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46
146. 헌제 구출
조절.
앞서 살펴보았지만 조절은 조조의 딸로 조비의 여동생이다.
그리고 원 역사에서 조절은 후한의 마지막 황후다.
원 역사에서 220년 조비가 제위를 찬탈한 후 조절에게 사자를 보내 옥새를 달라고 하였으나, 조절은 그때마다 화를 내며 옥새를 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끝내 막지 못함을 알고서 조절은 옥새를 집어던지고 목 놓아 울며 “하늘이 절대로 너희를 돕지 않을 것이다!”라고 외쳤다 한다.
이에 주위 사람들은 숙연해지며 아무도 고개를 들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조절의 예언대로 원 역사에서 조비는 얼마 못가 40세의 나이로 요절을 하였고, 조 씨의 조위 정권 또한 사마 씨에 의해 찬탈 당한다.
여하튼 조절은 조 씨 일가 중 한 명이었으나, 한 황실의 멸망을 막기 위해 끝까지 저항한 사람이었다.
* * *
조절은 시장에서 웬 낯선 자가 건넨 비단 주머니를 몰래 품에 감추고 돌아와 주위를 물리고 비단 주머니를 풀어 그 안에 든 쪽지를 펼쳐보았고, 쪽지의 내용을 본 조절은 서글픈 표정이 된 것이다.
그리고 비단 주머니에 계책을 담아 전하는 방식은 예의 누군가 자주 애용하는 방식일 터였으니, 바로 법정이 세작을 통해 산양공 부인 조절에게 비단 주머니를 전한 것이다.
비단 주머니 안에는 들어 있는 쪽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황후 전하, 한중왕이 폐하를 모시고자 하오니 황후 전하가 폐하께서 산양을 탈출하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그랬다.
법정은 조절의 한에 대한, 헌제에 대한 충심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었으니, 바로 조절의 도움을 받아 헌제를 구출하려 하는 것이다.
이러한 쪽지를 본 조절은 슬픈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으니, 그것은 헌제를 탈출 시킨다는 것은 헌제와의 영원한 이별을 뜻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작금 가택의 경비가 더욱 삼엄해지며, 헌제는 사실상 가택 연금이 된 상태로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조비의 성정을 잘 아는 조절은 자칫 조비가 딴마음을 품고 헌제를 쥐도 새도 모르게 살해할 수도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조절도 나름 헌제를 빼돌릴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경비가 너무 철통같다 보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는데, 이렇게 한중왕(유비)가 사람을 보내 헌제를 구출한다고 하자, 한편으로는 기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헌제와의 이별 때문에 한없이 슬플 수밖에 없던 것이다.
하나, 헌제를 구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컸기에 조절은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으니, 조절은 쪽지를 다시 비단 주머니에 넣어 품 속에 감추고 헌제가 있는 집안으로 들었다.
그러며 곧장 조절은 주위부터 모두 물렸다.
헌제는 조절이 모두를 물러가게 하자 무슨 일인지 싶어 놀란 눈이 되어 잔뜩 긴장을 하였다.
조절은 주위를 한 번 더 살피며 아무도 없음을 재차 확인하고는 헌제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이리 말하는 것이다.
“폐하, 한중왕이 폐하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나이다.”
헌제는 조절의 말에 더욱더 놀라며 하마터면 큰 목소리를 낼 뻔했다.
“뭐! 아.. 뭐요? 한중왕이 짐을 구하려 한다는 말이오?”
“예, 폐하. 여기 한중왕이 보낸 사람이 건넨 비단 주머니에 담긴 쪽지를 보십시오.”
그러며 조절은 품에서 비단 주머니를 꺼내 그 안에 든 쪽지를 꺼내 헌제에게 건넸다.
헌제는 조절에게서 쪽지를 받고는 자신도 모르게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조심스럽게 쪽지를 펼쳐보았다.
그리고 헌제는 거기에 쓰여 있는 내용을 보고는 조절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황후, 이것은 짐에게 보낸 것이 아니라 한중왕이 황후에게 보내는 쪽지가 아니오?”
“예, 폐하 그러하옵니다. 신첩만이 이 집에서 자유로이 왕래를 할 수 있기에, 한중왕은 신첩을 통해 폐하를 구하고자 하는 것이옵니다.”
조절의 대답을 들은 헌제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힘들다는 뜻일 터.
“이렇게 삼엄한 경비 속에서 아녀자인 황후가 어찌 과인을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는 말이오?”
그러자 조절이 작지만 강단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 신첩이 한중왕이 보낸 세작들과 힘을 합쳐 어떡해서든 폐하를 이곳에서 탈출하실 수 있도록 하겠나이다. 그러니 신첩을 한 번 믿어주시옵소서.”
헌제는 비록 조조의 딸이기는 하나, 조절의 충심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가 이리 자신을 갖고 말하자 믿을 수밖에 없으리라.
“알겠소. 황후 그리하도록 하오.”
사실 헌제는 서황 등의 식솔 등이 위나라를 탈출한 후에, 자택에 대한 경비가 더 엄중해지며 병사들이 언제 집 밖으로 향하던 창검을 안쪽으로 돌려 자신을 시해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러한 때 한중왕 유비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절로 안심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생각을 하던 헌제가 황후의 손을 덥석 잡고 이리 말하는 것이 아닌가.
“황후, 이번에 짐이 이곳을 탈출할 때 황후도 같이 가는 것이오! 그렇지 않소?”
그랬다.
헌제는 크게 의지하고 있는 조절도 함께 탈출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가 보채는 것처럼 자신의 손을 잡고 묻는 헌제를, 조절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요 폐하. 신첩이 폐하를 끝까지 모셔야지요.”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조절의 눈에 서글픈 기운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 * *
조절은 다음 날도 장을 본다는 핑계로 시장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조절은 일부러 사람들이 북적이는 가판의 앞으로 향해 마치 물건을 고르는 것처럼 움직였다.
그러자 이번에도 행인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낯선 이가 조절의 옆을 스치듯 지나가며 역시 작은 비단 주머니를 건넸고, 조절도 그 틈에 일전에 받은 비단 주머니를 그 낯선 자에게 돌려주었다.
장을 보고 돌아온 조절은 이번에도 몰래 비단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보았는데 그것은 헌제의 탈출을 돕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으니, 조절이 결심이 서면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한데 이미 조절이 돌려보낸 비단 주머니에는 헌제의 탈출을 돕겠다 적은 쪽지를 넣어 두었으니 답이 된 셈이었다.
그리고 조절이 두 번째로 받은 비단 주머니에는 또 다른 쪽지가 들어 있었는데 거기에는 이미 조절이 승낙을 할 것을 알고, 조절이 어찌 움직여야 하는지 소상히 적힌 내용의 쪽지가 들어 있었다.
이를 본 조절은 이번 작전을 뒤에서 지휘하는 자가 보통내기가 아님을 깨달았다.
‘이미 내가 폐하의 탈출을 도울 줄 알고 어찌 움직여야 하는지 따로 쪽지를 넣어둔 것을 보니, 나에 대해 상세히 파악을 한 것이 분명해. 그렇다면 이번 폐하의 탈출을 통솔하는 자가 보통이 아니라는 말일 것이야.’
역시 조절은 조조의 딸답게 상대의 능력을 꿰뚫어 보는 눈이 있는 것으로, 이번 작전을 기획하고 도솔(導率) 하는 이가 누구인지 조절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 자가 범인이 아님을 간파한 것이리라.
그리고 그 자는 바로 법정이었으니, 곧 조절은 법정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법정은 세작에게 명해 산양의 시장 상점 중 한곳을 매입하여 운영을 하게 하고 조절이 장을 보기 위해 나올 때를 기다렸다가, 마침내 조절과 접촉하여 ‘헌제 구출작전’에 돌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비단 주머니에 담겨 있던 법정의 계획은 아래와 같으니.
조절이 법정의 가짜 상점에 들러 물건을 사고 그것을 가택까지 가져갈 때, 상점의 점원으로 분한 세작들이 함께 움직이는데, 여러 명이 함께 옮겨야 하는 커다란 장식품을 실은 수레가 들어가게 된다.
이 수레는 특수 제작한 것으로 아래에 숨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이곳에 헌제가 숨어 수레를 타고 밖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조절은 법정의 계획대로 움직여 세작의 상점에서 그 큰 장식품을 포장한 다음 수레에 실어 점원으로 위장한 세작들과 함께 가택으로 돌아왔다.
헌제를 연금하고 있는 가택을 지키고 있던 조위의 병사들은 조절이 커다란 무언가를 수레에 싣고 오는 것을 보고는 멈춰 세우고, 조절에게 그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산양공 부인, 수레에 실린 것은 무엇입니까?”
여기서 보통 화를 내며 병사를 꾸짖는 모습이 연상될 터이지만, 조절은 달랐다.
조절은 환하게 미소까지 짓더니 수레를 끌고 온 점원에게 명해 포장을 벗겨 그것이 무엇인지 병사들에게 보이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산양공께서 장수하시기를 기원하며 내가 특별히 주문한 거북 장식일세.”
그랬다.
수레에 실린 커다란 장식품이란 바로 큰 나무로 만든 실제 거북이보다 더 큰 거북이 장식품이었다.
이 거북 장식은 아름드리나무 하나를 통째로 조각하여 만든 것인데, 어찌나 정교하게 만들어졌는지 당장이라도 그것이 느린 걸음으로 걸어 나갈 것 같았다.
가택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은 장식을 보며 그 크기와 정교함에 감탄을 하였다.
“정말 잘 만들어진 장식품이로군요.”
그러며 감시병들은 수레를 안으로 들이도록 하였고, 조절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무사히 수레를 끌고 안으로 들어온 조절은 곧 탈출할 준비를 하고 있는 헌제를 찾았다.
“폐하, 신첩이 돌아왔습니다.”
허름한 복장으로 변장을 하고 있던 헌제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나와 조절을 반겼다.
“황후, 고생이 많았소.”
이에 조절이 말했다.
“폐하. 어서 서두르셔야 합니다.”
그러며 조절은 수레에서 거북 장식을 내리게 했고, 세작들은 수레 안쪽의 한곳을 밀어 숨겨진 공간이 드러나게 하였다.
이어서 헌제를 그 공간으로 들어가게 하려는데, 헌제가 조절을 바라보며 이리 말하는 것이다.
“황후! 무얼 하는 것이오? 어서 황후도 이리 숨어야지!”
이러한 헌제의 말에 조절을 고개를 저었다. 헌제와 같이 가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자 헌제가 다급하면서도 약간은 화가 난 목소리로 조절에게 말했다.
“황후! 분명 짐과 함께 떠나겠다고 약속을 하지 않았소? 한데 왜 이러는 것이오?”
이에 조절이 헌제의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폐하. 신첩은 역적 조비의 동생이옵니다. 어찌 폐하를 따라갈 수 있다는 말씀이옵니까.”
조절의 말에 그제야 조절의 뜻이 무엇인지 알아차린 헌제는 차마 말을 다 잇지 못했다.
“하지만 황후…”
그런 헌제에게 조절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폐하, 폐하께서 떠나시고 저들이 폐하를 쫓지 못하게 한동안이라도 방해를 하려면 신첩이 있어야 하옵니다.”
조절이 이리 헌제가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을 번다고 하자, 헌제는 조절의 안전을 염려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짐이 떠난 것을 알고서 황후를 가만히 놔두려 하지 않을 것인데…”
“폐하, 그것은 염려하지 마십시오. 오라비가 동생인 저를 어찌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며 조절은 헌제에게 어서 떠나야 한다고 등을 떠밀었다.
“폐하, 어서… 어서 떠나셔야 합니다. 자칫하다가는 저들에게 들키게 되면 폐하의 안위가 위험해지옵니다. 하오니 어서 떠나십시오!”
조절의 말에 헌제의 표정은 한없이 무거워졌으나 결국은 그리할 수밖에 없었고, 헌제는 수레의 빈 공간에 홀로 들어갔다.
그렇게 헌제가 숨은 수레를 촉의 세작들이 끌고 나오며, 헌제는 그동안 연금되어 있던 가택을 빠져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조절은 떠나가는 수레를 멀리서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