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96
196. 처세의 달인 가후의 선택
그런데, 조진이 구원을 오기 전에 조비를 점점 옥죄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척후로부터 전해지는 법정의 진공 소식이었다.
“보고입니다! 촉적이 350리(약 140km)까지 접근하였습니다.”
이러한 척후의 보고에 조비는 조바심에 안달이 났다.
“뭣이라? 법정이 벌써 350리 밖까지 왔다고? 이런! 대장군은 어찌하여 아직 오지 않는 것인가!”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또 급보가 올라왔다.
“보고입니다! 촉적이 300리(약 120km)까지 접근하였습니다.”
이 보고를 받은 조비는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벌써 법정 놈이 300리까지 접근했다는 말이야? 이를 어찌하면 좋다는 말인가! 대장군은 아직까지 왜 안 오는 것이야!”
* * *
이렇듯 법정이 점점 업으로 접근해오면서 조비는 예전에 꾸던 법정에 잡혀 참수당하는 악몽을 다시 꾸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법정군이 얼마 있지 않으면 장하에 다다를 것이라는 척후의 보고를 접하자, 조비는 업을 버리고 기주 신도로 또다시 천도(사실상 파천(播遷))를 하고자 하였다.
업 조정의 대신들은 조비의 이 결정을 듣고도 무어라 말을 못 하고 있었는데.
이때 가후가 앞으로 나서 조비에게 간언을 하였으니.
“폐하, 법정이 이곳 업을 공격하려면 반드시 장하를 건너야 합니다. 하여, 일단의 병마로 법정이 도강을 할 때 공격을 하면 놈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법정을 물리치지 못하여 놈이 업을 치게 된다고 하여도, 이 업성은 크고 견고한 성이기에 놈이 그리 쉽게 함락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업을 수성하다 보면 폐하의 명을 받은 대장군이 대군을 이끌고 올 것입니다. 그리되면 앞으로는 업의 수비군과 뒤로는 대장군의 원병으로 법정군을 둘러싸고 공격하여, 필시 법정을 격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가후의 계책은 실로 적절한 방책이라 하겠다.
강을 건너는 한군을 공격하는 것은 적은 병력으로도 한군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이다.
거기다 가후의 말대로 법정이 타격을 감수하고 장하를 도강하여 업을 치더라도 방어만 해내기만 한다면, 곧 조진의 대군이 오게 되어 법정군의 후방을 들이칠 것이에, 한군은 조위군에 앞뒤로 싸여 대패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비는 이러한 가후의 간언을 듣지 않았다.
“법정 놈은 필시 도강을 할 때 아군이 공격할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오. 오히려 그런 아군에 반격을 가하여 아군이 크게 당할 수 있소. 법정은 그렇게 무서운 자라는 말이오. 그리고 대장군이 오기 전까지 법정의 공격을 막아낸다는 보장이 없소! 여태껏 놈이 공격한 아군의 성은 모두 놈에게 함락 당하였소. 그러니 지금 가장 좋은 방책은 천도를 하는 것이오!”
이렇듯 조비가 단호히 말하자, 가후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조비의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이렇게 아뢰는 것이다.
“폐하께서 정녕 신도로 향하신다면, 신이 이곳 업에 남아 최선을 다해 법정을 막고 있겠나이다. 그리되면 폐하께서 무사히 신도에 도착하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게 가후는 나서서 자신이 업을 지킬 테니 조비는 그 틈에 신도로 파천할 것을 진언하였다.
“태위가 나서서 업을 방어하겠다니, 짐의 마음이 놓이는구려. 그럼 태위, 업을 잘 지켜주시오.”
그렇게 조비는 가후의 진언을 받아들여 가후에게 업 성주의 인장을 내리며 업의 방비를 맡기고, 곧 조비와 신료들은 급히 짐을 꾸려 신도를 향한 피란 길에 올랐다.
한편, 나는 장하에 도착한 다음, 강 건너 조위군이 아군이 도강 시 공격을 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둔 것은 아닌지 살폈다.
한데, 아무리 자세히 살펴보아도 조위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신중하게 도강을 시작하였고, 아군은 무사히 장하를 건너는데 성공하였다.
나는 장하를 건너자 곧 척후를 보내 업의 상황을 살폈는데, 이미 조비가 업을 나와 북으로 도망을 친지 꽤 되었다는 보고를 받게 되었다.
이에 나는 조비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뒤로 미루어졌기에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한편 나는 작금 업을 지키고 있는 자가 가후라는 것을 알고는 적이 경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업을 지키는 자가 가후라면 업성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겠어…’
나는 그런 우려를 가지며 즉시 업성을 향해 진군하여 곧 업성에 다다랐다.
이에 나는 즉시 업성을 포위하는 하였는데, 다음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지게 되었으니…
* * *
나는 업성에 당도하여 곧 업성을 포위하고 공격에 나설 차비를 하였는데, 역시 조위의 도읍이라 그런지 성이 크고 견고하였기에, 공성으로 함락을 하는데 꽤 애를 먹을 것 같았다.
거기다 필시 조비가 원병을 요청해 놓았을 것이기에 북쪽과 남쪽에서 조위의 구원군이 도착할 것이기에, 나는 최대한 빠르게 성을 함락해야만 했다.
한데, 아군은 채 *3만이 되지 않는 병력이고, 공성무기 또한 현지 조달을 해야 했기에 어쩌면 생각보다 성을 함락하는 데 시간이 걸릴지 모를 노릇이다.
[* 호관에 최소의 수비군이라도 남기고 와야 했기 때문이다.]내가 그러한 우려를 할 때, 갑자기 저 업성의 성문이 벌컥 열리는 것이 아닌가!
나는 업의 성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서, 처음에는 이것이 가후의 계략인지 몰라 전군에 경계를 명하였다.
한데, 열린 성문에서 가후가 성주의 인장을 들고 직접 나와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닌가.
이에 나는 미위에게 명해 수레를 이끌고 가후의 앞으로 이동하게 하였다.
가후는 내가 앞에 다다르자 나를 향해 인장을 받들어 올리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업성은 패배를 하였으니, 어서 승장(勝將)은 업 성주의 인장을 받아주시오.”
그렇게 가후는 성을 활짝 열고 나와 패배를 자인하는 의미에서 무릎을 꿇고 업 성주의 인장을 나에게 받쳤던 것이다.
이에 나는 즉시 수레에서 내려 인장을 받아들었고, 이를 내 호위대장인 미위에게 건넨 다음, 손수 가후를 일으키며 말하였다.
“태위가 이리 옳은 결정을 하여 병사들과 백성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으니 참으로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렇게 일으키는 나를 가후가 언뜻 바라보았다.
가후는 확실히 연로해져 있었으나 그 눈빛은 조위의 아니, 이 삼국 시대의 손꼽히는 책사답게 여전히 매서웠다.
그러며 내가 그의 눈을 보니 ‘아! 네가 바로 조위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는 법정이로구나!’하는 눈빛을 하더니, 이리 말하는 것이다.
“승장은 내 관직이 태위인 것을 아시는구려. 승장이 패장에게 그리 말해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오.”
나는 가후에게 함께 수레에 오를 것을 권하였다.
이에 가후가 사양을 하자, 나는 미위에게 명하여 반강제로 가후를 수레에 오르게 하였고, 함께 성 안으로 들었다.
그러며 나는 장비에게 파서군을 이끌고 성 안으로 들어 성의 질서를 유지하게 하고, 마초와 조운의 병마는 업성 밖에서 진영을 꾸리고, 조위의 원병에 대한 요격을 준비시켰다.
그런데 이렇게 한군이 업성을 함락하는 과정을 몰래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곧 급하게 남쪽으로 향했던 것이다.
* * *
업성으로 들어서며 나는 성을 살폈는데, 조비가 아주 작정을 하고 업성을 증축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높고 단단한 성벽은 기본에다 궁성으로 향하는 대로가 넓게 뻗어 있고, 대로 양변으로 백성의 거주지와 상점들이 빼곡히 배치되어 있었다.
궁성 안으로 들어서자 관청이 즐비하였고, 이어서 웅장하고 화려한 궁전이 보였다.
이렇듯 업성을 증축하느라 굉장히 많은 백성들이 노역에 동원됐으리라.
나는 궁전으로 들어서지 않고 곧 가후와 함께 태위부로 들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미위의 호위대를 밖으로 내보내고 가후와 독대를 하였다.
이 자리에서 가후는 우선 나를 향해 두 손을 모으며 감사를 표하였다.
“패장을 이리도 관대하게 대해주니, 승장의 배려에 감사할 따름이오.”
그러며 가후는 나에게 이리 묻는 것이니.
“그런데 승장이 나의 관직을 아는 것을 보니 나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는 것 같소이다. 한데 나는 승장의 이름은 알지만 관직을 모르오.”
나는 가후가 알고도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어, 오히려 내가 그의 자를 아는 것까지 보여주며, 작금 나의 관직을 말하였다.
“문화(文和, 가후의 자)께서 물어보시니 내 답을 하지요. 나는 작금 한 조정에서 대사마의 관직을 맡고 있습니다.”
“아… 대사마였구려.”
그의 눈빛을 보니 이제야 내 관직을 안 모양이다.
나는 곧바로 내가 궁금한 사항을 가후에게 물었다.
“한데, 태위는 어찌 나와 싸우지 않고 성문을 연 것입니까?”
이러한 나의 물음에 가후가 ‘어찌 알면서도 묻지?’라는 표정으로 나를 향해 말하였다.
“이미 천하의 형세가 기울었는데 싸워보았자 소용이 없어서 그리하였소.”
역시 천하의 대세를 잘 아는 가후 다운 처신이다.
그래도 나는 가후에게 더 자세한 이유를 알려달라 말하였고, 이에 가후가 대답을 하였다.
“나는 조비에게 대사마가 장하를 도강을 할 때 공격을 할 것을 진언하였소. 그리고 설사 대사마가 강을 건넌다고 해도 대사마의 병력은 강을 건너며 받은 공격에 의해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 말하였소. 그러한 상황에서도 대사마가 그대로 업을 친다고 해도 업은 크고 단단한 성이니 충분히 방어를 해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곧 조진이 대군을 이끌고 원병을 올 것이니, 대사마군은 업성과 조진군 사이에서 크게 패할 것이라 내 분명히 조비에게 고하였소. 그런데 조비가 이를 듣지 않고 신도로 도망을 치니, 나는 완전히 조비에 대한 마음을 접은 것이오.”
나는 가후의 이러한 말을 듣고는, 만약 조비가 가후의 간언을 채택하였다면 아군에 큰 피해가 갔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일대의 책사 가후야. 조비가 만약 지난날 장수처럼 가후의 계책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내가 이렇게 쉽게 업성을 함락할 수는 없었을 터이지. 오히려 아군이 크게 패했을 수도 있음이야.’
그리고 가후의 말을 듣자면 원병은 조진만 이야기를 하니, 북쪽에서 오는 원병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에 대해서도 가후에게 물었고, 이에 가후는 작금 오환족 등의 북방 이민족이 대규모 반란을 다시 일으켜, 조휴가 반란을 진압하느라 병력을 빼지 못한 것이라 말하였다.
그리고 조진군이 원병으로 온다는 것은 즉, 회성을 버리고 조비를 구원하러 온다는 말이니, 필시 내가 제갈량에게 진언했던 계책대로 제갈량은 손쉽게 회성을 함락했을 것이다.
나는 가후와 좀 더 대화를 나눈 다음 태위부를 나왔다.
그리고 나는 가후가 예전과 같이 지낼 수 있게 조치를 하였다.
작금 아군이 상대해야 할 원병은 조진뿐이었기에 나는 곧 척후를 보내 조진군의 위치를 살폈다.
한데 조진군은 업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급하게 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 * *
여기서 왜 조진군이 업이 아닌 다른 곳으로 진군하고 있는지 이유를 살피자면.
조진은 대군을 이끌고 업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척후로부터 믿기 어려운 소식을 보고받게 되었으니.
[* 조진이 미리 업으로 보냈던 척후로 아까 법정군의 업성 함락을 몰래 지켜보던 자다.]바로 조비가 업을 버리고 북쪽의 신도로 파천을 한 일이 첫째요.
법정이 업을 공격해오자 업을 지키고 있던 가후가 스스로 성을 열어 법정에게 항복하였다는 소식이 둘째였다.
조진은 가후가 스스로 성문을 열었다는 것을 알고는 크게 분노를 하였다.
“가후! 이 교활한 늙은 여우가 제 몸 하나 살려고 스스로 성문을 열다니!”
그러나 조진은 가후에 대해 화만 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하여 조진은 조비가 향한 신도를 향해, 급히 업을 우회하여 이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조비는 신도에 당도를 하였고, 때마침 오환족 등의 반란을 진압한 조휴가 호표기 1만을 이끌고 신도로 왔다.
이에 조비는 조휴의 공을 크게 치하하며 그를 반겼다.
그리고 또 조진의 대군도 얼마 있지 않으면 신도로 합류할 것이라는 보고에 조비는 그제야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곧 척후로부터 법정이 군을 이끌고 북진을 하고 있다는 급보가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