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55
155. 법정의 기동과 계책이 오에 불러온 파장
강릉의 주연이 보낸 급보에 손권은 겁이 덜컥 났으나 급보의 내용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바로 급보의 내용 때문이었으니, 주연의 장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양양 함대가 한수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였음.]육손도 손권에 허락을 구하여 장계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으니, 그것은 법정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일환으로 강릉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보이기 위해 함대를 이동시킨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실제는 법정이 산도 공격을 위해 함대를 기동한 것이 오나라(특히 육손)에게는 다른 뜻으로 비추어진 것이다.
이에 육손은 공수를 취하며 손권에게 아뢰었다.
“대왕 보십시오. 법정이 강릉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함대를 물렸습니다.”
육손의 말에 손권은 미덥지 않다는 반응이다.
“음… 그러한가…”
그러자 육손은 주저하지 않고 곧장 손권에게 법정을 만나 담판을 지었던 일을 고하기 시작하였다.
손권은 육손의 보고를 들으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기만 하였는데, 육손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반드시 촉과 동맹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하게 간하였다.
육손의 이러한 진언에 손권은 ‘과연 가능할까’라는 표정을 지으며 육손에 말했다.
“대도독, 대도독이 만난 이는 촉의 책사일 뿐이오. 그가 비록 대도독이 일전에도 말한 것처럼 유비를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유비의 신하라는 말이오. 유비가 정녕 아국과, 아니 과인과 다시 손을 잡으려고 할지 과인은 의심스럽구려.”
사실 이렇게 손권이 의심을 하는 한편에는 그의 자격지심이 있었다.
바로 손권이 유비의 의제인 관우를 잡아 참한 일로 분명 유비가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음을 손권도 알고 있는 것이다.
하여, 유비가 손권과 다시 관계를 회복하는 일은 사실상 힘들 수 있다는 것을 손권도 인지하고 있는 것이리라.
손권의 말에 육손이 공수를 취하였다.
“대왕, 작금 촉이 한껏 기세를 올리며 조위를 밀어붙일 수 있는 데에는 촉의 책사 법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이 생각하기에 천하에 조비를 토벌할 것을 천명하는 격문을 보낸 것 또한 법정의 생각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대군을 일으켜 조위를 치는 것 또한 법정이 유비를 설득한 결과일 것입니다. 이렇듯 촉에서 유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가 바로 법정입니다. 그리고 촉에서 유비를 유일하게 설득할 수 있는 이도 법정입니다. 그리고 제가 살펴본 바로 법정은 유비로부터 촉의 대군 중 절반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 같습니다. 때문에 강릉 침공의 건 또한 법정이 나아가고 멈춤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하여 신은 촉의 실세라 할 수 있는 법정을 만나 작금 경색된 양국의 대치 국면을 완화시키고, 더 나아가 동맹을 맺어 양국이 함께 강력한 조위에 맞설 것에 대해 잠정적인 합의를 도출해낸 것입니다.”
육손은 이렇게 꽤 긴 설명을 하며 손권을 설득하려 하였다.
하지만 손권은 고집이 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으로 자신의 생각을 쉽게 바꾸려 하지 않았다.
“과인은 대도독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겠소. 분명 그 법정이라는 자가 촉에서는 특출난 인물로 큰 공을 세우고, 유비까지 설득할 수 있는 실세가 맞을 것이오. 하지만, 법정은 결국 유비의 신하요. 최종 결정은 유비가 하는 것이니, 유비가 재가를 하지 않으면 법정도 어쩔 수 없는 것이란 말이오.”
‘소 귀에 경 읽기’가 아닐 수 없다.
육손은 손권이 예전에 합비를 공격하는 시점을 놓칠 때처럼 또 쓸데없는 고집을 부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왕께서 지난번 합비를 공격할 때도 고집을 피우시다 공격할 최적의 때를 놓치시더니 이번에도 또 그러시는구나…’
손권은 육손에게 이러한 말을 하며 물러가라 명하였다.
“그리고 법정이 진실로 강릉을 침범하지 않을 것인지는 과인이 보기에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소. 그래야 법정의 진의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오.”
* * *
이렇듯 손권은 육손의 간언에도 한(촉)과 동맹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을 결정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는 것이다.
답답해진 육손은 매일 대전을 찾아갔으나, 손권은 만나 주지를 않으니 육손은 환장할 노릇이다.
‘대왕께서 이번에도 이러시니 자칫 이러다가 기다리다 지친 법정이 역정을 내며 정말 강릉을 칠지도 모르는 일이야. 어서 대왕을 설득하여 동맹의 논의를 시작할 사자를 촉에 보내야 하는데… 이 일을 어쩌면 좋다는 말인가…’
손권의 이러한 이상한 고집은 이번에도 육손을 힘들게 하는 것이다.
그러한 때 건업에 급보가 전해지니, 그것은 육손을 대신하여 대군을 이끌고 산월을 진압하기 위해 나섰던 하제마저 산월의 반란군에 패하였다는 소식이었다.
“뭐… 뭣이? 안동장군(하제)마저 산월에 패하였다는 말인가?”
“예, 대왕. 여기 안동장군이 보낸 장계에 자세한 내용이 나와 있을 것입니다.”
손권은 전령이 전한 하제의 장계를 받아 즉시 펼쳐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제의 장계에는 산월의 약탈을 막기 위해 청야전술을 썼으나 어찌 된 일인지 산월은 군량 부족을 겪지 않았고, 기세 또한 더 사나워졌다는 것이다.
거기다 기습을 주로 하던 산월이 병력을 한데 모은 대군으로 요충지에 맹렬한 공격을 가해 왔고, 하제는 보즐과 이를 막기 위해 분전을 하였으나 패하여 요충지를 내주고 성으로 도망쳐 들어와 방어에만 급급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손권은 이러한 상황에서 어찌 대처해야 할지 몰라 그동안 알현을 거부하였던 육손을 즉시 불러들였는데, 손권이 생각을 해보니 이는 육손의 진언을 받아들인 결과가 오히려 패배로 돌아왔던 것이기에 손권은 육손에 잔뜩 화가 났다.
‘분명 대도독이 말한 방책대로 움직이면 산월을 꺾을 수 있다고 했는데 어찌하여 안동장군마저 패했다는 말인가? 이것은 대도독의 계책이 잘못되었기에 그리된 것이야!’
육손은 손권의 부름에 속히 대전으로 향하였고 입궁하는 도중에 하제마저 산월에게 패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어떻게 안동장군마저 패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아니 분명 내가 안동장군에게 산월의 반란군을 상대하는 방법에 대해 신신당부를 해가며 알려주었는데 어찌하여 패하였다는 말인가…’
손권은 육손이 안으로 들어 인사를 올리자 그의 앞에 하제의 장계를 던졌다.
“대도독! 이것이 어찌 된 일이란 말이오? 과인은 대도독의 진언대로 안동장군을 진압군의 총사로 삼아 2만이 넘는 대군을 주어 산월의 반란을 막게 하였소. 그런데 산월은 오히려 더 기세등등해져서 안동장군까지 패하고 말았소. 이것은 대도독의 책략이 잘못되어서 그런 것이 아니오?”
이렇듯 손권은 육손에 오히려 화를 내며 하제가 육손의 방법대로 하였는데 패하였다며 육손을 탓하는 것이다.
육손은 하제의 장계를 집어 들어 자세히 내용을 살피고는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며 육손은 산월이 군량 부족을 겪지 않은 데다 기동마저 마치 오나라의 진압군에 맞춘 것 같이 움직이는 것에 의구심이 들었고, 곧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다름이 아닌 법정이었다.
‘설마 법정이…’
그러한 의심이 든 육손은 손권에게 차마 법정이라고는 말하지 못하였으나, 필시 산월에 계책을 내는 책사가 있을 것이라 말하였다.
“대왕, 신이 생각하기에 아무래도 산월 내에 계책을 내는 책사가 있는 것 같사옵니다.”
그렇게 손권에 아뢰는 가운데 육손에게는 산월에 책략을 알려준 이가 법정일 수 있다는 의심이 더욱 짙어졌다. 그리고 육손은 손권의 잘못된 개입이 화를 부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파악한 법정은 분명 작은 은원도 확실히 갚는 사람이야. 그의 성정대로라면 아국이 촉에 행한 일(손권의 남중 반란 사주)를 이번에 제대로 앙갚음하려 할 터이지. 한데 법정이 그러한 일 뒤에서 꾸미는 것을 입증할 증좌가 없으니… 그리고 지난번 법정을 만났을 때 그에게 이를 따져 물었을 때도 모르쇠로 일관하지 않던가. 하기야 아국 또한 남만 반란의 일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 잡아뗐으니 피장파장 셈이지. 하… 대왕의 잘못된 개입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구나…’
손권은 육손의 답변을 듣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깟 산속에 숨어 사는 이족(異族)인 산월에 어디 책사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오? 이는 대도독과 안동장군 등이 대처를 잘못하여 산월에 패한 것이 아니오!”
육손은 손권의 책임 추궁에 반박을 하고 싶었으나, 변명처럼 들릴 것이기에 손권의 앞에 무릎을 꿇고 죄를 청할 수밖에 없었다.
“대왕 신이 무능하여 산월에 패하게 되었나이다. 신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손권은 육손이 이리 죄를 청하자, 고개를 저었다.
육손을 탓하기는 하였으나, 육손을 벌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대도독, 지금 과인이 대도독을 벌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지 않소! 산월 놈들이 연달아 아군을 패하게 만들었으니 놈들은 더욱 오만방자해서 날뛰게 될 것이오. 그리되면 다른 이족들인 무릉만 등도 부화뇌동하여 아국에 반기를 들지도 모르는 일이오. 그렇기에 지금은 산월의 반란을 잠재울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오. 하니 대도독, 어서 과인에게 산월을 진압할 방책을 말해보시오!”
* * *
지난번에도 언급하였지만, 법정은 원 역사에서 제갈각이 어찌 산월을 격파하였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몰래 포섭한 습진을 통해 산월에 군량을 보급하고, 또한 세작을 통해 오군을 상대할 계책을 산월의 우두머리에 알려주도록 하였으니, 육손의 ‘대 산월 방책’은 여지없이 법정의 대비책에 막히고 말았던 것이다.
이렇듯 오나라는 하제마저 산월에 패하며, 큰 위기에 봉착하고 말았다.
손권은 육손에 빚쟁이가 독촉하는 것처럼 방책을 내놓으라 요구를 하니, 육손은 속으로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육손은 자신이 생각하는 작금의 최선의 방안을 손권에게 아뢰었던 것으로, 그것은 지난번 육손이 손권에게 간하였던, 손권이 절대 받아들이지 못했던 유화책(宥和策)이었다.
“대왕, 작금 산월이 아군을 잇달아 패퇴시키며 기세가 오를 대로 올라있습니다. 거기다 저들의 병력은 십여 만에 달하니 이러한 때 저들과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
육손의 말에 손권이 인상을 찌푸렸다. 육손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차린 것이다.
“대도독 그 말은 지난번 대도독이 과인에게 진언했던 두 번째 안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오?”
“예, 대왕 그러하옵니다. 대왕,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는 피해 가야 하는 법이옵니다. 작금 산월이 소낙비처럼 기세가 강하나 그것은 한때이옵니다. 일단은 저들을 달래고 회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옵니다.”
손권의 육손의 방책이 싫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이를 채택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나, 자존심이 많이 상하는 일이니 손권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를 가납한 것이다.
“알겠소. 대도독의 말대로 일단은 산월을 달랜 후 놈들이 잠잠해지고 방심하게 될 때 산월을 진압하는 것이 좋겠소.”
이렇게 손권은 어쩔 수 없이 육손의 두 번째 안을 실행하였고, 사자를 보내 산월의 우두머리에 관직을 내리고 회유를 한 것으로, 과연 오나라의 의도대로 산월을 진압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어서 건업에 곧 또 다른 소식이 전해졌는데, 이것 또한 오나라에 파장을 불러왔으니 그것은 무엇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