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45
145. 헌제 구출 작전 개시
협천자.
‘천자를 끼고 제후를 호령한다’라는 뜻이다.
이는 원소의 모사였던 저수와 전풍이 원소에게 했던 말로.
195년 헌제가 장안을 탈출해 동쪽으로 도망쳤을 때 모사 저수가 원소에게 간하기를, “장군의 집안은 사세삼공으로 수대에 걸쳐 천자를 보필하였습니다. 작금 폐하께서 도성을 버리고 피난하였으니 이때 장군은 천자를 호위하여 업으로 모셔와야 합니다. 그리되면 장군께서는 황실을 받든다는 명분이 있으니, 천자를 끼고 제후들을 호령(挾天子以令諸侯 협천자이령제후)하고, 병마를 길러 입조하지 않는 자들을 토벌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하지만 원소는 이를 채택하지 않으니, 조조가 협천자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원소에게 협천자를 할 기회가 또 있었으니, 그것은 198년 조조가 군을 이끌고 남하하여 유표, 장수 등과 대치를 한 상황에서였다.
이때 또 다른 원소의 책사인 전풍이 이리 직언하였으니, “지금이야말로 허도를 습격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그리하여 천자를 모셔올 수 있으니, 천자를 끼고 제후들을 호령하면 사해(천하)를 손쉽게 평정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원소가 이를 듣지 않으니, 조조의 입장에서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벗어난 셈이고, 원소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이렇듯 원소는 두 책사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반면, 조조는 협천자를 하여 천하의 명분을 오롯이 향유할 수 있던 것이다.
협천자를 하게 되면 가장 큰 이점이 바로 천자의 명의로 천하에 명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조조는 죽을 때까지 십분 활용하여 천하 제후들을 통제하였다.
그리고 조조가 황제를 모시고 있었기에 조조에 반기를 든다는 것은 곧 천자에 반한다는 뜻으로, 이는 곧 역적이 되는 것이니 함부로 조조에 적대할 수 없었다.
조조는 또한 황제의 명으로 자신에게 협조하는 제후들에게는 관직을 내렸으니, 이는 조조가 회유하거나 제후들끼리 다툼을 조장하는 방법으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전술한 바처럼 조조에 반대를 하는 자가 있다면 그 자를 천자의 명으로 역적으로 규정하고 대군을 일으켜 토벌할 수 있었으니, 조조에게 협천자는 천하를 통일해 나가는데 엄청난 기반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조조와 원소가 자웅을 겨루었던 관도대전에서 성패를 가른 것도 협천자 여부가 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 * *
이러한 협천자를 이 역사에서 내가 유비에게 다시금 진언한 것으로, 유비는 조조가 협천자를 하여 천하를 호령하며 천하 통일에 거의 근접하는 것을 목도하였기에, 이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었다.
“좋소! 과인은 천자를 구하여 이곳 신 도읍인 대경성으로 모시도록 하겠소!”
이에 나는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조아리며 유비에게 아뢰었다.
“대왕, 참으로 영명하신 판단이시옵니다. 하옵고, 신이 천자를 구하는 일에 대해 미리 조치를 취하였사옵니다. 하여, 그 일이 성공을 한다면 얼마 있지 않아 천자를 이곳 대경성으로 모셔올 수 있게 될 것이옵니다.”
나의 말에 유비의 눈이 커지며 나에게 말했다.
“아…! 상서령이 선조치를 취하였구려…”
“예, 대왕. 이 일은 화급(火急)을 다투는 일이라 신이 미리 조치를 취하였나이다. 대왕 부디 상량해 주시옵소서.”
나의 말에 유비는 순간 나를 바라보며 약간은 불쾌하면서도 불측하다는 표정이 지나갔다. 하나, 곧 미소까지 지으며 나의 조치를 칭찬하였다.
“천자를 모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니 상서령의 선조치는 아주 잘한 일이오.”
“망극하옵니다 대왕.”
이렇듯 나는 유비에게 양번에서 장안으로 오기 전에 이미 선조치를 취하였다고 보고를 하였고, 유비는 이에 약간은 괘씸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미소로 바꾸며 나의 선조치를 칭찬한 것이다.
그리고 사실 촉급(促急)을 다툰다고 내가 말한 부분도 틀리지 않은 것으로, 그것은 이미 내가 포로로 잡은 서황 등의 식솔들을 미축의 세작을 통해 몰래 아국으로 빼돌렸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조위에서는 아국이(아니 내가) 헌제를 구출하려 들지 모른다 여길 것이기에 헌제에 대한 감시와 경비를 더욱 강화해 두었을 것이다.
또한 유비가 헌제에게서 제위를 찬탈한 조비를 천하의 역적으로 규정하고 대군을 일으켜 조위를 친 일로, 조비는 몹시 화가 나 있을 것일 것이고 이는 또한 조비에게 헌제가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니, 언제든 조비가 헌제를 시해하려 들지 모르는 일이다.
원 역사에서도 후대에 선양을 받으면 얼마 있지 않아 폐위된 황제를 시살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일 것이다.
하여, 나는 조비가 헌제에게 위해를 가하기 전에 빨리 헌제를 구출하고자 했던 것이니, 이 일이 화급을 다툰다는 것이 아예 틀린 것도 아니리라.
* * *
나는 그렇게 유비를 독대하고 두 가지 사안을 진언하여 그 둘 모두에 대해 유비의 가납을 받아냈다.
그리하여 나는 가벼워진 마음으로 유비에게 인사를 올리고 그 자리를 나올 수 있었다.
한데 그러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제갈량이었다.
제갈량은 내가 유비를 만나고 나오는 것을 한참을 기다린 모양이었다.
“상서령, 대왕을 알현한 일을 잘 마친 모양이오.”
나의 표정을 살핀 제갈량이 그리 말하는 것이다.
“예, 군사. 역시 대왕께서는 신하의 무례할 수도 있는 진언을 기탄 없이 들어주시고 가납을 해주시니 저는 대왕의 그러한 넓은 도량에 그저 탄복할 따름입니다.”
이에 제갈량이 나에게 이리 청하는 것이다.
“상서령, 잠시 나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소?”
나는 제갈량이 내가 유비에게 무슨 주청을 올렸는지 물어보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차피 유비의 윤허가 내려졌으니 곧 제갈량도 알게 될 것이나, 그의 궁금증을 내가 먼저 풀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기에, 나는 제갈량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예, 군사 그리하시지요.”
이에 제갈량은 자신의 임시 처소인 막사로 나를 안내하였다.
그리고 거기서 제갈량은 주위를 물리고 나에게 유비를 독대한 연유를 물었다.
하여 나는 유비에게 진언한 내용을 빠짐없이 제갈량에게 이야기하였으니, 바로 내가 유비에게 주청한 두 가지 사안인 것이다.
여기서 제갈량은 첫째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때는 이미 그럴 것을 알고 있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에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제갈량을 향해 공수를 취하였다.
“군사께서는 제가 대왕께 아국과 동오의 동맹을 복원하는 것을 주청 올릴 것을 이미 알고 계셨군요.”
이러한 나의 말에 제갈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이다. 그리고 나 또한 아국과 동오의 동맹이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 이렇게 상서령이 나서 대왕을 설득해 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오.”
역시 그랬군.
하기야 원 역사에서도 제갈량은 유비 사후 곧바로 손오와의 동맹을 추진하였으니 이는 제갈량의 북벌에서의 기본 방침인 ‘*동쪽의 우환을 없애는 일’의 일환인 것이다.
[* 제갈량이 삼국 중 가장 강한 조위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오가 촉의 뒤를 치는 일은 없어야 하기에 오와의 화해는 필수였던 것이다.]나는 제갈량의 말에 두 손을 모으며 이리 답하였다.
“군사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그러며 나는 제갈량에게도 육손과 잠정 합의를 한 동맹의 조약에 대해 말하였고, 제갈량은 이를 듣고는 ‘반드시 필요한 약조’들이라 평하였다.
그리고 나는 오나라에 보낼 사신으로 등지를 유비에게 천거하였다고 하자, 제갈량이 나에게 이리 말하는 것이다.
“나 또한 백묘(伯苗, 등지의 자)가 담대한 면이 있어 사신의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서령 또한 같은 생각이었구려.”
이어서 나는 제갈량에게 두 번째 사안을 이야기하였는데, 이 부분을 들으며 제갈량의 표정은 미묘하게 변화하는 것이었다.
* * *
제갈량은 원 역사에서나 이 역사에서나 헌제가 붕어하였다는 소식(잘못된 정보였으나)을 접하자 곧 유비를 제위에 올리기 위한 준비에 착수하였다.
하나, 이 역사에서 내가 이를 저지하며 유비를 설득하여 조비의 토벌을 시작하게 하였다.
그래서일까.
내가 산양에 유폐당한 헌제를 구출한다고 하자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제갈량의 얼굴에 언뜻 좋지 못한 표정이 지나갔다.
하지만 제갈량도 협천자의 장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곧 이 또한 잘한 주청이라 칭찬을 하였다.
[* 제갈량이 일찍이 조조에 대해 평하기를, “조조가 천자를 끼고 제후를 호령하고 있어, 조조와 겉으로 드러내놓고 다툴 수 없다’라고 하였고, 이는 제갈량 또한 협천자의 장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천하에 천자의 신하 아닌 자가 없으니 천자께서 환란을 당하시면 마땅히 신하 된 입장에서 천자를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오. 작금 역적 조비가 감히 천자에게서 강제로 제위를 찬탈하고 천자를 유폐하였으니, 응당 천자를 구하여 모시는 것이 합당한 처사일 것이오. 이제 대왕께서 관중을 회복하시고 신 도성으로 대경성을 건설하고 계시니, 이곳은 아국의 수도일 뿐만 아니라 천자가 계시는 천하의 도읍이 되어야 할 것이오. 하니, 상서령이 참으로 옳은 일을 행하려 하는 것이오.”
“예, 군사 실로 그러합니다. 그리고 이미 제가 이곳 장안으로 오기 전에 선조치를 취해두었고, 대왕께 후보고하여 윤허를 받았습니다.”
제갈량은 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상서령처럼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이라면 응당 그리할 줄 알았소.”
이렇게 나는 제갈량에게 유비에게 주청하여 윤가(允可)를 받은 두 가지 사안을 이야기했던 것이다.
* * *
한편 법정의 ‘헌제 구출 작전’은 이미 미축의 장사꾼(세작)에 의해 착착 진행이 되고 있었으니.
미축의 세작들은 헌제가 유폐된 산양에 진입하여 상황을 살폈는데, 확실히 법정이 예상한 대로 이전보다 병력이 보강되어 더 삼엄한 경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헌제에게 접근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는데, 헌제의 마지막 황후인 *조 황후가 조비의 여동생이었기에 조 황후의 출입까지는 막지 않았기에, 이를 살핀 촉의 세작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저들끼리 작은 목소리로 이리 말하는 것이 아닌가.
[* 헌목황후 조절(曹節), 조조의 딸로 헌제가 산양공으로 강등된 후에는 산양공부인으로 불렸다.]“역시 상서령의 말씀처럼 조 황후의 출입이 자유롭군. 그렇다면 상서령의 지시대로 조 황후를 이용하여 천자를 구출하는 것이 가능하겠어.”
“그렇다면 조 황후가 나왔을 때 상서령이 전하라는 것을 전하면 되겠군.”
그날도 산양공 부인은 시녀들과 함께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 삼엄한 경비가 지키고 있는 자택을 나왔다.
그리하여 시장에 도착해 한창 장을 보던 산양공 부인에게 누군가 몰래 비단 주머니를 건네는 것이 아닌가.
이러면 보통 사람은 놀랄 터이지만 산양공 부인 조절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비단 주머니를 건네받아 곧장 품 속에 넣었다.
그러고서 조절은 남은 장을 마저 본 다음 자택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돌아온 조절은 주위를 물리고 한참 주위를 둘러본 다음 품 안에 비단 주머니를 꺼내어 묶인 끈을 풀었다.
그러자 주머니 안에는 작은 쪽지가 들어 있었고, 조절은 그 쪽지를 꺼내 읽고는 그제야 놀라더니 곧 서글픈 표정이 되었던 것이니.
과연 쪽지에 무어라 적혀 있기에 조절은 슬픈 표정이 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