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100
99화 등고의 소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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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군은 소점 백리 밖에 군영을 세워 군량을 쌓아두고, 오십리 밖에 본영을 세웠다. 예상대로라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후는 이곳에 본진을 세운 것이다.
여포는 소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본진을 세워야 하는 것을 몹시 못 마땅하게 생각했다.
“가 선생, 안전도 좋지만 너무 먼 곳에 본영을 세우는 것 아니오?”
“장군, 이곳에서 소점까지는 평지인데다가 길이 잘 닦여 있으니 반나절이면 갈 수 있는 거립니다. 말을 달리면 더 빨리 당도하겠지요.”
“뛰어가야 하는 병사들은 소점 앞에 도착하면 지치겠소.”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만일을 대비하는 것이 또 군사된 자의 소임이 아니겠습니까?”
가후는 소점 공략을 위해 정공법을 쓰기로 했다.
때문에 소점을 기준으로 백리 밖에 보급진지를, 오십리 밖에 본영, 십리 밖에 집결지를 두기로 한 것이다.
여포와 가후가 이런 얘기들을 하고 있는 사이 여포군의 유일한 군리 서황과 군리를 탈출해 유세객이 된 진의록이 마주쳤다.
죽간 한 뭉치를 들고 자신의 군막으로 향하던 군리 서황은 할 일없이 유유히 산보를 나선 진의록과 만난 것이다. 현 군리와 전 군리의 만남.
“공명 형, 오랜만이오. 일은 할 만 하오?”
진의록이 거들먹거리며 묻자 순간 서황의 입고리가 살짝 치켜들렸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제자리를 찾아갔다.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지만 진의록은 그의 미소를 놓치지 않았다.
‘이것 봐라······?’
진의록은 서황이 허세를 부리는 거라 생각했다. 자신도 군리 생활을 하지 않았던가. 죽을 만큼 힘든 기억이 떠오르면 몸서리가 쳐질 지경인데 현직 군리가 미소를 지었으니 허세라고 생각할 밖에······.
“의록,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죽지 못해 산다.”
서황의 말에 진의록의 고개가 일순간 갸우뚱했다.
‘어~?’
진의록은 서황이 허세를 끝까지 부리지 않고 고충을 토로하는 것이 의아했다. 하지만 서황도 나름 생각이 있었다.
‘꽃밭에 똥파리가 날아들면 곤란하지.’
속으로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진의록을 걱정해주는 듯한 말을 했다.
“의록, 너도 사지를 제집처럼 들락거려야 하니 얼마나 힘이 들겠느냐. 언제 한 번 시간이 나면 나와 함께 좋은 술과 차를 들자꾸나.”
“공명 형, 그럴 시간이 있겠소?”
진의록이 묘한 말로 도발을 했지만 서황은 머리를 긁적이고 만다.
“그렇지······? 그래도 장군께서 병주성에 입성하시면 사람을 더 붙여주실 것이니 그 때는 시간이 나겠지. 안 그러냐?”
“두고 보면 알겠지. 그럼 수고하시오, 공명 형.”
진의록이 스쳐 지나가자 서황은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휴! 다행이다.’
그가 이토록 진의록을 경계하는 것은 다 그만한 까닭이 있었다. 요즘 여포군 무장들 사이에서 글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었다. 그것은 미색이 출중한 여인들이 군리 일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여포부터 아직 미혼이기 때문에 장수들 대부분이 미혼인지라 미인을 얻고 싶어하기 때문이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하듯 미인을 얻으려면 군리가 되어야한다는 묵계가 만들어지며 다들 글을 배우는 데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여포군 내에서만 설문해자만 일백권이 필사되었으니 무장들 사이에서 글 배우기 열풍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으리라.
“의록!”
멀리서 진의록을 발견한 여포가 손짓을 했다. 그러자 진의록은 부리나케 달려가 여포 앞에 섰다.
“장군, 무슨 일로 소생을 부르셨습니까?”
“소점에 다녀오너라.”
“소점에는 무슨 일로······. 설마 항복을 권하러 다녀오란 말씀이십니까?”
“우리 의록이 눈치가 아주 빨라. 이번에는 문 밖에서 고하기만 하고 오너라. 십리 밖에서 공격을 준비하겠다.”
어차피 여포도 송익이 항복할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있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복을 권하기 위해 진의록을 보내는 것은 가후의 권유 때문이었다.
가후는 싸움에도 예(禮)가 있다는 말과 함께 송익 장군에 대한 예우도 필요하다 주장했다.
송익은 여포의 얼굴이나 아는 처지였으나 여포는 그에 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 여포 뿐만이 아니라 정원의 휘하에 있었던 자들이라면 송익을 모르는 자가 없었다.
송익에 대해 인물평을 하자면 전형적인 무장이라 할 수 있었다.
정원처럼 송익 역시 병주의 그 많은 군소 군벌들 중 하나의 적자로 태어나 거친 세파를 이겨내며 가문을 병주의 4대 명문가의 반열에 올려 놓은 자였다.
그의 무예와 호방함은 가히 영웅의 기개를 지녔다 할 것이나 안타까운 것은 그에게 융통성이 없다는 것이다.
앞뒤가 꽉 막혀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제 고집을 꺾지 않으니 이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돌아오기 전의 여포와 그 성정이 비슷하다 할 것이다.
게다가 손해 보는 일이라고 해도 의리에 죽고 사는 자이기에 정원이 자결했다고는 하나 여포에게 항복할 자가 아니었다.
일전을 불사할 각오를 하고 있을 것을 알기에 여포 역시 소점에서 피를 볼 수밖에 없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 정도라면야······ 얼마든지 하지요. 지금 출발하오리까?”
“그리하라. 곧 우리도 출발 할 것이다.”
* * *
등고는 품속에 손을 넣어 뭔가를 만지작거렸다. 그의 얼굴에 결연한 빛이 감돌았다. 마치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나서며 육친을 베는 장수의 얼굴이랄까?
“스승님, 갈 길이 바쁘다 하시며 어찌 걸음을 멈추십니까? 다리가 불편하시면 제가 스승님을 업겠습니다.”
그의 대제자 후문의 말에 등고의 굳었던 표정이 봄날 눈 녹듯 풀렸다.
“불혹을 바라보는 놈이 무슨······. 됐다. 여기서 요기나 하고 가자.”
아직 밥 때도 아니건만 식사를 하고 가자는 말에 후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미 몸은 동해 자리를 깔고 병주성을 지나며 사온 먹거리들을 차리고 있었다.
등고는 서원을 나서며 옷가지 몇 벌만을 간단하게 챙긴 봇짐을 들고 나왔을 뿐이었다. 후문은 서원에서 소점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으니 짐이 단촐한 것을 두고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병주성을 지날 때 등고는 이상하리만큼 거창한 음식들을 사도록 했다. 후문은 음식을 싸들고 갈 바에는 그곳에서 먹고 가자고 했건만 등고는 굳이 번거롭게 음식을 가져갈 것을 고집했다.
제자 된 입장에서 음식 좀 사들고 가자는 스승의 원을 들어주지 못할 것은 없었기에 한 보따리 짊어지고 왔던 것이다.
이렇게 자리에 펼쳐놓고 보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등고는 마치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처럼 음식을 탐했다.
‘오늘따라 왜 이리 음식을 탐하시누?’
후문은 등고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내심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의 등고는 청수한 선비는 음식도 탐하지 않는 것이라 하며 항시 소식했던 등고의 평소 모습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등고는 항시 거친 밥과 쓴 나물로 소식하며 머리를 청명하게 유지하는 것이 하루라도 빨리 학문의 도를 깨치는 길이라 하여 제자들에게도 권해왔었다.
그런데 지금은 게걸스럽게 밥과 고기를 씹어대니 후문은 오늘 따라 등고가 낯설었다.
하지만 가끔의 일탈은 누구나가 꿈꾸는 것. 더욱이 소점은 위험한 곳이다. 그곳을 지키는 송익 장군이 등고의 오랜 벗이라고는 하나 이미 등고는 정원에게서 등을 돌린 지 오래이니 그들이 만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후문은 등고가 이리 음식을 탐하는 것은 그런 긴장감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는 등고의 흥이라도 돋워주려 했다.
“스승님, 제가 좋은 술을 조금 챙겨왔으니 한 잔 드시지요.”
후문은 작은 호리병 하나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순식간에 알싸한 주향이 진동을 하는 걸로 봐선 후문이 스승에게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한 명주였다.
“됐다.”
주향이 기가 막히건만 등고는 손을 내저으며 술을 물렸다.
“주향이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아니다.”
“그런데 어찌······. 좋은 안주가 있는데 어찌 좋은 술이 빠질 수 있겠습니까?”
후문의 말에 등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만간 천하에 다시없을 명주를 마시게 될 테니 술은 그 때 마시겠다.”
그 무렵, 송익의 척후병 한 무리가 이곳을 지났다. 식욕을 돋우는 음식냄새가 진동을 하니 척후된 자로 와보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멀리서 척후병 하나가 소리쳤다.
“여포군이 몰려오고 있는데 여기서 한가로이 음식을 먹고 있다니 무지한 게요, 아니면 베포가 큰 게요?”
척후병이 딱하다는 듯 말했지만 등고는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청해 음식을 들게 했다.
“이보시게! 여기 좋은 술과 고기가 있으니 와서 허기나 채우고 가시게.”
등고의 말에 척후병은 경계를 하면서도 굳이 발걸음을 옮겨 다가왔다.
“닭 모가지 꺾을 힘도 없으니 그리 경계할 필요 없네. 다른 뜻이 있어 부른 것은 아니니 안심하게. 여기 좋은 술과 음식이 있는데 이 늙은 몸이 욕심을 내어 많이 사왔다네. 어차피 혼자서는 다 먹지 못하니 자네도 앉아서 좀 거들게나.”
그러자 척후병은 등고를 위아래로 훑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등고야 말로 정원의 그림자와 같아서 어디든 정원과 함께 했기에 척후병이 그를 쉽게 알아볼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등고가 정원의 곁을 떠난 지 수년 세월이 흐른 탓에 바로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척후병이라 함은 군문에서 제법 경력이 있는 병사들이니 오래지 않아 등고를 알아보았다.
“혹, 등 선생이 아니십니까?”
“허허허! 아직 이 늙은이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고마운 일이야. 이제 나를 알아보았으니 걱정 말고 한 잔 들게. 후문아, 먼저 일 순배 돌리거라.”
등고는 척후가 의심하지 않도록 자신의 제자인 후문에게 한 잔을 먼저 마시도록 했다. 역시나 후문이 한잔을 마시고 그 술잔을 그대로 건네자 척후병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술잔을 받아들었다.
콸콸콸콸!
호리병 주둥이를 따라 술이 흘러나오는 모습이 흡사 샘에 물이 샘솟는 듯 했다. 향기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하는 좋은 술을 대하자 척후병은 정신없이 들이켰다.
캬하!
좋은 술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니 절로 탄성이 나온다. 하지만 뒷맛을 즐길 겨를도 없이 척후병은 닥치는데로 입안에 고깃덩이를 집어넣어 두 볼을 빵빵하게 만들었다.
“많이 있으니 천천히 들게.”
등고의 말에 척후병은 두 손을 흔들었다. 간신히 입 안에 음식을 삼키고는 볼멘소리를 했다.
“저라고 이 좋은 술과 음식을 느긋하게 즐기고 싶은 마음이 없겠습니까? 하지만 여포군이 오십리 밖에서 진군을 시작했습니다. 선생께서도 괜히 험한 꼴을 당하지 않으시려면 빨리 자리를 털고 멀리 가십시오.”
“아닐세. 내 송 장군을 뵈러 왔다네. 자네가 갈 길이 바쁜 듯하니 나도 자리를 접겠네. 함께 가도 되겠는가?”
등고가 청하자 척후병은 포권을 취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 *
소점의 요새 안.
송익은 여포군이 오십리 밖에 군영을 세웠다는 소식을 듣고 여포군을 상대할 군략을 구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그 때 문 밖에서 그의 생각을 방해하는 소리가 들렸다.
“장군, 먼 곳에서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송익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제 곧 여포군과 피터지는 싸움이 시작된다는 소문이 병주성까지 퍼졌을 텐데 굳이 이 위험한 곳을 찾아온 사람이 있다니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지 궁금했다.
“나를 찾아온 자가 누구냐?”
“등 선생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등 선생? 뫼셔라.”
이내 문이 열리고, 등고가 제자 후문을 데리고 들어왔다.
“어서 오시오, 등 선생.”
송익은 등고를 보자마자 크게 반가워하며 두 손을 모아 들었다. 그러자 등고도 두 손을 모아 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송 장군, 그간 강녕하시었소?”
“선생, 어찌 그간 편지 한 통 없었소? 내가 보고 싶지도 않으셨소?”
“정 자사를 떠난 몸이라 조심스러웠소이다.”
“우리 사이에 편지나 나누고 사는 게 무슨 흠이 된다고······. 그래, 그간 어찌 지내셨소?”
“작은 글방을 열어 훈장질이나 하고 지냈소이다. 송 장군은 그간 어찌 지내셨소?”
“여포 놈이 감히 주제도 모······ 아니오. 그만합시다. 이곳으로 곧 여포의 대군이 몰려올 테니 선생께선 이만 걸음을 돌리도록 하시오.”
송익의 말에 등고는 무척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 내 오랜만에 벗을 찾아 술 한 잔 얻어 마시려 했거늘 하늘이 돕지 않는구려.”
“싸움을 앞두고 있으나 선생의 아쉬운 마음이야 덜어 들이지 못하겠소? 생각 같아선 밤새 술잔을 기울이고 싶은 마음 굴뚝이나 간단하게 목만 축이고 다음을 기약하십시다.”
“좋소이다. 역시 병주의 영웅이라 할 만하오.”
등고가 칭찬으로 추켜세우자 기분이 좋아진 송익이 주안상을 들이도록 했다. 이내 술상이 들어오자마자 급보가 날아들었다.
“장군! 적군이 십리 밖까지 와서 사자를 보내 항복을 종용합니다.”
쾅!
부장의 보고에 송익은 서탁을 후려쳤다.
“여포, 이 놈!”
송익은 벌떡 일어나 부장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눈을 부라리며 부장에게 명했다.
“전군은 전투 준비를 하라. 척후는 놈들의 군세를 더 소상히 파악하라 하고, 동문에 궁병들을 집중 배치하라. 군량고에 짚단을 쌓아 만일을 대비하라.”
송익이 부장에게 전투 준비를 명하는 사이 등고는 품속에서 작은 종이첩 하나를 꺼내 펼쳤다. 뭉치면 콩알 하나 만큼 되는 양의 하얀 가루가 종이첩에 얇게 퍼져 있었다.
등고가 하얀 가루를 술병에 쏟아붓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후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워낙 찰나에 벌어진 일이라 후문을 제외하면 이를 본 사람은 없었다.
등고는 후문이 자신의 행동을 보았음을 알고 그에게 눈짓을 주어 입을 봉하도록 했다.
‘대체 어쩌시려고······.’
후문의 걱정과는 달리 등고는 태연자약한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송익이 자리로 돌아와 미안한 듯 말했다.
“선생,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게 되었소.”
송익이 술자리를 파하려 하자 등고는 꾀를 내었다. 그는 송익과 자신의 술잔을 채우며 말했다.
“내 이 술잔을 비워 장군의 승전을 기원하겠소.”
등고가 술잔을 들자 송익도 자신의 술잔을 들었다. 서로의 술잔이 부딪칠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멈추고는 이내 입을 찾아 빨려 들어갔다.
“캬하! 선생과 함께 하니 이 술이 더욱 맛있구려. 선생이 내 승리를 기원해주었으니 나, 송익! 삼잔을 채워 답례하리다.”
송익은 연거푸 두 잔을 더 들이켜 삼잔을 채우고는 서탁으로 가서 붓을 들었다. 그러자 등고도 그의 곁으로 가서 그가 하는 냥을 지켜보았다.
“삼배발검 일휘탕적(三盃拔劍 一揮蕩敵)!”
송익이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글을 등고가 읊조렸다.
“석 잔 술을 비우고 검을 뽑아 한번 휘둘러 적을 소탕한다! 영웅의 호방한 기개가 느껴지니 가히 명문이외다.”
등고의 칭찬과 함께 송익이 자신의 대검을 검집 채 들고는 포권을 취했다.
“선생 앞에서 못난 시문을 지어보였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소. 자, 적이 지척에 왔으니 이제 석별해야 할 때요. 어서 나가십시다.”
방을 나와 요새의 문 앞에 당도하자 여포군 진영에서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개전이 머지않았다는 신호였다.
“멀리 나가지 않겠소. 선생, 조만간 다시 만납시다.”
“곧 병주가 평안해 질 것이니, 우리는 곧 다시 만나게 될 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