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141
140화 린봉귀용(麟鳳龜龍)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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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봉귀용이란 기린, 봉황, 영귀, 응룡을 가리키는 말로 이 네 마리 신령한 영물을 묶어 사령(四靈)이라 했다.
언뜻 보기에는 민간에 떠도는 전설이나 허무맹랑한 괴서에나 나올 법한 얘기지만 실제로 린봉귀용은 예기에도 나오기 때문에 유학자들 사이에서도 흔히 회자되는 말이기도 했다.
방사 비장방의 말에 따르면 린봉귀용 중 영귀에 비견될만한 인재가 조부에 온다는 것이니 진의록의 관심이 온통 이에 쏠렸다.
“영귀에 비견될만한 인재라······. 비 도장, 대체 누구를 말하는 거요?”
“그건 알아보지 않았는데······.”
“알고 싶으면 알아볼 수도 있소?”
“어렵지 않소. 다만 점사를 보려면 제물이 있어야 하는 법이라······.”
비장방이 손가락을 비벼 보이자 진의록은 진짜 사기꾼을 데려온 건 아닌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오수전 한 꾸러미를 올려놓았다.
비장방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눈 깜짝할 사이에 돈을 거둬들이고는 품속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주머니를 풀어 볍씨를 한 줌 쥐어든 비장방이 식탁 위에 공간을 만들어 그 위에 뿌렸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무렇게나 흩어질 줄 알았던 볍씨들이 글자를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게 가능한 가 싶을 정도의 기이한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곽(郭)······? 아무래도 ‘곽’자처럼 보이지 않소?”
악진이 놀라 말하자 진의록은 멍한 얼굴로 고개만 열심히 끄덕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진의록은 글씨를 이루고 있는 볍씨들을 만져보며 그 어떤 수법도 없음을 확인했다.
비장방의 점사에 믿음이 생긴 진의록이 오수전 한 꾸러미를 더 꺼내 올려두며 말했다.
“천하에 곽씨가 얼마나 많은데······. 성씨만 달랑 나와서는 누군지 알 수가 없잖소? 이름도 점사를 봅시다.”
오수전 한 꾸러미를 손에 넣은 비장방은 다시 한 번 볍씨를 뿌렸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그렇게 뿌려진 볍씨는 아무런 글씨를 이루지 않았다.
몇 번을 더 해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비장방은 두 번째로 받았던 돈 꾸러미를 다시 내놓아야만 했다.
* * *
진의록과 악진이 비장방과 술로 의기투합을 하고 있던 그 때. 여포군은 다시 병주성으로 돌아왔다. 병주 동부를 위협하던 흑산적을 토벌하고 돌아온 여포의 귀환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인지 병주성의 백성들이 몰려나와 여포의 귀환을 환영했다.
백성들의 환호에 여포는 함성과 함께 방천화극을 높이 치켜들어 화답했다.
“여포 장군 만세! 병주 군 만세!”
백성들이 이토록 만세를 부르짖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흑산적이라 함은 북적 만큼이나 병주 사람들을 괴롭혔던 존재가 아니던가.
북적은 사람을 해치는 것으로 끝나지만 흑산적은 병주와 기주를 잇는 길을 막기까지 했다.
병주는 땅이 넓으나 사람이 적고, 경작지 또한 적을뿐더러 생육이 힘든 작물이 여럿 있었다. 반대로 기주는 경작지가 넓어 소출이 많은 풍요로운 땅이지만 병주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을 교역을 통해 충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흑산적이 병주와 기주의 경계인 태항 산맥에 자리를 잡은 덕분에 병주와 기주의 산물이 서로 오가지 않으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기주와 교역을 하려면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데 그 마저도 도처에 도적의 무리들이 기승을 부리니 거상들조차도 함부로 원행을 나서지 못할 정도였다. 암만 돈이 좋아도 목숨보다 중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병주가 이토록 빈궁한 땅이 된 것에는 흑산적도 톡톡히 한 몫 했다는 얘기였다.
이제 여포가 흑산적을 멀리 쫓아내어 기주와의 길을 열었으니 병주도 풍요로움을 꿈꿀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니 병주 사람들이 여포를 칭송하는 목소리가 클 수밖에······.
환대를 받으며 자사부까지 온 여포는 곧장 초선부터 찾아 뛰어다녔다.
처소에도 없고, 집무실로 가 봐도 없어 여포의 애간장이 녹았다.
“초선아! 초선아!”
여포는 초선의 이름을 부르며 후원까지 달려왔다. 그는 후원의 정자에서 채옹, 조충과 함께 있는 초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초선아!”
“오라버니!”
마치 이산가족이 상봉한 듯 얼싸 안았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보며 채옹이 흐뭇한 얼굴로 말했다.
“역시 사람은 늙으면 죽어야지. 여 장군은 이 노인이 눈에도 안 들어오는 모양이오.”
이에 초선은 얼굴을 붉히더니 여포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장난인 줄 뻔히 알지만 조충이 또 보조를 맞춘다.
“선생, 시어미 노릇을 단단히 하시는 구려. 적당히 좀 하시오.”
“허허허! 내가 그랬소?”
채옹은 그리 말하고는 여포와 초선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 늙은이는 신경 쓰지 말고 하던 거 마저 하시오.”
“오늘은 길일이니 후사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소.”
영감 둘이서 놀려대는 줄도 모르고 여포는 초선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흠흠! 부인. 급히 해야 할 일이 생겼소.”
“방금 돌아오셨는데 또 해야 할 일이 있나요?
“농사를 지으러 가야겠소.”
“무슨······ 농사요?”
“자식 농사!”
“어멋!”
여포는 초선을 번쩍 들고는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채옹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허! 한참 좋을 때요.”
하지만 조충은 채옹과 생각이 다른 듯했다.
“새 부인을 들일 때가 된 듯하오.”
“그 무슨 말이오?”
“후사를 봐야하는데 아직 소식이 없으니 하는 말이 아니겠소?”
채옹과 조충은 한 동안 잘 지내는 듯했으나 다시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못하고 겉돌기 시작했다.
“하여튼 궁인들은 그게 문제요. 여 장군과 초선이 한참 깨가 쏟아질 좋을 시기인데 새 부인을 들이자하면 좋은 소리 듣겠소 그려.”
“영웅호걸에게 삼처사첩은 흠이 아니거늘 어찌 이리 예민하게 구는 거요? 오늘 바둑은 이만 접읍시다. 이런 기분으로는 도저히 바둑 둘 맛이 나지 않소.”
“내가 세 집 반을 이기고 있었으니 돌을 던지기 싫어 그러는 모양인데 조 대인이 진 건 진 거요. 확실히 합시다.”
채옹의 말에 조충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선생께도 과년한 여식이 있지 않소?”
“설마 우리 염이를······?”
“안 될 거 뭐 있소? 혹시 여 장군이 사윗감으로 부족하다 여기는 것이오?”
조충이 묻자 채옹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 장군이 사윗감으로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정실이 아니면 딸을 보낼 수 없소. 명색이 이 몸의 딸이 첩실로 들어앉는다는 게······.”
“그럼 자초 선생의 딸은 어떻소? 영보 상단의 일을 아비 대신 처리하는 수완이 대단하던데 그 아이라면 여 장군의 가세를 크게 번창시킬 수 있을 거요.”
“이런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겠소. 대인도 마찬가지요. 억지로 갖다 붙이지 않아도 이어질 사람은 이어지고 떨어질 사람은 떨어지는 법. 사람 인연이라는 게 그렇잖소? 내 먼저 가리다.”
채옹이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자리를 떠나버리자 조충은 표정을 찡그렸다.
‘여인들끼리 암투도 벌이고 해야 우리가 설 자리가 보장되는 것인데······ 영 쉽지가 않군. 여 장군에게 비빌 밑천이 바닥났으니 뭐라도 해야겠는데 이 일을 어찌 한단 말인가.’
살수를 기르는 수법도 고순에게 전수해줘 버렸고, 백지 조서도 이제 약발이 다했다. 여포의 곁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려면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조충의 고민은 깊어갔다.
* * *
여포는 초선을 데리고 침소로 가서는 농도 짙은 애정행각을 벌였다. 침실이 삽시간에 훈풍으로 가득 찼다.
“오라버니, 간지러워요.”
“가만있어보라는데도.”
“대낮부터 어찌 이러신답니까? 남들이 흉 봐요.”
“흉 볼 테면 보라지.”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건만 훼방을 놓는 자가 있었으니······. 문 밖에서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흥이 깨지고 말았다.
“대형, 대형! 안에 있소?”
상개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여포는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바로 고치며 말했다.
“상개야, 무슨 일이냐?”
“원소의 전령이 왔소!”
“내 곧 나갈 터이니 모두들 대청으로 모이라 해라. 전령에게 술과 고기를 주는 것도 잊지 말고.”
“예, 대형.”
상개를 보내고 여포는 초선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는 초선의 고운 뺨을 쓰다듬으며 아쉬움을 전했다.
“전장에서도 밤낮으로 네 생각 뿐이었다.”
“좋은 술을 준비해둘게요.”
밤에 오라는 말을 돌려 말하며 초선 역시 아쉬움을 달랬다.
여포는 자사부 대청으로 갔다. 그가 도착했을 땐 이미 수뇌부라 할 수 있는 인사들이 모두 모여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 선생, 원소의 전령이 왔다니 그 무슨 소리요?”
대청을 가로질러 상석으로 향하며 여포가 묻자 가후가 두 손을 모아 들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원소가 장군께 전령을 보내온 겁니다.”
“그가 왜?”
여포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원소가 자신에게 전령을 보낸 까닭을 알 수 없었다.
“격문을 보낸 것일 게 뻔합니다.”
“일전에는 한 번도 격문이 오지 않았잖소?”
“원소에게 병주의 존재감이 그 정도였다는 것이겠지요.”
실제로 원소는 병주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병주는 땅만 컸지 호구수가 남방의 일개 군과 비등한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병력도 수만 정도에 불과하고 북변은 항시 북적의 위험이 있으니 격문을 보낸다고 해도 호응이 없을 거라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북적을 쫓아낸 일부터 근자에는 흑산적을 몰아낸 것까지 여포의 이름이 천하 십삼주에 위진하니 원소로서도 마음을 달리 먹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전령을 들라하라!”
여포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청의 문이 열리며 원소의 깃발을 등에 꽂은 전령이 당당하게 걸어와 여포 앞에 부복했다. 그는 품에서 서신을 꺼내 두 손으로 바쳤다.
그러자 가까이에 있던 고순이 그 서신을 받아들고는 여포를 보았다. 여포는 가후에게 시선을 두었고, 고순은 가후에게 서신을 전했다.
여포는 서신을 읽지도 않았건만 전령에게 물었다.
“원 대인께서 비답을 받아오라 하시던가?”
“아닙니다. 회맹의 날에 늦지 않게 참석하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병주는 빈궁한 곳이니 하루도 머물지 말고 돌아오라 하셨습니다.”
전령의 말은 마치 원소가 여포에게 하대를 하는 듯했기에 일순간 여포의 검미가 꿈틀거렸다. 하지만 지금 전령을 상대로 화를 내봤자 원소에게는 전해지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여포는 화를 삭이며 전령에게 말했다.
“원 대인께 서신은 잘 받았다고 전하라.”
여포는 그리 말한 후에 가후에게 물었다.
“전령이 먼 길을 가야 하는데 딱히 챙겨줄 수 있는 게 없겠소?”
여포는 자군과 타군 소속을 따지지 않고 유독 전령에게만큼은 친절을 베풀었다. 이는 여포가 오랜 세월 정원과 등고의 명을 받아 낙양을 오갔던 기억 때문이었다.
“전령이 타고 온 말은 먼 길을 달려왔으니 쉬게 하고 새 말로 바꿔 주시지요. 거기에 이곳에서 대접 받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니 대신 재물을 조금 주어 돌아가 회포를 풀 수 있도록 하심이 어떠신지요?”
“좋은 생각이오. 그리 처리해주시오.”
이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전령은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떠나올 때 들었던 것처럼 병주는 빈궁한 땅이라 원소의 전령으로 왔다해도 기껏해야 싸구려 화주에 박채나 대접 받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포의 수하를 따라 나오자 생각이 달라졌다. 새로 바꿔 준 말 두 필은 모두가 준마라 할 수 있을 만큼이었고, 은자가 든 묵직한 주머니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환대는 어디서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전령은 다시 병주로 올 기회가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 대청에서는 가후가 원소의 서신을 여포와 부하들 앞에서 읽고 있었다.
“간적 동탁이 입경하여 실권을 쥔 후로 조정의 대소신료들을 마음대로 갈아치우고, 종묘와 사직을 어지럽혔다. 이에 대 한의 천자께서는 미천한 소신에게 밀서를 내리셨으니 근왕하여 역적을 토벌하라 명하셨다. 이에 나, 원소가 천하 제후들과 회맹하여 역적을 토벌하고자 한다. 천자를 대신해 명하노니 병주목 여포는 역적 동탁을 토벌하는 대의에 동참하여 대 한의 신하로써 그 책무를 다하라.”
가후가 서신을 모두 읽자 여포는 코웃음을 터뜨렸다.
“흥! 원소, 이놈이 감히 날 아랫사람 대하듯 하는 구나. 놈이 회맹을 하든 말든 참여할 생각이 없는데 어찌해야겠는가?”
여포가 휘하에 묻자 가후가 나섰다.
“군사 가후가 아뢰오. 소신의 생각으로는 원소의 서신에 답을 줄 필요도 없고, 회맹에 참가할 필요도 없습니다.”
“원소에게는 천자의 밀서가 있다하지 않소? 그게 이십만 석의 양곡과 맞바꾼 백지 조서라는 것을 알고 있으나 엄연히 옥새가 찍힌 조서이니 마냥 무시할 수도 없소.”
“지금 협천자하고 있는 자는 동탁이지 원소가 아닙니다. 동탁은 원하면 언제든지 이를 부정하는 조서를 만들어낼 수 있을 텐데 무엇이 걱정이십니까?”
“하긴 그렇소.”
저수가 두 손을 모아 들고 가후의 의견에 동조했다.
“감군 저수가 아뢰오. 소신의 예상으로는 원소가 천하 제후들에게 격문을 돌린다고 해봤자 이에 즉각 호응하는 자는 없을 듯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원소는 지금 기주목 왕굉과 일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천하 제후들은 원소의 격문에 따라 회맹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원소와 왕굉의 싸움이 끝나길 기다릴 거라는 얘깁니다.”
저수의 말에 여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원소가 왕굉과 싸워 패한다면 회맹이고 뭐고 아무 의미가 없을 테지. 그러면 저 선생은 천하 제후들이 그 싸움의 결과를 보고 난 후에 움직일 거라는 얘긴데······.”
“그렇습니다. 제 예상으론 원소가 이길 테지만 천자의 밀서를 운운한 격문 만으로는 천하 제후들이 많은 병력을 보내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주저하는 자들도 있겠지요.”
서량병 이십만을 적으로 돌리는 결정이 쉬운 것은 아닐 터. 저수는 이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럼 동탁에게 이 격문을 받았음을 알려야하지 않겠소? 지금은 우리가 서로 맹방이라 할 수 있으니 말이오.”
“이는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만일 동탁이 원소가 이끄는 천하 제후들의 군대를 막는데 힘을 보태어 달라 하면 어찌 하시겠습니까?”
“그들 싸움에 병주 사람들의 피를 볼 이유가 없소. 게다가 우리는 저 선생이 제안한대로 사주평정지계에 따라 해야 할 일이 많지 않소.”
모두들 같은 마음이었으나 동탁이 원병을 청하면 이를 거절할 만한 마땅한 명분이 없었다.
여포군은 색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자칫 양측 모두를 적으로 돌릴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