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178
177화 일기돌파(一騎突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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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성을 나선 여포.
눈앞에 펼쳐진 십만의 군세가 그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누군가가 말하기를 죽음의 순간이야 말로 쾌락의 절정이라 했다. 여포의 시야를 가득 메우고 있는 십만의 황건 잔당이야말로 홀로 나선 여포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천군만마가 두렵지 않은 그였지만 십만의 군세를 홀로 상대한다는 것은 부담으로 다가왔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이 두려움마저도 즐기는 사내였다. 언제 그가 유리한 싸움을 해본 적이 있던가. 그와 싸운 적들은 항시 그 군세가 여포의 군세보다 많았다.
‘화극아! 적토야! 내 너희들만 있으면 천하에 두려울 게 없구나.’
여포는 화극을 쥔 손으로 화극의 촉감을 즐겼다.
투루루! 후웅! 후웅!
적토도 싸움을 앞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모양인지 연신 투레질과 함께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적토야, 오늘 한 번 신나게 달려보겠느냐?”
여포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듯 적토는 말발굽으로 지면을 긁어댔다.
“가자! 오늘 세상 끝까지 달려보자!”
여포의 말 한 마디에 적토는 용수철처럼 튀어나가 이내 한 줄기 바람이 되었다.
* * *
황건 잔당들의 진영. 황건적들은 군영을 세우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군막을 세워야 오늘 밤을 편히 보낼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쉴 새 없이 몸을 놀리고 있었다.
게다가 밥 짓는 연기가 곳곳에 나는 걸 보니 식사 준비까지 하고 있는 듯했다.
지난 사흘은 그들에게 있어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십만의 황건 잔당들은 마성 일대를 약탈하고 대주성으로 향했고 밤마다 넓게 흩어져 숙영했다.
그런데 지난 사흘 간 밤마다 기습을 당해야만 했다. 어떤 때는 자고 일어나니 장수들의 수급이 한 데 쌓여 있고, 또 어떤 때는 한 밤중에 기병들이 들이쳐 불을 놓거나 장졸들을 해쳤다.
적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많아도 수백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들의 무력은 너무도 대단하여 수천씩 나뉘어 숙영하던 황건의 잔당들은 도무지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하룻밤에도 몇 번씩 들이닥치니 누가 편히 잠을 청할 수 있으랴.
모두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통에 사기는 바닥에 떨어지고, 벌써 도망친 자들의 수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도망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황건 잔당들은 대주성 앞으로 집결하며 수많은 동료들의 시체들을 목격해야만 했다. 달아난 동료들은 주검이 되어 쌓여 있었던 것이다.
황건 잔당의 수괴, 경도의 군막.
군막 안에는 경도를 중심으로 좌우로 몇 명의 장수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간밤에 영명, 치구, 오비 거사가 당했소. 장수들을 더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형제들의 동요가 극에 달하고 있소. 그래서 오늘부터는 한 곳에서 숙영을 할 것이오.”
경도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일 뿐 말을 아꼈다. 그런데 갑자기 군막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웅성거림에 경도는 미간을 찌푸리며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이 무슨 소란이냐?”
경도가 소리치자 군막 안으로 부장 하나가 들어와 밖의 일을 알렸다.
“형제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져 말리고 있습니다.”
부장의 보고에 경도의 검미가 꿈틀거렸다. 우려하고 있던 것이 기어이 터지고 만 것이다. 그가 이끄는 황건군은 열 두 개의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삼십육 방 중 열 두 방의 패잔병들과 유랑민, 도적떼를 규합하여 십만의 군세를 이루었다.
군제를 재편하여 고향과 출신별로 무리를 다시 나누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끼리 묶어놓으면 불협화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도 큰 싸움이 없는 한 개별적으로 행동하도록 했으며, 숙영지는 반드시 십 리 이상 떨어져 잡게 했다.
그런데 지난 사흘 밤을 쉼 없이 공격당하며 부득이하게 대주성 앞에 군영을 세워 한데 모이게 했는데 결국 일이 터지고 만 것이다.
“모인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싸움질이란 말이냐? 내 이놈들을 당장 요절을 내어 기강을 바로 세울 것이다!”
경도가 자리를 털고 나서자 이곳에 모인 거사들도 그를 따라 군막 밖으로 나섰다.
세상에 제일 재미난 구경이 불 구경, 싸움 구경이라 하더니 싸움이 난 곳은 벌써부터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경도는 패싸움을 벌이고 있는 자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이놈들! 그만두지 못할까!”
경도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나서야 패싸움이 멈췄다. 싸움을 벌이던 자들은 고개를 숙이고 서서 경도의 처분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 때 부장 하나가 그의 곁으로 급히 달려와 아뢰었다.
“대주성의 성문이 열렸습니다.”
“뭐라? 대주성의 성문이 열려?”
“예, 총사.”
“항복하러 사자를 보냈느냐?”
일전을 앞두고 대주성의 성문이 열렸다는 것은 항복하기 위해 사자를 보낸 것이든지 아니면 재물을 주어 화친을 청하는 경우 뿐이라 여겼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상을 빗나갔다.
“아닙니다. 장수 하나가 말을 몰고 나왔습니다.”
‘대군 태수가 직접 나섰나?’
경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다시 그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거 잘하면 손도 안대고 코를 풀게 생겼구나.’
경도는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부장들에게 명했다.
“대군에서 사자가 오면 내 군막으로 데려오라!”
하지만 이미 여포는 이들의 군영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 * *
미친 듯이 치달리던 적토는 높은 목책을 앞에 두고도 속도를 낮추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목책에 몸을 때려박을 듯했으나 아슬아슬한 순간에 적토가 허공을 뛰어올랐다.
높은 방책을 단숨에 넘어버리자마자 여포의 목소리가 뇌성벽력처럼 황건 잔당의 진영을 뒤흔들었다.
“내가 여포 봉선이니라! 황건의 잔당들은 내 화극을 받아라!”
여포의 방천화극이 대기를 갈랐다. 단 일수에 적병 수 명이 피를 뿌리며 나동그라졌다.
그 모습은 대주성 망루에서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곳에는 선우보와 철탈이 나란히 서서 여포의 일기돌파를 지켜보고 있었다.
“한 기로 대체 뭘 어쩌겠다고······.”
선우보는 아직도 여포의 행동이 무모하기 짝이 없으며 이제 곧 적병들에게 둘러싸여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거라 여겼다.
철탈은 손에 땀을 쥐며 애를 태우고 있었다. 그는 여포가 왜 그 많은 맹장들을 놔두고 자신이 직접 나섰는지, 왜 병력을 동원하지 않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다만 철탈은 여포의 용맹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그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이내 철탈의 굳었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지기 시작했다. 선우보 역시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입을 떡하니 벌리고 다물줄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여포가 단기로 적진을 유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군영을 세우고 밥을 짓느라 경계가 소홀한 때라지만 고작 한 기를 당해내지 못해 황건 잔당의 진영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하아~!”
청량한 일기가성과 함께 방천화극이 빛을 뿌렸고, 그 때마다 황건적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갔다. 황건적들이 포위를 하려 해도 그 때마다 적토는 거짓말 같은 도약력을 선보이며 빠져나갔다.
경도는 여포의 일기돌파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를 막아섰던 병졸들이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못해보고 속절없이 당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없었다.
경도가 칼을 뽑아들고 나서자 부장들이 그를 만류했다. 총사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부하장수들 몇몇이 호기롭게 나갔지만 그들이 여포의 상대가 될 수 있을 리 없었다.
결국 경도는 궁병들을 불러 모았다.
“총사, 사방이 아군인데 활을 쏘면 아군이 화살에 맞을 수 있습니다.”
“비켜라!”
경도는 자신을 말리는 부하를 밀치며 소리쳤다.
“저놈을 벌집으로 만들어버려라!”
하지만 적토를 타고 달리는 여포를 활로 쏘아 맞추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화살비가 쏟아지면 세우다 만 군막들 사이를 질주하며 화살을 피하고 앞을 가로막는 적병들은 화극의 제물이 되었다.
“에잇!!!”
여포를 태운 적토가 화살을 요리조리 피해 달리는 모습을 보며 경도는 바닥을 굴러다니는 솥을 걷어차며 화풀이를 했다.
‘내가 나서도 몇 합 받아내지 못할 것 같고······.’
적진을 종횡무진해가며 보여준 여포의 활약은 실로 대단했다. 하지만 그 활약도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갑작스레 나타난 방책을 보자 적토는 다시 허공을 날았다. 그런데 마치 이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 마냥 여포를 향해 커다란 쇳덩어리가 날아들었다.
여포는 급히 화극의 창대로 막았다. 하지만 엄청난 힘이 전해지며 여포의 신형이 하늘을 날았다. 공중제비를 돌며 착지한 여포.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주위를 난도질했다.
하지만 자신을 공격한 자를 찾기도 전에 날아든 화살들을 먼저 만나야만 했다.
훅훅훅훅!
파공성과 함께 잔영이 남을 정도로 화극을 풍차처럼 돌리며 화살들을 쳐냈다. 그 때마다 쇳소리와 함께 화살들이 퉁겨져 나가거나 화극의 월아에 잘려나갔다.
그 사이 적병들이 떼거리로 몰려와 여포 주위를 에워쌌다. 하지만 적토를 얻기 전에도 적수를 찾지 못했던 그가 아닌가.
여포는 자신을 향해 밀려드는 적병들에게로 마주 달려 나갔다.화극을 앞세운 여포는 마치 양 떼 사이로 뛰어든 늑대마냥 혼자서 되려 수많은 적병들을 몰고 다니기 시작했다.
여포의 일합을 받아낼 자가 없으니 화극이 빛을 뿌릴 때마다 수많은 적병들의 눈빛은 빛을 잃고 탁해졌다.
주제도 모르고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황건적들은 여포의 그림자를 밟아보기도 전에 화극에 목이 달아나버리고, 그나마 긴 창으로 여포의 움직임을 봉쇄하려는 자들만이 간간히 공격을 할 뿐이었다.
다만 이곳의 병력이 십만에 이르니 적병을 아무리 베어 넘겨도 좀처럼 활로를 뚫을 수가 없었다.
하기야 말이 좋아 십만이지 범인(凡人)이었으면 보는 것만으로도 기겁을 했을 터였다.
어쨌든 여포의 활약 덕분에 황건적의 관심이 그에게로 쏠렸다.원래의 작전대로라면 이곳에서 반각을 싸워 적들의 이목을 모은 후에 그대로 끝까지 달려 추격병까지 꿰어 내는 일이 그에게 맡겨진 임무였다.
하지만 이미 약속한 반각의 시간이 지난 지 오래. 벌써 일각이 지났건만 여포는 적병에게 포위되어 아직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 * *
초조하게 여포를 지켜보던 저수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시기를 놓치면 작전이 모두 허사가 될 텐데······. 그렇다고 여 장군을 이대로 적진 한 복판에 둘 수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내 저수는 마음을 굳혔다.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공격을 시작해 여 장군을 구하는 편이 낫겠다.’
저수는 옆으로 팔을 뻗어 수신호하며 소리쳤다.
“공격 신호를 보내라!”
뿌우우~! 뿌우우~!
저수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뿔피리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 그러자 저수는 검을 뽑아들어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나를 따르라!”
저수는 일천의 당예기를 이끌고 선봉에 서서 전력으로 말을 몰았다.
뿔피리소리를 신호로 나지막한 언덕이 움직이는 듯했다.
언덕의 경사면에 위장한 채로 말과 함께 몸을 낮추고 있던 여포군 장졸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켜 말을 타고 진격을 시작한 것이었다.
높은 키의 갈대숲을 헤집고 일만의 호복기사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황건적의 본진을 향해 사방에서 여포군이 들이쳤다.
“와아아아!!!”
여포군 병사들의 함성소리에 황건 잔당들은 깜짝 놀랐다. 여포에게 온통 관심이 몰려 있었는데 사방에서 밀고 들어오니 무슨 정신으로 응전할 수 있으랴.
그 와중에도 황건 잔당의 수괴, 경도는 나름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적병의 수는 많아도 이만에 이르지 못한다. 내 군세는 십만에 이르니 쉽게 무너지지는 않으리라. 그렇다면······.’
경도의 시선은 여전히 포위되어 싸우고 있는 여포에게로 향했다. 이미 그에게 당한 병사들의 시신이 산을 이루고도 남았지만 이만의 적기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여포 하나를 도모하는 편이 여러모로 승률이 높을 거라 판단한 것이다.
“저자를 죽여라! 저자가 적장이니 적장만 죽이면 우리가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