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132
131화 조(曹)가에 낚싯대를 드리우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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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이라도 있는 건가?’
진의록은 오늘 따라 조조의 집으로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것을 보고 의아하게 여겼다.
문사복을 입은 젊은 학사부터 화려한 의복에 값비싼 장신구를 덕지덕지 끼고 있는 부호에 왈자패를 방불케 하는 불한당 같은 사내들까지 다양한 자들이 조조의 집 문턱을 넘었다.
진의록은 멀리서 그들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도 그 이름이 천하 십삼주에 널리 알려진 자인데 시정잡배들과도 교분을 쌓고 있으니 조조가 기인은 기인인가보다.’
조조의 집안.
분칠을 한 듯 허연 얼굴에 포동포동 살이 찐 젊은 사내가 조조와 면대하고 있었다. 조조는 짜증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수일 전부터 이렇게 자신을 찾아온 자들을 만나야만 했기 때문이다.
조조는 출신을 가리지 않고 많은 자들과 교분을 맺는 것을 즐겨온 자였다. 그런데 수일 전부터 시작된 사람들과의 만남은 그를 즐겁게 하지 못했다.
하나같이 ‘무원무행’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목패를 들고 온 자들이었는데 처음 자신을 찾아온 순욱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자가 없었다.
목패는 조등이 재물과 시간을 들여 키운 공비생만이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목패를 들고 온 자들은 조등이 그 싹을 보고 쓸만하다 판단한 자들이라는 얘기인데 죄다 실망스러운 자들만이 휘하에 들겠다 찾아오니 조조가 짜증이 날 밖에······.
지금 독대하고 있는 이 사내 역시 조조에게 목패를 바쳤다. 조조는 목패를 받아들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재주 없는 자는 내 휘하에 들 수 없다. 그대는 무슨 재주가 있는가?”
조조가 묻자 사내는 미소를 머금은 채로 손가락을 비벼보였다.
“소생은 재물을 벌어들이고 불리는데 재주가 있습니다.”
사내의 말에 조조의 미간에 주름이 접혔다.
“재물이라면 감당 못할 정도로 많다.”
“천하를 얻을 만큼 많지는 않으실 텐데요?”
“재물로 천하를 얻는다?”
조조는 그 말에 흥미를 보였다. 그러자 사내는 물 만난 고기처럼 청산유수 같은 말을 쏟아냈다.
“조 대인, 대인께서 소생을 거두어 주신다면 천하를 몇 번은 살만큼 많은 부를 일구겠습니다.”
“무슨 방법으로? 계획이 있는가?”
“물론입니다. 믿는 구석도 없이 입을 함부로 놀리겠습니까?”
“말해보라.”
그러자 사내는 심중에 있던 계책을 늘어놓았다.
“소생의 외가는 염호를 가지고 있는데 소금이야말로 황금만큼 귀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염호라면 가산의 기반이 될만하지.”
“조 대인께서 가산을 내어 천하 십삼주의 염호를 모조리 사들여 소금을 매점매석하고, 그 부로······.”
사내는 말을 맺지 못했다. 조조가 벌떡 일어나 그의 가슴팍을 발로 차버렸기 때문이다.
“여봐라! 이자의 혀를 뽑아버려라!”
조조의 불같은 노화에 휘하의 무장 중 하후돈과 하후연이 방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러자 사내는 엎드려 벌벌 떨며 빌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조 대인, 제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보았으나 조조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자 하후돈이 사내의 뒷덜미를 붙잡아 덜렁 들어버렸다. 사내는 하후돈과 시선을 마주대하는 것만으로 바지에 오줌을 지려버리고 말았다.
지린내가 진동을 하자 조조는 잔뜩 찌푸른 표정으로 사내를 노려보았다. 조조는 그에게 목패를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조부께서 너 같은 놈을 인재라고 공비를 주셨을 리 없다!”
그러자 사내는 눈물을 짜내며 어떻게든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예! 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어찌 목패를 지니고 있단 말인가! 혹시 목패를 지닌 자를 해치고······?”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개미 한 마리 못 죽이는 사람이온데 어찌 사람을 해하겠습니까?”
“그럼 목패가 어디서 났단 말이냐?”
“저잣거리에서 오수전 열 개를 주고 샀습니다. 이것만 가지고 조 대인께 가면 휘하에 들 수 있다고 꼬드기는 바람에······.”
“뭣이라?”
조조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그는 하후돈에게 손을 내저으며 명했다.
“원양, 그 물건을 치워버려라!”
그의 명에 하후돈은 사내를 데리고 방을 나가버렸다.
‘감히 조 부의 일에 훼방을 놓아? 가만 두지 않겠다!’
조조는 수하들을 풀어 가짜 목패에 관한 단서를 쫓았으나 그 근원을 찾지 못했다. 이에 조조는 목패를 들고 오는 자들을 의심해 하인들이 먼저 거르고, 다음은 부하들이 거르게 하여 진짜 조등의 공비생으로 확신할 수 있는 자만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가짜 공비생을 걸러내려 했던 일이 다시 한 번 역사를 바꿔놓고 마는데······.
* * *
진의록은 조조의 집에서 잔뜩 매를 맞고 쫓겨나거나 문전박대를 당하는 자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것을 보며 가후가 보낸 서신을 되뇌였다.
‘가 선생은 사람들이 저렇게 쫓겨날 것을 알고 있었단 말인가?’
진의록은 천리 밖, 먼 곳에 있는 가후의 식견이 대단하다 여기며 그의 진의를 가려보았다.
‘조조가 만나는 명사들을 포섭해 여 장군의 휘하에 들게 하라는 것인가?’
조조가 출신을 가리지 않고 재주 있는 자를 후대하니 그의 집을 지켜보면 분명 재주 있는 자를 만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주는 땅은 넓으나 항시 사람이 부족한 곳이다.
수수 한 됫박만 있어도 병주에선 살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병주를 떠나는 사람은 많아도 병주에 와서 살려는 사람은 드물었다.
인재 또한 마찬가지여서 여포 휘하에 쓸만한 무장들은 제법 있으나 학사들의 수는 태부족이었다.
진의록 역시 이를 알기에 가후가 인재를 포섭해오라는 의미로 서신을 보냈다 여겼다.
‘하지만 병주로 오라 하면 코웃음을 칠 텐데······.’
병주는 빈궁한 땅이니 명사들을 포섭하려 해도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사예나 삼보의 명사들이 조조와 여포 중 누구를 택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아니면······. 조조의 집에서 매를 맞고 쫓겨난 자들이나 문전박대로 수모를 당한 자들을 포섭해 여 장군의 휘하로 끌어들이는 일을 하란 건가?’
하지만 진의록은 이내 고개를 털어버렸다.
‘조조가 버린 자들을 데려오는 건 마치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는 짓과 다름없지 않은가.’
진의록은 이내 고개를 털어버렸다.
‘사내가 칼을 뽑아들었으면 무라도 베어야 하고, 낚시를 왔으면 잔챙이라도 몇 마리 낚아가야하지 않겠는가. 이, 진의록이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인재를 낚아채 갈 생각에 조조의 집 대문을 지켜보고 있던 진의록에게 기회가 왔다.
키 작은 사내 하나가 조조의 집 대문 앞에 서는 모습이 진의록이 시야에 들어왔다.
‘키는 작지만 몸이 다부진 것이 제법 강단이 있는 자로 보이나 보나마나 문전박대를 면치 못하겠구만.’
진의록은 그가 무장이라 생각했지만 키가 작아 조 부의 문턱을 넘지 못할 거라 예측했다.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연 하인은 기분 나쁜 눈빛으로 키 작은 사내를 위아래로 훑었다.
“무슨 일로 오셨소?”
“조 대인을 만나러 왔네.”
“조 대인이 뉘집 개 이름인줄 아나······.”
하인이 눈을 부라리며 거칠게 반응하자 사내는 품속에서 자신있게 목패를 꺼내 들었다.
“자, 봤으면 어서 대인께 안내하게!”
사내는 가슴을 내밀며 거들먹거렸다. 목패를 보였으니 조 부의 하인은 얼굴이 땅에 닿을 듯 허리를 굽히고 곧장 조조에게로 데려갈 줄 알았다.
하지만 사내의 예상과는 달리 하인은 눈을 내리깔고 거만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칫! 이까짓 목패 따위가 무슨 대수라고······.”
하인의 말에 사내는 불같이 화를 냈다.
“이 목패가 뭔지는 아느냐? 감히 하인 놈 따위가 업수이 여길 물건이 아니니라!”
사내가 윽박지르자 하인은 허리를 굽히고 말했다.
“아이고! 귀인을 몰라뵈서 죄~ 송합니다!”
“진작 그럴 것이지. 어서 조 대인께 안내해라.”
사내의 말에 하인은 돌연 허리를 펴며 문간에 세워둔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네놈이 어디서 가짜 목패를 구해선······. 흠씬 얻어터지기 전에 썩 물러가거라!”
“이 목패가 가짜라니? 다시 보거라! 수년을 보물처럼 간직한 물건인데 어딜 봐서 가짜라는 게냐?”
“가짜 목패를 가지고 내 주인의 휘하에 들려는 모양인데 네놈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게다. 네놈 같은 사기꾼들이 하루에도 여러 수십 명이 가짜 목패를 들고 오느니라!”
“수년 절치부심하여 익힌 무예를 조 대인을 위해 써서 은혜를 갚으리라 찾아왔건만 이리 박대한단 말인가!”
“흥! 그 키에 무슨······. 그 짧은 몸뚱아리로 어디 말이나 제대로 타겠느냐?”
자신도 고작 하인일 뿐인 주제에 사내가 키 작음을 가지고 비웃었다. 그러자 사내는 하인의 멱살을 쥐고 당겨 마빡으로 하인의 콧잔등을 들이받았다.
단번에 코피가 터진 하인이 소리치자 집 안에서 호한들이 몽둥이를 들고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러자 사내는 허리춤에 패용한 패검을 뽑아들었다.
사내는 맨몸으로도 그 기도가 범상치 않았건만 패검하나 들었을 뿐인데 그 많은 호한들이 그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사내는 검극으로 호한들을 두루 겨누며 소리쳤다.
“은혜를 갚으려 찾아온 키가 작다하여 문전박대를 하니 내 오늘 조가의 인망이 허명임을 알겠다.”
그 말과 함께 자신의 옷깃을 베어 바닥에 남기고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조 가가 먼저 날 박대하였으니 그간의 은혜는 없는 것으로 하겠다. 카악~ 퉤!”
사내는 침을 탁 뱉고는 그대로 줄행랑을 놓아버렸다.
* * *
진의록은 그 사내가 하필 자신이 있는 쪽을 향해 달려오자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였으나 유세객답게 평정을 되찾았다.
사내가 근처를 지나자 진의록은 그를 포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는 작지만 검을 뽑아들었을 때의 기도는 여 장군 휘하의 장수들에 못지않다. 이런 자라면 데려가도 능히 장수 한 사람 몫은 하리라.’
계산이 선 진의록은 사내에게 말을 붙였다.
“이보시오. 이보시오!”
진의록이 부르자 사내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슬쩍 흘겨보았다. 진의록이 유세를 하러 다니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생활을 해왔기 때문인지 사내의 눈빛을 담담히 받아넘겼다.
“날 불렀소?”
“그렇소. 소생이 소형제를 불렀소이다.”
‘소형제’라는 말에 사내의 눈빛이 더욱 매섭게 빛났다. 이러다 칼을 맞겠다 싶었는지 진의록은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다독였다.
“키가 작다하여 그리 부른 게 아니라 나보다 연배가 낮은 듯하니 딱히 부를 말이 없어 그리 부른 것이오. 너무 화내지 마시오.”
“그렇소? 헌데 어찌 날 찾으셨소? 보아하니 귀한 집 자손인 듯 한데······.”
“남의 집에서 먹고 자는 자인데 귀할 것이 무엇이겠소? 실은 소형제가 조조의 집에서 문전박대 당하는 것을 보았소.”
진의록이 불씨를 당기자 사내는 억울한 마음에 하소연을 했다.
“내가 비록 체구는 작으나 무예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소. 경성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들과 열 번 겨루어 열 번 모두 이길 정도인데 조 대인의 하인들이 나를 사기꾼 취급하며 문전박대하는 것이 아니겠소?”
“종놈을 보면 그 주인을 알 수 있다했소. 내 비록 조 대인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이나 소형제의 억울한 사정을 듣고 보니 조 대인에 대한 세간의 평이 헛된 것임을 알겠소. 이, 진 모가 가서 따져 줄 것이니 소형제는 나만 믿고 따라오시오.”
진의록이 호기롭게 조조의 집으로 가려하자 사내가 그를 만류했다.
“진형, 말만으로도 고맙소. 하지만 그러지 마시오. 내 오늘 부로 조 가와 인연을 끊기로 했소. 은혜를 입었으나 망신을 당했으니 주고받을 것이 더는 없소.”
“그래도 하는 짓이 틀려먹었지 않소? 불의를 보면 이, 진 모는 참을 수가 없소. 내 비록 일초반식도 모르는 일개 학사에 불과하나 주인의 권세만 믿고 종놈들이 함부로 망신을 주는 것을 보니 내 일이 아님에도 화가 나오.”
“초면인데도 내 마음을 이리 잘 알아주니 십년지기를 만난 듯하오. 생각 같아선 좋은 술을 함께 나누고 싶으나······.”
사내는 차마 돈이 없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눈치 빠른 진의록이 이를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었다.
“소형제, 소생이 오늘 쌍륙으로 한 몫 두둑이 챙겼는데 한잔 하지 않겠소? 아니오, 아니오. 소형제 같은 영웅호걸을 만났으니 내 반드시 한 잔 사야겠소. 갑시다!”
진의록이 돈 주머니를 흔들어 보이며 술자리를 청하자 사내는 그를 따라 나섰다. 주점을 찾아가는 길에 진의록이 슬쩍 물었다.
“소형제, 소생은 진가 의록이라 하오.”
진의록이 먼저 자신의 이름을 밝힌 것은 사내의 이름을 듣기 위해서였다.
진의록이 바로 이름을 물었다면 대답하지 않아도 결례가 아니나 먼저 이름을 밝혔으니 사내가 자신의 이름을 대야만 예를 지키는 것이다.
“진형, 소생의 이름은 악진, 자는 문겸이라 하외다.”
악진 문겸.
동군 양평 사람으로 여포가 죽음의 순간에서 시간을 거슬러 돌아오기 전의 세상에선 조조 휘하의 맹장이었다. 키는 작으나 다부지고, 그 무예와 담력이 출중하며, 병법에도 밝은 자로 조조의 숱한 적들이 그의 칼에 목을 잃어야만 했다.
조조가 자랑하는 수많은 맹장들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었다. 조조는 그가 출전하는 전장은 걱정하질 않았다하니 그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깊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에선 여포에 의해 역사가 바뀌어 조조의 휘하에 들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린 것이다.
“악 형제, 좀 전에 보니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던데 무슨 벼슬을 하고 있소?”
“부끄럽게도 아직 출사하지 못했소. 어딜 가도 이 키 때문에 졸백 자리 하나 주지 않더이다.”
“소생이 각지의 유력자들을 제법 알고 있으니 내력이나 들려주시오. 성심껏 천거하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