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81
181. 낙양 공략 2
이렇게 조진으로부터 낙양의 위급한 상황을 전해 들은 장합은 침통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장합이 이제 할 일은 그가 진에서 모은 원병이 패한 일을 조진에게 알리는 것이었으니.
장합은 조진에게 자신의 패전에 대한 죄를 청하기 위해 무릎을 꿇었고, 이에 조진이 놀란 눈이 되어 즉시 장합에게 물었다.
“진서장군, 어째서 무릎을 꿇는 것이오?”
이러한 조진의 물음에 장합을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대답을 하였다.
“대장군, 소장이 어리석어 진에서 차출한 원병으로 완성을 구원하지 못한 것을 물론, 도리어 촉적의 기습에 당해 간신히 퇴각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소장의 죄가 너무나 큽니다. 그러니 대장군, 어서 소장을 벌하여 주십시오!”
이렇게 장합이 죄를 청하자 조진의 얼굴이 잔뜩 어두워졌다.
하지만 조진은 장합을 벌하지 않았다.
“내 진서장군을 벌하지 않을 것이오. 그 대신 곧 몰려올 촉적을 나와 함께 최선을 다해 막아봅시다!”
조진이 이렇게 관대하게 나오자, 장합은 감격하여 두 손을 모으며 다짐을 하듯이 조진을 향해 외쳤다.
“소장! 목숨을 바쳐서라도 대장군과 함께 낙양을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장합이 ‘목숨을 바친다’라고 말을 하자, 조진은 꺼림칙하였으나 장합의 결기가 마음에 들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장합을 손수 일으켰다.
이에 장합은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고는 곧 조인 등이 진으로 도망쳐온 것을 조진에게 알렸다.
“그리고 대장군, 완성을 촉적에게 빼앗긴 거기장군 등이 마침 소장이 퇴각한 진으로 패잔병을 이끌고 오게 되었습니다.”
조인의 이야기가 나오자 조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거기장군이 말이오?”
“예, 대장군.”
조진은 어째서 조인 등이 장합과 함께 낙양으로 회군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한데, 어찌 거기장군 등은 같이 낙양으로 오지 않았소?”
“그것이 거기장군 등은 낙양으로 이르는 남쪽 길의 진들을 촉적으로부터 지키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장합의 대답에 조진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하나, 조인이 진을 지키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었기에 이를 용인하기로 하였다.
“음… 낙양의 남쪽 통로는 워낙 평지나 마찬가지이니 이곳을 지키는 장수가 필요하기는 하지… 알겠소. 거기장군이 그곳의 진을 맡는다면 그리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오.”
이어서 장합은 조진을 향해 두 손을 모으며 법정군의 공세에 대비해야 한다고 진언하였고, 이에 조진은 장합과 함께 법정군에 맞서 싸울 준비에 나섰는데, 불과 얼마 있지 않아 법정의 2군이 낙양으로 들이친 것이다.
* * *
이미 기술했던 바대로 낙양은 산지로 둘러싸인 대신 만약 적이 산지를 넘어오게 되면, 주변이 온통 평지이기에 적이 포위망을 형성하게 되면 꼼짝없이 갇히게 되는 곳이다.
거기다 낙양 주위의 경지도 많지 않기 때문에, 미리 다른 곳에서 식량을 조달하여 비축해놓지 않는다면, 이로 인해 군량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워낙 낙양이 잘 알려진 곳이라 공격 측에서는 낙양의 어디를 공략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으므로, 수비 측이 막기가 여간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낙양을 효과적으로 방위(防衛) 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관문과 길목을 잘 방어해 놓아야 하는데, 작금의 상황은 낙양으로 통하는 관문 중 하나인 함곡관이 한의 1군인 제갈량 군의 *다음 공략 목표가 되며 위태로운 상태였고, 남쪽의 진을 지키는 병력 또한 한군의 기병에 당한 뒤라, 당장 법정의 2군이 남쪽 산맥을 넘어 공격해오지 않았더라도 조만간 위급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다.
[* 이 당시 제갈량군은 이제 막 홍농을 공격하려고 하던 참이었다.]법정은 급속 행군을 이어가며 드디어 낙양에 이르렀고, 낙양의 약점을 잘 아는 법정은 낙양에 대한 포위망을 갖추어 낙양의 조진군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고, 적의 원병이 오는 길목에 일단의 병력을 배치하여 요격을 준비하였다.
법정의 대군이 낙양으로 들이치자, 조진과 장합은 적의 공격에 맞설 준비를 하는 동시에 즉시 성루로 올라가 한군의 진영을 자세히 살폈는데, 수레 위에 올라 학익선을 흔들며 명을 내리고 있는 법정을 발견하고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역시 법정이 직접 대군을 이끌고 산맥을 넘어 이곳 낙양을 치는 것이었어!”
조진과 장합은 낙양을 공격해오는 한의 대군을 이끄는 장수가 법정일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적장이 법정인 것을 확인하자 크게 동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은 작금 조위의 이러한 위기 상황을 만든 자가 바로 저 촉의 책사 법정이기 때문이리라.
조위군과 싸워 한 번도 지지 않고 조위의 대군을 연달아 격파하고 있는 무시무시한 책사인 법정을 두려워하지 않는 조위의 장수는 사실상 전무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단 상대가 법정임을 확인하게 된 조진과 장합은 크게 긴장을 하면서도, 법정군의 군세를 자세히 살피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한참을 법정군의 진영을 살피던 조진은 법정군의 병력이 아무리 보아도 *3만 정도였기에, 이에 의아함을 느낀 조진은 옆에 있던 장합에게 말하였다.
[* 낙수의 산지에서 공성병기를 만들고 있는 법정군의 공병부대 등과 언제든 요격을 할 수 있게 따로 빼어놓은 마초, 장비, 강유의 기병을 제외하면 법정군의 군세는 3만 정도인 것이다.]“진서장군, 법정이 이끌고 온 촉적의 병력은 3만 정도로 보이는데, 이것은 아군의 5만 병마보다 적은 병력이 아니오? 병법에 통달한 법정이라면 적어도 아군보다는 곱절은 많은 대군을 이끌고 올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어찌 적은 병력으로 이곳 낙양을 치려 하는지 모르겠소.”
이러한 조진의 의문을 들은 장합은 잠시 법정군의 진영을 바라보며 생각을 하더니, 조진을 향해 공수를 취하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대장군, 소장이 직접 경험한 바로는 법정이 이끄는 병력은 실제의 수에 비해 그 힘이 적어도 배는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날 대장군도 법정과 직접 싸워보셔서 잘 아시리가 생각합니다. 그만큼 법정은 작금의 병력으로도 약 2만이나 더 많은 아군이 지키고 있는 이곳 낙양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판단을 한 모양입니다.”
장합이 이렇게 법정이 적은 병력을 이끌고 낙양을 치는 이유에 대해 말하자, 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서장군의 말에 일리가 있소. 그렇지.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하였을까. 분명 지난날 내가 직접 싸워본 법정이 이끄는 군대는 그 파괴력이 엄청나 원래 병력의 두 배 이상의 힘을 냈으니, 작금 법정의 군대가 3만 병마라면 실제는 6만 대군이라 쳐도 하등 이상하지 않은 것이지…”
그런데 그렇게 말하던 조진은 순간 눈이 커지더니 무언가 알아낸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앗! 그렇군!”
그러자 장합이 조진에게 물었다.
“대장군 왜 그러십니까?”
장합의 물음에 조진이 설명하기를.
“법정은 필시 이곳 낙양이 지켜야 할 관문이 여러 곳인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오. 그리고 그 관문들이 떨어지게 되면 관문들을 통해 촉적의 병력이 더 많이 이곳 낙양으로 올 수 있다는 것도 법정은 알고 있을 것이오. 그리하여 법정은 관문 중 서쪽의 함곡관을 먼저 공격할 것이 분명한데, 그것은 만약 함곡관이 촉적의 손에 떨어지게 된다면, 장안의 촉적 대군이 함곡관을 통해 낙양을 들이칠 수 있기 때문이오!”
이러한 조진의 말에 장합도 ‘아차!’ 싶은 표정을 지으며 조진에게 말했다.
“대장군, 그 말씀은…”
조진은 장합이 더 말을 꺼내기 전에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였다.
“그렇소. 법정은 분명 더 많은 병력을 이끌고 산맥을 넘었을 것이오. 그리고 병력을 반으로 나누어 낙양의 서쪽을 방어하고 있는 함곡관을 들이쳐 그곳을 점거하려는 것이 분명하오. 그리고 장안에서는 이미 상당한 촉적의 대군이 움직였을 것이고, 이미 홍농을 치고 있을지 모르오. 홍농은 곽 장군이 지키고 있기는 하나, 필시 몇 배가 넘는 촉적을 상대해야 할 것이니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오. 거기다 법정의 분군이 함곡관을 점령하게 된다면 홍농을 함락한 촉적의 대군이 법정의 분군과 함께 이곳 낙양으로 쳐들어올 것이오. 그렇게 된다면 작금 낙양을 포위하고 있는 법정의 본군과 합쳐지게 되니, 내 생각에 적어도 낙양을 공격하게 되는 촉적의 병력은 10만 군세에 달할 것이니, 5만 병마의 아군이 이곳 낙양을 지키는 것은 더욱 어렵게 될 것이오.”
이렇듯 조진은 실제 법정의 전략보다 한술을 더 뜬 것이다.
만약 법정이 보통의 장수였다면 이러한 조진의 생각이 너무 나간 것이라 여길 것이지만, 법정이라면 능히 그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장합은 얼굴이 어두워졌다.
“대장군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러며 장합은 조진이 말한 법정의 전략이 과연 그러한지 아는 방법을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만약 법정이 포위를 이어간 채로 공격을 해오지 않는다면, 대장군의 말씀처럼 법정은 함곡관을 넘어 합류하게 될 병력을 기다리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렇게 조진의 말을 수긍한 장합은 다시 법정군의 진영을 바라보았는데, 그제야 만총과 장패에게 들었던 *코끼리 부대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 이유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 법정은 공성병기의 제작을 앞당기기 위해 자재를 운반하는데 코끼리 부대를 활용하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진남장군과 장 태수가 분명 법정이 코끼리들로 이루어진 부대를 가지고 있고, 그 코끼리 부대가 신야성의 성문을 깨트리고, 신야성 앞 평야의 싸움에서도 아군에 큰 피해를 가져올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어째서 보이지 않는 것이지?’
그러한 의문이 든 장합은 법정이 남쪽의 험한 산지를 거쳐온 것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코끼리가 남쪽의 험난한 산맥을 넘지 못하기에, 법정은 완에 코끼리를 두고 온 모양이로군.’
하나, 이러한 장합의 추측은 빗나간 것으로, 얼마 후 법정군의 공병부대가 만든 공성무기들과 함께 법정의 코끼리 부대가 낙양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 * *
한편 낙양을 들이쳐 포위망을 갖춘 법정의 진영에서는…
나는 낙양의 포위를 마치자 작금 낙양에 있는 적의 병력을 살폈는데, 일전에 파악해 두었던 낙양의 병력 그대로 5만의 병력이었기에, 적이 당황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분명 낙양에서 완으로 보낸 구원군이 수만에 달했고, 이를 마초와 장비 등의 기병이 요격하여 깨트렸는데 어떻게 낙양에 5만 병력이 그대로 있을 수 있는 것이지? 혹 벌써 원병이 온 것인가?’
이렇듯 장합이 낙양에서 완으로 향하는 진들의 병력을 한 데 모아 원병으로 활용한 것이 오히려 법정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이다.
나는 아무래도 이상하여 곧 척후를 사방으로 풀어 최대한 정보를 수집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조치는 오히려 아군에 득을 가져왔으니, 바로 홍농의 곽회가 보낸 전령이 낙양으로 오다가, 아군의 척후에 잡히게 되었다.
나는 곧 붙잡힌 곽회의 전령을 심문하여 홍농이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으니.
바로 제갈량이 홍농을 공격해 들어가고 있어, 홍농을 지키는 곽회가 낙양에 원병을 요청한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를 들은 나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였다.
‘필시 제갈량이 내가 조언한 ‘성동격서’의 전략으로 안읍을 먼저 함락하고, 이어서 홍농을 치는 것임이 분명해!’
나는 제갈량이 군재 또한 뛰어난 것을 알고 있기에, 제갈량을 믿고 그가 함곡관까지는 무난하게 함락할 것이라 예상을 하였다.
‘이 역사에서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으나, 제갈량은 내정뿐만 아니라 군사적 능력 또한 상당한 사람이야. 필시 그는 얼마 있지 않아 홍농을 함락하고 *함곡관까지 공략해 내는데 성공할 것이 분명해. 그 상대가 비록 실제 역사에서 제갈량의 천적인 학소라 해도 말이지.’
[*사실 함곡관을 지키고 있는 자가 원 역사에서 제갈량의 천적인 학소인 점이 우려가 되기는 하였으나, 원 역사와는 다르게 제갈량에게는 충분한 군량이 있으니, 그가 학소를 이길 것이라 예상을 하는 것이다.]이렇듯 제갈량의 1군이 안읍과 홍농, 그리고 함곡관까지 우려 빼는 것을 담당한다면, 대신 낙양의 일은 내가 맡은 것이니, 낙양에서 홍농이나 함곡관으로 원병을 보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