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99
199. 조비의 최후
거록 대회전의 결과는 아군의 대승, 조위군의 전멸이었다.
이 회전에서 만약 조휴의 기병이 아군의 한쪽 측면을 노리고 공격을 해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나는 해보았다.
‘그리되었더라도 내가 이미 준비해둔 변형 전술이 있기에 조위군을 충분히 격멸할 수 있었을 터이니, 결과는 바뀌지 않았겠지…’
나는 조진의 시체를 수습하여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다.
그러며 즉시 병마를 재정비하였는데, 그러는 와중에 나는 마초를 따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바로 어찌하여 조휴를 죽이지 않고 살린 것인지 묻고자 하는 것이다.
“표기장군, 어찌하여 적장 조휴를 척살하지 않고 살려둔 것입니까?”
이러한 나의 물음에 마초가 두 손을 공손히 모으며 답하였다.
“대사마, 우선 소장의 잘못을 용서해 주십시오. 소장이 적장 조휴를 살려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조휴는 오환족 등을 어찌 다뤄야 하는지 잘 아는 자입니다. 만약 조휴가 아군에 귀부를 한다면 북방의 위협을 방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기에 그리한 것입니다.”
나는 마초의 말을 듣고는 일리가 있어 고개를 끄덕였다.
“표기장군의 말에 일리가 있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조휴를 업으로 이송하여 옥에 가둬 두고 나중에 그에게 귀부를 권유해 보도록 하지요.”
그러자 마초가 감사를 표하였다.
“대사마의 넓은 아량에 소장은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마초가 조휴를 살려둔 것은 마초가 말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같은 기병을 지휘하는 사람으로 조휴의 기병을 부리는 능력이 아까웠을 것이다.
여하튼 조휴가 아군에 귀순을 한다면 향후 아국이 오환족 등의 북방 이민족을 통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할 것이다.
* * *
나는 아군의 정비가 어느 정도 끝나자 곧장 신도를 향한 진격에 나섰으니, 바로 조비를 잡아 조위를 완전히 멸망시키려는 것이다.
한편, 조비가 있는 신도에서는…
조비는 마음을 졸이며 조진과 조휴가 법정을 반드시 무찔러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믿고 있었다.
‘조진과 조휴가 이번에는 반드시 법정을 무찌를 수 있겠지. 당연히 그럴 것이야…’
그런데.
조비에게 전해진 급보는 조비의 바람과는 완전히 반대였으니.
바로 조진과 조휴의 대군이 법정에 대패를 하여 아예 전멸을 해버렸다는 급보였다.
이러한 급보에 조비는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었다.
“뭐… 뭐라고? 저… 전멸…! 대장군과 영군장군이 전멸을 했다고?”
“예, 폐하 그러하옵니다!”
그렇게 조비에게 답한 척후는 더 급한 소식을 전했다.
“하온데 촉적이 이곳 신도를 향해 진격해 오고 있습니다!”
법정이 신도로 진격하고 있다는 보고에 조비는 두려움에 몸서리쳤다.
“법정 이놈은 어째서 짐을 못 잡아 안달인 게야! 어째서… 짐을 가만 내버려 두라는 말이다!”
이에 신도의 방어를 임시로 맡고 있는 학소가 결연한 표정으로 조비의 앞에 나서 아뢰었다.
“폐하, 얼마 있지 않으면 촉적이 이곳 신도로 들이칠 것입니다. 신도에는 남은 병력이 얼마 없어 촉적의 공격을 오래 막아낼 수 없습니다. 하오니, 어서 파천을 하시옵소서!”
학소의 진언에 조비는 현기증을 느끼며 용상의 손잡이를 잡았고, 손잡이를 잡은 그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짐이 법정을 피해 또 도망을 가야 한다는 말인가? 또!”
조비는 법정을 피해 또다시 파천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 평원왕 조예(조비의 장남)가 결연한 표정으로 자신이 학소와 함께 신도를 지키며, 황실 일가를 보살피겠노라 말하는 것이다.
바로 조예는 조비가 달아나기 쉽도록 하려는 것이니, 조비는 이에 조예의 효심을 크게 치하하며 그리하라 윤허하였다.
한데, 조비는 자신만 달아날 수 있다면 언제든 황실을 다시 꾸릴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에, 조예의 이런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게 학소와 함께 조예가 일단의 병력으로 법정을 막아서는 동안 조비는 부리나케 도망치기로 하였다.
그런데 어디로 파천하느냐가 문제였으니, 조비는 속으로 갈등을 하였다.
남쪽으로 내려가자니 그리되면 오히려 신도로 북진하고 있는 법정군과 더욱 가까워지는 꼴로, 법정에게 잡힐 것이 뻔하였다.
그렇다고 북쪽으로 도망치자니, 그곳은 오환족 등의 북방 이민족이 도사리고 있기에 꺼려졌다.
조비는 한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북쪽은 오환족 놈들이 있어 짐이 그곳으로 간다면 필시 놈들에게 사로잡혀 죽을 수도 있음이야. 그러면 남은 곳은 요동뿐이지.’
그랬다.
조비는 요동으로 파천을 결심한 것이다.
그리하여 조비는 즉시 전령을 요동으로 보내 자신이 요동으로 갈 것임을 알리고, 신도의 병력 중 1천만 남기고 나머지 5천을 이끌고 요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던 것이다.
* * *
여기서 조비가 도망치려는 요동의 상황에 대해 알아보자면.
작금, 요동에는 공손씨 정권의 제3대 군주인 공손공(公孫恭)이 있었다.
나름 공손공은 조위가 촉에 연패하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한 가운데 제위를 박탈당했다던 헌제가 복위까지 하고, 그런 헌제가 보낸 교서가 한의 세작을 통해 전해진 것이 아닌가.
교서에는 공손씨의 요동 정권을 인정하고 높은 벼슬을 내리며, 천하의 역적 조비를 치라는 명이 적혀 있었다.
이에 공손공은 당장은 조위에 척을 지지 않으려 했으니, 그만큼 조위의 힘은 그때까지도 강력했던 것이다.
바로 조휴의 호표기가 오환족 등의 반란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것을 공손공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갑자기 조비가 업으로 천도를 해오니, 공손공은 혹시 조비가 요동을 치는 것은 아닌지 바짝 긴장을 하였다.
한데, 상황이 묘하게 돌아갔으니.
바로 한군이 계속하여 북진을 하더니 조비가 업을 버리고 신도로 파천을 하였다는 급보가 전해진 것이 아닌가.
공손공은 군사를 일으켜 조위의 땅을 빼앗을 기회라 여겼다.
그리하여 군을 준비하고 있던 공손공이었는데, 하필 그러한 때 한군에 또다시 패한 조비가 요동으로 오고 있다는 보고에 이어, 조비가 보낸 전령이 얼마 있지 않아 곧 조비가 이곳 요동으로 올 것을 알리는 것이 아닌가.
이에 공손공은 어찌해야 할지 신하들과 상의를 하였다.
조비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이에 신하들의 의견은 조비를 내쳐야 한다와 조비를 받아들여야 한다로 나뉘어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러한 때 *공손연(公孫淵)이 앞으로 나오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공손씨 정권의 제2대 군주 공손강(公孫康)의 차남이다. 원래는 공손강 사후, 장남인 공손황(公孫晃)이 공손씨의 다음 군주가 되어야 했지만, 공손황이 어렸기에 숙부인 공손공이 군주가 된다(221년). 원 역사에서 공손공은 군주가 되자 공손황을 조위의 낙양에 볼모로 보냈다. 그리고 원 역사에서 228년 공손연이 공손공을 내쫓고 공손씨 정권의 마지막 군주가 되는 것이다. 하나, 이 역사에서는 한의 북벌에 의해 조위의 힘이 약해졌기에 공손공은 공손황을 볼모로 보내지 않는 대신 공손황을 사실상 연금하였다. 그리고 공손연은 역시 어렸으나, 그가 숙부인 공손공의 충직한 신하를 자처하니, 공손공은 이를 기특히 여겨 곁에 둔 것이다.]“주공, 지난날 원상과 원희가 이곳 요동으로 도망쳐 왔을 때, 아버님(공손강)께서는 그들의 목을 베어 조조에게 보냈습니다. 그리하여 이곳 요동은 조조의 침략을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작금의 상황도 그때와 다르지 않습니다. 즉, 한군에 패한 조비가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 한군이 조비의 뒤를 쫓아올 것입니다. 한군은 강력한 조위군을 연이어 격파한 막강한 군대입니다. 그리하여 아국이 조비를 맞아들인다면 어쩔 수 없이 한군과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되면 자칫 한군에 아군이 패해 이곳 요동이 한군의 손에 넘어가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공손강이 그랬던 것처럼 공손공 또한 조비의 목을 베어 한군에 건네라는 말이렸다.
이러한 공손연의 말에 공손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조카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겠네.”
* * *
나는 신도를 향해 진군을 시작하였는데, 신도로 보냈던 척후가 돌아오며 이미 조비가 신도에서 나와 북쪽으로 도주하였다는 소식을 전하였다.
이에 나는 ‘조비를 또 놓치게 되는 것이 아닌가’라며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데, 잠시 생각을 해보니 조비가 북쪽으로 도망쳤다면, 오환족 등이 있는 북쪽으로는 가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조비가 갈 곳은 한 곳뿐이니, 바로 요동이다.
작금 요동을 다스리고 있는 자들은 공손씨 가문으로 그들은 대세에 따라 실리를 따지는 자들이다.
필시 조비가 아군에 크게 패하여 요동으로 도망쳐 오는 것을 안다면, 지난날 공손강이 요동으로 도망쳐 온 원상과 원희의 목을 베어 조조에게 바친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그러나 만약 공손씨가 조비를 보호하려고 든다면 그때는 그대로 요동을 쳐서 공손씨 가문을 멸문시킬 것이다.
여하튼 조비가 도망치는 곳이 어디인지 짐작이 되니, 나는 우선 신도부터 함락하고자 하였다.
그 이유는 바로 신도를 지키는 자가 학소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즉, 학소를 그대로 두고 신도를 우회하였다가 자칫 학소가 기습을 해온다면 아군에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음이었다.
거기다 학소는 여러모로 아군에 가시와 같은 자이니 우선 제거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행군 속도를 더욱 높여, 빠른 시일 안에 신도에 이르렀고, 곧장 신도를 들이쳤다.
신도를 지키는 *학소는 적은 병력으로 최선을 다해 나에게 맞서 싸웠다.
[* 조예는 아직 어렸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법정과 맞서 싸운 것은 학소였다.]하지만, 병력 차이가 워낙 많이 난 데다, 지난 학소가 싸워왔던 성들과는 다르게 신도는 성벽의 보강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기에, 아군의 총공격에 결국 신도는 함락이 되고 말았다.
신도가 함락되자 신도를 지키던 학소도 잡히게 되었고, 나는 일단 그를 뇌옥에 가두게 하였다.
또한 나는 조예와 조위 황실 사람들을 붙잡게 되었는데, 일단 그들을 연금시키고 내가 조비를 격멸하고 난 뒤 신도로 돌아왔을 때, 그들의 처우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그러한 다음 일단의 병력을 신도에 두고, 이어서 조비를 쫓아 요동으로 진군을 이어나갔다.
* * *
조휴의 호표기가 북방 이민족의 가장 최근 반란을 너무나 확실하게 꺾어 두었던 탓에, 조비의 행렬이 지나갔음에도 오환족 등의 기습은 없었다.
오히려 조위군이 북방에 이르자 오환족 등은 조위군이 또다시 자신들을 들이칠까 두려워하며 몸을 사렸다.
그리고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조비가 병사들에게 깃발을 많이 들게 하여 실제 보다 많은 병력이 움직이는 것과 같이 허장성세를 펼쳐, 오환족 등이 조위의 대군이 온 것으로 착각을 하게 만든 것이다.
그리하여 조비는 안전하게 오환족 등의 영향력이 미치는 땅을 지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조비는 최대한 그들의 영역에서 멀리 떨어져 요동을 향해 움직였다.
이리 되니 조비의 파천 길은 고되고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조비를 따라 또다시 파천길에 오른 신하들은 처음에는 뒤를 따르더니, 하나둘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예전에 조비라면 이들을 당장이라도 그들을 잡아들여 요절을 내었을 터이지만, 지금은 법정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조비는 요동에 다다랐고, 공손공은 멀리까지 나와 조비를 맞았다.
“폐하께서 친히 이 먼 요동 땅에 강림해 주시니, 영광이옵니다.”
공손공의 말에 조비가 말했다.
“영녕향후(조위가 공손공에게 내린 작위)가 멀리까지 나와 짐을 맞아주니 고맙소.”
이에 공손공은 조비를 요동의 치소인 양평성(襄平城)으로 안내하였다.
그렇게 양평성에 입성한 다음 공손공은 조비를 상석에 모시고 술과 안주를 내와 대접을 하였다.
거기에 공손공은 조비의 병사들에게도 술을 내주었다.
조비는 허기가 많이 져 있었기에 허겁지겁 이를 먹고 마셨다.
그렇게 조비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고, 만족한 표정으로 공손공에게 치하를 하며 그에게 높은 관직을 내렸다.
“영녕향후가 큰 공을 세웠으니, 짐이 그대에게 대장군의 직위를 내릴 것이오.”
그러자 공손공은 언뜻 비웃는 것 같은 표정이 스치더니, 이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이러한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폐하께서 신에게 대장군이라는 무관 중 최고의 직위를 내리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폐하 자체가 바로 신이 영원히 요동을 다스릴 수 있는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공손공의 말에 조비는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는 병사들에게 명해 황급히 도망치려 하였다.
그런데 이미 공손공의 병사들이 잔뜩 취한 조비의 병사들을 모두 사로잡은 뒤였다.
조비는 크게 당황하며 공손공을 꾸짖었다.
“이놈! 네놈이 감히 모반을 하는 것이냐?”
“모반이라니요? 나는 지금 대역 죄인을 처단하려는 것이외다!”
그러며 공손공은 크게 소리쳤다.
“도부수는 뭣들 하느냐? 어서 저 대역 죄인의 목을 거두지 않고!”
그러자 휘장 뒤에 숨어 있는 도부수들이 일제히 튀어나오더니 커다란 칼을 조비에게 휘둘렀다.
조비는 피할 사이도 없이 도부수의 칼에 목이 베어졌고, 그렇게 조비는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