한다고 유비에게 간언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의 유비가 마음을 바꾸어 조비를 역적으로 규정하고 대군을 일으켜 조위를 쳤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아국은 상용 일대와 양번, 그리고 옹양주를 얻게 되었고, 장안에 신 도읍인 대경성을 건설하며, 관중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나는 위기 때마다 유비를 설득하여 오히려 아국의 기회로 만들며, 아국이 조위와 맞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조위는 이전에 아국을 하찮게 보고 방심을 했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아국을 정말 만만치 않은 상대로 여기고 제대로 된 대응에 나서고 있으니, 예전보다 조위 군을 격파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게 되었다.
이번에 내가 무관을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사실 여러 가지 운이 따른 점도 있었으니, 앞으로도 이처럼 운이 좋으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위나라에서 가장 위협적인 인물인 사마의가 곧 농민 반란을 진압하고 거기에서 얻게 된 병력을 아국과의 국경 요충지에 투입하여 한층 더 수비를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원 역사에서 제갈량과 자웅을 겨루었던 사마의는, 제갈량과 정면 승부에서 도저히 이길 방법이 없는 것을 알고는 제갈량과 의도적으로 싸움을 피하였으니, 이로 인해 결국 제갈량이 오장원에서 사망을 하고 촉군이 물러가게 되며 결과적으로는 사마의의 전략적 승리였다.
이 역사에서도 사마의는 내가 이끄는 아군을 이긴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지난 2차 양번 공방전에서 사마의가 직접 내가 이끄는 아군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패배하며 직접 경험한 데다, 이번에는 내가 계책을 써 장패를 대파하고 산도, 남향, 무관까지 함락한 것을 사마의도 전해 들을 것이기에, 사마의는 기를 써서라도 조위의 ‘대 법정 대응법’을 ‘무조건 싸움을 피하라’라는 것으로 조비에게 간언하여 이를 관철시킬 것이 뻔하다. 그리고 실제 척후와 세작의 보고에 따르면 이미 그런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조위와의 전선이 고착화가 될 것이고, 그러한 때 동오와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만약 손권이 다시 조비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며 조위와 동오가 연합하여 아국을 공격하게 된다면 아국이 이를 막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몸이 하나밖에 없었기에 조위와 동오가 여러 방면으로 동시에 공격해 온다면 필시 어느 한 곳은 크게 뚫리게 될 것이고, 그곳을 통해 조와 오의 연합군이 아국의 신도읍인 장안을 노리게 된다면 아국은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될 터였다.
따라서 지금은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동오와 손을 잡고 최소한 동오가 아국의 뒤를 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 * *
나는 유비의 하문을 듣고 그 짧은 시간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지나갔고, 곧 어찌 유비에게 답을 할지 정하고는 유비의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유비가 화가 계속 묻어나는 목소리로 나에게 이리 말하는 것이 아닌가.
“상서령 왜 과인의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오?”
이에 나는 머리까지 조아리며 유비에게 아뢰었다.
“대왕, 신이 이미 대왕께서 진노하실 이야기를 꺼낸 데다 앞으로 드릴 말씀을 들으시면 대왕께서 더 크게 노하시며 신을 벌하실 수도 있기에, 신은 미리 죄인 된 심정으로 이리 머리를 조아리고 말씀을 올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내가 유비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릴 경우, 평소 같으면 유비는 손수 나를 일으키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금은 그에게 있어 듣기도 싫은 동오의 손권과 관련된 일이었으니 그는 나에게 어서 일어서란 말을 하지 않았다.
하여 나는 계속 그 자세로 유비에게 아국과 동오가 동맹을 맺는 일에 대해 고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유비에게 얼마 전 육손이 비밀리에 나를 찾아왔던 일과 육손이 양국 동맹의 필요성을 꺼낸 부분까지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내가 더 이야기를 이어나가려고 하자, 유비는 손을 들어 나를 제지하고는 꽤 오랫동안 생각을 한 다음 아직 분노가 채 가시지 않은 어투로 이리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딴은 육손이 상서령을 찾아와 강릉을 공격하지 말 것과 거기다 아국에 동맹을 맺자고 요청하였다는 것이 아니오?”
“예, 대왕 그러하옵니다.”
그러며 나는 아국이 동오와 어찌하여 동맹을 복원해야 하는지 그리고 동맹 체결에 있어 확실한 조약을 맺어야 함을 설명하려 하였다.
하지만 유비의 어조는 단호했다.
“상서령, 과거 과인은 손권과 인척 관계를 맺을 정도로 동맹을 강화하였소. 하나, 그것은 아국에 파국(破局)을 가져왔소. 바로 손권 놈이 운장을 무참히 살해하였고, 아국으로부터 형주의 나머지 땅을 빼앗아갔소. 거기다 이번에는 손권 놈이 아예 남만을 사주하여 아국에 반란을 일으키게 만든 것이오. 이렇듯 아국과 과인에 해코지만 하려는 자가 바로 손권이오. 어떻게 그런 자와 과인이 다시 손을 잡는다는 말이오? 절대 그럴 수 없소!”
이렇듯 유비가 여태껏 나의 설득에 맞춰주었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반박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전자가 역적인 조비를 격멸하고 천하의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대의가 있던 것이 컸던 반면, 후자인 작금의 상황은 유비에게 있어 철천지원수와 같은 손권과 동맹을 맺는 부분이기에 유비 나름의 반박 근거가 충분한 것이다.
하기야 그렇지 않아도 손권에 대한 반감이(아니 복수심이) 큰 유비였는데, 이번에 손권이 허튼짓(남중 반란 사주)를 하는 바람에 유비가 간신히 억눌러 왔던 관우의 복수가 다시금 그의 가슴속에서 활활 불타오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때 내가 오와의 동맹을 꺼내들었으니, 유비가 화를 내는 것도 일견 타당한 부분이 있는 것일 터.
하나, 천하통일이라는 대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싫어도 작금은 전략적으로 동오와 손을 잡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여 책사인 나는 반드시 사활을 걸고 유비를 설득을 해야 한다.
‘그래, 여태껏 유비를 설득하여 국면(局面)을 전환하였어. 그리고 그것은 대성공으로 이어졌으나 이제 겨우 조위에 맞서 싸울 토대를 만든 것뿐이야. 여태껏 어떻게 공들여 쌓은 탑인데 여기서 무너뜨릴 수는 없지. 이번에도 나는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대왕을 설득해야 해.’
그렇게 다짐한 나는 정언 명제 하나를 다시금 꺼내들었다.
“대왕,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군자의 복수는 10년 걸려도 늦지 않습니다.”
내가 이 말을 하자 유비는 듣기 싫다는 표정이 되었다.
“상서령 또 그 말이오? 일전에도 그 말을 하며 과인을 설득하였지. 하나, 이번에는 과인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구려.”
그렇군. 듣기 좋은 소리도 두 번이면 질리는데, 아무리 좋은 명언이라도 듣기 싫은 이야기의 근거로 사용되는 것이니 유비는 듣고 싶지 않겠지.
그렇다며 정면돌파를 하는 수밖에…
“대왕, 손권이 자꾸 아국을 자극하여 대왕의 심기를 거스르고 있사오나, 작금 이를 앙갚음하는 것은 시기상으로나 삼국의 상황상으로나 좋지 않다고 사료되옵니다. 대왕 우선 싫어도 오와 동맹을 맺고 삼국 중 가장 강력한 조위부터 멸망시키는 것이 먼저일 것이옵니다. 그러한 다음 오를 멸하고 손권을 사로잡아 관공에 대한 복수를 하는 것이 맞을 것이옵니다!”
나의 말에 유비가 고개를 저었다.
“상서령, 작금 조위는 상서령이 군을 이끌고 공격하면 그때마다 족족 대패를 하며 아국에 영토를 빼앗기고 있소. 그리하여 이미 상용과 양번, 그리고 옹양주를 얻었소. 거기다 이번에 상서령이 장패를 계책으로 크게 무찔렀고, 산도와 남향을 점령한데다 결국은 이곳 장안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 무관까지 함락을 하지 않았소. 이렇듯 아국에 상서령이 있는데 어찌 조위를 겁낸다는 말이오?”
그렇군.
나의 활약으로 아국이 조위를 계속 격파하며 영토를 크게 넓힌 일이 오히려 유비가 조위를 쉽게 보게 만들었어.
하나, 내가 이미 말하였지만 앞으로 조위를 상대하는 것은 예전처럼 쉽지가 않을 것이야.
그리하여 나는 이 부분을 유비에게 고하였다.
“대왕, 비록 작금 아국이 조위에 연전연승을 거두며 많은 땅을 회복하였다고는 하나, 가장 중요한 중원 땅은 여전히 조위가 점거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백성의 수는 적어도 수 배 차이가 나니, 아국이 여태껏 조위의 대군을 격파하였다 해도 조비가 병력을 충원하는 것은 어렵지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조위의 아국에 대한 대응은 철저히 수세로 돌아설 것이 분명하고 이미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국의 척후와 세작을 통해 대왕께서도 전해 들으신 부분일 것입니다. 즉, 이미 아국과의 경계에 있는 조위의 요충지에는 병력이 충원되어 아국의 공격에 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조위는 아국을 업신여기고 쉽게 상대하려다 당하였던 것으로, 이제 조위는 아국을 상대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고 거기다 공격보다 어찌 보면 유리한 방어를 택할 것이기에, 앞으로는 조위로부터 땅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나의 말에 유비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그 부분은 과인도 아는 것이나, 과인이 방금 말하지 않았소! 과인에게는 천하의 기재인 상서령이 있소. 상서령이 나서면 격파하지 못할 적이 없는데 어찌 조위가 방어에 나선다고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오?”
이러한 유비의 말을 들으며 나는 유비가 얼마나 나를 신뢰하고 있는지 새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라고 방어만 하며 절대 맞서 싸우려 하지 않는 상대를 꺾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가 않은 것이다.
“대왕, 대왕께서 신을 그리 높게 평가해 주시는 것은 황공할 따름이옵니다. 하나, 만약 조위가 무조건 막는 것을 택하고 아군과 절대 싸우려 들지 않는다면 신 또한 그것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