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85
85. 장료 대 육손, ‘합비 공방전’ 1
여기서 손권이 지난 1월 말에 육손에게 명하여 합비를 치게 한 일이 어찌 되었는지 살펴봐야겠다.
손권은 이미 앞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육손을 대도독으로 삼고, 5만 대군을 주어 자신이 그토록 염원하던 합비를 반드시 함락하라 명한 것이다.
육손은 이것이 쉽지 않은 싸움임을 알고는 있었으나, 손권의 명을 따를 수밖에 없었고 5만 대군을 이끌고 합비 공격에 나섰으니, 약 보름이 걸린 2월 중순에서야 오나라의 대군은 합비성에 당도할 수 있었다.
* * *
이리하여 이 역사에서 손오와 조위는 ‘3차 합비 공방전’을 치르게 되었으니, 합비를 지키는 조위의 장수 장료에 대해 잠시 살펴보도록 하겠다.
병주 출신의 장료는 자가 문원(文遠)인 항장으로 오자 양장 중 한 명일 정도로 조위의 대표적인 장수다.
장료는 대오 전선의 책임자로 특히 손권이 친히 10만 대군을 이끌고 합비를 공격한 ‘2차 합비 공방전(서기 215년)’에서 대활약을 하며 손권의 친정군을 크게 깨트린 일로 유명하다.
이 2차 공방전에서 장료는 절대적인 수적 열세(손권의 오군 10만 대 장료 군 7000)에도 불구하고, 800의 결사대를 이끌고 손권의 진영을 새벽에 기습하여 오의 대군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였다.
손권은 장료의 기습에 큰 피해를 입은 후에도 10여 일을 더 공격하다 이기지 못하였기에 퇴각을 결정하였는데, 이때 장료가 퇴각하는 오의 대군을 들이쳤고 미처 대비를 하지 못하던 오의 장수들은 필사적으로 살기 위해 병장기를 들고 싸워야 했다.
손권 또한 스스로 활을 들어 싸울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였으니, 만약 하제가 구원군을 이끌고 제때 오지 않았다면 손권은 장료의 손에 그대로 목이 달아날 상황이었다.
이렇게 10만 대군 대 7천의 말도 안 되는 싸움(손권이 당연히 이겨야 되는 싸움)에서 손권은 장료의 전격 기습전에 철저하게 농락 당하며 대패를 하고 말았다.
이리하여 동오의 우는 어린아이에게 “장료가 온다(遼來遼來).”라고 하면 울음을 뚝 끄칠 정도로 오나라 백성들에게까지 장료는 두려움을 갖게 만드는 장수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역사에서 2차 합비 공방전이 있은지 6년 후인 서기 221년, 손권은 세 번째로 합비를 공략한 것이니.
합비는 강남에서 중원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지이었기에, 손권은 이 땅을 어떡해서든 얻으려 했던 것이다.
* * *
– 221년 2월 중순, 합비 공방전 전역(戰域).
오나라의 대도독 육손이 주연, 반장, 송겸, 한당, 서성 등의 휘하 장수들과 함께 5만 대군을 이끌고 합비에 도착하여 곧 진영을 세우고 합비성의 공략에 나섰다.
합비성을 지키고 있는 장료는 이미 조비가 내린 명(이라 쓰고 사마의의 계책이라 읽는다.)에 따라 1만 병마로 오나라 대군을 맞을 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짧은 시간이었으나 장료는 최대한 많이 군량을 확보하였고, 성벽 또한 보강을 하였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정말로 오의 대군이 합비를 들이친 것이다.
장료는 합비성의 성루로 나와 눈앞에 펼쳐진 오나라 대군의 진영을 살피고는 지난 2차전과 다르게 진영이 단단한 것을 보고는 오의 대군을 이끌고 있는 이가 보통이 아님을 금시에 알아차렸다.
‘6년 전 손권이 10만 대군을 이끌고 왔을 때는 손권이 친히 군을 이끈 탓인지 진영이 완벽하지 못하여, 나는 그 틈을 노려 기습을 하였는데, 이번에 오군은 진영을 정말 잘 세웠군. 진영만 보아도 적군의 지휘관의 능력이 한눈에 보이는 셈이지.’
장료는 진영을 보면서 병력이 지난 2차 공방전에 비해 한눈에도 절반에 그치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 공방전에 비해 적은 절반인 5만 정도의 병력을 이끌고 온 모양이로군. 흥! 10만도 내가 기습으로 깨트렸는데 겨우 5만으로 나를 상대하려고 하는 것인가?’
그러면서도 장료는 이번 합비 공방전에 손권이 오지 않았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오주 손권이 직접 군을 이끌고 와야 아군이 오의 대군을 이길 확률이 올라가는데. 저 진을 보니 아무래도 손권은 이번에는 장수에게 대신 군을 이끌게 한 것 같군.’
장료가 이리 아쉬워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으니.
그것은 손권이 친정을 오게 될 경우, 이번에도 기습을 가하여 손권을 직접 노리게 되면 오나라의 장수들은 손권을 구하기 위해 나서게 될 것이고, 그리되면 필시 오군의 진영이 무너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리 되면 아무리 대군이라도 쉽게 격파가 가능하니 그것은 원 역사의 이릉대전에서 유비가 행한 실책(군주인 유비가 촉군의 최전선에 나섰기에, 육손은 유비를 집중 공격하였고 유비를 지키기 위해 촉의 장수들이 몰려들었기에 촉의 진영이 흐트러졌다. 이때 육손은 각개격파와 화공을 적절히 사용하여 촉의 대군을 완파한 것이다.)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다.
합비성의 성루에 장료가 나와 자신의 진영을 살피는 것을 알게 된 육손은 말을 타고 진영의 앞으로 나와 성루 위의 장료를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대가 바로 아국에도 유명한 위나라의 장료, 장 장군이구려!”
장료는 오군의 앞에 서서 자신을 부르는 자를 보고는 그자가 바로 오군을 이끌고 있는 총사임을 알아챘다.
‘바로 저자가 오의 대군을 이끌고 총사로군. 선뜻 볼 때 적어도 나보다 열몇 살은 어린 것 같군. 한번 저자를 동요하게 만들어 볼까?’
그리 생각한 장료는 육손의 말에 대답을 하였다.
“그렇다. 내가 바로 장료다! 지난날 너희 주인인 손권이 10만이나 되는 대군을 이끌고 왔을 때도 내가 쉽게 손권을 격파하여 손권이 꽁지 빠지게 도망치게 만들었는데, 또다시 그런 사나운 꼴을 보려고 왔구나! 그리고 손권의 10만도 나에게 당했는데 겨우 절반도 안 되는 병력으로 뭘 어찌하려는 것이냐? 또 나한테 깨져서 울며 도망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퇴각하도록 하라!”
장료의 도발에 육손은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크고 당당한 웃음까지 웃으며 즉시 응답하였으니.
“하하하! 역시 장 장군이구려! 그렇소. 아군은 지난 6년 전의 이곳 합비에서의 공방전에 비해 절반의 병력인 것은 맞는 사실이오. 하나, 작금의 아군은 철저히 훈련된 정예군으로 오히려 전자의 대군보다 더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소. 이번에 반드시 장 장군에게 6년 전의 패배를 갚아줄 것이니 각오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육손이 오히려 여유롭게 대응하자, 장료가 다시 육손에게 외쳤다.
“그래, 그 정도로 준비를 잘 해왔다는 말인가? 그런데 지금 나에게 헛튼 소리를 외치는 그대는 누구인가?”
장료가 그제야 자신이 누구인지 묻자 육손이 큰 소리로 답변하였다.
“나는 오나라의 대왕께서 그대 장 장군의 합비성을 반드시 함락하라 명하시며 5만 대군의 대도독으로 임명하신 육손이오!”
“육손?”
장료는 육손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지난 형주 공방전에 참여한 오나라의 장수 중 한 명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육손이 대도독이 되어 5만 병마를 이끌고 자신을 상대하기 위해 합비에 나타나다니.
장료는 그런 육손을 창피주기 위한 말을 하였다.
“육손? 내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구나. 내가 아는 오나라의 위협적인 장수는 오로지 주유밖에 없었느니라. 오나라에 인물이 없기는 없는 모양이로구나. 어디서 저런 듣도 보도 못한 장수를 총사로 내세워 나를 상대하려는 것이냐!”
육손은 장료의 모욕적인 말에 쉽사리 넘어가지 않았다.
“장 장군이 그리 나를 모르신다니 이번에 내가 확실하게 장군께 내가 어떠한 장수인지를 각인시켜 드리겠소!”
* * *
그렇게 본격적인 합비 공방전이 펼쳐지기 전에 양군의 지휘관 사이에 설전이 오갔던 것.
장료는 지난 2차전과는 다르게 오주 손권이 아닌 오의 지휘관 육손을 상대하게 되었다.
육손과의 설전에서 장료는 육손이 만만치 않은 장수임을 느꼈다.
‘나의 도발에 동요하거나 화내지 않고 여유 있게 대꾸를 하는 것을 보니 저 육손이라는 장수는 보통은 넘는 장수인 것 같군.’
그러며 본격적인 육손의 공격에 대비를 하는 장료였으나, 이번 3차 합비 공방전이 쉽지 많은 않을 것이란 것을 장료는 직감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불화가 있었으나 그래도 함께 곁에서 최선을 다해 손권의 10만 대군에 맞서 싸웠던 이전과 악진이 이제 더는 장료의 곁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장료 홀로 오의 대군에 맞서 싸워야 했기에 2차전보다 어쩌면 힘든 싸움이 될지도 모르는 것.
‘나, 이전, 악진은 서로 서로가 불화가 심했지. 하나, 손권의 대군 앞에서 힘을 모아 적은 아군으로 적의 10만 대군을 격파하였던 것이야. 한데, 내 곁에서 큰 힘이 되어주었던 두 장수가 먼저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 나 홀로 오의 대군에 맞서 싸워야 하는구나… 어쩌면 지난 6년 전의 싸움보다 이번의 싸움이 나에게는 오히려 힘든 싸움이 될지도 모르겠어.’
장료는 힘이 되는 동료 장수가 없는 쓸쓸함을 느끼면서도 어떡해서든 이번에도 오의 대군을 막아보리라 다짐하며 스스로 힘을 냈다.
그리고 거기에는 조비의 명과 함께 보내져온 사마의의 서신이 있었기에, 그 서신 내용을 믿고 장료는 최선을 다해 오군의 공격을 방어하기로 한 것이다.
과연 사마의가 장료에게 보낸 서신은 어떤 내용이기에 장료가 기운을 내는 것일까?
* * *
한편, 육손은 장료와 설전을 벌인 후 즉시 오의 대군에 공격 준비령을 내렸다.
그러자 육손이 준비해온 공성 병기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며 합비성을 조준하기 시작했다.
이는 육손이 지난 2차 합비 공방전을 철저히 분석하여 준비한 것 중 하나로.
육손은 지난 6년 전의 싸움에서 오군에 부족했던 점을 살폈던 것이다.
‘흠… 지난 6년 전의 합비 공략에서 아군은 분명 10만 대 적 7000의 압도적인 전력 우위를 가지고 있었어. 하나, 적장 장료에게 철저히 당하고 대왕마저 크게 위험에 처하셨지.
생각해 보면 이러한 압도적인 병력이 아군에 자만심을 가지고 온 것이야. 그리하여 진영도 완벽치 못했고, 아군의 확실한 병력 우세를 믿고 너무나 정직한 공성전을 펼쳤어. 이로 인해 우선 적의 수성에 막혔고, 거기다 완벽하지 못한 진영을 간파한 적장 장료가 새벽에 수백 결사대를 이끌고 아군을 기습하였기에 아군은 그대로 당하고 만 것이야.’
그렇게 2차 공방전의 오군 패배를 분석한 육손은 지난 공성전에서 부족했던 점을 공성무기의 태부족을 생각하고는 이번 공방전에서는 충차, 운제, 정란, 발석차 등의 공성병기를 준비해 온 것이다.
다만 오의 이러한 공성 병기는 촉과 위에 비해 그 만듦새가 조금은 부족하였기에 파괴력은 촉과 위의 공성 무기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흠이었다.
이는 그도 그럴 것이 오나라는 육전보다는 수전에 친숙하고 육전에는 그 능력이 촉과 위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건 육손은 준비해온 비장의 수인 공성 병기를 합비성 공격의 전면에 내세우고 곧 공격령을 내리니, 먼저 발석차가 작동을 시작하였다.
“발석차를 기동하여 적 성에 공격을 가하라!”
육손의 명이 떨어지자 발석차를 조종하는 병사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곧이어 발석차가 큼지막한 바윗돌을 합비성으로 날려보내며 본격적인 ‘3차 합비 공방전’의 막이 올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