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81
81. 나, 서운해하는 장비를 다독이다
내 공격 한 번에 금시에 임경성이 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대왕 유비의 상당 기간 동안의 공격에 조위 임경성의 소칙군은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나는 이곳에 당도하자마자 성을 살피니 그것이 보였고, 아군의 공격 물량을 총동원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간신히 넘치지 않게 유지되던 적의 수비의 한계점이 나의 물량공세 공격에 드디어 방어의 한계를 넘어서며 마치 찰랑찰랑 넘칠 듯 담겨 있던 물이 한꺼번에 흘러넘치듯, 마치 둑이 무너지듯이 적은 무너져 버리고 만 것이다.
* * *
유비는 내가 전군을 지휘하여 금시에 임경성을 함락하는 모습을 보고는 크게 기뻐하며 나의 공을 치하하였다.
“역시 상서령이오! 어떻게 이리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적 성을 함락할 수 있다는 말이오? 참으로 상서령의 계책은 대단하오!”
“과찬이십니다 대왕.”
유비는 마초의 공도 치하하였으니.
“좌장군, 좌장군이 이번에 직접 선발한 강족 기병 또한 큰 역할을 하였소. 이렇게 용맹한 강족 용사들을 이끌고 적 성을 함락하였으니 좌장군의 공이 참으로 크오!”
“신 마초, 대왕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어찌 보답 드려야 할지 걱정이었는데 그나마 조금은 역할을 한 것 같아 신은 그저 기쁠 뿐입니다.”
*마초가 유비 휘하로 들어왔을 때는 유비의 자를 부를 정도로 유비를 편하게 대하였으나, 관우와 장비가 진검을 차고 그런 마초를 마치 당장이라도 죽일 듯이 쳐다보니, 마초는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자신이 패망한 이유를 깨달았다고 한다.
그때 마초는 “내가 주인의 자를 함부로 부르다가 관우와 장비의 손에 죽을 뻔했구나!”라며 스스로를 책망하고 그 뒤로 유비를 섬겼던 것이다.
[*해당 이야기는 삼국지 주석에 나오기는 하지만 이 당시 관우는 형주에 있었기 때문에 이 기록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하지만, 그만큼 마초가 유비를 허물없이 대하며 신하로서의 예를 지키지 않았기에 장비 등의 중신들이 이를 좋게 보지 않은 것은 확실한 것 같다. ]
그러한 가운데 마초는 이제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유비의 치하에 겸양을 표할 정도로 사회생활에 있어 능란해져 있었다.
유비는 마초가 선발해 온 강족 기병들 앞으로 나아갔고, 마초는 얼른 강족의 말로 대왕 유비에 대한 군례를 올리라 명했다.
그러자 강족 기병 오천이 한꺼번에 대왕 유비에게 군례를 취하니 그것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장관이었다.
유비는 여태껏 제대로 된 기병을 가지고 싸운 적이 없었기에 이리 용맹한 서량 기병 오천이 생기자 뿌듯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그리하여 유비는 자신의 새로운 병사들이 된 강족 기병 앞에 서서 이러한 일장 연설을 했던 것이니.
“서량의 맹용한 강족 용사들은 들을지어다! 그대들은 아군의 상장인 좌장군이 직접 선발한 정예 중 정예이니라. 그대들은 이제 과인의 신하이자 백성이다. 그대들은 과인의 충직한 병사로 앞으로 역적 조비의 토벌에 선봉으로 나서며 오늘과 같은 뛰어난 활약을 이어나갈 것이라 과인은 믿어 의심치 않느니라!”
유비의 이러한 말에 강족 기병은 큰 목소리로 ‘충!’을 외치니 이는 미리 마초가 강족 기병에 명해 놓은 것이리라.
엄청난 서량 기병의 함성에 유비는 만족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나와 마초, 그리고 아군의 신병인 서량 기병을 유비가 치하하자 곁에서 지켜보던 장비는 왜인지 소외된 느낌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껏 장비는 내가 지휘하는 제2군의 선봉으로 마지막 중요한 순간 군을 이끌고 성을 함락하는 등의 맹활약을 펼쳐왔다.
한데, 이번에는 대미를 장식하는 공격을 마초가 맡게 되었고, 장비 자신은 그저 그것을 감상만 하고 있었고, 거기다 자신이 가장 존경하고 따르는 의형인 대왕 유비가 마초를 칭찬하자 그렇지 않아도 마초에 은근히 질투심을 느끼고 있는 장비가 서운한 감정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자명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장비는 먼저 마초를 칭찬하는 유비를 보며 낯빛이 조금 굳어졌으나, 나를 보더니 완전히 서운한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표정을 잔뜩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장비가 대왕과 내가 마초를 챙기는 일로 많이 서운한 모양이로군. 아무래도 장비를 불러 장비의 마음을 다독여야겠어.’
그렇게 나는 장비의 그러한 서운한 감정을 그의 표정 변화에서 읽어내고는 장비를 따로 불러 그의 마음을 풀어주고자 하였다.
* * *
장비는 내가 자신을 따로 부르자 무슨 일인지 몰라 급히 달려와 나에게 물었다.
“상서령 소장을 부르셨습니까? 무슨 급한 일이길래…”
이에 나는 장비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기를.
“장군, 장군께서 이번에 임경성의 함락에 나서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을 내가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이리 말하자 장비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상서령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소장이 숨기지 않겠습니다. 솔직히 여태껏 2군의 선봉은 바로 소장이었습니다. 한데 어찌 상서령께서는 이번에 마 장군에게 소장의 역할을 하게 하신 것입니까? 소장 솔직히 상서령께 서운합니다.”
이에 나는 장비를 달랬다.
“장 장군 여태껏 장군은 장군께서 말씀하신 대로 장군은 2군의 선봉으로 상용과 양번 그리고 이곳 옹양주까지 쉴 새 없는 엄청난 활약을 펼쳐왔습니다. 장군이 세운 이러한 엄청난 공적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으며 높이 평가할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장군은 지금까지 세운 공보다 더한 공훈을 세워 후세에 길이 남는 ‘만인지적’의 위대한 장수로 기록이 될 것입니다.”
내가 이리 장비를 띄우자 장비는 서운한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모양이었다.
“뭐, 상서령께서 소장을 그리 좋게 말씀해 주시니 소장은 감사할 따름입니다.”
나는 그러며 내가 어찌 마초와 그의 서량 기병을 이번 임경성 함락의 마무리를 시켰는지 그 이유를 말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마 장군과 서량 기병에 임경성의 마무리 공격을 맡긴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전에 마 장군의 지난 일을 잠시 이야기하겠습니다. 마 장군은 지난날 조조를 큰 위기에 빠트릴 정도로 용맹함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결국 조조에 당해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심지어는 마 장군의 가족까지 말이지요.”
나의 말에 장비는 고개를 끄덕였으니.
“그렇지요. 마 장군이 가족을 잃은 일은 정말 비극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장비의 말을 들은 나는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가족을 잃게 된 마 장군은 상당히 의기소침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 장군은 대왕의 휘하로 들어왔으나 예전에 서량을 주름 잡던 금마초의 패기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대왕께서 그런 마 장군을 1군 선봉으로 세우니 마 장군은 지난날의 용기를 되찾으며 서량 일대를 함락해 들어갔습니다.
하나, 다시 무위의 서막에 막히며 마 장군은 지난날 공성전에서 맥을 못 추던 자신을 또다시 마주하게 되며 간신히 찾았던 용기를 또 잃게 될 처지가 된 것입니다.”
나의 설명에 장비는 조금씩 수긍을 하기 시작하였으니.
“그렇군요. 내가 마 장군이라도 또다시 공성전에서 막히게 되며 패하게 된다면 그나마 찾아가던 용기를 잃게 될 것 같습니다.”
“예, 장군. 그렇게 마 장군이 무위의 공방전에서 고전을 할 때, 장 장군이 선봉으로 나선 우리 2군 지원군이 마 장군을 도와 무위의 고장성을 함락할 수 있었습니다. 하여, 마 장군은 속으로 자신은 결국 도움이 없으면 이기지 못하는 장수라 자책을 하였을 것입니다.”
나의 말에 장비가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마 장군이 그렇게 자책할 정도로 못난 장수가 아닌데!”
이에 나는 장비에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 말입니다. 하지만 마 장군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지요. 그리하여 나는 마 장군의 기를 살리기 위해 마 장군에게 서량 기병을 직접 선발하게 하고, 이어서 이번 공성전에서 마 장군이 강족 용사들을 이끌고 함락의 종지부를 찍게 하였던 것입니다.”
이런 나의 이유를 들은 장비가 납득을 하였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상서령. 패배의 나쁜 기억은 역시 승리로 없앨 수 있는 것이니까요.”
“바로 그것입니다. 어찌 되었건 이번 임경성 함락은 마 장군이 신병인 서량 기병을 이끌고 마지막을 책임졌습니다. 이로 인해 마 장군의 기가 다시 살아날 것이고 신병이나 마찬가지인 서량 기병 또한 경험이 생기고 기세가 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나의 설명을 모두 들은 장비는 왜인지 마초를 시기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렇군요. 상서령께서는 군 전체를 지휘하시는 분이니 휘하 장수들의 사기를 관리하는 것도 일이니 상서령께서는 충분히 마 장군을 배려할 수 있는 것입니다. 소장이 간장 종지와 같은 좁은 마음으로 그런 상서령의 안배를 이해하지 못하였으니 소장의 잘못이 큽니다.”
그렇게 말하며 장비는 나의 앞에 무릎을 꿇고 죄를 청하는 것이 아닌가.
“소장의 잘못이 큽니다. 상서령 소장의 죄를 벌하여 주십시오.”
이에 나는 손수 장비를 일으키고는 두 손을 모아 장비를 향해 말하였다.
“장 장군, 이는 내 잘못도 있습니다. 나는 항시 지근거리에 있는 우리 2군의 선봉장이자 참모인 장군을 내가 미처 챙기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장군이 서운한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면 나의 잘못입니다. 하니 내가 오히려 장군에게 사과를 해야 할 것입니다.”
내가 이리 장비를 나의 참모로 칭하는 한편, 반대로 장비에게 사과를 하려 하자 장비는 눈이 커지며 손사래까지 쳤다.
“아… 아닙니다 상서령! 상서령께서는 할 일을 하신 것뿐입니다. 이는 오롯이 소장의 잘못입니다. 상서령께서 소장에게 사과하실 일이 아닙니다.”
그러며 장비는 포권을 취하며 다짐을 하였다.
“앞으로 다시는 이러한 일로 소장이 상서령께 누를 끼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 * *
세상 일이 이런 것이다.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은 항상 자신을 이해해 줄 것이라 여겨 어느 순간 그들을 서운하게 하는 일을 할 수 있다.
그리하여 곁에 있는 사람을 챙기는 일은 어찌 보면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이다.
나 또한 장비가 항시 곁에 있으며 나의 참모 역할까지 하고 있었기에 그가 나의 마음을 알고 있을 것이라 착각을 하고 있었다.
나의 2군에서 장비는 선봉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니 앞으로는 내가 좀 더 장비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이렇게 적 성을 함락한 유비는 안정군의 치소 임경성으로 입성하였다.
임경성 성주 소칙은 병사들과 함께 생포가 된 상태였다.
나는 유비에게 소칙을 설득하여 아국에 귀부하는 것을 건의하였다.
“대왕, 적 장 소칙은 강직하며 용맹한 좋은 장수입니다. 그러한 소칙을 아군에 귀부시킨다면 아군이 전력이 한층 강화될 것입니다.”
“상서령의 말에 일리가 있소. 좋소. 생포된 소칙을 당장 불러와 그의 귀부 의사를 타진해 보도록 합시다.”
그렇게 유비는 뇌옥에 갇혀 있던 소칙을 데려오게 하였다.
곧 병사들이 포승줄에 묶인 소칙을 끌고 와 대왕 유비 앞에 무릎 꿇렸다.
소칙은 무릎을 꿇은 채로 대왕 유비와 옆에 있는 나를 쳐다보더니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유비는 병사들을 꾸짖으며 손수 소칙의 포승을 풀고는 그를 자리에 앉게 하였다.
소칙은 그런 유비의 배려에 크게 놀란 눈치였다.
유비는 소칙을 보며 진지한 말투로 그에게 귀부를 종용하였다.
“과인은 그대 소 장군의 방어에 정말 고생을 하였소. 하여, 과인은 그대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소. 하여, 그대 문사(文師, 소칙의 자, 나는 유비에게 소칙의 자를 미리 귀띔해 두었던 것이다.)가 과인에게 귀부를 하여 그 좋은 능력을 역적 조비를 토벌하고 천자를 다시 황위에 모시는 일에 썼으면 좋겠소.”
이에 소칙은 잠시 흔들리는 눈빛이었으나 고개를 저으며 유비에게 말하였다.
“대왕께서 패장인 소장에게 이리 직접 귀부를 말씀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나, 소장은 위나라 장수로 남고 싶습니다.”
그렇게 유비가 귀부를 권하지만 소칙은 거부한 것이다.
나는 소칙의 표정을 계속 살폈는데 잠시 동안이었지만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절개가 있는 소칙이었기에 한나라를 멸망시킨 조비에 대한 부정의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하여, 내가 보기에 소칙은 앞선 서황과 서막보다는 그래도 귀부할 뜻이 있어 보이기는 하였으나, 역시 서황이 그러했던 것처럼 소칙은 아들인 소이 등의 가족이 허도에 있었기에 자칫 자신이 아국에 귀부를 하고, 이를 조비가 알게 되면 자신의 가족이 모두 몰살 당할 것을 염려하였기에 귀부를 거절한 것으로 보였다.
내가 정녕 귀부를 거절하는 것이 이러한 이유인지 묻자 소칙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역시 가족 때문에 소칙은 귀부를 거절하는 것이리라.
나는 유비에게 청하여 다시 소칙을 뇌옥으로 보내게 하였는데, 소칙은 병사들에게 연행되기 전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는 나에게 이리 묻는 것이었다.
“한데, 상서령은 내가 천자의 선양을 슬퍼하며 상복을 입고 곡을 한 것을 어찌 알고 있는 것이오?”
소칙의 물음에 나는 곧바로 대답을 하였으니.
“내가 파악한 그대 문사(文師)의 평소 성품을 미루어 보았을 때 그럴 것이라 추측을 한 것이오.”
나의 답에 소칙은 ‘그런 것이구나’ 하는 표정을 짓고는 미련 없이 다시 뇌옥으로 향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