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276
275화 전예, 비책(秘策)을 내놓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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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의 귀부는 여포에게 많은 것들을 가져다주었다.
가장 큰 소득은 공손찬과 원소 연합군의 공격시기를 알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원소군의 공격시점을 알게 되었다고 해야겠지만······.
그리고 군령서를 통해 공손찬의 의도까지 파악하게 되었으니 병력의 배치를 논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옹노. 지금까지 여포의 영향력은 연국 일대에 그쳤다. 하지만 옹노의 호족 출신인 전예가 귀부했으니 여포의 영향력이 유주 동남부를 아우르는 것 역시 시간 문제가 되었다.
물론 최대 관건은 여포가 공손찬과 원소의 연합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는지 없는지에 있었다.
여포는 군략에 관한 것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대신 그가 관심을 둔 것은 바로 ‘호시(?矢)’였다.
전예군보다 먼저 계성에 입성한 무리가 있었으니 읍루에서 흑요석을 들여오는 영보상단의 행렬이었다. 무리 사이에 섞여 당대 제일의 도검장 진대도 계성에 입성했다.
진대는 계성에 오자마자 자사부가 아닌 대장간으로 직행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여포는 진대를 찾았다.
“영감!”
반가운 마음에 진대를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다. 진대는 지금 풀무질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이다.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자 여포는 진대의 어깨너머로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어휴 깜짝이야!”
“뭘 또 새삼스럽게 놀라고 그러오?”
“네놈이 갑자기 쌍판을 들이대니 안 놀랄 수가 있느냐? 아직 한창 땐데 조상님 만나러 갈 뻔했네.”
“오늘내일하는 영감이 한창은 무슨······.”
“이놈!”
진대가 고함을 빽 지르자 여포는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목소리가 우렁찬 걸 보니 십년은 끄떡없겠소.”
“한 삼십년은 더 살 거니까 허튼소리 말고 썩 꺼지거라.”
“천하에 이 여포를 이리 취급하는 사람은 영감 뿐일거요.”
“그래서 불만이냐?”
진대가 눈을 흘기자 여포의 눈빛도 매서워졌다. 하지만 이내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나랏님도 날 잡아두지 못했는데 네깐 놈이 이 진 노사를 곁에 두려면 그런 건 감내해야지.”
“암요.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말장난은 됐고, 왜 왔느냐? 이 늙은이 쌍판을 보러 온 건 아닐 테고······ 호시 때문이냐?”
“당연한 걸 묻소. 그럼 호시 때문에 왔지 뭣 때문에 왔겠소? 어째 진전은 좀 있소?”
“내가 아주 기가 막힌 놈으로다가 하나 만들어봤다. 한 번 보거라.”
진대는 손가락 두 마디 쯤 되는 화살촉 하나를 여포에게 건넸다.
“이게 호시의 화살촉이오? 흑요석으로 만든다 들었는데 어찌 쇠로 되어 있소?”
“흑요석으로 화살촉을 만들면 일만 대 밖에 못 만든다. 그걸 누구 코에 붙이겠느냐?”
아무리 잘 훈련된 궁사라고 해도 전장에 나서면 제 실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가 없는 법이다. 적병이 과녁처럼 가만히 서 있어 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명중시킨다고 해도 방패나 갑주에 가로막힐 수도 있고, 창칼에 막힐 수도 있는 법이다.
이런 저런 사정들을 생각해볼 때 반수 이상의 화살들이 헛되이 망가지게 된다. 그러니 일만 대라 해봐야 어림도 없는 숫자일 뿐인 것이다.
“그럼 어쩌겠소. 당장에 그것 뿐인 것을······.”
“궁하면 통하게 되어 있는 법. 물론 내가 궁한 게 아니지만 어쨌든 흑요석으로만 화살촉을 만들면 일만 대 뿐이다. 하지만 내가 만든 방법을 쓰면 삼만 대는 만들 수 있지.”
“삼만 대나? 그게 가능하오?”
“자 봐라. 흑요석을 잘게 쪼개어 틀에 넣고 쇳물을 부으면 화살촉의 앞부분은 흑요석이고, 이를 쇠가 감싸게 되느니라. 위력도 줄어들지 않고 흑요석은 삼분지 일만 써도 된다.”
“그게 정말이오?”
여포는 잔뜩 흥분해 좋아 날 뛰다가 진대를 얼싸 안아들고 흔들어댔다.
“아이고! 허리 부러진다, 이놈아!
* * *
저녁식사시간. 여포는 초선과 마주 앉자 뜨끈한 콩국수를 먹고 있었다. 반찬이라고 해봤자 거친 나물이 다였으나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하지만 초선은 여포에게 이런 식사를 내놓은 것이 못내 미안했다.
순식간에 반쯤 그릇을 비운 여포는 식사를 하다말고 그릇을 들고 일어나 초선의 곁에 앉았다가 한 입 먹고, 또 일어나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한 입 먹기를 반복했다.
“상공, 찬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죠?”
초선이 묻자 여포는 입에 가득 콩국물을 머금은 탓에 말은 못하고 젓가락을 든 채로 연신 손사래를 쳤다.
“그런데 어찌 그러십니까?”
“그게 말이다. 여기 맞은편에 앉으면 네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좋고, 네 곁에 앉으면 그거대로 즐거우니 어찌 한 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
“아이 참! 남들이 들으면 팔불출이라 흉봅니다.”
“흉볼 테면 보라지. 이 여포가 남들 입이 무섭겠느냐?”
여포는 초선을 무릎 위에 앉혔다. 이제 신혼도 아니건만 아직 옷깃만 스쳐도 몸이 달아올랐다.
“초선아, 너와 함께라면 삼시세끼 무만 씹어 먹어도 좋느니라. 뜨거운 콩국수로 말할 것 같으면 병주에서는 생일날은 되어야 먹는 귀한 음식이다. 게다가 옛날에는 왕후장상만 먹었다고 들었다.”
열국의 시절에는 그랬다.
“상공, 우리는 이렇게 먹고 즐거운데 조 장군과 공손 소저는 벌써 사흘째 곡기를 끊고 물도 입에 대지 않는데요.”
“한 사흘 굶는다고 안 죽는다. 배고프면 먹겠지. 창자가 꼬일 정도로 굶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이제 그만 혼인시켜주는 것이 어떨까요?”
“안 된다. 끝이 뻔히 보이는 걸······.”
조운과 공손사하는 그날 이후로 각자의 처소에 연금되었다. 방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하게 했기에 감옥살이나 다름없었다.
조운은 혼인시켜달라고 단식투쟁 중이고, 공손사하는 조운에게 정절을 잃었다며 울고불고 자사부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공손 소저는 혼삿길이 막혔고, 조 장군은 공손 소저에게 죽고 못 사는데 어찌 계속 막으려고만 하시나요? 이제 조 장군의 나이 약관을 넘었으니 혼인할 때도 되었잖아요?”
한조는 유가의 도로서 움직이는 나라이니 공손사하가 중원의 규수였다면 설사 손만 잡고 잤더라도 혼삿길이 막히고 집안에서 쫓겨날 일이었다.
“조자룡이가 혼인할 나이가 되었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내 휘하에 장가 못간 장수가 하나 둘이 아닌데 어찌 조자룡이를 먼저 보내겠느냐?”
“그럼 공손 소저와의 혼인을 허락하시는거죠?”
하지만 여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상산 조 부는 명문인데 내가 흠 있는 처자와 혼인을 허락한다면 장차 조 대인의 얼굴을 어찌 보겠느냐?”
일단 혼례를 올렸든 못 올렸든 공손찬과 원소의 혼담이 성사 되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성렴이나 위월이 만약 같은 경우였다면 여포는 주저 없이 혼인을 허락했을 터였다.
하지만 조운은 경우가 달랐다. 게다가 공손사하가 조 부에서 그 난리를 쳤는데 어찌 조운의 부모가 이 혼사를 기쁘게 받아들이겠는가.
“상공, 우리의 경우를 생각해보세요. 결국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고, 부부의 연으로 맺어지게 되어 있는 사람들은 결국 부부가 되게 되어 있어요. 천리를 막으려 들면 비참한 결과만이 남을 뿐이랍니다.”
초선이 에둘러 말했으나 여포는 그녀의 말속에 담긴 진의를 알아 챌 수 있었다.
죽고 못 사는 연인사이를 갈라놓으면 꼭 한쪽이 병에 걸려 죽거나 슬퍼서 죽는다. 그러면 살아남은 한쪽이 따라 죽어 하늘에 별이 되니 어쩌니 하는 옛날 얘기들은 동네마다 있을 정도가 아닌가.
“에이······. 초선아, 결국 네 말대로 해야겠구나. 하나, 이제 싸움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공손찬과의 싸움이 끝난 후에나 혼례를 올려야 한다.”
* * *
연국 일대에 주둔하고 있던 여포군이 출병했다.
옹노로 가는 병력의 규모가 상당했다. 전예는 자신의 이천 군세면 옹노를 보름간 지켜보이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참모진의 조언에 따라 여포는 자신에게 귀부한 공손찬군 전부를 옹노로 보냈다.
옹노 방어선의 책임자로 노식이 직접 나섰다.
원소군이 옹노를 노릴 것이니 공손찬군 출신을 투입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노식의 병력은 전예의 이천 군세와 투항병으로 이루어진 보군 이만. 부장으로 조운, 악진, 전예. 그리고 옹노방어선의 책사로 곽가까지 젊은 호걸들이 포진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한호.
젊은 장수이나 왕광의 부장으로 적잖은 경험을 쌓았으니 옹노로 가는 젊은 장수들 중에 오직 그 만이 오천의 병력을 지휘할 능력이 있었다.
다만 기병 운용에는 재주가 없고, 용맹으로 따져도 조운이나 악진보다 한 수 아래였다. 그런데도 그가 노식의 부장들 중 하나로 발탁된 것은 강노부대 때문이었다.
공손찬은 강노의 쓴맛을 봤으니 같은 수에 두 번 당하지는 않을 터. 강노부대를 노리고 군략을 마련했을 수도 있기에 절반에 달하는 강노부대를 노식의 휘하로 빼버린 것이다.
그렇게 총 이만 이천의 병력에 노식이 총사가 되고 젊은 호걸들이 그의 부장으로 출병했다. 거기에 조 부 출신 무인들과 삼백에 달하는 강노까지.
현 하나를 지키는데 과하게 병력을 배치하는 것은 아니냐고 할 수 있으나 상대는 원소군이었다. 지금의 곱절을 보내도 여포를 겁쟁이라 할 자는 결코 없을 것이다.
여포는 고순, 성렴 등 장수들과 오환병 일천기 만을 대동하고 나섰고, 그 뒤를 따라 우적군 보기 삼만이 출병해 천수산성으로 향했다.
여포는 가후와 어깨를 나란히 한 채로 말을 몰며 그에게 말했다.
“선생, 이번 책략을 이해가 되지 않소. 어차피 연산병들이 언제 움직일지 아는데 기다렸다가 한방에 제압하는 것이 좋지 않소?”
“그 생각도 해봤으나 연산병은 반드시 산을 끼고 움직일 것이니 포위를 뚫고 도망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장군께서 공손찬의 책략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까지 전해질 겁니다.”
“그러면 어찌 되오?”
“정말 군령서대로 삼면에서 공세를 펼치려 하겠지요. 지금은 기병 전력이 부실하니 수성전으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자 여포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럼 뭣 하러 우적군까지 출병시킨 거요?”
“우적 장군의 군세는 전장에 투입할 만큼 훈련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놀리기에는 아까운 숫자지요. 연산병을 격퇴하고 난 후에 방어선을 지키게 하면 연산병들이 감히 얼씬도 하지 못할 겁니다.”
솥뚜껑 보고 놀란 가슴 자라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여포에게 한 번 크게 당하면 여포의 깃발만 봐도 감히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할 터였다.
문제는 오환병 일천으로 연산병들을 당해낼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오환병은 기병이고, 연산병은 산지에서 최강을 자신하는 자들이다. 오환병은 여포와 함께 하지만 연산병은 그 수가 몇 배는 많고, 산지에서 싸운다는 이점이 있었다.
* * *
연산산맥을 끼고 있는 어양의 한 마을. 달도 모습을 감춘 새벽 무렵. 산에서 한 무리의 야인들이 내려와 마을로 달려왔다. 연산병이었다.
횃불 하나 들지 않은 채 함성을 지르며 마을에 난입한 야인들은 집집마다 문을 박살내고 들어갔다.
하지만 이미 이곳은 소개령(疎開令)이 내려져 마을 사람들은 모두 피난을 간 뒤였다.
야인들 중 누군가가 뭐라고 크게 고함을 질러댔는데 아마도 그들 말로 ‘함정이다!’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갈 때는 내 허락을 받아야 할 것이다!”
포효를 방불케 하듯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여포가 나타나 보요궁의 시위를 당겼다.
삐이이익~!
보요궁의 시위를 떠난 화살이 날카로운 굉음을 내며 연산병 하나의 미간에 틀어박혔다.
살대에 명적까지 달고 있었음에도 화살에 실린 힘이 어찌나 강했는지 화살에 맞은 연산병은 고개를 심하게 젖힌 채 절명하고 말았다.
효시를 날리자 연산병들의 이목이 여포에게로 쏠렸다. 하지만 효시는 여포가 수하들에게 보내는 신호이기도 했다.
연산병들이 여포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으나 그 모습은 여포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보요궁의 시위와 허리춤에 달린 전통으로 그의 손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여포의 번개 같은 속사에 눈 깜짝 할 사이에 전열의 연산병들 십 수 명이 화살을 맞고 나동그라졌다.
하지만 그 사이 연산병들과 여포의 거리가 십여 보까지 가까워졌다. 연산병들은 손에 든 거치도로 여포를 곧 썰어버릴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여포의 손에 들린 것은 활 뿐이니 거리만 가까워지면 제아무리 궁술이 뛰어나도 별 수 없으리라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상대해야 할 적은 여포였다.
여포의 신형이 오히려 그들을 향해 뻗어나갔다. 선두의 연산병 하나를 향해 뛰어든 여포는 무릎으로 놈의 가슴팍을 빠개버렸다.
빠각!
뼈가 부러지는 섬뜩한 파열음과 함께 연산병의 신형이 뒤로 내던져졌다. 그가 바닥에 처박히기 전에 한 대의 화살이 날아들어 그의 아래턱을 꿰뚫었다.
“열일곱!”