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51
151. 헌제, 유비에 양위 선언!
“짐은 한중왕을 승상으로 임명하고자 하오!”
헌제가 이리 유비를 승상으로 임명한다고 하자 조정 대신들은 술렁거렸으나, 헌제는 이에 동요하지 않고 곧장 유비를 앞으로 나오게 하여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한중왕은 앞으로 나오라.”
유비가 앞으로 나오자 헌제가 명을 내렸다.
“짐은 한중왕을 승상으로 임명하니, 한중왕은 짐을 보좌하고 조정 대신의 수장이 되어 국정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
이에 유비가 헌제의 명을 받들었다.
“신 유비, 폐하의 지엄한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이렇게 헌제는 유비를 장안 조정의 승상으로 임명하여 조정을 통활하게 하였다.
헌제가 유비를 승상으로 임명하자 신료들 간에는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였는데, 특히 헌제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 중에는 헌제가 조정의 일에 손을 떼고 유비가 대신 조정을 맡기를 바라는 것 같다는 원론적인 해석이 있는가 하면.
조조가 끝까지 조정에서 승상의 직을 갖고 있었으나, 헌제에게 선양을 받아 제위에 오르는 일은 없었기에, 조조처럼 유비 또한 조정의 최고직에 만족하고 제위는 생각지 말라는 헌제의 경고로 여기는 이들도 있었다.
이렇게 헌제가 유비를 승상으로 임명한 것으로 인해 조정이 소란스러워졌으며, 당사자인 유비 또한 헌제의 진의가 무엇인지 몰랐다.
그리하여 유비는 곧 한중왕부로 두 중신, 제갈량과 법정을 불러 헌제가 유비를 승상으로 임명한 본뜻이 무엇인지 논의를 하였다.
유비가 헌제가 의도가 무엇인지 양 대신의 생각을 하문하자, 제갈량이 먼저 두 손을 모으며 아뢰었다.
“대왕, 신의 생각에 폐하께서 다른 의도가 있으신 것이 아니라 대왕께서 오롯이 국정을 운영해 주기를 바라며 대왕을 승상에 임명하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제갈량의 의견의 후단은 나의 생각과 대체로 비슷하였으나, 나는 헌제가 그리한 이유에 대해 나름의 해석을 하였으니, 그것은 조금 뒤에 후술할 것이다.
여하튼 제갈량에 이어 이번에는 내가 유비에게 말씀을 올렸다.
“대왕, 신이 지난번 폐하의 부르심을 받고 폐하의 말씀을 들었을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사옵니다.”
“상서령 그것이 무엇이오?”
“예, 대왕. 폐하께서 신에게 말씀하신 요체를 보면, 폐하께서는 그동안 동탁과 조조의 꼭두각시가 되어 이용당한 것에 크게 분노하시고 또 무기력했던 것에 대해 자책을 하고 계셨고, 또한 정치에 대한 환멸을 느끼시는 것이 신의 눈에 보였습니다. 그리하여 대왕께 정치를 맡기시려는 것 같사옵니다.”
내가 이리 유비에게 아뢰었으나, 내가 진짜 생각하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즉, 작금 이곳 장안의 조정은 성도의 조정이 그대로 옮겨진 것으로 헌제의 편이 될 신하가 하나도 없었다.
나부터 유비의 신하이니 헌제가 하고자 하는 정치가 있다고 한들 어찌 펼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는 지난번 헌제가 나에게 했던 말에서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아마 헌제는 산양에 유폐되어 조비의 억압과 감시를 받는 것에서 탈출을 하였을 때는 해방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나, 이곳 장안으로 오게 되어 다시 옥좌에 오르니 자신은 여전히 홀로이고 신료들은 모두 유비의 신하기에, 사실상 조조에 의해 꼭두각시가 되었던 허도의 조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헌제는 느꼈을 것이다.
그리하여 타의에 의해 허수아비가 되느니 차라리 자신의 의지로 유비를 조정 대신의 수장으로 삼아 국정을 맡기는 편을 택한 것이리라.
그리고 이러한 나와 제갈량의 의견을 들은 유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느 정도 안심을 하는 모습이었다.
* * *
헌제가 주재한 첫 조정 회의에서 헌제가 가납한 안건들이 속속 진행이 되었다.
우선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유파에 의해 천자의 명으로 된 조비 토벌 격문이 작성되어 천하 만방에 뿌려지게 되었다.
이는 지난번에도 말하였지만, 유비의 토벌문보다 더한 파괴력을 가질 것이 자명할 터였다.
그리고 이어서 북방 이민족 등에 대해 관직을 임명하였고, 곧 이를 전할 비밀 사자들이 변장을 하고 조위의 국경을 넘어 북방으로 향하였다.
이어서 오나라 사신으로 임명된 등지가 헌제의 책봉과 *동맹에 대해 조율하기 위해 오나라로 떠났다.
[* 오와 동맹에 대해 합의를 하는 것은 헌제를 모셔 오기 전에 이미 결정된 일로, 유비가 따로 헌제에게 아뢰어 승인을 받았는데 이는 사실상 헌제에 통고를 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또한 황후 간택령이 내려지며 절차가 진행되었는데 이는 요식적인 행위였고, 유비에 충성하는 조정 대신들의 여식이 황후 간택의 최종 후보에 들게 될 것이다.
하나, 요식적인 절차는 원칙대로 진행이 되었으니 이것은 명분과 정통성을 중시하는 유비와 제갈량의 의지가 많이 반영이 된 부분이었다.
그리하여 나라 전역에 우선 금혼령이 내려지고 이후의 절차에 따라 여러 차례에 걸친 간택 과정이 진행되어, 최종 간택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었다.
그러한 가운데 조정은 계속하여 열리게 되며 승상이 된 유비의 주도 아래 회의가 진행되며 국정이 운영되니, 유비가 신료들과 논의한 안건을 헌제에게 아뢰면 헌제는 이를 추인하기만 하였다.
그리고 이때는 건안 26년 즉, 221년으로 12월에 접어들고 있었다.
* * *
여기서 잠시 살펴볼 것이 있는데, 그것은 건안이라는 연호에서도 볼 수 있듯이, 촉에서는 조비의 찬탈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하여 헌제의 연호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헌제를 구출하여 장안으로 모셨기에 여전히 헌제가 천자인 것으로, 촉에서는 조비의 찬탈을 겁박으로 인한 일시적인 비정상의 상황으로 인식하였다.
이는 원 역사에서 역적 왕망의 신을 토멸(討滅) 하고 후한을 세운 광무제의 인식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일전에 서술하였듯이 후한에서는 한 왕조가 중단됨이 없이 계속 이어진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한편 장안에 건설하고 있는 대경성은 이미 다 지어진 황궁과 황성 이외에 백성들의 주거 공간과 시장 등까지 모두 완공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전보다 더 전국 각지 그리고 서역 등의 타 지역의 사람들과 물품이 대경성으로 모여드니 얼마 있지 않아 천하제일 도시의 면모를 갖추어가게 되었다.
나는 이곳 장안의 대경성에서 모처럼 상서대의 수장인 상서령으로써의 업무를 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대전 쪽에서 급히 나오는 내관을 보게 되었다.
나는 내관의 모습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내관을 불러 대전에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내관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께서 황후 간택 과정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알아보라 명하셨습니다.”
나는 간택 과정 알고 있었는데 그것은 이제 최종 간택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리되면 최종 간택이 된 여인들 중 한 명이 낙점되어 곧 황후로 책봉될 터였다.
이렇듯 나는 간택 과정이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에, 내관에게 이를 알려주어 그의 수고를 덜어주었다.
내관은 나의 귀띔에 감사를 표하고 곧 헌제에게 이를 알리니 헌제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제 곧 최종 간택이 이루어진다는 말이더냐?”
“예, 폐하 그러하옵니다.”
헌제는 주위를 물리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마침내 무언가를 결심했는지 결연한 표정이 되었던 것이다.
* * *
그리고 다음날 헌제는 대소신료들을 모두 불러 어전회의가 열었다.
헌제가 유비를 승상으로 임명한 후에 열렸던 조정 회의는 보통 유비가 헌제에게 아뢰 일정을 잡는 형식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이리 헌제가 직접 회의를 소집하자 신료들은 무슨 일인지 몰라 하였다.
유비 이하 나와 제갈량을 포함한 조정 대신이 이 자리에 참석해 있었고, 얼마 있지 않아 정전 밖에서 헌제가 거동했음을 알리는 내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제 폐하 납시오!”
곧 정전의 문이 열리며 헌제가 들어왔고, 그는 옥좌로 향하며 신료들을 일일이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러며 헌제의 눈과 나의 눈이 마주쳤는데 헌제는 마치 나에게 약속을 지키라는 뜻한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았다.
헌제는 계단을 올라 옥좌에 앉더니 숨을 크게 한번 고르고는 대신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짐은 오늘 중대한 결정을 할 것이오!”
중대한 결정이라니.
무슨 결정이길래.
헌제의 이 말에 조정 신료들이 술렁였고, 헌제는 옥좌에서 일어서더니 유비를 앞으로 나오게 하였다.
이에 유비는 무슨 일인지 몰라 앞으로 나와 헌제의 명을 받들 준비를 하자, 헌제가 이렇게 외치는 것이 아닌가!
“짐은 한중왕에게 양위를 하려고 하오!”
양위라니!
갑자기 헌제가 양위를 한다고 하자 유비는 즉각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죄를 청하였다.
“폐하, 신에게 양위라니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십니다! 신이 혹 죄를 지어 그러신 것이라면 신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유비가 이렇게 나오자 나머지 신료들도 일제히 무릎을 꿇고 헌제에게 이리 한 목소리로 아뢰었다.
“폐하, 승상에게 양위한다는 말씀을 거두어주십시오!”
그러자 헌제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짐이 유일하게 자의로 행할 수 있는 일인데 이를 반대하다니… 역시 끝까지 짐의 뜻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말인가…’
그러더니 헌제는 유비를 제외한 모든 이들을 정전 밖으로 내보냈다.
“짐이 황숙과 따로 할 말이 있으니 황숙만 남고 모두 물러가도록 하오.”
* * *
그렇게 정전에는 헌제와 유비만 남고 나머지 대소 신료들은 정전을 나와야 했다.
정전을 나오자 신료들의 의견이 또다시 분분하였다.
“폐하께서 갑자기 대왕께 양위를 하신다니 이 무슨 일인지 모르겠소.”
“혹시 폐하께서 승상의 의중을 떠보기 위해 저리 하시는 것이 아닐까요?”
“그것은 아닐 것이오. 폐하께서는 정말 대왕께 황위를 넘기시려는 것 같소이다.”
이러한 가운데 제갈량은 나를 따로 불러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서령은 폐하께서 정녕 대왕에게 양위를 하실 것 같소?”
제갈량의 물음에 나는 어째서인지 어제 내관이 헌제의 명으로 간택 과정을 알아본 일이 떠올랐고, 그러자 헌제의 의도를 어느 정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여, 나는 제갈량의 물음에 확신이 담긴 대답을 하였다.
“예, 군사. 제 생각에 대왕에게 황위를 넘겨 주시려는 것이 폐하의 진의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법정이 짐작하는 헌제의 의도가 정녕 맞는 것인지는 헌제와 유비의 독대에서 자세히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 황궁 정전.
헌제는 대신들을 모두 내보내고 유비만 남게 되자 유비를 곁으로 불러 대화를 시작하려 하였다.
그러자 유비는 계속 머리를 조아린 채로 죄를 청하였다.
이에 헌제는 옥좌에서 내려와 손수 유비를 일으켜 자리를 하게 하고는 헌제도 그의 옆에 앉았다.
“황숙, 짐이 황숙에게 양위를 한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오.”
“폐하, 신에게 양위라니 당치도 않는 말씀이옵니다. 말씀을 거두워주십시오!”
유비가 이리 청하자 헌제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황숙이 원하지 않더라도 신하들이 그리 만들 것이오. 특히 군사장군(제갈량)이 앞장서서 황숙을 황위에 올리려 하겠지. 아니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헌제가 그리 말하자 유비는 당혹한 표정이 되었다.
“폐하 그 무슨 말씀이옵니까?”
그러자 헌제가 유비에게 말했다.
“황숙, 짐이 황숙에게 양위를 할 터이니 대신 짐의 부탁을 들어주시오.”
“폐하…”
유비가 말을 잇지 못하자, 헌제가 계속하여 이르기를.
“황숙, 제위에 오르게 되면 자연히 그리될 터이지만 작금의 짐의 황후를 간택하는 일을 그만 멈추고 없던 일로 해주시오!”
그랬다.
헌제는 황후 간택이 못내 싫었던 것이다.
헌제가 이리 말하자 유비가 곤혹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폐하…”
이에 헌제가 단호한 어조로 말하였으니.
“짐에게 황후는 산양에 있는 조 황후 한 사람뿐이요. 그러니 황숙, 짐이 황위를 그대에게 넘겨줄 것이니 황후 간택을 이만 멈춰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